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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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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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9부 그해 겨울은 내 생애 가장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 탁하고 음습한 추위가 내 몸과 마음 모두를 휘감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쌓인 눈이 녹고, 또 눈이 쌓이고..... 매화가 피었다 지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고, 벚꽃이 피었다 지고, ............................... 목련이 피었지만 나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한번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다시 닫고자하는 내 의지를 무색케 했다. 늘 우울했고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가득했다. 기쁨이 사라진지는 오래였고, 사람들을 만날때면 늘 그들이 나에게 등을 돌리던 모습만이 그려졌다. 집에서도 말을 잃어버린 나 때문에 아내의 근심과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깊어져 가고 있었다 단 한주를 건너뛰지 않고 다니던 낚시를 사개월이 넘도록 가지 않았고, 늘 우울한 감정에 쌓여있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숨이 막혀했다. 그날 나는 유리창 밖으로 눈부시게 피어있는 목련을 보고 있었다. 봄햇살이 따사롭게 내리 쪼이고 있었다. 문득 청소를 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걸레질을 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속에서 뭉클하고 이해할수 없는 감정이 치솟아 오랐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과 미움과 사랑이 복합되어 도저히 내 자신조차 설명할수 없는 감정이었다. 걸레질을 하고 일어서는 아내를 뒤에서 꼭 끌어 안았다. 아내의 따뜻하고 달콤한 체취가 코안으로 가득 차 들어왔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란듯 하던 아내가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차분한 음색으로 “낚시나 다녀오세요.” 하고 말했다. 나는 “그럴까?”하고 대답하고는 바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은 낚시를 가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의 그말을 듣는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쏫아질거 같았다. 낚시를 가겠다고 대답한건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자 뱉은 말일 뿐이었다. 차를 몰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오자 마자 길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속에는 비밀의 정원에 대한 한없는 두려움이 있었다. 가야 하는가? 갈수 있을까? 이 두 개의 질문만이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잠시 차에서 벗어나 인도로 올라섰다. 인도위엔 이미 떨어져버린 목련 꽃잎 검게 썩어가고 있었다. 그 꽃잎들을 보고 있으려니 머릿속에 시한편이 그려졌다. 목련은 지지 않는 꽃이다. 꽃은 지기를 거부하고 두터운 꽃잎들은 검게 썩어간다. 목련은 지지 않는 꽃이다. 시들길 거부하고 죽어가는 꽃, 어디 시들지 않는 청춘이 있으랴 어디 시들지 않는 순백의 순정이 있으랴 목련은 지지 않는 꽃이다. 그 하얀 순정이 시들기 전에 기꺼이 죽어가는 꽃이다. 시 한구절을 머릿속에 그려 보노라니 그녀의 하얀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 내 가슴속엔 그녀의 얼굴이 한시도 떠나지 않은채 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다. 가야 한다. 아무리 두려움이 크더라도 나는 그곳으로 가야한다. 그곳에서 맞이할 모든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 그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소읍에 지나며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실내포장마차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방치된듯 가게 앞에는 쓰레기들이 즐비했고, 찢겨진 프랑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며 나는 그녀의 집마당을 바라보았다. 빈 장독 몇 개만이 어지러히 놓여 있었다. 낚시대를 가지런히 펼쳤다. 아직 해가지지도 않았지만 케미불빛을 밝혀 놓았다. 낚시대의 세팅이 다 끝나고 나서 의자에 몸을 기댄체 그녀의 집을 바라보았다. 소읍을 지나면서 그때까지 무슨생각을 했고 무슨 감정이 들었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모든 낚시 준비를 마치고 의자에 몸을 기댈때가지 아무 소리도 들을수가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비어 버린것 같았다. 그녀의 집 마당은 정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마당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흔셋의 나이, 숨막히게 지루한 중년의 삶에 잠시 일탈을 꿈꾸었던 그 시간들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또 그렇게 남은 절반의 삶을 살아가게 될것이다. 내가 부수지 못하는 내자신의 굴레에 그렇게 갇힌채..... 갑자기 어께가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쏫아져 나왔다.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시작했다. 십수년을 참아온 뜨거운 눈물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체면도 주위의 시선도 아무것도 거칠것 없는 울음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울음속에 제일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건 힘든시절 끝까지 곁을 지키던 피곤에 지친 아내의 얼굴이었다.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늘 웃어보이던 아내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아픈 마음을 숨기고 바라보던 가족들의 애쟌한 얼굴과 아타까운 마음을 숨기며 지켜봐주던 친구들의 얼굴들이었다. 내겐 너무도 과분한 사람들의 얼굴들이었다. 눈물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상처입은 작은새는 그녀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두려움과 고통에 젖은 몸은 떨리고 두눈엔 눈물만이 가득해도. 꼭 안아 슬픔을 감싸주고 체온을 나눠주고 싶어도 그 여린뼈가 부서질것만 같아 그 상처받은 마음이 망가질것만 같아 아무도 안아주지 못한 작은 새는 바로 나였다. 그녀만이 오직 그녀만이 삶의 끝자락이 가져다 주는 혜안으로 갈기갈기 찢긴 내가슴속의 상처를 발견하고 안아주려 했던 것이다. 오직 그녀만이.... 처음 늙은 아낙의 오열을 듣던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삶의 희노애락과 생노병사마져 무던해질 그 아낙에게 그리 깊은 한과 큰 슬픔을 가져다 줄수 있는건 그녀의 생명밖에는 없을 거라는 것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마지막 몸짓이었다는 것을.... 그걸 막은건 내 이성도 아니었고, 내가 가진 굴레도 아니었다. 그건 내 가슴속에 담긴 분노, 사람에 대한 분노였다.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수 없는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였다. 나는 지금껏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내 부족한 능력과 실수로 빛어진 실패를 다른곳으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울음은 그치질 않았다. 울음을 그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울면서 주변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파라솔을 끈으로 팽팽히 고정시키고, 낚시가방을 정리해서 지퍼들을 끝까지 올리고, 돌을 가져다 의자 다리에 개어 놓았다. 그리고 한번도 올라가보지 않은 뒤편 둔덕위로 올라 갔다.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수면도 온통 붉게 물들었고, 야산과 소읍도 붉은 노을에 속절없이 물들어 있었다. 어느새 눈물은 그쳐 있었다 마음은 한없이 평온했고 몸은 날아갈듯 가뿐했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정갈히 펼쳐놓은 낚시는 그곳에 남겨두었다. 세상과 사람을 미워하던 못난 내 반쪽도 그곳에 남겨두었다. 그녀를 끝내 안아주지 못한 못난 내 반쪽도 그곳에 남겨두었다. 차를 몰고 그녀의 집을 막 스쳐가며 그녀와 나를 이어주던 쪽창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왔다. 그곳에 하얀무명실에 굴비처럼 역인 케미 여덟 개가 걸려 있었다. 그녀도 그곳에 자신의 반쪽을 남겨두고 떠난 것이었다. 차를 세우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매일밤 나의 남겨둔 반쪽과 그녀의 남겨진 반쪽이 비밀의 정원에서 만나 케미불을 밝히고 그렇게 서로의 날숨과 들숨을 교환하면서 밤을 세우는 숨막히는 긴장의 밤을 보내리라! 먼훗날 내 중년의 세월이 끝나고 감정이 소용돌이치기 않을 노년의 시절이 오면 나는 다시 비밀의 정원을 찾아 그곳에서 만난 두 여인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보리라. - 끝 - 부족한글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휀님이 댓글에 그곳이 어디냐고 알려달라는 글을 달았습니다. 비밀의 정원은 이곳 월척입니다. 그토록 안고 싶고 안기고 싶었던 그녀는 바로 여기계신 휀님들이구요. 결말을 어찌 지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비밀의 정원인 이곳 월척에 휀님들을 짝사랑하던 내 반쪽과 사연 많은 아이디를 남기고 이만 떠납니다. 내가 안기기엔 너무 많은 가시들이 두렵고 내가 안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네요. 안녕히들 계세요. 그동안 즐거웠고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일단 안읽고 댓글1번 ㅋㅋ

두근두근 빨리 읽어보고 댓글달께요
목련은 지지않는 꽃이다...
1부9부까지 여러가지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내가 비밀의정원에 있는듯 하여 묘한 기분
들었구요 감명깊게 잘보고 갑니다
시즌2 또 나오겠죠? ^^
감사합니다...
가끔씩 올라오는글을 읽으며 많은생각과
추억을 회상하게 하네요...
앤딩도 좋은 방향이구.. 자뭇 혹시나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는데 마지막 까지 풋풋함이랄까 아무튼 전 정말 참 재밌게
완독을 했네요..
재밌는 글에 좋은 해피앤딩으로 마무리해주셔서 웃음으로 저도 마무리 합니다.. 감사해요..~~^^
엔딩은 언제나처럼 허탈함과 쓸쓸함이 밀려오네요
그동안 잼있게 읽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항상 담편이 궁금했었고요...
마음에 와 닿는 부분도 많았고요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오잉,,떠나다니요,,
소설 잘 읽게 해놓고는 간단 말인가요,,
ㅎㅎ,,참
이구 상처를 입으셨군요
넘 애착이 많았나 봅니다
글 잘 읽었는데 안타깝습니다
마음에 정리가 되시면 다시 보실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 동안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ㅡ
생각을 하게되는부분도 많았구요ㅡ
장시간 글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ㅡ
처분하게 정리 되시면 좋은글 계속 보고 싶습니다ㅡ
안녕이라는 인사말은 하시지 마세요ㅡㅡ
잘 읽었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박수를 드리며,,염치 없지만 다음번에도 이런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붕어우리'님 그동안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월척을 떠나셨다고.....
모쪼록 건강하시고 안출을 기원합니다.
다음에 돌아오실때는 좀더 넉넉한 마음으로 오십시요.
감사했습니다. 꾸벅!
"나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그 하얀 순정이 시들기 전에 기꺼이 죽어가는 꽃이다."

이 두 문장이 특히 좋습니다.
마지막 편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군요. 이태백의 '도화류수묘연거'라는 싯구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아련하게 사라지는 아름다운 뒷모습이랄까.

자게판에 제가 좀 심한 말을 써놨습니다. 딱 한 번만 저를 향해 욕해도 좋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날들이 되시길 빌고, 하시는 일도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요
월척 떠나신다는 말씀은 하지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가슴이 짠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가슴한켠 어째 제 이야기인듯 먹먹함이 느껴지네요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발 떠나지는 마시기를..
잘읽었습니다. 왠지모를 슬픔이 느껴지네요 하시는일마다 잘되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네요..
기냥..추천만 남기고 조용히 물러 갑니다..!
붕어우리님 감사했습니다
행복하세요~~
잘읽엇읍니다

그리고감사합니다.건강합시요,
바람은....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는군요~
뭐라고 칭찬해 드리고 싶은데 선뜻 얘기가 떠오르지 않네요.

재밌는 얘기 한때나마 조마조마 해가며 즐겁고 야릇했습니다.

이번에 아쉬웠던 동지들이 저말고도 많이 계실것 같은데... 담엔 일탈을 그려주셔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첨에 경험담인줄 알았는데 소설이었군요.. 필력이 대단하십니다..잘보고 갑니다.
부족한 글 이리 애독해 주시고 댓글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너무 정성이 부족했던거 같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시제도 맞지 않고 오타 투성이에,

더 길게 표현해야 될 부분들도 짧게 끝내버린 부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더 정성을 기울일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다시한번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시고 힘이되는 댓글 주신 훼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격하지 않고 잔잔한글 잘 보았습니다.

모나지 않은 글에 님의 성품을 상상하여 봅니다.
수고하셨어요

마무리도 좋았구요

우리나이에 한번 느껴보고싶은
나만의로멘스

공감하며 댓글남깁니다
잘보고갑니다
붕어우리님

비밀의 정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님!
가시에 찔린 상처들이 빨리 낫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예쁜 정원에 꽃향기 일거든
향기 쫓아 마실오세요.

去者必返 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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