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종로 경찰서 강력 3반 김종일 경사는 동경 경시청의 신조 쓰요시 형사가 찾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접견실로 안내했다.
“신조 형사, 2년 전, 한일 경찰 교류 협력 세미나에서 만났을 때는 애송이 티가 났었는데
이젠 고참 티가 팍팍 나는군”
김종일 경사가 커피를 건네며 가볍게 웃으며 말하자 신조도 반갑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이제는 제법 민완으로 날리고 있습니다. 김종일 형사님도 여전하시군요.”
“알고 있네. 자네의 활약상을........노무라 반장님이 자네 칭찬하기에 열을 내시더군.”
신조가 커피를 다 마시자 경색한 얼굴로 김종일 경사에게 말한다.
“팩스로 부탁한 건에 대해선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국에서 활약하는 문화재 도굴범들 다섯 명을 찾아가서 그날 저녁 시간과 다음 날 새벽 시간까지의 알리바이를
추궁한 결과 다섯 명 모두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네. 즉, 그들에게서는 혐의점을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것이지”
“음........”
신조가 무거운 비음을 토하며 커피 잔에 시선을 두다가 생각 난 듯, 김종일 경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사님께 부탁드린 문화재 절도범들의 신상명세에 대한 자료는 준비해 놓으셨는지요”
“아, 다 해놓았네. 기다리게 곧 가져오지”
김종일 경사가 접견실을 나가자 신조는 담배를 피워 물고 한동안 바닥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종일 경사가 가져온 서류봉투를 받더니 한번 훑어보고는 그만 일본으로 돌아간다며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갔다.
김종일 경사는 그런 신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
춤추는 소년은 경범이와 함께 강남 백화점 근처를 돌아보며 소일하다가 해가 떨어지자 경범이를 보내고
자신은 자주 가는 인사동 네거리의 한 포장마차로 들어가서 소주와 안주를 시켜놓고 한참을 정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미치꼬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난 일인데 미치꼬든 슌스케든 다 잊어버리자고
고개를 흔들기도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미치꼬의 얼굴이 소년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소주 한 병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 소년의 핸드폰이 정적을 깨고 포장마차 안을 맴돌았다.
“대장?”
“소년 어디냐”
“여기 .....인사동의 포장마차인데”
“술 그만 마시고 일찍 들어와야겠다”
“왜. 무슨 일 생겼어”
“스승님의 호출이시다”
“억,,스승님이 오셨어?”
“아니다 우리가 가야한다 내일 지리산으로”
“어...알았어 곧 들어갈게”
“그래 술 그만 마시고 바로 들어와라 이야기 좀 하자”
“어, 알았어 대장”
소년은 비로의 목소리가 꿈결엔 듯, 아련하다고 생각했다. 두 다리는 분명히 땅을 딛고 서 있는데
몸은 마치 공중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랄까...스승님의 호출이라는 비로의 목소리가 마치 먼 미래에서 온
외계인의 이상한 목소리처럼 소년의 뇌리를 파고들며 한동안 심란한 마음을 갖게 하였다.
소년은 마지막 술잔을 입에 털어 넣고 포장마차를 나섰다. 후덥지근한 유월의 밤공기가 소년의 마음을
더 짓누르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비로는 물건들을 가방에 챙기는 중이었다.
“대장. 내일 가는거야?”
“그래, 며칠 머무를 것 같으니 너도 속옷과 여벌의 옷을 챙겨두렴”
“스승님이 이렇게 급히 부르신 적은 없었는데”
“스승님이 급히 부르실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니 걱정말고 준비나 해”
“응 알았어”
소년이 자기 방으로 가려고 등을 돌리자 비로가 생각났다는 듯 소년의 등을 보며 말한다.
“소년, 내일 이연희도 함께 간다”
소년이 자기 방문을 열다 뒤를 돌아보며 까뭉한 얼굴로 비로를 멀뚱히 바라보자 비로가 다시 말했다.
“스승님께도 이미 말씀드렸다. 그러니 놀랄 필요는 없다”
“스승님이 그리 결정하셨다면 달리 할말은 없지만 난 웬지 연희가 께름칙 해”
“녀석두.....그건 네가 연희랑 대화가 부족해서 그런거야. 시간 나는 대로 연희랑 자주 대화를 나눠보렴.
막힌 여자가 아닐거라는 감이 올거다”
“그러나 난 돈많은 집 사람들은.......게다가 공주처럼 자라온 여자는 안믿어”
“소년,,,그건 니가 아직 이연희를 모르기 때문이라니까”
“알았어 대장, 대장이 알아서 해 난 모르겠어”
비로는 소년이 모든 짐을 꾸리자 냉장고에서 캔맥주 두 개를 들고 탁자에 앉아 소년을 불렀다.
“소년. 너 아직도 미치꼬를 생각하니?”
소년은 비로의 입에서 미치꼬 라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명료해지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대장.........난.............정말이지 미치꼬가 걱정되어 죽겠어.
미치꼬와 슌스케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 안다 알고 말고”
“마음 같아선 당장 일본으로 가서 미치꼬가 괜찮은지 몰래라도 살펴보고 오고 싶어”
“걱정마. 이건 내 예감인데 우린 조만간 또 일본에 갈 것 같다”
캔맥주를 마시다가 소년은 갑자기 사래가 들린 듯 켁켁거렸다.
“뭐라고. 정말이야. 또 간다고?”
“그래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 스승님이 급히 부르시는 게 심상찮구나”
“하지만 스승님이 부르신다고 해서 일본으로 다시 간다는 보장도 없잖아”
“아니다. 곧 일본으로 다시 갈 것만 같다. 여하튼 내일 스승님을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음...”
비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년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한다.
“그만 자자.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어. 알았어 대장 먼저 자. 난 컴터 좀 살펴보고 잘게”
비로가 제 방으로 들어가자 소년은 컴터를 켜고 혹시나 하는 맘으로 메일을 살펴봤다.
그리고 소년의 두 눈에 아주 낮익은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미치꼬......
소년은 긴가민가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미치꼬가 메일을 보내준 것이었다 소년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메일읽기를 클릭했다.
- 기봉오빠 -
몸은 좀 어떠세요.
많이 다친 건 아닌지 무척 궁금해요.
저는 지금 히로시만 근교에 있는 한적한 시골집에 머물고 있어요.
대학에 낙방한 친구의 고향 집인데 이곳에 머문지도 근 보름이
다 되어가네요.
그리고 저 사흘 후에 한국으로 들어가요.
오빠가 저를 만나주던 말든 상관치 않겠어요.
그러니 오빠도 편히 볼 일을 보세요.
진작에 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늦은 이유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거든요.
아빠는 분노하셨고.......나를 가두었지만 난 가까스로 탈출하여
이렇게 친구 집에 피신해 있답니다.
저는 이제 아빠도 엄마도 싫어졌고 일본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갑니다.
한국에 제가 할 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오빠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거고 답장을 보내주지 않아도
개의치 않아요,
기봉 오빠가 건강하기만 바랄뿐예요.
여기 친구 집에서 오빠를 생각하며 조용히 보낸 시간들이
무척 행복했지요.
- 미치꼬가 -
메일을 다 읽은 소년의 가슴이 뛰었다.
메일을 읽고 또 읽던 소년의 두 눈이 뜨거워지며 손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아........미치꼬......하필이면 이런 때에 오다니....
소년은 서둘러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지리산 청학동에 도착한 비로와 소년, 그리고 연희는 청학동 훈장님과 어르신들께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고 학바위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초여름으로 접어든 날씨는 두 사람이 짊어진 배낭의 무게만큼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산새들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고 때 이른 매미 울음이 낭창한 하늘을 찢어놓았다.
시원한 산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찌는 날씨였다.
"대장, 잠깐 쉬어가. 오랜만에 산을 타니 다리가 떨리네.“
“그래. 쉬고 있어. 저 아래 샘물이 있으니 물 좀 떠오마”
“비로 오빠 나도 가요”
“아니다 연희는 둘째랑 있어라 금방 올거니까”
“그래요 그럼”
비로가 빈 병을 들고 아래로 내려가자 소년은 바위에 걸터앉아 조용히 복식호흡을 하였다.
산을 타기는 6개월만이라고 생각하며 두 다리를 뻗고 피로를 풀어주는 지압을 하던 소년은
옆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고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생기자 이상한 기분에 고갤 돌려 옆을 바라본 순간,
억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반달곰 이었다.
연희도 외마디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소년의 뒤로 잽싸게 붙으며 놀란 표정이었다.
소년은 약간 긴장했으나 무섭지는 않았다. 오대산을 누비면서 반달곰이나 승냥이, 삵 같은 야생 짐승들과
부닥친 적이 많았지만 야생 동물을 만나면 부딪치지 말고 피하라는 주지 스님의 말씀대로 피하면 되었으니까.
반달곰이 소년을 보며 우워웍 하는 소리를 내자 반달곰 뒤쪽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반달곰 머리를 가볍게 한 방 박더니 조용히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이 보였다.
“어. 저 분은 우 사형?”
궁상각치우 사형 중에서 막내인 우 사형임을 확인한 소년이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반달곰과 장난치는 우 사형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곰을 진정시킨 우 사형이 소년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여어....이게 누구신가. 춤추는 소년이 아니신가”
“네 우 사형. 접니다 다시 뵈오니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하하핫. 빨리도 오셨네 그려. 스승님 명으로 자네들 마중을 나온것이네”
“이, 그러십니까. 갑자기 곰이 나타나서 놀랐습니다”
우 사형이 옆에 온순히 앉아있는 곰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 이놈은 암컷으로 이름이 달님이라고 하네. 새끼 때에 어미가 밀렵꾼의 총에 죽자 내가 발견하여
우유먹이며 키웠더니 나를 에미로 알고 잘 따르고 있네 하하하”
“ 아. 그러시군요.”
그리고 우사형이 비로소 연희의 존재를 느꼈던지 소년에게 묻는다
“여기.......아리따우신 낭자분이 바로 그........?”
“네. 이연희 입니다.”
소년이 연희를 우 사형에게 소개시키려고 하는데 연희가 앞으로 나서며 낭랑한 음색으로 말했다.
“오. 반갑소이다 낭자. 난 궁상각치우 중에서 막내인 우 라고 하오”
“네 두 분 오라버니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둘째 오빠를 구해주셨다고....”
“근데 비로는?”
“네. 샘물을 뜨러 갔으니 곧 올 겁니다”
마침 비로가 물을 뜨고 돌아와 우 사형을 보자 두 사람은 미소로서 인사를 나누고
깊게 포옹을 하며 안부를 주고 받았다.
“자 배낭들을 이리 줘보게”
우 사형이 배낭 두 개를 달님이 팔에 걸어주자 달님이는 배낭을 팔에 넣고 흐으응 하며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사형께서 달님이 교육을 무척 잘 시켰습니다.”
비로가 빙긋 웃으며 말하자 우 사형이 그 육중한 몸집을 흔들어대며 요란스레 말하였다.
“아이고 말도 말라고...저 눔 교육을 시키려고 그동안 들어간 각종 야채며 과일 값을
생각하면 본전 뽑을라면 아직도 멀었제”
‘사형도 참...본전 값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하하하 그런가? 알겠네 스승님께서 기다리시니 어여 오르세”
등산로가 아닌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표시도 없는 바위투성이 길을 약 40분 정도 더 오르자
넓고 평평한 곳에 황토로 된 집이 두개 있었다. 그리고 집 뒤쪽에는 사당처럼 보이는 작은 나무집 하나가 보였는데
촛불이 밝혀져 있고 향내가 풍겨져 왔다.
비로의 스승은 그 작은 나무집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 묵상에 잠긴 듯이 보였다.
우 사형이 나무 집으로 올라가 몇 마디하고 돌아오자 비로와 소년에게 눈짓을 하며
어서 가보라고 얼굴 표정으로 말하였다.
비로는 소년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길게 숨을 고르고 나무집으로 향하였다.
소년도 비로를 따라 조용히 걸음을 옮겨 놓았다.
“스승님. 그동안 무탈하시고 강녕하신지요. 저희들 왔습니다.”
비로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자 스승이 뒤돌아서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비로와 소년을 번갈아 가며
인자한 모습으로 반겨 주었다.
“왔느냐. 어서 오너라. 수고가 많구나.”
비로와 소년은 스승이 몸을 돌리자 그 앞에서 나란히 절을 올리며 제자의 예를 취하였다.
소년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허헛...춤추는 소년. 몸은 좀 거동할만 하느냐”
소년은 스승이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자 황망히 고갤 숙이며 대답한다.
‘네 스승님.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그만해서 다행이다. 천우신조로 생각하거라”
“네”
“안으로 들어오너라”
비로와 소년은 사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한 가운데 있는 제단 앞으로 가서
향불을 피우고 가만히 천부경을 낭송하였다.
제단 위에는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건 단군의 초상화였다.
사찰의 대웅전에 가면 흔히 보는 각종 음식들이나 과일들은 일체 보이지 않았고 약간 큰 놋그릇에
물 한사발이 놓여있었고 향과 촛불이 전부였다.
일시무시일 석삼극무
진본천일일 지일이인
일삼일적 십거무궤화
삼천이삼 지이삼인이
삼대삼합 육생칠팔구
운삼사성환 오칠일묘
연만왕만 래용변부동
본본심본 태양앙명인
중천지일 일종무종일...
비로와 소년이 차례대로 단군의 영정 앞에서 예를 마치자 스승님이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여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비로는 이연희를 스승에게 인사시켰다.
“아가씨가 이병건 회장님의 따님이시군”
“네. 인사 드립니다 이연희입니다.”
“험한 길 올라오느라고 고생했어요”
스승이 인자한 웃음을 보이자 긴장하고 잇던 연희의 마음이 어느새 풀어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연희 낭자는 잠시만 기다려줘요. 막내가 지리산 햇녹차를 대접해 드릴겁니다.”
“네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황토집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스승님은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더니 이윽고 눈을 뜨고 비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비로야. 국정원장이 너를 면담하고 싶다는 구나.”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부장님을 찾아 뵙겠습니다.”
“안사장님과 통화를 했는데......북으로 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구나.”
“네? 북한....말씀입니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스승의 얼굴을 보다가 옆의 소년에게도 눈을 마주친 비로가 재차 말했다.
소년도 놀란 표정이긴 매 한가지였다.
“스승님. 북한이라면........”
“북으로 직접 들어가는 건 아닐게다. 안기부 1차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서 거기서 안사장과 의논 후에
배를 타고 북으로 들어가게 될 게야”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입니까. 아니면.......”
“안사장과 안기부 1차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얼마 전에 타계한 연형묵 당 책임비서의 조카를 비밀스럽게
만나서 두 가지 물건을 받아서 돌아오는 일일 것이다.“
“두 가지 물건이라면”
“지난번에 오오쿠라 사무실에서 탈취한 서책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신나라당의 정권 탈취 야욕을 막아내기엔
역부족 이라는 청와대 수석들의 결론이 있었다.”
“그렇다면.....”
“네가 연형묵 조카에게서 받아올 물건 중에 하나가 조국통일을 바라지 않는 친일, 친미 매국노들의
자세한 명단이 적혀있는 서책일 것이다.”
“그러면 나머지 물건 하나는”
“평양 단군릉 석벽에 음각되어 있는 33자의 가림토 문자를 필사한 탁본이다”
“대다히 중요한 물건입니까”
“그렇다. 그리고 그 탁본은 내가 개인적으로 소장할 중요한 문서이니 가지고 나오는데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가하기 바란다.”
“연희 낭자. 차 맛이 어떻소”
“아주 훌륭합니다. 이런 차는 처음 마셔봐요”
“우리가 직접 재배하는 무공해 차이니 얼마든지 마시구료”
“그렇군요”
“원한다면 돌아갈 때 선물로 한보따리 안겨 드리리다”
“정말요?. 고맙습니다”
연희가 화사하게 웃음짓자 우 사형도 걸걸한 목소리로 한바탕 웃어보였다.
“근데 저기 달님이는 정말 사형님 하시는 말씀을 다 알아듣나요?”
‘아, 그렇고 말고......동물들도 사랑을 해주면 서로간에 통하는 게 있단 말이시“
“아기곰 였을때부터 키우셨다면 사형님을 엄마로 알겠어요”
“저 눔은 지가 사람인 줄 알고 있다우”
“산 속 깊은 곳으로 가서 동물들과 어울리지 않나요?”
“저눔처럼 겁많은 곰팅이도 없을거유. 산으로 방사하려 해도 자꾸만 돌아오는 통에
내 주머니만 축난다는 거 아니겠수”
“겁많은 곰팅이요? 아하하하하”
무척 재미잇는 분이라 생각한 연희가 주변을 좀 구경하겠다고 말하자 우 사형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희가 집 주변을 구경하기 위해 산책할 때, 스승과 비로와 소년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우 사형을 보며 말했다.
“비로는 사흘 동안 궁상각치우와 함께 도장에서 무술을 연마할 것이고 소년과 연희 낭자는 일주일 동안
나에게 교육을 받을 것이니 그리 알고 방을 치우도록 하거라”
산 속의 저녁은 일찍 스며든다.
초여름이지만 오후 5시가 되면 벌써 땅거미가 갈리는 듯 바람결에 어느새 고요한 밤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들리는 건 오직 산새들의 지저귐과 낮게 산기슭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뿐.....
소년은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산 속에서 기도하고 명상하고 밭에서 일하고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화려한 도시의 네온싸인에 파묻혀 좋아하는 술 마시며 나쁜 인간들 혼쭐을 내주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폼잡으며 멋지게 사는 것이 나을까.....물론, 소년의 생각은 전자에 가까웠지만 그러기에는 소년의 젊은 피가
너무 뜨거웠다. 젊음을 도시의 악과 맞서 선함을 구해주고 이런 곳에는 나중에 들어와 살아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소년은 마침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미치꼬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일주일 후에 서울로 가는데...........
소년이 연희를 데려 오겠다고 말하며 밖으로 나서자 스승은 단군의 사당이 있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오래된 미래로 가는 길,,, 그 종착지는 점점 다가오는가 아니면........'
= 11부 끝 =
여름날씨가 시작 되는군요
모쪼록 건강하게 나시고 즐거운 낚시들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천래강 피래미들과 놀기 위해
이만 휘리릴릭~~~~~~~~~~~~~~~)))
세상의 모든 것들은......(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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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문화 유산을 찾아오려는 우리의 주인공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반가운글이 올라와 있서서 잘보고
갑니다 피래미 튀김 맛잇게 드시고
12부 기다립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솨합니다^^
곧 12부를 올리겠습니다
예전엔 그냥 낚숫대를 던지면 피래미가 두 마리 씩 올라왔는데....
지금은 10분에 한 마리씩,,, =_=;
강변에서 식당을 하는 분들에게 그물을 사용하지 말도록 법을....
어렵숩니다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