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4
땡땡~
단잠을 깨우는 종소리
엎드린체 눈을 떠본다
시끌 벅적 복도를 뛰어가는 발소리
운동장에서 고함지르는소리
시끄러움에 익숙해질무렵 고개를 들어 둘러보지 않아도
나 이외에 아무도 없음을 알수있다
다시눈을 감고 포근함을 찾아 볼을 비벼보지만 어디에도 북숭아향은 .. 달콤한 선생님의 냄새는 나지않는다
아무도없는 양호실을 울리는 식충의 울음 소리에 놀라 일어나 앉았다
차갑고 딱딱한 양호실벽에 등을 기대
종아릴내려다보니 허연 연고가 피와함께 마블링 되어있다
잠든사이 선생님이 발라주셨나?
멍한 눈으로 상처위 마블링을 따라가며 선생님의 손길을 느끼지도 못하고 잠이든게 한탄스럽기만하다
바람이불어와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볕이 잘드는 창가에 걸어둔 바지가 바람을 맞을때마다 내얼굴을 가리웠다 도망하며 하늘거리고있다
그사이 피묻은 바지까지 빨아놓으셨나보다
순간을스치듯 재빨리 바지쪽으로 개걸음을 한다
복숭아향....
깊이는 다르지만 바지를 통과하는 바람에 선생님의 향과같은 비누냄새가 난다
"하~"
깊이들어마신 숨을 쭉~ 내뱉아 마음으로 느껴본다
"니 머하노"
익숙한 목소리
"어?? 왔나??"
문을 여는소리도 잊고 잠시 감상에 젖어있었나보다
"샘이 니 가방 가따주라 카더라"
영례는 들고온 내 책가방을 침대모서리에 걸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수업시간 마차서 책보라카던데"
오후수업을 양호실에서 보내도 된다는 생각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갠챦나?"
"어?.. 어..."
다시 벽을기대 자리를 잡아 앉으며 되물었다
"니는??"
"어?.뭐가??"
....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 나는 개안타"
"근데 쫌 아푸기는 아푸더라 지금은 개안타"
영례는 아프지 않다는걸 확인이라도 시키듯 자기 종아리를 만져보인다
"아니"
"니도 진짜 숙제 안해왔나?"
등교하면 영례의 숙제를 배끼기만했던 나다
지금껏 영례는 한번도 숙제를 빼먹은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 영례에게 무슨 대답을 듣고 싶었던걸까?
영례는 그냥 웃기만 한다
"와~ 느그아빠한테 윽시로 맞았는가배~"
화제를 돌리듯 몸 이곳저곳을 살피던 영례의 손가락이 종아리에 다을듯 다가왔다
"하지마라~ 아프다!"
귀챦은듯 고개를 돌려 창가에 걸린바지를 향해 말했다
영례의 시선도 바지를 향했다
하늘거리는 바지그림자가 우리둘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가리운다
"니 ~도시락통 안들고왔데 같이 밥묵자"
영례는 침대위에 자기의 도시락을 올려놓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여분의 포크숟가락을 싱크대앞에서 씻고있다
영례의 부모님은 항상 관대하다
동네구석구석을 뒤집고 다니고 같이 개구진짓을 하고다녀도
타이를뿐 매를 맞았다거나 혼났다는 말을 들어본적이없다
삼대독자여서? 아버지가 객지에 계서서?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영례가 왠지 모르게 부러웠다
"니 인자 내하고 밥무글 날도 얼마 없다~이~"
씻은 숟가락을 내밀며 멋적은 웃음을 보인다
"와~전학이라도 가나?"
받아든 숟가락에 힘이들어간다
보온밥통 뚜껑이 열리고 눌려진 밥에서 하얀 김이올라온다
소세지,멸치조림,깍두기,멀건 된장국이 침대위에 펼쳐졌다
"나도 잘 모르는데~ 중학교는..."
말꼬리가 흐려졌다
"몰라~ 엄마가 중학교는 대전에서 다녀야 된다카더라"
들은적이있다
예전에 영례아버지가 대전에 계신다고 ..
그렇게 좋아하던 소세지도... 한 숟가락씩 입에넣던 밥숟가락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가 않았다
"오늘은 좀 짭다~ 그자~?"
"히히히"
뭐가그리 좋은지 아니면 억지로 웃는건지 밥알을 떨어뜨리며 영례는 웃어보인다
"좀짭네~ 느거엄마반찬 맛있는데.. 오늘은 좀 짭다~"
영례와난 어색한 웃음을 하며 넉넉하지도 않는 밥을 한참동안 먹었다
"그래도..방학때마다 오면 된다 아이가"
식사를 물리고 나란히 침대에올라 벽을기댄다
시끄러운 운동장과는 달리 양호실 안은 조용하기만하다
"꼬르륵~"
염치도없이 얻어먹은 주제에 더달라며 소리친다
"헤~"
어색한 분위기가 배골는소리로 둘을 웃게 만든다
"라맨 뽀사묵자"
영례가 뭐라답하기전에 책가방에서 주황색 봉지라면을 꺼냈다
"해피네?"
"뽀사묵는거는 삼양이 마싯는데"
"조바라"
불편한 나를 위한배려이기도 하겠지만 생라면 뽀개는 재미를 느끼고싶은 영례
바닥에 놓고 양손으로 꾸깃꾸깃 부셔도 되지만 라면은 팔쿰치로 부셔야 하는 것이 정석인양 한손으로 라면을 벽에대고 팔쿰치로 가격한다
잘게부서진 생라면 위로 빨간 모래가 떨어지듯 스프를 뿌린다
라면을 사이에 두고 오독오독 씹는 소리만 들릴뿐 먹을땐 둘다 말이 없다
묻은 스프를 빨던 손가락으로 라면 부스러기와 스프를 꾹꾹눌러 입에가져간다
짭짜롬한 스프알갱이를 혀위에놓고 굴리다보면 스프특유의 미원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니 내일 뭐하노?"
스프와 엉킨 침을 삼키고 나는 입을 열었다
"음......"
"몰라"
"와?"
"아빠가 낚시하로 가자카든데~"
무릎을 구부린체 앞만보고말을 했다
"느거 아빠가?"
영례는 뻗은다리를 접어 나와같은 자세가된다
"니도 갈래?"
......
"엄마한테 함 물어보고"
...
잠깐씩 머뭇거리던 영례의 쉼표속에서 알수없는 거리감 마져 느껴졌다
"점심시간 끈나간다 올라가바라"
영례는 가져온 도시락통을 챙기고 침대를 내려선다
비스듬히 돌아선 영례의 시선과 벽을기댄체 양호실문 쪽을 바라보던 내눈이 엇갈리듯 교차하자 둘은 '씨~익'웃기만 했다
"엄마한테 쫄라보께 내일 같이가자"
영례도 같이 갔으면 하는 눈치이다
"간다이~"
간다는 말과함께 커튼을 휘날리며 양호실을 나서는 영례의 뒷모습에 쓸쓸함이 배어있다
커튼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라면봉지와 침대시트에 떨어진 스프가루를 훔쳐 내고 가방에서 전과를 꺼내 베게위에 올려놨다
뭔가또 빠진것은 없나 이리저리 살펴보던중 문밖에서 들리는 인기척
입주위에 묻은 흔적을 팔소매로 문지르고 얼른 침대보를 끌어당겼다
문이열리고 들어선 선생님
"점심 못먹었지?"
선생님의 목소리에 전과에서 눈을 돌렸다
안경너머 살짝 눈꼬리를 말아 올리고 웃으며 내려보는 선생님
도톰한 입술은 식사후 루즈를 고쳐바르지 않은듯 핑크색에 윤기가 흘렀다
예쁘다....
어느때와 똑같은 선생님인데 웃는모습이예뻐보이는건 그간 선생님은 미소가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먹었니?"
벽에기댄체 침대보안에 숨겨놓은 라면봉지를 움켜 잡았다
"아... 아..니예~"
라면봉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선생님귀에 들릴까 나도모르게 조금 큰소리를 냈다
"종아리좀 봐!" 어떻게 됬나보자"
선생님은 길다란 손가락이 침대보를 잡았다
"개...갠...차나예~인자 피..피도안나고 아...안아픕니더~"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종아리가 다시금 터질듯 뛰기시작했다
침대보를 끌어내리려는 선생님과 무슨일이 있어도 하체를 사수하려는 나와 잠깐의 실랑이는
벽에걸린 시계를 올려보는 선생님의 기권패다
"이거 먹고 책보고있어~선생님은 수업 해야하니까"
선생님은 책상위에 빵과우유를 내려놓고 창틀에걸린 바지를 만지작거렸다
바지가 말랐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선생님의 뒷모습
검은 생머리가 빛을받아 갈색을 부른다
부드럽고 하얀 블라우스는 선생님의 손길이 바지위를 지날때마다 나풀거리며 굴곡진 실루엣을 연출하고 벌어진 입과 콧구멍으로 달콤한 복숭아향이 스며든다
"하~"
깊게 들이쉰 긴한숨
눈을 감은체 취해 무릎에올려둔 전과를 떨어뜨린지도 몰랐다
"뭐하니?"
.....
눈을 떠보니 침대앞에선 선생님은 한쪽눈섭이 올라가있다
"입다물고!! 파리들어간다~"
"수업마치고 올테니까 책보고있어"
선생님은 나의 대답을 들으려하지도않고 양호실을 나섰다
"예~"
커튼 너머 양호실문이 닫히고도 한참후에야 다시온다는 선생님의 말에 멍하니 답을했다
얼굴을 가리우는 바지그림자
선생님의 실루엣을 생각하며 난 한참을 멍하니 웃고있다
지루한 오후의 시간이 흘러간다
"땡땡"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
이제 선생님이 오시겠지?
친구들은 청소를 하고있을것이다
뭔가를 이렇게 간절히 기다려본건 마을에서 공청 안테나를 설치하고 새로운 채널로 독수리오형제를 시청했을때 이후 처음이다
운동장을 지나는 한무리의 왁자지껄 소란한 소리와 복도를 뛰며 마대질하는 소리가 흥겹다
터질듯 아프던 종아리도 이젠 따끔 거리기만 할뿐
.....
..
제법 시간이 지났나??
복도도 운동장도 조용해졌다
해가 서산을 향해 느린걸음을 하는지 조회대위를 학교본관의 그림자로 채운다
교문밖을 지나는 경운기의 앤진소리가 멀어진다
째깍째깍 벽시계의 초침이 들릴무렵 양호실문이 열린다
"가자~"
....
영례다
"샘이 집에 가란다"
기대에찬 내표정을 고치기도 전에 영례가 웃으며 말한다
"머하노 옷입고가자"
침대위로 던져진 바지는 오후내 햇살을받아 바스락하게 말려져있다
종아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기다린동안 아픈줄 몰랐던 종아리가 바지를 입으려 몸을 일으키니 터질것 같았다
한껏 엄살부리는 얼굴로 영례에게 선생님 동향을 물었다
"샘은~?"
바지에 연고가 묻을까 조심스러운 나에게 영례는 휴지를 풀어 내게건내며 말한다
"아~들 나머지공부 시킨다"
"내보고 니 댈꼬 가라키더라"
건내받은 휴지를 종아리에 감아묶고 바지를 올렸다
침대를 내려와 허리를 펴자 관절을 마추는 소리가 시원하게 난다
"저거는?"
영례의 아래턱이 책상을 가르킨다
고개반 곁눈질반
책상위에는 빵과 우유가 놓여져 있다
침한번삼키고 잠깐동안 시간과 공간이 멈춘다
오른발이 살짝 책상쪽으로 움직였으나 이내 돌려 짚었다
"가자 ~"
영례를 스치듯지나 가방을 매고 양호실을 나섰다
영례의 벙벙한 눈동자는 헝클어진 침대보와 책상위를 번갈아보며 나를 따랐다
본관를 나설때의 기분이란....
"행님들이 와~ 흑장미 싫어하는지 알것따"
나는 선생님을 궂이 흑장미라 칭하며 영례가 준비해놓은 신발을 신고 볼멘소리로 씹듯 뱉어냈다
"흐~~흐~와??"
신발코를 찍으며 콩콩발을하는 영례가 웃으며 묻는다
"예쁘면 머하노? 아들 때리기마하고 ~정이라고는 코떼까리 만큼도 없다 아이가"
운동장으로 나와 건너편 건물에다대고 선생님을 욕한다
"약속도.. 안지키고..."
마지막 말을 읖조리듯 흘렸다
"후~~~"
긴 한숨을 들이쉬고 내뱉아본다
양호실 안에서의 행복한 기다림이
한순간 감옥과같은 곳에서 해방이되는 그런 한숨이다
"와~ 한숨이고~ 양호실에서 실컷 놀았으민서~히~"
돌아서보니 영례는 개구진 웃음으로 뭔가를 아는듯 웃고있다
지는 태양은 본관 건물위에 걸려 한쪽눈을 감기운다
손을 뻗어 태양을 가리우고나서야 2층 창가에 하얀 블라우스의 선생님이 팔짱을한체 내려다보고있음을 알수있었다
"거짓말재이"
사라진선생님의 흔적에다대고 나즈막이 소리쳤다
흙냄새 가득한 바람이 운동장을 소용돌이치며
티끌과 종이조각들을 하늘로 올려보낸다
둘은 뭐라 할틈도 없이 아픈종아리도 잊은체 교문을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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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는 언제 가는지 ㅎ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가야할지 힘드네요 ㅠㅠ
재미있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말이죠
갑자기 바빠져서 뛰엄뛰엄 쓰다보니 양도 부실하고 흐름도 지저분합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죄송 할 뿐입니다
아버지와의 추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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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4
이제 고만 낚시 갑시데이~~~~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힘내시고 쭈~욱 연재하여주시기를 바라오며^*^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업되어 너무 행복합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