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5감 중 그래도 가장 믿을 건 시각. 하지만 그 시각이라는 건
이따금 사람에게 있어서 스스로 헷갈리는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낚시꾼이 죽자 살자 좋은 찌 멋진 찌라하는 이른바 명품 찌를 갈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낚시꾼들이 명품이라 하는 찌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우선 타고난 몸매가 아름다워야 한다. 무릇 명품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일단
나올 곳은 나와야 하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야 한다는 기본에서부터 반질거리게
윤기 나는 피부며 조화로운 자태에 고운 분단장으로 잘 다듬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덤벙거리지 말아야한다. 즉 까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명품
찌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물속으로 들어갈 때나 나올 때 경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복을 차려입은 기생 년이 난데없이 힙합을 추겠다고 설치는
꼬락서니도 그렇지만, 푼돈으로 껄떡거리는 철없는 놈팡이들에게 이내 속옷고름을
풀어 놓는 것도 우습듯이, 찌 또한 잔챙이들의 입질에 경망스럽게 촐싹거려서는
안 되는 거다.
또한 찌는 잘 보여야한다. 그것도 보통으로 잘 보여야 하는 게 아니라, 심하게 잘 보
여야 한다. 이를테면 색 고운 여인네 장딴지 같이. 하긴 사내들 눈엔 그만큼 훤한 게
또 있을까만, 그렇다고 단순하게 눈에 잘 띠어서는 안 된다. 즉 지척도 분간할 수 없
는 짙은 물안개 속에서도 붕어의 진중한 입질을 보여 줄 만큼 색이 눈에 잘 띠야 하
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조건을 빈틈없이 다 갖추고 있는 찌를 난 잃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살 몇 점을 도려낼 일이지...
‘맞아... 거기였어! 젠장... 그 더러운 물가에 뉘여 놓고 오다니... 내 생애에 처음
38cm의 토종붕어를 안겨준 찌를 거기에 두고 오다니...’
그런 명품 찌를 잃어버리고 물가에서 술기운 떨어진 알코올 중독자 같이 이유 없이
주절거리고 있는데, 남창이 섬광처럼 내 왼쪽 뇌를 스쳤다.
‘음... 남창~~!! 확실히 그곳이야...’
다시금 곱씹어 봐도 그곳이 분명했다. 짬뽕을 한 그릇씩 때리고 물가로 갔었는데,
그곳 물이 너무 실망스러운 나머지 앞뒤 가릴 것 없이 이내 철수를 해버렸었다. 그
때 낚싯대를 접으면서 줄을 떼놓고 나중에 따로 감는다는 게 그만 깜박한 것 같았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임제-
황진이를 그리워하는 임제 영감의 맘이 그랬을까!!??
색이 그리우면 엽전 꾸러미 싸들고 홍등 밝힌 곳으로 가면 될 테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데서야 어디 가서 찾을 수 있을꼬?
‘솔피찌’
그게 솔피, 즉 소나무 껍질로 만들어졌다는 건 그 뒤로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다.
찌가 될 수 있는 재료론 갈대나 부들 또는 오동나무나 물사랑님이 쓴 삼나무(월선
이) 등이 있겠으나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본 결과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재료, 이를테
면 박 은행을 비롯해서 스치로품 종이 그리고 심지여 우렁 껍질이나 메추리알 등 물
에 뜰 수 있는 건 다 찌 재료로 사용한 사람도 있어 너무 웃겼다.
찌의 세계...
난 그렇게 해서 찌의 세계에 들어간 것이다. 이른바 색의 세상으로... 예전엔 난 그런
세상이 있는 줄 알지도 못했었다. 찌란 단지 낚시점에서 필요할 때 사서 쓰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그런데~!!
나도 그런 명품 찌를 손수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그곳에서 봤다. 그 현란한 찌의 세
계에서 말이다...!
그래서 난 그길로 솔피를 찾아 나셨다. 100년이 된 것인지 천년의 지력을 빨아 모은
소나문 진 알 수 없지만, 일단 소나무 껍질만 눈에 띠면 떼여올 요량으로...
2편으로 끝맺으려 했는데 좀 더 길어지네요. 죄송...
그럼 감사합니다.
* 월척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21 09:10)
사나인 색(色)에 약한겨...(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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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의 예찬에 저의 오감이 작동합니다.
좋은찌의 매력은 잘빠져야한다.................
솔피찌는 쭉쭉빵빵 뭐~ 이정도는 되야죠.
글 솜씨가 대단합니다.
3편이 기다려집니다.
추운날씨에 건강유의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오늘하루의 스트레스가 확~ 없어져 버렸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