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시절…
한창 꿈 많고 혈기 왕성한 나이였기도 하지만 잠시 방황하던 시기였기도 했다.
쉽사리 적응되지 않는 대학교 생활과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잠깐동안 부질없는
걱정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절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물가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만의 안식처였을 것이다.
결국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장기 군입대를 자원했다.
입대 날짜가 얼마남지 않아 착찹한 마음도 달랠겸 고향 물가를 찾았다.
때는 한여름 삼복더위.
당시 애마였던 MX125 오토바이를 타고 저수지가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니
온몸은 땀으로 흠뻑졌었고 저수지가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상류 계곡에
발가벗고 뛰어들었다.
차디찬 계곡물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나오니 허기가 돌았다.
양은으로 만든 찬합에 꾹꾹 눌러담은 찬밥과 텃밭에서 따온 풋고추,
반주로 고이 모셔온 사홉들이 소주한병이 전부였다.
허겁지겁 밥을 입으로 쑤셔넣는 순간 밥에서 쉰네가 풀풀난다.
더운 날씨에 몇시간째 두었으니 그럴법도 했겠지만 모래도 소화해 낼
20대라 계곡물에 대충 행구고 순식간에 해치웠다.
불빛한점 없는 저수지 뒷산엔 소쩍새 울음 소리와 하늘에 쏟아질것 같은 별들.
대낮에 아딸딸한 취기는 어둠이 찾아든 저수지 분위기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세상 부러울것이 없었다.
며칠전 내린비로 만수가 된 저수지 상류 버드나무 언저리에 세워둔 찌가
조금씩 반응을 하는 순간 아랫배에서 부글부글 긇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왔다.
낮에 먹은 쉰 밥이 문제였으리라….
자리에서 일어나 10보 후방으로 가서 뒷꿈치로 땅을 파고 아랫도리를 내렸다.
그순간 중학교 생물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쾌감중 배설의 쾌감이라는게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쾌감하고 이건 다른건가?
암튼 옆에 있는 칡잎을 두어장 착착 포개서 뒤처리를 하려던 바로 그때…
아까 전부터 반응을 하던 좌측 찌가 살포시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 생각할것 없이 그자세 그대로 냅다 뛰었다.
무릎 아래로 내려간 바지때문에 흡사 침팬치가 뛰어가듯이…
챔질 순간 낚시대 우는 소리와 함께 버드나무속으로 파고드는 강력한 저항…
하다만 뒷처리때문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잠시 실랑이를 하고 올라온 붕어는
언뜻봐도 허리급 이상이었다.
얼른 살림망에 모셔두고 그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떡밥을 다시 달아 던지기까지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뒤로 돌아와 하던 볼일을 마저 보는 순간 이번엔
가운데 찌가 이미 다 올라와서는 옆으로 슬금슬금 가고있는게 보였다.
좀전과 동일한 자세로 다시 뛰었다.
요란한 물소리를 일으키며 올라온 붕어 역시 대물이었다.
그렇게 그날밤은 한번씩 찾아오는 복통으로 대여섯번은 침팬치 자세로 뛰었고,
뜻하지 않게 대박조황을 거둔 하룻밤이었으나 날이 밝고 돌아본 내 몰골은 가관이 아니었다.
땀으로 범벅된 몸, 신발과 옷에 묻은 배설물들은 지난밤 치열했던 시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낚시 하다가 밥을 먹을때나 볼일을 볼때도 쉽사리 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행여나 그 옛날처럼 귀신같이 찌가 올라올까봐…..
죄송합니다.
식사중이셨다면...
설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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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군요...@@
저는 이제 실토를 합니다.
항상 옷은 여유를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청평에서 낚시를 하는중에 배가 아프면서 배변이 급하여 송골맺은 땀이 남니다.
설사를 하는데 바지를 내리는것이 아니라 윗 옷을 막 벗습니다. 물흐르는 방향으로 엉거추츰 걸어가다가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날 목욕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사람이 찾지않는 나만의 터입니다.
리얼 합니데이 ㅋㅋ
근데 거기가 어디라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