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3
고개를 돌리는 동안 심장은 폭발하듯 뛰기시작했다
검정색 조리 위로 빛나는 핑크색 매니큐어 발가락
가느다란 발목을지나 매끈한 종아리
레이스를 따라 나의 시선은 점점 더 위를 향해 달린다
얼굴을 때리는 햇살의 따가움이 미간을 찌푸려 놓지만 목적지는 아직이다
챙이 긴 모자의 그늘아래로 앵두같은 입술이 움직인다
"물속이라도 뛰어 들려고 그러니?"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여기 엄청 깊어~"
"아빠가 그러는데 말야~~...."
난 무슨 기대를 한것인가?
아이와 어른의 음성도 구분못하고 한껏 기대를 하며 올려다 보지만 수문을 연 저수지처럼 끝없이 쏟아내는 쫑알거림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아따 시끄럽네~"
끝없이 뱉어내는 여자아이의 말을 뒤로하고
다시 물가를 향해 앉았다
"야! 사람이 말을 하면 돌아서 보기라도 해야지"
"혹시 너 물에 빠지나해서 와봤더니...."
다시시작된 속사포 랩
여자애들과 말을섞는것 자체가 없던 나지만 뒷통수에다 늘어놓는 따가움에 오만상이 다 찌그러진다
이미 매니큐어발린 발가락을 봤을때부터 나의 두군거림과 기대를 꺽어버렸기에 더 짜증난건지도 모르겠다
"사라락~"
건너편 검붉은 단풍잎이 손을 흔들며 내눈을 어지럽힌다
선생님은 뭐하실까....
성생님의 구두와 같은 붉은 단풍의 하늘거림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생각들도 잠시...
빨리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나는건 그칠줄 모르는 궁시렁 거림과
뭔가를 요구하는 말들을 늘어놓는 여자아이
......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운동화를 신는다
"휘잉~~"
갑자기 불어온 흙먼지의 돌개바람
속눈섭을 건드리는 먼지바람 에 자동으로 눈이감기워진다
"아.!!앗"
여자아이의 놀람에 억지로 눈을 떠본다
우리를 질러 상류쪽으로 향하던 돌개 바람이 이내 힘을다해 사라지고
시야에들어오는건 수면으로 떨어진 아이의 커다란 모자
조용한 물가
그렇게 떠들어대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고 단풍잎들이 부딛히는 소리만 들려온다
피식 웃음이났다
"어떻게!! 아...으..."
여자아이의 혼잣말 같은 작은 속삭임에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것같은 울먹임이 섞여있다
그렇게 쫑알거리니 벌받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최대한 웃음기 없는 얼굴로 뒤돌아본다
나와 같거나 좀 많아 보이는 또래의 여자아이
발그래한 얼굴을 절반이나 가린 썬그라스위로 빨간 두건을 양손으로 누른체 물위에 떨어진 모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꼬시다~시끄럽 드마는~"
선그라스안쪽이 잔뜩 일그러졌거라 생각되는건 반짝이는 입술이 삐죽 튀어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리곤 발을 옮겼다
주어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바지를 벗고 들어가지 않는이상은....
그리고 여긴 동내 냇가도 아니다
아무리 수영을 잘한다해도
이렇게 시퍼런 물을 보고도 뛰어들 사람은 몇 없을것이다
아니 없을것이다...
"야! 어디가 ? 주워 줘야지?"
"그냥가면 어떻게??"
"야~아~!!"
모자가떨어진 수면을 지나칠때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아~나 ~귀 따갑꾸로~ "
"내가 와??"
"와? 주~주야 되는데?"
뒤돌아서 항변했다
선그라스에 반사되는 태양빛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동그란 눈동자
귀염상의 얼굴이지만 결코 친하고 싶지않은 여자아이다
"너가 위험해보여 걱정되 왔는데 모자가 날아갔쟎아~"
"그러니까 주어 줘야지~ 그리고 난 물에....
어!!~어~!"
여자애의 입이벌어지고 달콤한 딸기향이 나를 스쳐 지난다
선생님과다른 풋풋한 .....
지나친 여자아이는 물가에서 발을 구르고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전 서있던 여자애의 빈자리만 처다본다
"어떻게~ 가라앉을꺼같에~"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아이의 다급함이 전해지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건 없다
"야!! 어떻게 좀 해봐~"
"같이 온사람 없나?? 건지달라 캐라~"
난 건져줄 의사가 없음을 알렸다
아니 못들어가겠다는 표현이 맞겠지
아이는 원망스러운 나의 대답에 입을 있는데로 내밀어 서러움을 표현한다
"너!! 못됐어~"
.......
그리곤 아빠를 외치며 저수지 안쪽으로 달린다
검정색 조리의 뒷바닥에 채이는 흙먼지가 멀어진다
"진작 아빠 부르등가??"
"땁땁~한기~"
멀어지는 하얀원피스에 혼잣말을 한다
수면위의 모자는 절반가량 물을 먹었다
.....
애 아빠가 건저주겠지...
......
아직도 달리고있는 원피스
...
여기 도착 할때 즘이면 가라앉아 버릴려나??
교각을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
...
몇걸음 못가 이내 돌아서며 사라진 여자아이를 찾고있다
"에이~씨 ~"
"문~디~그튼기~"
..
짜증섞인목소리로 모자와가까운 물가에섰다
"저거는 물에 뜨도 안하나~?"
"아~씨~"
아직 한쪽운동화는 축축하다
어쩔까? 물속으로 보이는 돌들의 모양새가 두어발은 들어가도 될것 같은 느낌
....
...
바지를 벗고 들어가자니 이후상황이 쪽팔릴것같고....
.....
모자는 ??
이미 머리끝까지잠겨 금방이라도 가라앉을것 같이위태롭다
"에이~씨!"
나는 미친짓을 하고있다
시퍼런 저수지안을 두어발짝
팬티속으로 스며올라오는 서늘함에 쪼그라드는 분신
조금만더..... 조금만...
물속 디딤돌 끝에올라 팔을 뻗었다
한치 정도의 길이 ....
손끝으로 물살을 일으켜 내 쪽으로 저어본다
아주 조금씩 끌려오는 모자
온힘을 발가락 끝과 손끝에 집중시킨탓인지 엄지손가락이 손바닥안으로 뒤집어 지는것같다
좀더~쫌만더~
조금씩 끌려오던 모자가 드디어 손가락끝에 닿았다
검지와 중지사이로 들어온 모자의 감촉...
긴한숨과 함께 입꼬리는 올라간다
작은 모자 였다면 닿지도 않을 거리...
챙이 커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오른발이 미끄러진다
아.......
씨...
이건 아닌데 ...
삽시간에 온몸을 때리는 차가움
물이 이렇게 차가웠던가?
잊고있던 두려움이 온몸을 덮어버렸다
수영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인데
물먹은 운동화가 이렇게 무거웠던가?
물장구를해도 종아리가 따끔 거리기만하고 몸이 말을 듣지 않으정도로 튀틀리듯 뻣뻣해진다
아......
선생님이 종아리 물에 담그지 말라고 했는데...
혼날지도 모르겠네....
쥐가난다는 것이 이런것인가
난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었나?
이러다 정말 물에 빠져 죽는것은 아닌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죽는다는건 어떤걸까?
아빠!!
아빠~~~~
아버지를 부르는 내입을 틀어막는 차가움이 목속깊이까지 파고들어
얼음칼로 도려내는것처럼 따가워진다
귓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고막의 먹먹함이 전신으로 퍼진다
눈물이 난다
뜨거운 눈물이....
감은 두눈을 뚫고 흐르는 눈물이 눈껍을 데우기가 무섭게 흩어지듯 사라진다
이게 죽는거구나...
아랫마을에서 익사한 관광객을 본적이있다
얼굴의 형태를 알아볼수없을 정도로 터질것처럼 불어 있었는데...
건너편 단풍잎의 재잘거림도....
따가웠던 태양의 이글거림도...
귀를 후벼파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
??
..
목소리??
..
의식이 점점 멀어지는 속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듯 하다
"아빠...."
"어..떻..케.."
아버지와의 추억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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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이른 시간에 글을 올리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궁금타....
잘 읽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늦게나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