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라니 예쁜 찌불입니다.
곶 부리에 앉아 칸 반 두 칸대 다섯을 펴고, 찌불을 달아 채비를 던집니다.
밤 7시쯤..
한 여름이지만 소양호 주변의 산이 높은지라 칠흑 같은 어둠은 일찍 찾아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찌불이 깜박 합니다.
한마디 깔끔하게 찌불이 올라오고~..
잽싼 챔질에 걸려든 녀석은 조그만 향어입니다.
낮에 보았던 덩치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30센티 정도의 꼬맹이들..
연이어 입질..
그래도 소양호 너른 바닥에서 활개 치던 녀석들이라 힘이 대단합니다.
꾹~꾸꾸~~~~꾹..
초리를 박아가며 힘깨나 씁니다.
계속되는 녀석들 앙탈에 한없이 행복해 집니다.
그러다 시간은 흐르고~
밤이 깊어지니.. 졸음이 몰려옵니다.
많은 장비 옮기고 텐트치고~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두 번씩 자리를 옮긴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새벽을 기약하며 텐트로 들어갑니다.
이름모를 새소리..파도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소양호의 맑은 공기를 담요삼아 달콤한 잠에 빠져듭니다.
새벽녘~.........................
이름모를 서늘함에 잠을 깹니다.
한 여름이지만 고도가 높은 소양호의 밤은~추웠답니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튼튼한 체력을 믿고 반팔 차림으로 출조 한 어린 녀석은~
때 아닌 추위에 낮에 자기로 합니다.
두꺼운 파카라도 가져올걸.....
이제와 생각하면 뭐해~
추운데 라면이나 먹을까??
혼자서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라면을 끓였답니다.
소주도 한 병..^^
얼큰해진 눈으로 바라본 소양호의 밤풍경은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낚시나 하자~..
추위에 잠은 안 오고 또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간간히 나오는 파워 넘치는 소양호 향어들..
그렇게... 그렇게..~
밤은 지나고 해가 뜹니다.
자리에서 졸다 뱃소리에 눈을 뜹니다.
어제 저를 내려준 배가 푸르른 파도를 만들며 힘차게 달려옵니다.
40대 중반의 두 분이 단촐한 장비를 들고 내립니다.
// 조황은 좀 어때요?? //
저는 행복한 미소로..살림망을 가리킵니다.
보세요..^^*
우와~~~
혼자 소양호 향어 다 잡아 내셨네~~!!
마음이 바빠진 두 분은 바쁜 손놀림으로 대를 폅니다.
어차피 낮에는 잘 안나온다던데 대 펴시고 식사나 하세요..!!
둘러앉은 세 사람은 소주도 두 어병 꺼내들고..
즐거운 식사를 합니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소양호 단골인 두 분은 재미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에 걸어낸 향어가 ~
7킬로는 됐을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온갖 낚시 이야기로 작은 산막골에는 흥겨운 정담들이 오고 갑니다.
재미난 이야기들을 이어가시던 조사님의 낯빛이 변한 것은~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였지요..
// 아저씨~ //
예..
// 어제 밤낚시하면서 이상한 일이 생기거나 무섭지는 않던가요?? //
제가 아직은 젊은 사람이라 혼자라도 무섭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체격도 건장하시고 담력도 좋아 보이시는 것이 겁은 없으실 것 같은데...
귀신은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러세요..^^
순간 정색을 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 아저씨 텐트 쳐놓은 자리가 원래 무엇이 있던 자리인줄 아세요?? //
저야 소양호가 처음이라 잘 모르겠지만~
앞서 오신 분들이 자리를 잘 다듬어 놓은 자리 같아 텐트를 쳤는데요??
무서운 표정으로 험~하고 헛기침을 하시더니..
// 그 자리가 두어 달 전 까지 무덤이 있던 자리예요~!!
작은 산막골에 오는 사람들은 다 알고..
그 자리에는 텐트도 안치고 옆에도 잘 안 간답니다. //
그래요??
아~ 그래서 자리가 널찍하니 네모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었군요..
거참~~~~~~~~~~~~...
// 웬만하면 자리 옮기는 것이 좋을거요.. //
하하하..^^
저는 귀신을 믿지 않습니다.
자리도 편한데 왜 옮깁니까??
술이나 한 잔 더 하세요..
정겨운 시간은 흐르고... 해가 집니다.
그 밤에 셋이는 나란히 앉아 찌불을 봅니다.
한 잔하고 낮에 많은 잠을 잤던 저는~
밤을 꼬박 새워가며 향어들을 걸어냈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살펴보니..두 분 조황이 형편없네요..
아이고~
제가 골 입구에서 다 잡아내니 두 분 조황이 안 좋았나 봅니다..^^
머쓱해진 표정의 두분에게 말을 건넵니다..
제가 잡아낸 향어들을 둘 데도 없고..
앞으로도 며칠을 더 해야니~
아이스박스 주세요..
살림망에 향어들 중 큰 녀석 몇 수만 놔두고 두 분 아이스박스에 담아 드립니다.
// 에고~고맙습니다.. ^^//
// 그래도 오늘밤에는 혼자 계실 터인데 귀신 조심하세요.. //
에~헤이~~~!!
왜 그러세요..
귀신 나오면~
잡아다가 낚시춘추에 올릴 테니 다음달 춘추 보세요..^^
정다운 웃음을 나누고 두 분은 배를 타고 떠나갑니다..
있던 자리는 허전 하다더니.....
처음 본 ..두 분이 떠난 작은 산막골에는 없던 외로움이 생겨납니다..
그 밤에는 홀로 찌불을 봅니다.
무덤자리라~~~~~~~~~~~~.......
큰 소리는 쳤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원체 담대하기로 유명했던 저였지만~
전 날에 들은 무덤이야기는 안 들으니만 못하더군요..
귀신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어떤 귀신이 나올까??
에이~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나오라면 나와 보라 해~!!
스물 넷 혈기 방자한 어린 녀석은 허세 깨나 떨어 봅니다..
낚시에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러나~..그러나.........
등 뒤에 신경을 쓰다보니 낚시가~
점점... 재미 없어집니다.
거참~..
두 분은 뭐하러 무덤얘기는 하셔가지고스리~~~...
떠나버린 두분을 탓해 봅니다..
꽁치통조림을 따서 김치찌개를 끓여 소주한 잔 합니다.
요즘은 초딩도 들고 다니는 핸폰이~
당시에는 대단한 부자들이나 들고 다니던 사치품 였던지라~
대답 없는 소양호를 바라보고 혼자 말을 합니다.
너~ 귀신 본 적 있니??
웅~..없다고..
그래..맞아..귀신이 어디 있겠니 ??
얼큰해진 저는 편한 잠을 자러 텐트로 갑니다.
그리고는 누워서~무덤 주인에게 말을 합니다..
이 자리에 누워계셨던 선배님..
덕분에 편히 잠을 잡니다.
내일은 향어 많이 잡게 해 주세요..
귀신 되서 나와 봐야 안 먹어주니까 나올 생각하지 마시고요..^^*
예외는 있답니다..
어여쁜 처녀귀신은 나와도 되요..
대신 나오면 잡아다가 집에 안 보내니~
알아서 나오세요..^^*
저~.. 잡니다..
혼자 떠들던 어린녀석 덕에 소란스럽던 소양호의 밤이 지나갑니다...
그리고~해가 떴습니다..
내심 어느 정도 기대했던~ 어여쁜 처녀귀신은 끝내 안 나오더군요..
누워계시던 분이 할아버지 셨나 봐요..^^
그 이후로 이틀을 더 낚시하며 향어들을 걸어냈지요.
조황은 대단했더랍니다..
철수 배에 올라 빈작으로 철수하는 다른 이들에게 인심 쓰고 나누어 드렸답니다..
고맙다는 인사가 즐거운 돌아오는 길 였지요..
실은~
무거워서 들고 갈 수도 없었답니다..^^*
아이스박스 절반만 채워 들고 오는 향어도 꽤나 무겁더군요..
마포로 돌아와서 수퍼사장. 철물점 사장 불러다가 동네 향어 회 잔치 했답니다.
초장 듬뿍 찍어 쏘~~주 한 잔..
한주먹씩 싸서 드세요...
남으면 처치 곤란 입니다....^^*
그렇게~
달콤한 소양호 향어 회로 즐거운 잔치를 벌였지요..
아~~~~~~귀신요..!!
아무리 불러도 소양호 귀신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답니다.
귀신아~~~귀신아~~~~~~~~~~
어디서 뭐하~~~~~니 ????
밥먹는~~다....
무슨~~~ 반찬에?????
향어 반~~~찬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양호 향어와 처녀귀신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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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해서 뒤로 넘어감)
하지만...오싹한 반전을 내심 기다리던 1인....ㅋㅋㅋ
묘자리라고 듣고도 그자리가셔셔 주무시고...
저같았으면 그분들 나갈적에 같이 나가버릴듯합니다 ㅎㅎ
저두 5일동안 낚시한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처녀귀신 언제 나오는거얌~ ??
예지인님, 나빠용 때~찌 " ㅜㅜ
이쁜 처녀귀신을 이제나 저제나 기둘렸는데...ㅠㅠ
그래도 귀신 나올뻔 했잖아요..^^
픽션으로 귀신 한마리 등장 시킬걸 그랬나요 ??
향어 먹다 체해 죽은 귀신으로다 ...^^*
그래도 못 본 귀신 등장하는 픽션보단~논픽션 조행이 더 재미 있을걸요??
저는 그 시절에 맛 보았던 손맛이~
글 쓰는 내내 생각나서 혼났답니다..
다음에는 귀신말고...
진짜로 진짜로..무서운~
제 간담이 서늘했던 진짜 시체이야기 해드릴께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네요..
눈도 조금 내리고.. 출근길 조심하시고..감기 조심하세요~
허당 예지인~~~~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전개는 아주 맛깔났습니다
저두92~95년 까지 소양호 수인로 많이 다녔는데...
1.5칸으로 잡아내는 그 손맛은 참 대단했는데....
저역시 그 묘지골로 (그때는 무덤이 있엇음) 출조 많이 갔엇답니다,,,,
소양호,,,,예지인님 덕에 추억에 잠겨봅니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 시절의 소양호..
낚시에 대한 열정만으로 무모한 출조를 일삼던(??) ..철없던 그 시절의 예지인..
마흔이 넘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무척이나 그리워 진답니다..
그 시절을 추억으로만 즐거워 해야 하는 지금이 안타깝기도 하답니다..
그런 마음에~
넘치는 열정 주체 못하는 젊은 후배 조사님들에게~
힘이 넘칠 때, 수 많은 경험을..겁내지 말고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한답니다..
늙어지면 못하나니~
젊었을때 실껏 해보세~~!!..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깔끔한 글 잘 읽었읍니다.
무서운 곳에 갈때는 예지인님을 모셔가야겠네요.
초반의 스토리가 저의 경험과 똑같아 내심 놀랐는데 마지막 줄거리는 저와 반대이군요..
전 그때의 놀란 경험땜시 혼자 낙수할땐 항시 4칸 받침대와 야전 도끼를 옆에 끼고서 낙수하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재밌네요,,ㅎ ㅎ ㅎ
무엇이건 단박에 결정하고 실행하던 어린시절의 부산물이지요..
지금도 다른 이들이 주저하는 일정을 단숨에 결정해서 떠나고는 하지요..
겁 없이 쏘다니던 경험들이 많다보니~
요즘에는.. 놀랄 일이 웬만해서는 생겨나지 않는답니다.
님들께도 즐거운 추억거리들이 생겨나기를 바래 봅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서운거 좋아해서 읽는데 ..참 재밌는걸요..^^
열심히 마우스를 까딱거리며 내려 왔더니~~~
향어가 한 가마니로군요.
한참 지났겠지만 대단한 손맛 부럽고...
시체이야기도 기다릴거예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저는 어부골에서 귀신을 직접 만난적이 있는데....낚시하던 자리가 무덤터라고 배 타는 분이 일러주시더군요.
덕분에 옛기억이 살아났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억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답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귀신은 자기 마음속에 허상상입니다.
1부, 2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새해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