비밀의 정원 5.
그렇게 우리의 첫 밤낚시가 마무리 되었다.
서로의 날숨과 들숨을 교감하면서.....
그날 이후 두 번더 주말 출조를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처마그늘에 몸을 숨기체 두어시간씩 밤낚시를 함께했다.
그녀가 마당을 지날때면 눈인사를 나룰 정도로 서로가 친숙해 졌지만
밤이되면 나의 병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쪽창에 불이 켜질때면 솟아오르는 신열처럼 나는 제어할수 없는 욕정에 휩싸였다.
달아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자위까지 해야했다.
쪽창의 불이 꺼지고 사정으로 몸이 축쳐질때면 비참함을 견딜수가 없었다.
심한 굴욕감과 자책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사랑이 동시에 존재할수 있을까?’
'이걸 사랑이라는 명칭을 붙일수 있는것인가?’
'이건 퇴폐적인 욕정일 뿐이다.'
'이번 병일 뿐이다.'
'나는 심한 관음증과 과대망상이 만들어 내는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비밀의 정원이 가져다 주는 은밀한 분위기와 치명적인 매력의 독기에
중독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비밀의 정원이 나에게 아무리 큰 혼돈과 비참함을 안겨주더라도
결코 비밀의 정원에서 쉽게 벋어날 수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지난밤 꿈을 꾸었다.
나는 활처럼 휜낚시대를 잡고 있었다.
팽팽한 낚시줄은 조그만 힘을 더해도 터질듯 당겨져 있구
그끝 수면 아래에 그녀가 있었다.
조용히 유영하며 나를 마주보고 있는 그녀는 더이상 멀어지려 하지 않았고,
그저 채비의 균형이 깨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내려 조금의 힘이라도 가하면
원줄이 바로 터져버리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멀어지지도 가까워 지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는 나를 희롱하듯 아름답게 미소짓고 있었다.
당길수도 놓아줄수도 없는 평행의 상태가 지속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상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을 깨었을때 옆에선 아내가 곤히 자고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돌려 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보는 아내의 오똑한 콧날과 이마와 턱선이 고왔다.
잠든 아내의 목뒤로 조심스레 팔을 집어넣어 아내의 몸을 끌어 당겼다.
아내의 몸이 자연스레 돌려지며 품안에 안긴다.
머리에서 익숙한 아내의 따뜻한 체취가 풍겨온다.
품안에 안긴 여린 아내의 허리와 어께를 땡겨 깊이 품에 안았다.
아내의 여리고 작은몸이 품안에 착 감겨든다.
‘고운사람, 내사랑’ 이란 말이 자연스레 가슴속에 되뇌어진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눈물 한줄기가 볼을 지나 귀밑으로 내려간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너무나 소중하고 고운 사람이었다.
단 한번도 아내를 만나것을 후회한적이 없었고,
내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적이 없었다.
나는 접점을 찾아야만 했다.
비밀의 정원을 포기할수도 없었고, 깊어지는 열병을 그대로 방치할수도 없었다.
다음날 오후 여섯시가 다 되어서 비밀의 정원에 도착했다.
그녀와 마주치지 않기위해 일부러 출조시간을 늦춘 탓이다.
가을이 깊어져서인지 해가 많이 짧아졋다.
가을 오후의 정취를 느껴볼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채비를 편성했다.
채비를 다 펴기 무섭게 밤이 찾아오고 케미의 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물속에 손을 넣어보니 수온이 많이 내려가 있었다.
올해 놈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거 같았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놈을 낚아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고나니
머릿속에 일던 잡념들이 사라지고 케미불빛에 몰입이 되기 시작했다.
수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마릿수는 많지 않았지만 씨알이 굵게 낚여 올라왔다.
해가 막 떨어지며 33센티월척 한 마리와 턱거리급 한 마리가 연거푸 올라오며
오늘밤 밤낚시의 기대를 높여줬다.
월척 두수를 낚아올리구 나서 한시간쯤 입질이 끊어졌다.
다시 30분씩 간격을 두고 34센티급 쌍둥이 월척이 올라왔다.
시계를 보니 저녘 아홉시 사십분쯤 되었다.
열시도 되기전에 깔금하게 월척만 네수를 뽑아내서인지
오늘밤엔 놈을 걸어낼거 같은 기대가 한츰 더해졌다.
한참동안 입질이 이어지질 않자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그제서야 급한 마음에 김밥을 사오는걸 깜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밤을 보낼려면 뭐든 먹어야 했다.
길이 좁은 탓에 밤에 차를 빼고 넣는게 힘들거 같아 걸어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소읍의 밤은 너무나 조용했다.
겨우 열시를 조금 넘었을 뿐인데 거리엔 인적이 없었다.
평소 가끔 들르던 슈퍼쪽으로 걸어가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주위를 쭉 둘러보니 읍에 있던 몇군데 식당들과 상가들의 간판불이 모두 꺼져 있었고
유일하게 다란주점과 노래방 간판만이 퇴색한 불빛을 발하며 켜져 있었다.
잠시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때, 문뜩 농협옆을 스치며 보던 실내포장마차가 떠올랐다.
그쪽으로 걸어가 보니 다행이 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한 밖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방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계모임이라도 있는지
늙은 노부부 십여명이 왁짜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밖에 홀에는 50대쯤되어 보이는 남자 세명과
언뜻 보기에 나보다 어려보이는 남자 둘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며 젊고 거칠어 보이는 두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다부진 몸에 얼굴이 검게 그을린 사내들은 술에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객기라도 부려보려는듯 날카로운 눈길로 나를 살펴보았다.
해안가라 거친 뱃일과 농사일을 업으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 화이트칼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나는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었을 것이다.
방에서 나온 늙은 아주머니 한분이 주방쪽으로 다가가 안주거리를 만들고 있는
살집이 좋은 주인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서로가 주고받는 말들이 정겹다.
손님과 식당주인과의 대화가 아닌 고향사람끼리 주고 받는 정겨운 대화를 듣노라니
낯설음이 사라지구 마음이 포근해 졌다.
이야기중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반견하고는 주방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야야, 손님왔다.”
그리고 잠시후 주방에서 쟁반을 들구 그녀가 나왔다.
나를 발견한 그녀가 가볍게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나도 놀랬지만 짐짓 태연한척 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좀전에 대화에서 언뜻 들리던 며느리는 그녀를 두고하는 말이었을까?
아니면 그녀와는 무관한 다른사람이야기 였을까?
좀전 대화를 더 주의깊게 듣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
“한분이세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물과 컵을 내려 놓으며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맑았지만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것은 처음이었다.
핏기없는 그녀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투명하게 느껴졌다.
“예, 내장탕 하나만 해주세요. 혼자 늦은시간에 죄송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괜챤아요” 대답하며 일어서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너무 하얀 얼굴탓인지 병색이 느껴지는듯 했다.
이상한 느낌에 힐끗 옆을 쳐다보니 옆에 있던 젊은 사내들이
술에 충혈된 번득이는 눈빛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쫒고 있었다.
욕정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서로 마주보고는 음휴한 표정을 지으며 귀엣말을 속삭였다.
불쾌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녀는 마치 깨지기 쉬운 와인잔이
돌들이 튀어오르는 채석장 귀퉁이에 놓인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그녀가 좁은 홀로 나올때마다 그녀의 몸을 훑터내리던
사내들의 욕정에 가득찬 눈빛이 떠올라 불쾌감이 사라지질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이제는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열병의 열기를 식힐수 있을거 같았다.
그녀는 나의 환상속에서 벗어나 현실속에 놓이게 된것이었다.
이미 많은 시간을 놓쳐버렸다.
자리를 비우며 걷어 놓았던 낚시대들에 새우를 끼워 투척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와 쪽창에 불이 켜질 시간이 삼십분도 남지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고 오히려
놈을 낚을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릴까 하는 조바심만이 일었다.
나는 스스로 만들어 내었던 과대망상과 몽상이 치유되어가고 있음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평정심을 찾은 탓인지 모든게 평화로웠다.
잠시 찌에서 시선을 돌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달이 없는 밤이라 그런지 유난히 많은 별들이 쏫아질듯 가득차 있었다.
멀리선 소쩍새와 귀신새울음이 박자라도 맞추려는듯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풀숲에선 귀뚜라미와 이름모를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가을밤의 정취에 한참을 빠져들고 있을무렵.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음의 향연에 일부분이라도 되듯
서늘한 바람한줄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별들도 시야에서 사라졌고,
좀전의 모든 소리는 사라지고
심장의 요동치는 소리만이 고막을 울리고 있었다.
바람에 여인의 체취가 묻어 있었다.
그녀가 내뒷쪽에 와 있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체 고개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도 쉬이 떠오르질 않았다.
고개를 내리고 싶어도 자연스럽게 내려질거 같지가 않다.
그녀가 경사면을 내려오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빌미로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아무말도 없이 파라솔밑으로 들어오더니 의자옆에 쪼그리구 앉았다.
두무릅을 모아 팔로 감싸고 그위로 턱을 괴고 앉은 모습이 마치 제자리인양 편안해 보였다.
그녀는 아무말도 없이 시선은 케미불빛에 고정한체 내쪽을 향해 손을 뻣었다.
캔커피였다.
나도 아무말이 없이 캔커피를 받았다.
가게에서 일부러 데워온 모양인지 따뜻했다.
캔을 따서 한모금 마시니 그녀도 캔을 따서 커피를 홀짝인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질 않았다.
조금전에 무섭게 뛰던 심장도 평온을 찾은 상태였다.
마치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그녀는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의 시간의 흐른후에야 케미 불빛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참, 예뻐요.”
낮은 음색으로 혼잣말처럼 되뇌이는 그녀의 말에는 외로움이 짖게 배어있었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외로워 보여요’
케미불빛이 외로워 보인다는 것인지 그녀가 외롭워 보인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그녀와 나는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자연이 빛어내는 조화로운 화모니가 다시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엔 여전히 별들이 가득하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별을 좋아하시나 봐요”
나는 대답대신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 따스한 미소가 마음에 닿았던지
그녀는 편안한 얼굴로 내시선을 피해 다시 찌불을 응시했다.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목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그 부드러운 목덜미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고 싶다는 욕구가 일자
다시 심장이 뛰고 열이 오른다.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질 못한다.
내 손에서 채 30센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녀가 있다.
손만 뻣으면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를 쓰다듬을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얼굴이 열에 달아오름이 느껴진다.
그녀도 내 시선과 내 호흡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 내 시선과 내호흡과 내 심장의 박동과 내 체온과 내 마음을 모두 읽고 있으리라.
나도 그녀의 깊고 어렵게 뱃어지는 날숨과 힘들게 들이마시는 들숨을 느끼고 있었다.
자꾸만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목덜미가 내 손길을 부르고 있었다.
6부로 이어집니다.
댓글도 팍팍좀 주구 추천도 팍팍좀 주셔요.
겁나게 어렵게 올리는 것인디 날로 드시믄 않돼쥬...ㅋㅋㅋ
비밀의 정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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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39
어찌 그리 예쁘게 글을쓰시나요?
존경스럽습니다ㅎㅎ
추천 꾹~~~ 누르고
6부기다릴께요
제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게.. ^^;;
완전 재미있네요.
6부 당장 올려주세요~ 당장~~~~ ^^
올려주세요~~~~~~
추천하고 안달난 상태입니다요
실화같은디..
아니라면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을 못하는디......
고만 애태우고 눕히소...
넘 재미있습니다.
마다이님의 연재가 끝나고 바로
새로눈 연재물이 나왔어
무더운 여름 나기 너무 신났습니다..
6부 부탁 해요~~~~~~~~~~~~~~~~~~~~~~~
내 일같이 느껴지는군요.
추천 올립니다~~
추천꾸욱 눌러요 ^^
전 이런글이 너무 좋아요...ㅎㅎ
기다릴께요...ㅎ
왜? 읽다가 추천을 못해서 죄송해서요.
추천 합니다.
아래 마다이님 글에 추천이 너무 작길래
한말이어유.
추천 않해주셔도 6부 빨리 올릴게유
올려 주세요..ㅈㅔ 가슴이 콩닥 거립니데이ㅋ
댓글도 달았떠여
그러면
100 부 까정
갈거지유. ?
더운날씨에 고생 많으십니다. 꾸벅!
아랫 글이 더 재미 있습니다.
추천 찍으라 캐서 찍심니더.
문학소년...
점점 흥미진지하니 상상하느라 죽겠어요ㅋ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더운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어찌될지 참궁금합니다
감사 감사
숨 넘어가요.
진자 제가 옆에 있는것처럼 생동감이 넘침니다.
왜 자꾸 6부가 기다려질까
온갓 상상을 하며 .....
채석장 옆에 놓인 와인잔.
깨지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