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7
"후~~~"
여느때 보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한숨
.....
"안다칫나?"
뒷모습 그대로 아버지는 몸을 일으키는 내게 한숨섞인 물음이다
"고기는예~"
아버지의 한숨 에서 알수있는 상황을 궂이 물어본다
영례도 자리에 주저앉아 교각의 수면만 바라볼뿐 말이 없다
"흠!..... 뜰가 삐따~"
아버진 쥐었던 낚시대를 들어 보인다
허리부분 이 부러진 낚시대
"흠~"
....
나는 아버지와 영례사이에 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풀린눈으로 수면을 바라본다
....
허탈함
이미 난 녀석을 포기하지 않았던가
아버지에게로 옮겨졌을때부터 도저히 건질수 없을꺼라 생각 되었지만
작은 희망으로...
자랑거리가 생겼다며 다잡은것처럼 기대했었는데
계속 한숨만 나온다
"아따~ 윽시로~ 큰놈이었는데 그자~"
나의 계속되는 한숨소리에 위로의 말을 건내는 아버지....
하지만 당신도 아쉬운건 마찬가지인지
부러진 낚시대를 놓지 못하고 계신다
"우째 이기 뿔라지노~"
"참내~"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어 ~ 저바라 저짜~"
영례의 손가락이 건너편을 가르킨다
낮에 노조사가 낚시하던 곳에 작은 빛이 반짝인다
수면을 움직이다 사라지기를 수차례
부러뜨린 낚시대를 끌고 다니는 모양이다
"영례야 낚시대 갠챦나??"
"아까 따라뎅기다 밟았는데~"
"아~"
....
건너편 캐미에서 시선을 떼고 낚시대 앞으로 향하는 영례
"옴마야~ 짜개 진네예~"
손잡이대중간이 쪼개져 바스락 거린다
"허이고~ 저기 ~ 낚시 다걷어 간다보래~"
아버지의 시선도 건너편의 캐미를 바라본다
"하~"
땅이꺼질듯한 한숨이 동시에 터진다
3명의 조사가 하나의 괴물을 상대한결과
부러진두대의 낚시대와 함께밀려오는 상실감
그리고 계속 토해내는 한숨
"후~"
....
"아따~땅끄지긋다 ~"
아버지는 나의 뒷목을 두드리며 괜챦음을 말한다
따듯한 아버지의 열기가 목을 쓸고 가슴으로 내려온다
"들어가라~ 몸이 마이 차갑네~"
"영례야~ 그거 이리주고 텐트에 들가있거라"
쪼개진 낚시대를 건내주고 영례와 난 텐트 로 들어섰다
이불 보따리를 풀고 그대로 엎어진다
"아깝구로 윽시큰긴데 그자~"
.......
뒤따르는 영례가 망사모기장을 내리고 랜턴을 킨다
"어~..."
퉁명한 나의 대답에 베시시 웃는영례가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니가 젤 큰거 잡았다 아이가~"
"나는 손빠닥 만한거마 두마리 잡았는데 ~"
나를 추켜 세우는 영례의말에 금방 표정이 밝아진다
단순하긴.....
"맞제 ~ 아빠가 잡을수 있었는데 대가 뿔라지가꼬~"
온기의 끝자락을 찾아가듯 손바닥과 얼굴을 탠트바닥에 부빈다
건조한 흙냄새가 바닭을 뚫고 올라오고 노친녀석의 아쉬움을 영례가건내는 과자와함께 삼킨다
조금전을 생각하니 다시 침울해지는 나
"인자~몇달 안남았네~"
.....
"어... 맞네"
....
"니는~느그 행님메로 전학 안가나?"
....
....
"몰라~"
....
"민호하고 수돈이도 중학교는 마산으로 간다카든데"
...
"맞나~".
...
..
그리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시골에선 객지유학의 바람이 불어있었다
형을 필두로 이장님댁 상범이형 떡방앗간 호창이형 할것없이
다들 중고등학교는 읍내가 아닌 마산 부산 등지로 자취생활을 하며 시골을 떠났다
영례도 그중 하나가 되겠지....
자식의 공부를 위해 희생치 않을집이 어디있겠냐 만
여유가되지않은 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도시로 향했다
"바닦이 미지근 하이 좋네~"
......
"어..미지근하네"
...
영례가 내옆을 파고들면서 이불을 덮는다
우린 나란히 랜턴 빛을 바라보며 이불위 과자봉지에 손을 넣었다
"하~암~"
입이 찢어질듯한 하품
"헤~~"
이어지는 베시시함
"대다요~"
....
"어 ~ 오늘은 좀 대다"
.....
영례의 물음에 단답만을 하는 나는 아직도 노친녀석의 아쉬움으로 가득차있었다
뭘 물어도 한숨을 섞어내고
영례또한 이런 내게 삐쳤는지 말이없다
.....
랜턴불이 약해질무렵 밖에서 들리는 찰박이는 물소리
소리로 봐서는 크지않은 붕어를 올리신듯하다
"잡았는 가베~"
........
...
댓구가없는영례 를 돌아보니 눈을 감고있다
"자나?"
.....
"아...니."
....
"근데.... 잘꺼긋다~"
눈을 감은체 졸린 대답이온다
"불 끈다이~"
......
탠트안의 어두워짐과 동시에 울리는 챔질소리
"핑~"
번뜩이듯 고개를 돌려 망사밖 아버지를 봤다
교각아래를 비추는 가로등에는 아직까지 나방들이 날리고있다
간혹 나방을 쫒는 박쥐의 그림자와 고기를 덜걸어내기위해 대를 세우는 아버지의 뒷모습이보인다
탠트를 나서자 낮을 쬐인 태양의 기운이 어두움에 삼켜져 서늘하다
생수를 담은 코펠과 빨간 커피믹스봉지를 들고 버너에 불을 올렸다
"안자나?"
아버지의 음성이 탠트를 타고 넘어온다
.....
"예~"
....
코펠의 가장자리를 타고 오르는 열기에 손을 녹이며 플라스틱 컵에 커피봉지를 찢었다
금새 데워지는 코펠 테두리로 물거픔을 내며
손바닥으로 촉촉함이 느껴진다
조심스레 한발짝 한발짝 아버지를 찾는 발걸음
"아빠~ 커피..."
...
"커피탓나 ~ 좀 자지 그랬노~"
...
기다렸다는듯 받아드는 아버지의 엄지손가락은 검은 절연테이프로 감겨져있다
"아따~ 따땃하이 좋네~"
"후~
후루룩~"
"아이고~ 쏙이 뜨듯하다~냄새도 구수하고"
"고맙다이~"
옆에 쪼그려앉은 내게 편안한 웃음을 보이는 아버지
까슬거리는 검은 수염들 사이 드문드문 빛나는 흰수염들이 가로등빛에 머리를 내민다
"헤~"
"고맙다 카는거 아이라민서예~"
....
"그래 맞다 맞다 !"
"부자 끼리는... 흐..."
"후루룩~"
"하~~~~ 좋네~"
"함 무바라 뜨뜻하이 좋다"
플라스틱 컵을 받아들어 한모금 마신다
달콤 텁텁 쌉살.....
따듯함이 몸을 씻듯 내려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영례는 자나?"
침묵뒤 아버지가 꺼낸 첫마디는 영례의 상태다
"으.....음...예~"
...
"영례는 대전으로 간다카제~"
"ㅇㅖ"
....
..
부러진 두대의 낚시대가 아버지의 낚시 가방에 들어가있다
내일 집에가서는 종일 저걸 수리하실테지....
......
"행님 안보고싶나??"
...
뜬금없이 화제를 돌리시는 아버지
눈을 들어 아버지의 엽모습을 본다
....
난 말이 없었다
솔직히 두살 터울의 형은 나에게 많은것을 행사했다
물론 직접 적인것이아닌 주위의 시선이나 나스스로의 위축에서오는 형에대한 거리감이
지금 형이 없는 생활을 즐기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범생인 형
그리고 그 이면을 알고있는 나
말잘듣고 공부잘하고.....
웃음이 매력적인 형의 송곳니를 볼수있는건 나밖에 없었다
연습장 빽빽히 깜지를 만들어가야하는 숙제도 내몫
물떠와라 라면 끓여라
만화영화를 볼때에도 난 부모님의 동향을 살피며 곁눈질로 봐야 했던 그런 날들...
형의 서울행을 알게되던날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뻣었다
내방이 생기고 내책상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것 만으로도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행복했다
떠나던날 슬퍼하시는 어머니 큰손자에게 쌈짓돈을 쥐어주던 할머니
그리고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아버지의 충렬된 눈동자
그러고보니 형의 서울행이후 아버지의 밤낚시가 잦아진것 같기도 하다
"아빠는예~"
"아빠는.... 안보고 싶습니꺼?"
.......
"핑~"
과한챔질
손바닥보다 작은싸이즈가 날아와 아버지의 어깨를 때린다
"이거는 묵도 몬하건네~"
그리곤 다시 미끼를 달고 투척
일자 캐미의 반원이 수면으로 떨어지고
이내 자리를 잡아간다
"낚시 할래?"
쑤면을 내리는 캐미가 하나로 합쳐질때 아버지는 나의 대답도 듣지않으시고 낚시 가방을 뒤적인다
"이거로 함해바라~~"
어두운 교각 가로등불에
반질반질 빛이나는 은은함
아버지는 헝겁에 쌓인 대나무 낚시대를 꺼냈다
절번 마다 연결되어있는 고무줄
한절씩 꽂아 채비를 하신다
"이거 가꼬 나갔다가 느거 행님 마이 맞았다 흐~~"
전날 밤에 했던 말을 되씹으며 아버지는 당시를 추억하시는지 씁슬한 웃음이다
"이거 느그 할배 낚시대다~"
누런 대나무 절번 끝으로 빨간 띠가 마킹되어있고
비틀어 꽂을때 바다 "뽀드득" 거리는 대나무의 마찰음이 교각을 울린다
"할배 낚시댄데 할배는 이거 써보지도 몬했다 아이가"
"느그행님이 젤 먼저 썻고 오늘 니가 두번째다이~"
아버지의 쓴웃음은 형과의 추억때문이 아닌 할아버지의 기억때문일지도 모른다
"한번 떤지보도 몬하고 그길로 눞드마느...."
"아이고 ~아버지......"
바늘을 달고 있는 아버지의 입에서 쉰소리가 나온다
할아버지....
내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되집어본다
넓다란 등짝에 매달려 어깨를 감은 작은 팔
부드러운 수염으로 손등을 간지럽히던 어린 시절
어렴풋 떠오르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채비를 마친 아버지의 얼굴과 교차한다
"와~??아빠 얼굴에 머 묻었나??"
.........
"헤~~~ 아니예~"
..
"자슥~"
"아나~ 이거로 함 떤지바라~"
안테나처럼 죽죽 빼내는 낚시대보다 묵직하지만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한번의 찌맞춤으로 미끼를 달아 던진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적막함
....
저수지 안쪽 텐트를 비추던 불빛이 하나둘 꺼진다
멀리 수면을 차는 물장구소리
산기슭을 구르는 자갈소리
풀벌레소리
그리고 영례의 코고는 소리가
싸늘해진 밤공기에실려 저수지를 울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랫만에 들어왔습니다
더운날 건강 챙기세요
건강이 최고 입니다
건강해야 낚시도하고 여유가 생깁니다
아프면
다 소용 없어요
건강하세요
아버지와의 추억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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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7
내가 마치 그곳에 있는듯한 느낌마저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정감 넘치는 부자간의 대화가
가슴 따듯해 집니다
다만 해석 안되는 사투리가 있어
조금은 아쉽지만
서정적 필력에
다음을 또 기대해 봅니다
윽시로 큰놈이었는데 그자=엄청 큰놈이었는데 그렇지 않니?
우째 이기 뿔라지노=어떻게 이게 부러지냐
저바라 저짜= 저기봐 저쪽
짜개 진네예=쪼개 졌네요
땅끄지긋다=땅이 꺼지겠다
아깝꾸로 윽시큰긴데 그자=아쉽게도 엄청 큰건데 그렇지않니
뿔라지가꼬=부러져서
느그 행님메로=너의 형처럼
대다=힘들다
잡았는가베=잡았나보네
따땃하이 좋네=따듯하니 좋다=뜨듯하다
아이라민서예=아니라면서요
무바라=먹어봐라
묵도 몬하건네=먹지도 못하겠네
이거 느그 할배 낚시대다=이건 너의 할아버지 낚시대다
대충 이정도가 되겠습니다
다시읽어보니 맞춤법 띄어쓰기 장난아니네요
자식들의 추억으로 바뀌어가고..
길가에 코스모스..이뿌네 감탄하다가
계절이 벌써!!!~~...은근 짜증이 납니다
남아있는 인생에서 제일 젊을때라 위로하지만
내젊음이 하나둘 떠나갑니다
아부지하고 추억이 우짤란고,,ㅎㅎ
그저 부럽게 읽고 있습니다. 잘복ᆞ 다음 편 기다립니다.
그냥 읽으면 좋네요.먼지 모르지만...
잘보앗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