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화원엔 질풍노도가 있다 *
오늘은 소년이 통원치료를 받는 마지막 날이다. 욱신거리던 갈비뼈도 말끔해졌고 약간 이물감이 느껴지던 앞니도
치과치료 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병원을 나선 소년은 인사동 쪽으로 걸으며 일본에서 야쿠자들과의
혈투를 생각했다. 미치꼬의 과잉친절로 일이 틀어지긴 했지만 소기의 목적은 무사히 달성한 셈이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내내 미치꼬와 슌스케의 안부가 걱정되었다.
혹시나 미치꼬로 부터 메일이라도 왔을까 하루에 한번씩 메일을 열어보지만 각종 광고 메일만
눈에 들어 올 뿐이었다. 사무라이 야쿠자가 칼을 들고 설치는 영화는 비디오로 몇 번 보았지만
공원에서 큼지막한 닛뽄도를 들고 다가 올 때는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스승님의 제자라는 궁상각치우가 나타나서 해결이 되었지만 닛뽄도를 든 야쿠자를
대장도 당해내기 벅찼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소년은 다시 한번 고갤 흔들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인사동에 도착한 소년은 전통찻집 귀천의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간판과 출입문이 허름하기 짝이 없는
한 골동품 가계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가계의 간판에는 ‘천부인 골동품’이라고 검정색 페인트로 써있었는데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소년이 가계로 들어서자 초로의 노인이 돋보기 안경 너머로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소년을 보자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소년을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셨어요 할아버지 저 왔습니다”
“어, 기봉이 왔구나 왜케 오랜만이노 어여 앉거라”
“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늙그막에 얼마나 평안할까만.....네가 보고싶어서 혼난 것 빼고 잘 지낸단다”
“송구합니다. 자주 찾아 뵙는다는 게 잘 안되네요”
소년이 자리에 앉으며 멋쩍게 웃음 짓자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커피 포트를 플러그에 꽂으며
찻잔을 가져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년은 가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지만 예전과
별다를 것 없는 초라한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져 옴을 느끼며 초로의 노인과의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 1년 전 **
소년은 경범이를 데리고 탑골공원을 살펴보고 있었다. 경범이가 사는 이웃집에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탑골공원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 같다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경범이랑 하루에 한번씩 탑골공원을 살피며 소매치기들을 찾아내던 중이었다.
그리고 공원 화장실 옆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돗자리를 펴고 앉아 딱 세 개의 도자기 같은 것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는데 도자기마다 종이에 가격이 써 있었는데 놀랍게도 백만원 단위가 적혀있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소년은 소매치기 들을 찾아보는 한편, 도자기를 파는 노인 곁에 와서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인들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 구경을 하고는 도자기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고 생각하는지
도자기는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소년이 보기에도 도자기는 흔히 볼 수 있는 도자기 같았는데
값이 비싼 것이 의문이었다.
노인은 늘 오후 2시 쯤에 와서 저리를 펴고 6시가 되면 돌아가는데 근 보름이 지나도 도자기는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어느 날 소년은 궁금하던 것을 묻기 위해 할아버지 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이 도자기 한 개 값이 정말 삼백만원 입니까”
“거기 종이에 삼백이라고 써 있지 않나”
“이 도자기가 삼백만원 값어치가 있을까요”
“있고 말고”
“유명한 도공께서 만든 도자기 인가요”
“유명까진 모르겠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도공께서 만드신 거라네”
“아. 그러세요? 그러면 더 비싸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도 그러고 싶네만 그러면 팔리지 못하니 그렇지”
“지금까지 도자기를 팔아본 적은 있나요”
“한 개 팔았네 작년에”
“얼마짜리를요”
“이백만원 짜리라네”
“순수한 도공의 작품을 알아보던 분이신가 봐요”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시며 말을 이었다.
“가끔 그런 사람도 있으니 매일 이 고생을 하는거지“
“그래도 1년에 겨우 한 개 팔리면 생업에 지장이 있을텐데요”
“오전엔 내 가계에서 일하고 있으니 생업엔 지장이 없다네”
“아, 가계도 있으시군요. 어디에 있나요”
“인사동에 있다네”
세 개의 도자기를 살펴보던 소년은 우윳빛이 나는 가장 작은 도자기에 제일 비싼 가격인 육백만원이
써있는 걸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육백만원 짜리는 웬간해선 팔리지 않겠어요”
소년이 말하자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소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도자기는 일반 그릇들과는 엄연히 틀리다네. 도자기에는 공명이 있기에 값이 그만큼 비쌀 수 밖에 없는거지”
잠시 도자기에 눈길을 주던 노인이 말을 이었다.
“도자기들마다 공명이 다 틀리고 그 공명에 맞는 인연이 나타나면 아무리 비싼 도자기라 해도
주인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는 법이라네”
“네 좀 어렵지만 뜻은 이해가 됩니다”
“허허...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보기드문 젊은이로군”
“관심있다 뿐이겠습니까. 저도 도자기라면 한가닥......”
여기까지 말한 소년은 입을 다물고 그날은 일찍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경범이와 함께 탑골공원에 간 소년은 도자기 할아버지가 웬 60대로 보이는 신사분과 가장 비싼 도자기를 두고
흥정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할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벡만원만 깍아주시지요. 오백이면 사겠습니다”
“아. 거 일 없다고 하지 않았소?”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습니까”
“도자기한테 에누리 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오”
“그래도 그렇지.....길거리에서 육백만원을 주고 사는 데........
그럼 오십만원만 깍아주세요”
“아니. 이제 오십이 올라서 육백 오십만원이 되었소”
60대 신사가 뜨악한 표정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황당하군요. 육백에서 순식간에 오십이 오르다니요?”
“선생은 나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소. 시간이 지날 수록 오르는 게 도자기 값이 아니겠소”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시간이 지나면 더 올리겠소. 육백오십에서 에누린 한푼도 없소”
신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자 경범이가 소년에게 말했다.
“대장. 저 할아버지 미치신거 아니야? 절호의 기회를 잡았는데 깍아주긴 커녕
값을 오십이나 더 올리다니 장사 다 할 생각이신가 봐”
“글쎄다 내 직감엔 저 신사 분이 결국 도자기를 살 것 같은데”
“엥. 말도 안돼. 만약 저 신사가 도자길 사면 오늘 저녁 술값은 내가 낼게”
“좋아 술값내기다”
소년이 말을 마치자마자 신사가 지갑을 꺼내더니 수표를 할아버지 에게 건네주고
도자기를 가지고 간 것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범인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소년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만 가자 할아버지는 도자기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기에 저렇게 당당하게 장사를
하시는거야 따지고 보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다시 탑골공원을 한 바퀴 돌며 수상한 놈들이 없나 살펴보던 소년과 경범이는 땅거미가 내려오는 시각이 되자
그만 돌아가기 위해 공원을 나서는데 저만치 앞에 도자기 할아버지도 영업을 끝냈는지 물건을 손에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소년은 좀 이상한 풍경을 포착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데..........
“경범아. 할아버지 뒤를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가는 야구모자 쓴 놈 보이지?”
“응. 잠바도 다저스 야구잠바를 입은 남자?”
“그래. 저 사람 며칠동안 공원에 자주 오더구만.....오늘도 몇 번 보았지?”
“벤치에 앉아 실연당한 놈 마냥 담배나 연신 작살내던데 왜?”
“저놈이 좀 수상하지 않냐?”
“글세. 난 잘 모르겠는데”
“저 놈 느낌이 좋지 않으니 바짝 따라붙어라”
경범이가 종종 걸음을 하며 야구 모자의 뒤를 붙을 때, 할아버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웬 남자가
할아버지 어깨를 들이받아 쓰러뜨리는 게 보였고 미안하다고 호들갑을 떨어댈 때 야구모자가
할아버지 뒷주머니 지갑을 쌔벼가는 것이 보였다. 경범이 고개를 돌려 소년을 보았고 소년은 무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경범아 앞 쪽에서 할아버질 넘어뜨린 놈을 따라가라 저 놈도 한패다”
경범이가 고개를 끄덕하며 남자를 따라가자 소년도 야구모자를 미행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두 놈은 골목길에서 만났고 야구모자가 품 속에서 지갑을 꺼내보이며 낄낄거리자 한 사내도
징그럽게 히죽거리며 지갑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형씨들 나 좀 볼까”
난데없는 소년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던 두 놈은 곧 소년을 자세히 관찰하더니
서로 얼굴을 한번 보고 실실 쪼개더니 야구모자가 말했다.
“꼬마야 우리한테 말한거냐”
“여기에 늬덜 말고 또 누구있냐”
“꼬마야 왜? 우리한테 볼일 있냐”
“니덜이 할아버지 지갑을 쌔벼간 것 다 봤다 그거 내놔라”
“야 꼬맹아 너도 뚜룩잽이냐. 이건 형들이 엄청 공을 들여 수확한건데 그냥 달라고하네 너 간덩이가 분 놈이냐”
“간덩이가 붓기는 신발넘들아...그 지갑이나 내놔”
소년이 두 놈을 째려보며 당차게 말하자 두 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추스르더니
야구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한다.
“꼬맹아 너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뒈지는 건 내가 알아서 할거고 지갑이나 내놓으란 말야 신발넘들아”
“아니 이 꼬맹이 넘이 아주 실성한거 아녀”
소년이 그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라 가위차기로 야구모자의 면상을 걷어차자 야구모자가 둔탁한 신음을
잇새로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그러자 다른 한 놈이 소년에게 발길질을 하며 달려들었지만 가볍게 피한 소년이
뒤돌려차기로 정확히 녀석의 얼굴을 강타하니 그 놈도 풀석 주저앉으며 신음소리만 내뱉는다.
“더 맞고 내놓을래 아님 곱게 내주고 꺼질래”
그러자 두 놈이 눈짓을 한번 교환하더니 동시에 벌떡 일어서며 소년을 공격하는데 소년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 놈을 또다시 공중 제비차기로 쓰러뜨리고 한 놈은 오른손 중지를 세워 관자놀이를 찍어버리자 두 놈 모두
쓰러져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다.
두 놈은 다시 눈길을 마주치더니 벌떡 일어나서 소년을 재차 공격할 듯한 모션을 취하더니
뒤로 돌아 잽싸게 튀기 시작했지만 뒤쪽에서 기다리던 경범이의 발길질에 또 다시 쓰러지며 낭패감이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
별 수 없이 소년에게 지갑을 내준 두 놈은 풀죽은 쥐새끼마냥 얼굴엔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고
소년과 경범이를 바라보며 때리지만 말아달라고 애원하였다.
“니덜.......탑골 공원에서 몇 건이나 해먹었냐”
“몇 건이라뇨. 이번이 처음.......”
야구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범이의 발길질이 날아왔고 야구모자는 배를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라지며 신음을 뱉어내었다.
“이제부터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거짓말이 나올 때마다 빨래 방망이로 마른 북어 때리 듯 뒤지게 맞을 줄 알아라
맞기 싫음 솔직하게 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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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인은 우롱차를 가져와서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석 달 만에 찾아온 것 같은데 왜 그리도 발걸음이 뜸했는가”
“네. 여러 가지 일로 조금 바빴었고 일본에도 다녀오고 해서요”
“일본에? 아이고 우리 기봉이 출세했네 하하하”
“출세는요 고생만 잔뜩하고 자칫 목숨까지..........”
“목숨? 그게 무슨 말인가. 목숨이 위태로웠다는 말인가”
“아니 그것이 저기.......야쿠자들과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별것 아닙니다”
“야쿠자들과 활극이라도 벌였나보군 허허......”
“하하... 할아버지두.......활극은 몰라도 여하튼 그런 일이 좀 있었지요”
“일본 야쿠자들이라면 잔인한 인간들이니 항시 조심해야 하네”
‘네. 새겨 듣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온 것은....“
노인이 찻잔을 놓고 소년의 눈을 보았다. 노인은 소년의 깊은 눈망울이 좋았다 조선의 우물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까만 눈이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외아들과 흡사하게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할아버지 화원의 연목 속 잉어와 질풍노도를 다시 보고싶어서 왔습니다”
“오, 그래...그런 일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네 그럼 자리를 옮기세”
노인의 뒤를 따라 쪽문을 열고 들어 선 소년은 갑자기 눈이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일자로 된 기와집이 한 채 있었고 마당은 의외로 넓었는데 마당 가운데에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 있었고
연못 속엔 몇 마리의 비단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엔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갖가지 꽃들이 향내를 뿜어대고 있었다. 돌 의자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타원형으로 4개 놓여 있었고
오래된 전등 같은 것이 집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상하게 이곳만 오면 마음이 한없이 평안해진단 말이야’
소년이 돌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헤엄치는 잉어들을 보고 있노라니 노인이 비단으로 돌돌 말아둔
긴 막대같은 물건을 가져와 돌 탁자에 올려두고 비단을 풀자 하나의 장검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 기봉이가 갑자기 질풍노도 검이 보고 싶었나보지”
“네. 일본에서 쪽바리들과 한바탕 판이 벌어졌었는데요 누가 쪽바리들 아니랄까봐 닛뽄도를 들고 설치더라고요”
“허헛.....일본은 무사시의 후예들이라서 검만 쥐면 무서운 게 없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네”
“네. 그 때 갑자기 질풍노도가 떠오르더군요”
“그래? 그렇다면 소년이 검도를 배우면 이걸 주겠네”
“넷? 정말입니까”
“ 그 위급한 상황에서 질풍노도가 떠올려졌다면 이 검의 주인은 자네일세”
“근데 그 검은 정말 녹두장군 전봉준이 사용하던 검입니까?”
“정말이고 말고.....이 검도 한 때는 일본인들 손에 뺏겼다가 천신만고 끝에 되찾아 온 소중한 보물이지”
“질풍노도(叱風怒刀)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만”
“음......”
노인은 칼집에서 칼을 꺼내 허공을 한번 베고는 다시 칼집에 넣고 소년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그 칼의 원주인은 동학 초대교주인 최시형 이었다네. 그에겐 등이 굽어 곱추였던 사촌 동생이 있었는데
힘들게 대장간 일을 하며 먹고 살았지. 물론. 40세가 다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대장간에서 먹고 자고
혼자 살던 측은한 동생이었지. 근데 그 동생이 하늘도 무심하게 천형이라던 나병에 걸린거야.
곱사등이만도 서러울판에 나병까지 걸렸으니 그 동생의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아마 자살까지 생각했겠지.......
나병 보균자라는 게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동생은 마을을 떠나야 했네.
헌데 그 시절에 최시형이 동학사상을 들고 나와 양반과 선비들이 조선을 망친다며 골고루 사는
사람세상을 만들자며 분기탱천 하던 시기였지.
그러나 자금도 딸리고 무기마저 빈약해서 속앓이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동생은 대장간을 차려주어
자기를 먹고 살게 해준 최시형에게 마지막 보은을 하자는 생각으로 검을 만들기에 착수했네”
노인이 잠시 말을 끊고 검을 한번 바라본 후에 말을 이었다.
“결국,,,108일 만에 검을 완성시켰는데 인편으로 검을 받은 최시형은 동생을 찾아보았으나
동생은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네. 그리고 그 검 속에서 두루마리 종이 한 장이 나왔는데
검의 이름을 질풍노도로 해달라는 글이었고 질풍노도처럼 치고 나가 반드시 이 세상을
개벽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하네. 그리고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일테니 찾지 말라고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노인이 소년을 바라보며 처연한 듯 말을 이었다.
“최시형은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검을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넘겼지.
그리고 전봉준은 그 검을 앞세워 용맹을 날렸고.......
그러나 동학혁명이 결국 실패로 끝나자 한동안 검의 행방은 오리무중 이었는데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3년 전인 1942년 당시 경성에는 한 신출귀몰한 도둑이 있었는데 일본 고위관리들의
집에 침입하여 우리의 문화재들과 보물들만 빼내오는 것이었는데 그 도둑이 니시무라 라는 고위 관료 집을
입해서 금고에서 범상치 않은 칼을 보고 가지고 나왔는데 그게 바로 질풍노도였음이 드러나게 된거지”
소년이 감탄한 듯 노인에게 말했다.
“ 이 검은 어떻게 해서 할아버지 손까지 오게 된거죠?”
노인이 주름 깊이 패인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며 웃음지으며 말했다.
“ 그 도둑이 나의 아버님 이시란다”
“아........”
***
비로와 연희는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거리를 거닐며 한동안 비로의 말을 듣던 연희가
얼굴빛이 변하며 비로에게 물었다.
“그러니까....둘째 오빠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단 말이지요?”
고개를 가만히 끄덕인 비로가 다시 잇새로 말을 이었다.
“동경 제일의 야쿠자 두목 딸을 구해준 댓가를 너무 비싸게 치를뻔 했지”
“마치.....무슨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스토리 같애요”
“하지만 한바탕 그 소동으로 인하여 경시청의 노무라 수사반장이 우리의 신원을 눈치 챌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게 좀 걸린다 말야”
“비로 오빠. 다리도 아픈데 어디 주점에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그래. 저기 귀천이라는 상호 보이지. 거기 더덕막걸리가 끝내주니 들어가자”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오는 무더운 6월 이었다. 고풍스런 분위기가 가득한 인사동에도 네온싸인이
하나 둘 씩 켜지며 밤의 거리에 젊은이들을 쏱아 놓고 어둠은 더욱 맹렬한 속도로 거리를 덮어왔다.
자리에 앉아 더덕 막걸리와 녹두 빈대전을 시키자 연희가 샛별처럼 반짝이는 눈망울로 비로에게 재차 물었다.
“비로 오빠의 사형 되시다는 궁상각치우 라는 분들 이야기좀 더해주세요”
“나보다는 사형들게 흥미가 있는가보다”
“흥미는...... 무시무시한 무술 고단자들이라니 그렇지요”
“그래. 그 한 명 한 명이 가공할 무술의 소유자들이지”
“수박도 라는 무술이 있었다는 건 첨 들어봐요”
비로가 그런 연희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무술한다는 남자들도 잘 모르는 데 연희가 알 턱이 있겠니”
“수박도가 태권도보다 더 센가보다”
“태권도? 하하하하하. 태권도 백개를 합쳐도 수박도 하나 못따라 올거다”
“와와... 쎄다”
연희가 놀랍다는 듯 눈을 화등잔만큼 뜨고 장난스런 표정으로 비로를 바라보자 비로는 갑자기 눈부신 빛이
앞에 펼쳐져서 눈이 부신 듯, 한번 눈을 찡그린 후에 연희를 바라 보았는데 갑자기 잠잠하고
고요한 호수의 풍경이 눈에 떠오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깊어가는 밤의 적막이 한 취객의 날카로운 소리에 깨져 달아나자 비로는 이야길 중단하고
그만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연희를 보았는데 연희는 상당히 취해있었다.
“연희야. 일어나자 그만가야지”
“으응...오빠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는데...”
“안돼. 많이 마셨어. 그만 나가자. 바람좀 쐬면 한결 나아질거다”
최연희는 얼굴이 많이 붉었지만 걸음걸이 만큼은 당당하게 걷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6월의 끈적한 밤공기가 두 사람을 훑고 지나갔다.
조금 정신이 드는지 연희가 비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
“오빠. 나 책임질거지?”
“무슨 소리니?”
“맹추같은 오빠......나 오늘밤 오빠랑 함께 있고 싶다는 말이지 무슨 소리는”
“......”
“날 사랑하냐는 유치한 말은 하지 않겠어. 다만 내 마음속으로 이미 오빠가 들어와 버렸거든.
학교 교정에 나타나서 막걸리를 사주겠다는 그 때 난......
이미 오빠를 나도 모르게 내 맘 속에 각인시켜두었어. 그뿐이야”
“연희야”
“난 철부지가 아니야 오빠. 아빠가 돈이 많아도 그건 아빠의 인생이지 내 인생이 아니거든”
“그래 안다...알고말고.....”
“그러니 날 평생 책임질 자신 있으면 모텔로 가잔 말이야. 맹추 오빠 비로 오빠야 하하”
“연희야......남자는 말이지.......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행복도 좋지만
지켜주고 싶은 이와 함께 있는 걸 더 행복해 할 수도 있어”
“그래서?”
“연희를..........지켜주고 싶은 거야”
비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희가 발길을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비로는 당황이 되었다.
“연희야 잠깐 서봐.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비로가 다가서며 연희의 팔을 잡고 돌려세우자 연희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연희야 나는......”
“오빠가 순수한 남자라는 거 알아. 허지만 내 자존심을 팽개쳐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응?”
“그래. 난 그냥.......갑자기.....준비가.......그래 가자 모텔로......하룻밤 묵고 가자”
(제 10부 끝)
세상의 모든 것들은........(10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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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월척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기대감에 설레임니다
계속해서 가대감을 갖게 해드리겟습니다^^
졸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다
새벽빛 와 닷의면 이슬더불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다
노을빛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다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끝나는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다
아주 옛-날에 학교다닐때 책에서 본 기억 더든어 봅니다
그럭저럭 하로 동안 천래강에서 피래미들과 놀려고 했는데...
물고기들도 씨알이 말라가는지 예전만큼은 나오질 않네요
한편으론 쓸쓸한 맘이...
그래,
허전한 맘 알래려고 피래미 조림에 한 잔 했습니다만
술맛도 나질 않는군요 =_=
뭐든ㅇ지 자원이 메말라 가는 세상.
인류의 업보가 참으로 큽니다.
천상병 시인은 생김새만큼이나 순수한 영혼을 가진 시인이었죠
시 소풍은 간결한 문장들로 구성되었지만
마음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꿈을 꾸는 인생이 좋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