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6.
하지만 손을 뻣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거리는 삼십센티지만 마음속의 거리는 까막득한 거리였다.
한번쯤, 한번쯤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충실해도 된다고,
한번쯤은 내 자신의 굴레를 벋어버려도 된다고,
그동안 그리 살아왔으니 이젠 한번쯤 다른 삶을 살아봐도 된다고,
어쩌면 오늘밤은 그런 삶을 살아온 보상일 거라고
내 자신을 질타했다.
숨을 깊이 들어마시구 아랫배에 힘을 준다.
나의 왼손에 시선을 고정시키구 움직이라구 명령을 내린다.
용기를 내어 보라고, 단 1cm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진행될거라고....
하지만 내 손은 내 두뇌의 명령체계에서 벋어나 있었다.
금방이라두 손길이 나갈듯 심장의 박동은 빨라지고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지만
몇 번이고 나갈것 같던 손은 결국 의자손잡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머릿속으론 몇 번이고 그녀의 살결을 쓰다듬었고,
그러고나면 뒤이어 연속적으로 벌어질 아찔한 상황들이 끊임없이 그려졌다.
몸은 불떵어리 처럼 일어서고 코에서 뜨거운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욕망이 너무나 커서
어쩌면 오늘밤 내 이성을 꺽어버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갖지 않은채 내 품에 안겨 뜨거워진 그녀의 나신만을 그려보았다.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사이로 품어져 나올 뜨거운 호흡과 내면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만을 떠올렸다.
손이 서서히 의자 손잡이를 벗어났다.
중력을 느끼지 않고 몽환적으로 솟아오르던 찌처럼 서서히 내 손은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텨져버리듯 뛰는 심장 때문에 모든 것이 몽롱하고 시야마져 어른 거린다.
시간은 잠시정지하듯 했다.
주변에 모든 것은 사라지고 어둠속을 지나는 내손과 그녀의 흰살결 만이
눈에 어른 거릴뿐이다.
그리고 고막을 찢어버릴듯한 심장의 박동소리만이 느껴졌다.
그렇게 길고 긴 마음의 거리를 넘어 내손이 그녀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심장이 버틸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한듯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에 손가락이 닿을듯 가까이 다가갔다.
바로 그때,
갑자기 그녀가 무릅에 고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흠짓 놀라 손을 거뒀다.
그녀가 손을 뻣어 한곳을 가르쳤다.
그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렸을때,
찌가 솟아 오른다.
내 손이 그녀를 향해 다가가던 그 속도로 조용하고 수줍게,
마치 멀고먼 마음의 거리를 극복하는 것처럼 정갈하게 찌가 솟아 오른다.
낚시대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낚시대의 차갑고도 매끄러운 촉감이 젼해져 왔다.
나의 오감은 그녀에게 다가가던 그 느낌의 연결선상에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만이 들려올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시야엔 높이를 알수없는 케미불빛 하나만이 존재 한다.
하늘로 오를듯이 상승하던 찌가 조용히 상승을 멈췄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외치며 힘차게 챔질을 했다.
피이이잉 피아노 줄소리가 나며 엄청난 파워가 느껴진다.
‘놈이다!’
그날밤 예기치 않은 순간에 그녀가 내게 찾아온 것처럼
놈도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나를 찾아온 것이다.
오늘은 지지 않으리라!
오늘밤엔 내게 찾아온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으리라!
놈의 엄청난 힘을 느끼며 이렇게 마음속으로 혼자 되뇌였다.
다행이 낚시대는 한달전쯤 구입한 3.5칸대였다.
그리고 놈을 염두한 탓에 원줄은 5호줄로 매어 놓은 상태였고
바늘도 13호 붕어바늘이었다.
낚시대와 줄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였을까?
평소 감당하기 힘들거 같은 놈의 엄청난 파워에도
놈을 끌어낼수 있을거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채비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놈의 힘을 빼는데만 주력했다.
성급히 끌어내려는 조바심을 억누르며,
놈의 힘을 계속 받아주기만 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얼마나 오랬동안 놈과 힘겨루기를 했는지 가름해 볼수가 없었다.
오직 놈의 힘과 팽팽하게 당겨진 원줄과 낚시대 힘의 발란스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놈과의 긴 힘겨루기가 서서리 마무리 되어깄다.
놈도 지친 탓인지 치고나가는 힘이 처음과 같지 않다.
서서히 낚시대에 힘을 더해주며 놈을 수면위로 부상시켜 보았다.
놈도 지친탓인지 낚시대의 탄력에 순응하며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한다.
수면위가 온통 하얀색으로 덥힌듯 거대한 어체가 옆으로 누운체 수면위로 떠오른다.
놈의 크기가 가름이 되질 않는다.
4짜, 아니 45, 아니 5짜 넘는거 아니야.’
처음보는 엄청난 크기라 도대체 크기가 가름이 되질 않는다.
놈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힘의 균형을 그대로 유지한채 서서히 놈을 가까이 끌어왔다.
승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만큼 놈이 가까이 끌려 나왔을때,
놈이 나를 발견한 탓인지 갑자기 다시 힘을 쓰기 시작한다.
본류대로 향해 내달리는 힘이 엄청나지만 이미 힘을 많이 소진한 탓인지
이내 힘이 약해지며 다시 낚시대의 힘에 끌려 나온다.
'이젠 끝났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긴 숨을 뱃어냈다.
지금까지 숨을 쉬었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쩌면 놈과의 싸움동안 한번의 숨도 쉬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때 놈이 갑자기 연안쪽으로 치고 들어 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방법도 없이
그대로 5미터쯤 떨어진 여안 떳장속으로 파고 들어 버렸다.
답이 나오질 않았다.
다행이 수심이 낮은 곳이라 뗏장 밑으로 깊이 파고들진 못했다.
서서히 원줄을 잡고 당겨보니 연안몰을 뒤집어쓴 놈이 딸려 나온다.
다행이 뗏장의 얽센줄지에 감기지 않은 모양이다.
원줄을 잡고 놈을 자극하지 않으며 서서히 놈을 땡겨왔다.
연안 몰이 눈을 가려준 탓인지 놈도 더 이상의 저항없이 그대로 누워있다.
한손으로 수건을 들어 놈의 머리쪽을 덮었다.
수건의 한쪽 끝을 잡고 근처에 있는 몰을 한꺼번에 감싸 놈의 몸 밑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낚시대를 놓고 나머지 손으로 다른쪽 수건끝과 주변몰을 함께잡았다.
눈이 가려지고 몰들이 가득 놈의 몸을 감싼 탓인지 더 이상의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놈과 나의 승부는 끝이 났다.
대충 뼘으로 재어보니 두뼘반이 된다.
5짜가 될까? 40대 후반일까?하는 궁금증이 일었지만
그녀를 의식해서 줄자로 재지는 않았다.
놈을 단단히 붙들고 승부가 끝날때까지 뒤쪽에 서서 지켜본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자유를 잃어버린 놈에 대한 동질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놈의 상실하게될 생명 때문이었는지,
놈의 순한 눈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슬픔에 젖어가고 있었다.
내가 놈을 조심스레 살림망속에 집어넣고 돌아섰을때,
그녀는 이미 등을 돌리고 떠나려 하고 있었다.
"저기요!"
파라솔 밑을 빠져나가려는 그녀를 다급하게 불렀다.
그녀가 멈추더니 그대로 섯다.
그녀를 불러세웠지만 머릿속은 하얗기만 했다.
잠시 그렇게 어색한 침목이 이어졌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다.
놈과의 싸움으로 이미 이성을 찾아버린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거요.”
나는 가방위 열려진 채비통위에 보이는 케미 네봉지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뒤를 돌아 케미를 받는 그녀가 무엇인지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커피값이요."
"안에 든걸 부러뜨리면 저렇게 빛이 나요.”
그녀가 가지런한 치열을 내보이며 씽긋 미소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땡큐, 포 유어 프레젼트.”
그녀의 갑작스런 영어인사에 당황스러웠다.
“굿 이브닝, 뷰티플 걸.”이라고 나도 겨우 생각나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겨우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그녀가 장난스러운 밝은 미소로 화답하더니
파라솔 밑을 나가 둔덕쪽 오솔길로 총총거리며 올라갔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 나는 온몸의 힘이 모두 빠져버린듯 털썩 의자에 앉았다.
그녀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렵혔다.
특히, 장난처럼 뱉어낸 그녀의 영어인사는 원어민 수준의 발음들이었다.
그녀는 이런 소읍의 포장마차에서 일할 그런 수준의 여인이 아니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그녀는 왜 내 곁에 왔을까?’
그녀의 존재에 대한 의문과 그녀가 나에대해 가지고 있으리라 믿었던 감정에 대한
의문들이 답을 찾지 못한채 어집럽게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는 내자신의 몽상에 사로잡혀 오늘밤 정말 난처한 실수를 할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웠고,
배움의 단계도 나를 넘어서 있었으며,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그리 잘나지도 못한 중년의 나에게 욕정을 느낄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무슨 상상의 나래를 편것인가?
마치 변태 성욕자처럼 욕망에 들끓던 내 모습을 그려보니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며 심한 수치심에 몸이 떨렸왔다.
관음증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내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렇게 나의 비밀의 정원은 끝이 나는듯 했다.
담배를 한가치 피워 물었다.
오늘따라 깊게 빨리고 멀리 내뱉어지는 담배연기는
마치 긴 여로 끝에서 피우는 담배처럼 달콤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줬다.
쪽창에 불이 켜졌지만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가 않았다.
그냥 우둑허니 쪽창을 통해 물줄기가 쏫아져 내리는 그녀의 옆얼굴과
가끔씩 머리를 쓸어 올리는 그녀의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께선까지 들어나 있어 둔덕위에선 그녀의 가슴까지 훔쳐볼수 있겠다는 상상이 들기도 했지만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 앉아 있어 마치 브라운관 속의 여인을 바라보는듯 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그녀의 얼굴이 생생하게 비쳐졌다.
그렇게 담배 한까치를 다 피워갈 무렵 그녀가 몸을 돌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창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걸까?
아니면 창문넘어 나를 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또다시 혼란에 휩싸이는 내 자신을 발견 했다.
쪽창이 열려 있었다.
처음부터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젖은 몸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 보여지는 몸의 경계가 어디까지 인줄도 모르는체
알몸의 몸으로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이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 졌다.
그녀가 바로 곁에 있는듯 그녀의 뜨거워진 체온이 느껴졌다.
그녀 또한 들끓는 욕정을 가지고 있음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는거 같았다.
7부로 이어집니다.
모두가 바라는거 처럼 찐한 에로스로 가느냐?
아름다운 플라토닉으로 가느냐?
이것이 문제로다.....ㅋㅋㅋㅋ
비밀의 정원 6
-
- Hit : 8384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31
잘 보고 갑니다
막장 드라마 인기 있는데
갈때까지 끝까지 갑시당
붕어우리님
무더분날 어느 쪽으로 전개 되어야 할지
잘 생각하시어 다음편 이어주셔요.
고맙습니다.
기대만땅......
계속 달려주세요. 추천 꽝
7부 기다려 지네요. 감사합니다...
전 붕어 사이즈가 더 궁금 해요 ㅎㅎ
빠른시간내에 올려주셔요ㅡㅡ!
7부가 기다려 집니다
참 환장허겄네~~~~^^
암튼 무자게 기다려지거든요...
넘 길게 뽑으시면 독자들 원성을 어찌 감당하시려구???
일찍 서두르셔서 결말(뜨겁고, 끈덕지게, 후끈 달아오르게, 뭐 또 없나???)을 지어주셔용...^^
잘 읽고갑니다
ㅎㅎㅎ
더운날 글쓰시기도 어려우실텐데ㅡ
기대감갖고 기다릴께요 ㅡㅡㅡ
다음편 빨리요 ~~^^
추천 날리고 담회 기다립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고민하지마시구요
섞어서하시면되요
육체적사랑과
정신적사랑
ㅋㅋㅋ
다음주까지 우째 기다리나요?
잘 보고 갑니다....ㅎㅎ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다음편도 기대해 봐유~~
원래 글 읽는거 잘 못하는데,
비밀의 정원을 읽을때면 시간이 멈춘듯 하네요.
완전 팬이에요 ^^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뭘 믿고 오밤중에 찾아간 것인지.
내일 밤 와인잔 깨질 것 같네요.
7부 기다립니다.
빨리 안 올리시면 뽕 마자아버려요
다음편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즐감했습니다. 감사! 꾸벅!
기다리고있게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