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올라서는 보기 드문 태풍이 참으로 우악스럽게 세상을 혼내주고 떠난 밤입니다.
냉정하게 차가운 달빛을 맞으며 수면은 비열하게 반짝거립니다.
거칠고 모질던 시간을 견뎌낸 한 사내가 물가에 앉아 있습니다.
사내는 불어대는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무엇인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사내가 시선을 고정시킨 체
음산하게 번쩍거리는 물체를 응시한 지는 벌써 한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보 같은 넘..
그는 물이 뒤집히면 엄청난 조황이 있다는 정보만 믿고 ~
태풍만을 기다리다 출조 한 바보 같은 사내랍니다.
홀로 내 달렸던 지난 세월에 겪었던 수많은 야전의 경험으로~
거친 자연을 즐기는데 익숙한.. 사서 고생하는 바보 같은 사내랍니다.
뭍으로 올라선 엄청난 비바람을 피하려 모두들 떠났지만~
홀로 된 외로움을 즐기던 그는..
홀로된 기쁨 가득한..~
찌불의 감성을 기대하며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바보 같은 사내랍니다.
대단한 허세를 밑천으로 담력깨나 자랑하던 사내였지만~
이 밤에는 모골이 송연한 두려움에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들어난 모습이 두 자쯤 되 보이는 검은 물체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그에게 조금씩 다가옵니다.
무엇일까??
물체가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된..
얼마 전부터 품고 있는 불길한 의문입니다.
바람이 거세어지면 야차 같은 산모기는 날아가고~
불길한 검은 물체는 사슴을 노리는 악어의 모습으로 사내에게 조금씩 다가섭니다.
기분 나쁘게 음산한 기운을 내 뿜는 저것은 무엇일까?
가물치나 대형 잉어의 사체가 떠오른 것일까??
행락객이 버린 대형 쓰레기가 뒤집힌 물속에서 솟아난 것일까??
사내는..
홀로...
두려움이 생겨나지 않을 상상만을 해 봅니다.
그러나~
서서히 다가서는 기분 나쁜 물체는..
물고기의 사체도 행락객이 버린 쓰레기도 아님이 점점 분명해 집니다.
검은 색은 분명한 듯 싶은데~
조금씩 일렁이는 파도에 휩싸였다 사라지며 보여주는 형태는..
흡사~ 사람의 등허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체인가???
몇 달 전 물에 빠져 죽은 시신이 물이 뒤집혀 떠오른 것인가??
아니면~ 흉악하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짐승만도 못한 어느 놈의 손에 죽어 ..
차가운 수면아래 수장 된 한 맺힌 사체가 떠오른 것일까??
평생에 느껴보지 못했던 서늘한 기운이 사내의 뒷덜미를 타고 등허리를 스쳐갑니다..
만약 사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내는 비겁하게 비웃는..차가운 달빛만이 가득한 산중에 앉아 불길한 상상을 합니다..
물체는 다가서다 말고 다시금 호심으로 멀어져 갑니다............
사내는 싸늘한 상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는 와중에도~
긴 시간 긴장하고 있는 지금이 화가 납니다.
다가서려면 아주 가깝게 보여야 무엇인지 확신을 가질 것인데~
검은 물체는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호심으로 사라져 가는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가 사내를 화나게 만듭니다.
신고할까??
112에 신고하고 사체를 건져내는 상상을 해 봅니다..
뉴스에 나오겠지??
// 태풍이 몰아치던 지난 밤..
홀로 낚시하던 조사가 신원미상의 사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며칠 전에 실종신고 된 모 인사의 사체로 추정하고,
국과수에 사망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그래...
혼자서 사체를 보아도 수습할 수도 없을 것이고~
경찰에 신고해서 무엇인지 확인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야~..
사내는 핸드폰을 움켜쥡니다.
1...1...2...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아차 싶은 생각에 사내는 주저합니다.
만약 사체가 아니라면~???
나는 겁에 질려 허위신고 한 바보가 될 것이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면박만 당할 것인데...
거..참~.....
사내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담아 둡니다.
그래~..
싸나이 체면이 있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바보짓을 할 수는 없지...
사내는 애써 음산한 물체를 외면하고 찌불에 집중해 봅니다.
그러나, 야차 같은 산모기들에 시달려가며 지켜보던 찌불에는 미동도 없습니다..
사내는 40 44 ..다섯 대 펴 놓은 대를 들어 채비를 걸어 둡니다.
철수해 버릴까??
그럴 수는 없지...
사내는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물체의 음산한 기운에 밀려~
허둥지둥 도망치는 뒷모습을.. 사내의 자존심이 하락치 않은 까닭입니다.
입질도 없는데 잠이나 잘까??...
어차피 어두워서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끌어내어 속 시원하게 볼 수도 없으니~
음산한 기운 가득한 이 밤이 지나고 온 세상이 밝아질 때 확인해 보자..
맞아~..
그때 신고해도 늦지 않을 것이고~
만약 사체라 하더라도 낮에 보게 되면 두렵지도 않을 것이야~..
생각을 굳힌 사내는 세워둔 차로 향합니다.
조수석에 앉아 담배 하나 뭅니다..
자기는 자야 하는데...
에이~...
잠들어 버리자..
강하게 마음 굳힌 사내는 조수석 의자를 제끼고 누워버립니다.
시선마다의 음산한 바람은 차창을 스쳐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내의 감은 두 눈 속에서~
호심으로 향하던 물체가 사체로 변해 걸어 나와 ..
잠든 사내를 들여다 볼 것만 같습니다.
서늘한 상상은 한동안 사내를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잠이 듭니다...
몇 시간쯤 누웠는지...
악몽 같던 어둠은 걷히고
마침내~ 찬란한 볕살이 아름다운 아침이 되었습니다.
가보자..
두 주먹을 한껏 움켜쥐고 발도 두어 번 꽝꽝 울려가며 용기를 만들어 봅니다.
물가에서 사내는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어디 갔지??
지난밤에 사내를 온갖 상념에 잠기게 만들던~
기분 나쁜 검은 물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깊은 물에 가라앉아 버렸나??
에라..
낚시나 하자..
이것저것 떠 밀려온 부유물이 깔린 주변을 살피며 사내는 대를 집어 듭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새까만 물체가 사내의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저 것은...???
저 것 이었을까???
사내는 눈을 감고 지난밤을 더듬어 봅니다...................................
일렁이던 잔물결에 음산하게 번쩍거리던 물체..
사체의 등허리처럼 잠겼다 나타났다 ..를 반복하던 물체..
음산하던 달빛에 기분 나쁜 검은빛 발산하던 그 것....
앞뒤를 맞춰보던 사내는 허탈함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이런 바보 같은~..
허 허~이~...
거..참..
바보가 된 사내에게 사체라는 상상을 심어주던 기분 나쁜 물체는~..
물이 반쯤 차서 떠오른 대형 트럭 폐타이어였던 것입니다..
어둠이.. 사내를 바보로 만들었지요..
어둠이 만들어준 공포영화에서 사내는 주인공 이었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옛일을 글로 남겨봅니다.
시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제가 느꼈던 가장 써늘했던 체험이오니~
진짜 사체가 나와 모골이 송연하게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셨을..공포 매니아님들께는~
그 기대를 저버린데 대한 사과의 말씀을 미리 전해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비열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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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글솜씨가 읽는끝까지 긴장케했습니다
잘읽고갑니다 후덜덜.......
허무파계열같네요.^&^
픽션을 약간 가미하신다면 소설가가 따로 없네요.
하지만 실제 경험담이라 더 재미있습니다.
뭔가 나올듯한 상황이 분위기는 더욱 더 쥑~ 이지여 .
혹시 진짜 시체였슴 ,,, 낚시가 아닌 골프채 둘러메고 필더에 가 계실지도 .......... ^^헤헤
잼나게 읽어 보았습니다.
아뭏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얼마안남은 올한해 잘정리하시고 새해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예지인님 답지않게 타이어라뇨~~~~~~~~ㅎㅎ
전 사실 사체이길 바라면서 내려왔는데~~~~~~~~~~허무
참 대단하십니다.
저 같으면 벌써 집에 왔을겁니다. ㅎㅎ
재미난 글 공짜로 보고 갑니다.
긴장감 속에서 무셔무셔 ㅡㅡ; 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좋은 교훈 얻어갑니다.
에고 예지인 선배님 회원 정보를 훔쳐보니 48을 비롯한 수 많은 사짜를 하셨는뎅
떡밥낚시 초보인 저의 최대어는 훌치기에 아랫턱 훅킹되어 올라온 27 이랍니다 ㅜㅜ(에공 언제 워리라도 해보나)
예지인 님 비롯하여 여러 선배님들 행복한 연말,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
휘리릭~~~
까만모자님..잠못드는 악동님..붕어와 춤을님.. 니꼬아빠님..
즐겁고 흥미롭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한 마음을 한아름씩 전해 드립니다..
님들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읽다보니 빠져들어서...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그 비겁하게 비웃는 .. 차가운 달빛이...
출동대원들에의해 생매장되는 것을 비추며 더욱 비열한
어둠의 목격자가 되었을텐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갑니다,,,
신고 안하길 잘하셨어여,,,ㅋㅋㅋ
잔뜩 긴장하고 출동한 경찰의 모습을.....@#$%$@%$&
어느날 갑자기 신춘문예에 등단하시는것 아닙니까????
행운과 행복이 가드하시길^&^
2%부족한것 같지만 글 솜씨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비열하고 재미난 공포 잘보고 갑니다...
체험했던 두려움을 생생히 묘사해 보려~
나름으로는 정성드려 글을 썼답니다.
좋은 말씀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하시는 일들 번창하시고~
정겹고 행복한 일들만 생겨 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