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
"형, 이병건 회장은 지금 미국에 있다고 하던데?"
거성그룹에 다녀온 춤추는소년이 뜻밖의 말을 하자 비로는 디데이를 오늘 밤으로 정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병건 회장의 별채에는 정원사가 두명, 운전사 한명 가정부가 한명, 경비원 두명이 상주하고 있다
이회장의 부인과 대학교 3학년인 딸이 하나 있다 그리고 독일산 세퍼드가 두마리.......
비로는 소년에게 오늘밤이 거사이니 준비를 단단히 해두라고 이르고 작전계획을 다시한번 치밀하게 검색해 보았다
스승이 보내온 메일에 의하면 다행히 비밀 지하실엔 적외선 경보기는 없었다 아니,
이병건 회장집 자체가 적외선이 없었으니 회장은 나름대로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심뽀로 살아오진 않은것 같았다
가야금관관음보살상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몰라도 스승님의 레이다망에 잡힌 이상 그 보물도
곧 문화재청에 보낼 것임을 상기하자 비로는 손에 땀이 배였다
나름으로 경비가 삼엄할 국내 굴지의 재벌 집을 털러 간다는 것에 약간의 긴장과 스릴을 느끼자
비로는 그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 중 이었다
밤 11시,
"소년, 시작하자"
"옛설 캡틴!"
소년은 늘 이렇다 평소엔 형이라고 부르지만 일과 관련해선 상하관계에 절대 복종하며 대장이라고 부른다
영리한 녀석이었다 비로가 혼자서 뛸 때는 위험에 빠진 적도 부지기수 였지만 소년이 합류한 뒤부터는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머리회전이 재빠르며 수읽기에 능하고 임기응변에 강한 것은 소년이 있었던 절에
한 프로도박사가 심신을 휴양하러 왔었을 때 소년의 재기에 반해서 화/투와 포/커는 물론이며
뚜룩질 솜씨까지 전수해준 까닭이었다 소년은 서울에서의 4년 동안 완벽한 도시인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봉고를 몰고 이병건 회징 집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 차를 주자시킨 비로는 다시한번 준비물들을 점검했다
준비물이라야 간단 할 수록 좋았다 만능키, 후레쉬, T격자 못, 청진기, 마취제를 넣은 쇠고기 세 뭉치,
SC3000 워키토키, 야간투시경,마스크, 장갑, 등산용 양말, 마취용 분사기........
새벽 2시가 되자 비로는 움직였다
"소년, 신호하면 즉각 차를 대문 앞에다 대야한다"
"넷 캡틴"
"이병건 회장집이니만치 수시로 경비원들이 집주변을 배회 할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무전 때리는 거 잊지 말고...."
재벌 회장 집을 턴다는 사실에 소년의 강심장도 제법 긴장이 되는지 표정이 굳다고 비로는 생각하며
소년을 안심시키려는 듯 싱긋 웃어준다 그제서야 소년도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싱긋 웃는다
온통 시커먼 옷으로 무장(?)한 비로가 복면을 쓰고 담벼락에 붙어 서서 이회장 집으로 블랙스파이더처럼 스며들자
소년은 봉고차에 커텐을 치고 무전을 열어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엔 몇분이나 걸릴까.....
한 30분은 걸리겠지? 경비가 삼엄한 재벌집이니만치.......
비로는 전경이나 경비원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대문 옆에 붙어 서서 세퍼드들이 있는 쪽으로
정확히 마취약이 든 쇠고기를 던졌다 그리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먹는다.....
개들이 밥먹을 때 내는 소리가 분명 들려왔다 정확히 5분 후에...... 비로는 집 뒷 쪽으로 가서
한껏 심호흡을 한 후에 벽을 박차고 가뿐히 담을 넘어 나무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나무 뒤에 숨어 기척을 살폈다 조용했다......
세퍼드들이 마취 고기를 먹고 뻗은 것이 분명했다 비로는 신속하게 몸을 움직였다
현관문을 만능키로 따고 집안으로 들어선 비로는 주저없이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아래층 안방에선 회장의 부인이
자고 있을 테고 2층에는 딸의 방이 있고 서재가 있다 3층은 딸의 피아노 연습실이었다
서재방문을 돌려보았다 잠겨있지 않았다 신속히 들어선 비로는 손전등을 켜고 서재 한 켠 벽에 붙어있는
책장을 오른쪽으로 밀어보았다 역시,, 스승님이 알려 준대로 책장이 옆으로 밀려나가며 비밀 문이 하나 나왔다
비로는 그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잠겨있었다 가방에서 전동드릴과 만능키를 든 비로는 순식간에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손전등을 여기저기 비춰보았다 약 4평 정도 되는 방안엔 온갖 도자기들과 그림들이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중앙에 언뜻 보기에도 최신식 대형금고가 떡 버티고 있었다 바로 저거로군......
금고는 다이얼식과 전자문자로 되어 있는 이중금고였다
과연 재벌총수답게 금고도 거창하구나...생각한 비로는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일본제 청진기를 꺼내서 귀에 꽂은 비로는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약 7분쯤 지나자 다이얼 걸쇠가 철컥~하며 풀어지는 미세한 소리가 나자 비로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싱긋 웃었다
자 이번엔 전자번호판이라........
비로는 가방에서 검은색 셀룰로이드를 꺼내서 번호판에 밀착시키고 물감용 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2분정도 기다리자
23864라는 번호에 표시가 나기 시작하자 그 번호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바꿔가면서 눌러주었다
1분도 안되서 틱~하면서 금고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있었다
비로는 그만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금고 안엔 그야말로 온갖 진기한 보석들과 달러화 엔화 파운드화에 유로화까지......
그리고 있었다 거기!! 한눈에 보기에도 진기한 가야금관관음보살상이 세상에 나갈 채비를 하며
비로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다 비로는 지체없이 가방에서 스티로폼 용기를 꺼내 보살상을 담아 가방에 넣고
어깨에 매었다 다른 것들엔 일체 손대지 않고......
금고문을 닫고 이젠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자 긴장이 풀어지고 유준홍 문화재청장의 놀라는 얼굴이 오버랩되어 오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때, 소년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귀에 꽂은 워키토키를 통해 들려왔다
"캡틴, 경비원으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가 집주변을 배회하고 있어 지금 나오면 안됨"
"알겠다 소년 일은 성공이다 경비원이 사라지는 대로 연락 줘"
"역시, 캡틴은 대단해....성공기념으로 술 한잔 마시고 들어 갈 거지?"
"아후~~~ 또 술이야? 못말리겠다 너는....."
"히히힛....술이 좋은걸 어떡하우...이번엔 큰맘 먹고 내가 쏠테니 한잔 마시고 들어가야징 응?"
"녀석두.....알겠다 긴장은 풀고 자야 정신건강에 이롭겠지?"
"말씀이라구.....역시 캡틴다워...."
일은 완벽하게 처리했다 스승님의 정보는 역시 100%였다 약 10여분이 흐르자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캡틴, 지금이야"
"알겠다 정확히 1분 뒤에 차를 집 뒤쪽으로 대고 시동은 켜두지 말 것"
비로가 서재 문을 열고 나오는데 3층 계단에서 내려오던 이회장의 딸과 마주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억~하며 놀랐고 이회장의 딸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들고있던 뭔가를 떨어뜨렸다
'이런 낭패가...'
비로는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서 입을 틀어막고 서재로 들어갔다
이때 아래층에서 이회장의 부인이 잠에서 깼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 연희야 아직 안자고 있니?"
비로는 다급해짐을 느끼고 그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름이 연희인가 보군요 난 일개 좀도둑에 불과하지만 연희씨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살인자가 될 수도 있소,
무슨말인지 알아들으면 고갤 끄덕이시오"
그러자 연희가 고갤 끄덕거렸다 비로가 다시 말했다
"좋소, 연희씨를 믿겟소 그러면 밑에 계시는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말 한마디만 해주시겟소?"
연희가 재차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는 조심스레 틀어막은 입을 풀어주었다
연희가 돌아서서 비로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아래층을 향해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엄마, 아직 안 잤어요 이제 잘거예요 걱정 말고 주무세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거라"
조금의 정적이 흐른 후, 연희가 말했다
"대단하신 솜씨네요 요새 같은 우리 집을 들어오다니..."
비로가 당황하면서 말한다
"우선 약속을 지켜주어서 고맙소, 나는 나라의 소망을 위해서 딱 한 가지 물건만을 가지러 왔을 뿐이오"
"나라의 소망요? 도둑주제에 거창한 말을 하시네요"
"연희씨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요 난 좀도둑은 아니오"
"그러면 양상군자라도 되나요?"
비로는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맹랑한 여자로군...'
"그나저나 그 복면이나 좀 벗지 그러세요 양상군자는 어떻게 생겼나 한번 보고 싶어서요"
"연희씨가 다니는 학교를 알고 있으니 언젠가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추근대는 남자가 있으면
유심히 봐두세요 그게 접니다"
"그래요? 꽤나 도도하시네요 역시 양상군자라서 그럴테죠"
비로는 하마터면 소리 내서 웃을 뻔했다 참, 맹랑한건지 도도한건지.......
아니면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숙녀인지........
워키토키를 타고 소년의 초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캡틴? 어떻게 된거야 지금 나와야 하는데...."
"연희씨 전 이제 나가야 합니다 분명히 말하는데 조만간 연희씨 앞에 모습을 드러내겠어요"
"분명히 막걸리 사준다고 했죠? 잊으면 안되요"
연희가 알듯 모를 듯 한 표정으로 말하자 비로는 혼동을 느끼며 고갤 끄덕이고 조용히 서재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연희라........꽤나 당돌한 아가씨로군.....
비로는 무언가 기분이 짜릿해짐을 느끼며 담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두 남녀에 대한 운명의 전주곡은 이렇게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 제 2부 끝 -
** 제 3부에는 이연희까지 가세하여 일본으로 원정가서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펼쳐집니다
동경경시청 노무라 수사반장과의 숨막히는 두뇌게임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
세상의 모든 것들은 처음 시작된 곳에서 끝나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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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빨리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