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0
"이래가~"
"요~래~ 요래~ 까딱 ~ 까딱 하모..."
이상한 채비...
아버진 긴 장대를 살짝 살짝 들어주며 채비를 까분다
초릿실 끝부분이 살짝 휘어지다 솟아오르기를 몇차례
찌가 한뼘이나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낚시를 하는것인지 물속 고기를 쫒는 것인지
고기가 바보도 아니고....
커다란 봉돌을 저렇게 들이대며 채비를 까부는데
무슨 고기를 잡는 다는지
처음엔 이상한채비에 살짝 기대를 가졌지만 효과가 없는 아버지의 행동에 웃음이났다
몇차례의 기술?로는 입질이 없어서인지 아버지는 교각밖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그늘이 없는. 교각 기둥 끝으로 채비를 드리운다
수면에 반사되는 눈부심에 아버지의 눈살은 찌푸려진다
잘보라고 하고선 두 아이에게 기대를 가지게한 아버지와
아버지만큼 인상을 써가며 까딱이는 찌를 바라보는 영례
반면 반사되는 빛을피해 건너편 돌부처를 보는것이 더 편한 나
시간이 흐른다
기다림에 지쳐가는 영례는 다시 낚시대를 재정비하고 교각쪽으로 던진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아버지의 코끝에는 어느덧 송글송글 이슬이 맺혔다
잦은 고패질도 잠잠해지고 귀챦아지셨는지 가끔씩 끌어 올리는 폭만 커질뿐...
나역시 다시 채비를 던졌다
서서히 입수하는 찌가 자리를 잡고 아버지가 건내주신 갈대방석을 깔고 앉았다
많이 푹신하지는 않지만 마른갈대 특유의 바스락함이 엉덩이에 전해져온다
지루하다....
움직임없는 찌를 바라보기를 10여분
건너편 해탈한 돌부처는 얼마나많은 덕을 쌓았기에 저리도 잘 건져내는지
다시 낚시대가 새워졌다
"와~ 잡았다~"
영례가 다시 호들갑이다
노조사의 뜰채안으로 들어가는 녀석은 크지도 않은데 영례는 감탄에 젖어있다
자랑이라도하듯 살림망을 들어 잡은고기를 취하는 얄미운 할배
멀리있어도 제법 묵직함과 큰녀석들의 물장구가 보인다
"와~ 아제~ 윽시 큰갑네예~"
건너편 노조사가 채비를 추스리는데도 시끄러운 영례의 시선은 건너 편이 아닌 아버지를 향하고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미 아버지는 양손으로 부러질듯 휘어지는 장대를 부여잡고있었다
호들갑스런 영례너머로 아버지의 숙여진 어깨
왼손으로 마개가까이를 쥐고 오른손은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손가락의 마디끝으로 충격을 흡수하며 버티듯 당기고있다
끌어내려는 아버지와 뺏으려는 녀석 사이에서 고통받는 낚시대만큼 긴장한 우리
영례와 난 알수없는 이끌림으로 좀더 가까이 아버지에게 다가간다
아직 물속은 녀석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콩을볶는듯한 찌의 흔들림만 비춰질뿐
한참을 버티던 아버지의 발이 움직이기시작했다
앞으로 숙여졌던 상체도 휘어진 낚시대도 자리를 잡아가는것 같다
아버지의 오른 손가락들이 주기적으로 끄덕이며
녀석의 주둥이를 간지럽히기라도 하듯 도발한다
기다렸다는듯 화답하는 녀석
교각밖으로 치고 나가던 녀석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교각안을향해 물속을 가르기 시작했다
"뒤로 나온나?~"
다급해진 아버지의 목소리에 놀라 영례는 도망하듯 교각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재빨리 드리웠던 낚시대를 걷어냈다
혹 낚시대가 아버지의 싸움에 휘말려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오랜기다림 때문인지 아버지의 코끝에 방울이 맺혀있다
물밑 녀석이 양손을 묶어둔 상태여서 아랫입술을 내밀어 간지러운 코끝의 땀방울을 불어낸다
"등좀 긁어바라~"
면티안 등골로 땀이 흘러내려 가려운지 허리를 틀어가며 내게주문한다
가랑비라도 맞은것처럼 축축해진 어깨
회색 면티안으로 손을 넣었다
뜨거운 열기가 내팔을 휘감아 익는듯하지만 끈끈하고 미끄러운 아버지의 척추뼈위를 긁어내린다
"그!그! 거기 팍팍좀 !"
가려운부위를 지나칠때 재차 주문하는 아버지
손톱을새워 제법 아플만큼 긁은 후에야 손을 빼냈다
"아따~ 안되그따 ~니가쫌 잡아바라~"
"일로온나~"
아버지는 나의 손톱자국에도 불만족 스러운지 내게 낚시대를 건낸다
어쩔줄몰라하는 내손을 잡아 아버지의 자세대로 왼손은 마개끝에 오른손은 장대위를 쥐어준다
머리위로 들리는 아버지의 음성
"아빠는 힘이 빠지가 몬잡긋따~"
아버지의 거친 음성
" 요래~꽉 잡아가 ~ 급하게 땡기낼라꼬 하지말고 ~고기가 힘이 다빠질때 까지 따라댕기라~이~"
"꺼~낼라카다가 떨~간다~이~"
"천~처이~슬~슬 땡기다가 흔들모 ~"
"이바라 ~이바라~흔들제~"
나의 양손위로 아버지의 땀이베인 커다란 손이 감쌓쥐고 있지만
낚시대 위로 녀석의 바늘털이가 느껴진다
순간 녀석이 물위로 솟구쳤다
......
..
사방으로 물방울을 날리며 날아오르는 녀석
그동안 낚시를 하면서 물밖으로 점프를 하는 고기는 처음이다
그보다 더놀라운것은 튀어오른 녀석의 거대한 크기와 빠른 몸놀림
그짧은 순간에도 녀석의 탄력있는 몸부림은 고무가 휘어지며 반동으로 돌아가듯 몇번이나 몸을 뒤틀었다 떨어진다
"풍덩~"
.....
큰 '짱돌' 을 던진것처럼 녀석은 다시 물속으로 내리꽂는다
"아빠는 인자 대~서 안되긋다 ~"
"잘 ~꺼내바라~ 내는 포기다~니가잡아라~"
그리곤 내손을 덮어줬던 아버지의 손이 아쉬운듯 떨어져나간다
배아래 왼손으로 마개를 잡고 오른손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고기를 따라다닌다...
그러다보면 녀석은 힘이 빠질터
그때 끄집어 내는 거다...
속으로 주문을 외지만
현실은
굳어버린 두다리와 떨리는 양손
바짝 긴장을 한상태로 녀석이 가는대로 팔이 딸려 다닐 뿐 한발짝도 움직이지못한다
녀석이 낚시대를 흔들며 처박을때마다
뒷편에서 들리는 아버지의 음성과 영례의 걱정스런 눈빛
낚시대를 건내 받은지 수초만에 녀석은 나를 깔보기라도 하는듯 수면아래로 끌어당긴다
힘겹게 오른 발을 내딛었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오른발
녀석이 나를 물속으로 끌어당기려하고있다
따가운 오후의 태양아래 달구어진 팔은 두어발 앞에 펼쳐진 저수지의 시퍼런 물색에 소름이돗았다
녀석의 힘에 못이겨 빠지기라도 한다면...
생각할수록 뒷머리가 곤두서며 안면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사방이 어두워보이고 오직 시퍼런 물빛만 머리속을 가득채웠다
또 한번의 바늘털이!
양팔로 전해지는 진동이 몸전체로 퍼져 내린다
다시한발 앞으로 ....
"어?어!어!~"
신발위로 스며드는 서늘함
이미 오른발은 찰박찰박 수면을 밟은상태
이러다 정말 물속으로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감고허리를 새워
최대한 어깨를 뒤로 넘기며 뻗은 팔을 몸으로 끌어 당기기 시작했다
"천~처이!!"
굵고 나즈막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귀뒤에서 들린다
"인자~ 나온다~ 다됐다"
"천~처이~ 지그시 버팅기민서 손으로 땡기지말고 온몸으로 힘줘서 발로 설설 땡기라~"
.....
"눈뜨고~"
아버지의 손이 나의 허리춤을 잡고 있음을 느끼고서야 비로서 감았던 눈을 떳다
수면 아래있던 찌도 어느새 물밖으로 모습을 보이고 나의 다리도 주인의 명령에 따라 뒷걸음질 한다
드디어 녀석의 번떡임이보이기 시작한다
녀석도 힘이들었는지 움직임이 한층 둔해졌다
"하~....."
심장의 폭발적인 펌프질이 시작되었다
움추리고있던 날개를 펴 도약하는 한마리의 솔개처럼
녀석이 나에의해 조금씩 물가로 끌려오는것을 내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심장이뛴다는것을.... 말할수없는 쾌감에 사로 잡혔다
아버지와의 추억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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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8
군더더기 없는 글 흐름이 정말 좋네요
재미납니다~~ 잘읽고 갑니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기는 쉽지 않죠.
부디 멋진 추억을 건져 올렷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