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반도 2 -
안사장이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자의 짐을 챙기게. 이 호텔을 떠나서 삿뽀로 밑에 있는 이즈미 현의 항구로 가야 하네”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비로와 소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동경 경시청의 노무라 반장이 삿뽀로로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네.
이는 필시 노무라가 자네들을 용의자로 두고 있다는 뜻일세”
“그렇게 조심했는데....”
소년은 자기 때문에 경시청의 표적이 된 것 같아서 표정이 굳어졌다.
호텔을 나선 세 사람은 안사장의 차를 타고 이즈미 현으로 가속폐달을 밟았다.
“안사장님. 노무라 반장이 되게 끈질기군요 작년엔 천우신조로 그의 수사망을 피했다 생각했는데.....”
“자네들을 용의자로 생각하는 건 아마도 다케시타 조직과 공원에서 일전을 벌여서 그런 것일세.
그러나 우리가 삿뽀로로 온 것을 모를텐데 그걸 어찌 알았는지 궁금할 뿐이네”
소년은 가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미치꼬 때문인 것이다.
이런 일은 숨기면 위험해진다는 걸 소년은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저기......”
“소년, 왜? 무슨 할말이 있으면 해”
비로가 소년을 바라보며 정색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제가 미치꼬를 .....”
“뭐야? 미치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비로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는 걸 느낀 소년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제가 미치꼬를 삿뽀로로 불러서 조금 전에 만나고 왔는 데......”
“뭐라고? 소년 ! 너 제정신이야?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모르는거야?”
비로의 두 눈이 치켜떠졌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허어......미치꼬를 만났다는 말이지? 역시 소년은 덩치는 작아도 심장은 메머드급이란 말이야 하핫”
“안사장님. 웃음이 나오십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는가. 노무라의 수사망이 좁혀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즈미에 가서
북에서 온 배를 타기만 하면 되네”
“노무라가 악에 받혀 있을 겁니다. 미치꼬를 미행했다면 이미 우리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럴테지. 그러나 노무라는 우리가 북으로 건너간다는 것까진 모를걸세.
이즈미 항구에서 밤을 밝히고 새벽에 배만 타면 끝나는 거네. 그리곤 두 번 다시는 일본으로 올 일은 없을걸세”
“노무라는 끈질긴 민완 수사관입니다. 이즈미에 도착할 때까지 무사할까요?”
“이미 자네들 몽타쥬가 뿌려졌을걸세, 내가 신호하면 거기 의자를 열고 숨어야 할걸세”
그렇게 말한 안사장은 차를 길가에 세우더니 공구함을 열고 검정색 뿔테 안경과 콧털을 얼굴에 붙이고 벙거지 모자까지 썼다.
딴사람이 되었다
삿뽀로 외곽을 벗어나자 검문소가 있는지 차들이 밀리고 있었다
“검문소가 나왔네. 의자 밑으로 숨게”
비로와 소년은 복식호흡을 한 후에 근육을 이완시키고 의자를 열고 들어갔다.
검문소에서 위조 신분증으로 무사히 통과된 안사장은 한참을 더 달린 후에 그만 나와도 좋다고 말했다.
의자 밑에서 나온 두 사람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소년.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도.......”
소년은 비로의 정색한 얼굴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비로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곧 이즈미 항구에 도착하네. 노무라는 이곳까진 쫒아오지 못할거니 안심하게”
“그래도 배를 탈 때까진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소년, 너 핸드폰 나한테 줘”
핸드폰까지 압수할 정도로 비로가 화가 났음을 알자 소년은 그제서야 덜컥 겁이 났다.
“허헛......이래서 사랑은 무서운 게야. 암. 무섭고 말고”
의미모를 안사장의 웃음을 뒤로 하고 오징어잡이 어선의 전등이 환한 이즈미 항에 도착한 세 사람은
차를 한가한 곳에 주차시키고 인적이 없는 물류창고의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A -140 번호가 씌여있는 한 컨테이너 앞에 발길을 멈춘 안사장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자, 여기 빵과 우유가 있으니 요기나 하고 4시까지 새우잠이라도 자두게.
일본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이 와서 지네들을 북으로 데리고 갈 배로 안내해 줄 걸세”
“노무라가 자꾸 신경이 쓰이는군요”
“걱정말게 비로군. 노무라는 어찌해서 삿뽀로까진 왔지만 거기까지일세.
귀신이 아닌 이상 우리가 북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리 없잖은가?”
“그렇긴 합니다만......”
“노무라가 제 아무리 민완이라 해도 우리가 북으로 들어간 것을 알았다 해도 북까지 쫒아오겠는가.
걱정 안해도 되네 하하”
“그렇지만 소년이 만났다는 미치꼬가....”
“미치꼬는 사랑에 눈 먼 철부지 숙녀일세. 그렇지 않은가 소년?”
안사장이 소년에게 시선을 돌리자 소년은 얼굴을 붉혔다.
“소년에겐 한창 좋을때지. 허헛..... 그리고 비로군, 평소의 자네답지 않게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제 좀 호흡을 편히 하게”
“이번에 북에서 가져올 물건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스승님이 신신당부를 하셔서......”
“그럴게야. 가림토 탁본만 있으면 새로은 글자들을 얼마든지 창조하고 만들 수가 잇으니”
“네? 가림토 탁본으로 새로운 글지를 만들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네. 가림토 문자를 연구하고 변형하면 영어나 한문, 또는 한글보다도 전 세계인들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잇는
글자를 만들 수 있다고 들었네”
“아아........그럴수가........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만 해도 누구나 배우기 쉬운 세계 최고의 표음문자 라는 것이
전 세계 언어학자들의 주장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그러나 한글은 발음상 어려운 게 있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게 맹점 아니던가?
그래서 한국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모순이 있는 거 아닌가 하핫”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요. 벌써 반 만년 전의 우리 조상들이 가림토와 한문. 한글까지 만들었는데
그보다 더 쉬운 글도 얼마든지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
“비로 군,. 우리의 역사는 오천년이 아니라 이만 년은 되었다는 걸 잊으면 안 되네”
“네? 이만년이라고요?”
“그렇다네. 우리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완전히 뒤틀리고 바뀌어졌지.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려고 광분이 된 일본인들이 우리 금수강산을 찾아 다니며 큰 인물이 나올 명당자리에
쇠밀뚝까지 박아놓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오죽할까만.....”
“으음.....“
“더욱이나 천부경 원본은 가림토로 되어 있는 서책 이었는데 아무도 그 뜻을 모르다가
불세출의 대천재 해동공자 최치원이 뜻을 풀이하여 한문으로 묘향산 비석에 남겨 놓은 것을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이만년 전에 이미 세계 최고의 글을 발명한 민족이었다네”
“생각할 수록 놀랍군요”
“글자 뿐만이 아닐세. 온갖 과학적인 발명품들을 이미 그 시대에 너무나 많이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사용하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알게 모르게 잊혀지곤 했었지”
“단군은 신화나 설화가 아니라 실존하는 것이었군요”
“물론이지. 일본에 붙어 왜왕 똥구멍 빨아주고 출세하려는 친일 역사학자가 단군을 깍아내리기 위해
신화니 설화니 하던 것이 그 제자들이 그대로 답습하여 역사학 교수가 되었으니.......
게다가 단군의 진짜 어원은 ‘단검’일세. 일본인들이 단검을 없애려고 君을 붙여 깍아내린 게지”
“때려 쳐죽일 쪽바리들......”
이 말을 한 것은 소년이었다 . 잠자코 듣고 있던 소년은 다케시타 조직에게 당한 것이 생각이 난 듯.
두 주먹까지 움켜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허헛.........소년이 열 받았나 보군.
우주 만물의 법칙은 뿌린대로 거둬가는 법. 일본인들은 곧 그들 조상들이 행한 악의 업보로 인해 천벌을 받을 것이네”
“일본놈들 땅 수도인 동경에 핵이라도 터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두 주먹을 움켜 쥔 소년이 말하자 비로가 눈총을 주었다
“걱정말게 소년, 핵은 몰라도 일본은 반드시 천벌을 받게 되어 있다네”
“천벌이라 하오면?”
비로가 다시 안사장을 보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비로 군. 자네 탄허 스님이라고 알지? 구한말의 고승이셨던......”
“아아.......스승님께 몇 번 들은 기억이 납니다만”
“탄허 스님이 예언을 하셨다네. 일본은 바다 밑으로 침몰한다고.
게다가 미국의 잠자는 예언가로 유명했던 애드거 케이시란 예언가도 말했지.
이 두 사람의 예언 중 공통점은 일본은 ‘반드시’ 바다 밑으로 침몰한다는 것일세. ‘반드시’를 강조했다네”
“일본이 지진의 나라라는 건 알지만.......언젠가는 초강력 지진이 와서 침몰한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봐도 무방하겠지. 더구나 지진은 또 쓰나미까지 동반하므로 아마도 그 날이 오면
일본은 말 그대로 목불인견.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할걸세”
“음.......일본에 초강력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위험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긴 하겠지. 아마도 부산과 동해안 쪽이 타격을 받겠지만 여하튼 일본이란 땅덩어리는 환태평양에서
몰려오는 지진대를 한반도를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땅인지라.......
지구 자체도 살아있는 생명체라 중심 축에 위치한 땅은 건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네”
“중심축? 그러면 한반도가 지구 중심 축에 위치한 땅이란 뜻인가요?”
‘그렇게 봐도 될 걸세 우리가 중요한 심장을 보호하려고 오른손잡이가 많듯이 살아있는 생명체는
자신에게 중요한 곳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필연일세“
“그렇군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지구가 살아있는 생명체라니.......”
“우주는 만유의 원 안에서 규칙대로 움직이는 존재일세. 지구의 위성이라는 달을 봐도 항상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가. 우주 자체가 거대한 생명체란 뜻일세”
“저 광대무변의 우주에 비한다면 우리 인간들의 탐욕이란 게.......”
“하하 그렇지. 항상 욕심과 탐욕이 문제야. 삶과 죽음은 저 하늘의 뜬구름이 모였다가 사라지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는 데 인생 백년도 안 되는 삶을 아등바등 살아가니 그게 문제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그 이치를 깨닫고 천부경을 집집마다 암송하며 백의 민족으로 깨끗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일본의 거듭된 침략으로 다 잃은 슬픈 민족이 되었다네”
“안사장님. 우리 민족은 왜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 민족일까요?
뭐가 부족해서? 세계 최고의 머리를 가졌다는 민족인데 말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되네 비로 군. 지금은 불세출의 영웅이 나와도 안 되는 민족이지만
창조가 잇으려면 파괴는 필연일세.
모든 잘못된 것들을 파괴하는 그 날, 새로은 창조가 반드시 나타날걸세.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저력이지”
“나중에 영웅이 나타난다는 뜻인가요?”
“영웅보다 더한 선지자가 나타날걸세 허헛”
“때려 쳐죽일 원숭이들......”
이번에도 소년은 뜬금없이 두 주먹을 쥐곤 몸을 떨었다.
그런 소년을 보고 비로는 꿀밤을 먹이려는 시늉을 했다.
항구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강렬해서 컨테이너 틈새로 들어 왔지만 세 사람은 쪽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비로는 쉬이 잠들지를 못했다.
이제 잠시 후면 소년과 동토의 왕국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긴장되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아주 희뿌옇게 여명이 밝아오고 잇음을 느낀 비로는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었다.
컨테이너 앞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이내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벚꽃이 세 개 떨어질 때 숭례문이 불에 탔다는 암호가 들려오자 안사장은 문을 열었다
“비로군. 이쪽은 장재근 이라는 국정원 직원일세.
이제부터 자네와 소년을 배로 안내할 걸세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겠네”
“그 전에 알아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말하자 짐을 챙기던 세 사람은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부터 비로군과 소년은 벙어리가 되는 겁니다.
배를 타는 순간부터 한 마디 말도 하면 안 됩니다. 무슨 급박한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로 입을 뻥긋 해서는 안 됩니다. 아셨습니까?”
소년과 두 눈을 마주친 비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우리는 벙어리가 되라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자칫, 한국말이 튀어나오면 안 되니까 그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연형묵의 조카 연성길을 만나면 암호는 ‘강태공은 영원히 살아있다’입니다
그 후, 건네받을 물건이 진품임을 확인하면 연성길을 데리고 다시 이곳으로 오면 끝납니다.
질문이 잇으면 하십시오”
“요원님께서도 동행 합니까?”
“물론이지요. 저는 두 분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 사람으로 위장합니다”
“알겟습니다 출발합시다”
무려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되어 대치하고 잇는 동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똑같은 말과 음식, 글을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 분단되어 아직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대치하고 잇는
슬픈 현실이 두려웠지만 비로는 긴장되는 마음을 호흡으로 풀고 국정원 직원을 따라 고기잡이 배로 이동했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고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비로는 슬쩍 소년을 쳐다 보았다.
상기되어 잇으나 긴장감은 없는 얼굴이었다.
비로의 눈길을 느낀 소년은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괜찮다는 신호였다.
비로도 싱긋 웃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제서야 소년은 한결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실수를 만회하고 말리라“
낮게 중얼거린 소년은 비로의 뒤를 이어 배를 타자 배는 지체없이 물살을 가르며 북녂땅으로 향했다.
바다는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하늘은 검은 먹물을 걷어내며 또 하루의 시작을 일리고 있었다.
멀리 부지런한 갈매기들이 벌써부터 먹이를 먹기 위해 낮게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라디오에선 구성진 여가수의 엔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로는 낮게 중얼거렸다.
‘일시무시일, 일종무종일.......’
세상의 모든 것들은........(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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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1
오늘 밤은 밤낚시를 갈 생각였는데....
좀 더 지켜봐야 겠군요
희망찬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불끈~~~~~~`)))
비가 그치고 날씨가 낚시하기 안성맞춤 입니다
여러분들도 즐낚하세요...
13부 잘보고 갑니다!
예전만큼 강물고기가 올라오지 않습니다
천래강은 큰 강도 아닌 데 어족 자원이 점점 말라가니.....
너무 빨리 글을 쓰면 자칫 스토리가 진부해질 수 있으니
기다리는 재미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글을 읽으실 적엔 땅콩이나 호두를 들고
맛나게 드시면서 읽어주세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