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9
거북이다
분명 거북이다 자라처럼 대가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오지 않은 각이진 삼각형에 육각형의갑옷조각으로 조밀하게 이어진 등짝
동물의세계 에서나 보던 바다거북과는 비교도안될만큼 작지만 분명 거북이었다
바둥거리는 녀석을 조심스레 잡은 아버지의 손을 밀어낸다
"아제~이거 거부기 아임니꺼?"
언제나 나의 궁금증을 대신 물어보는 영례는 낚시대를 땅에 짚은체 아버지가 든 거북이에게 눈을 맞춘다
"맞네~ 거북이~"
지렁이를 문 거북이의입은 좀처럼 열리지않아 아버지는 원줄끝을 잡고 이리저리 돌린다
쭉~뺀~거북이의 목이 원줄을따라 빙글빙글 돌아갈때마다 오만상을 찡그리는 영례와 나
"안되그따 가방에 니빠좀 조바라~"
기다렸다는듯 낚시가방에서 니퍼를 건냈다
니퍼가 삐져나온 바늘을 물고 돌려 빼낼때 보는것만으로도 내이가 니퍼에 돌려져 빠지는것 같았다
갑옷속으로 사지를 감춘 거북
찌그러지듯 들어간 주둥이에선 핏자국이 보인다
"절에서 방생 한다꼬 이런거 풀어준다 아이가 ~"
"이거 보이재~"
아버지는 노란 거북이의 배를 보여준다
선명하게쓰여진 한자 들이 보인다
검은 매직으로 쓴 한자들이 거북이배에 이리저리 갈겨져있다
"요밑에 절에서 방생한다꼬 배스하고 거부기 마이 풀어주따 카더마..."
"돈들이가 방생하지말고 잡아묵지나 말지.. 그돈가꼬 어려븐데나 보태주모 얼매나 좋노.."
아버지는 거북이를 든체 홀로 중얼거리신다
"우짜꼬 이거 살리주까?"
결정은 잡은 조사의몫
아버지는 영례에게 거북이를 내민다
난처한 표정의 영례다
잠시머뭇거리던 영례는 대신결정을 내려 달라는듯 내눈치를 본다
"그거 학교 분수대에 풀어노차~"
조금전 까지만해도 영례의 원줄이 끊어지길 바라던 나였다
알수없는 경쟁심에 풀이죽어 있었지만 거북이라는 흔하지않는 어종??으로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그것보다...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는 전리품의 용도일것이다
영례의 웃음은 내의견에 동의 라는 표현이다
"낚시계속해라 ~거부기는 통에다 너~ 노끄마"
트럭으로 돌아가는 아버지는 짐칸플라스틱 바케스에 거북이를 넣고는 다시 갈대옆에 앉으셨다
"아빠는 낚시 안합니꺼?"
.......
여전히 말이 없으신 아버지
곧잘 영례에게만 답을 하시고 나의 물음엔 답이없으시다
저수지를 거닐다 주어온 봉돌이며 낚시바늘 을 니퍼로 정리를 하시는 아버지
투박하고 거친 손가락
농기구 수리로 인해 손톱밑은 시커먼 기름떼가 둘러져 있다
"멍~하이 있다가 고기도 몬잡는 다~이~"
멀뚱히 바라보는 내게 눈길한번 없이 연신 손을 놀리신다
낚시를 자주 가시는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쩌다 발동되는 물가의 그리움에 식사를 하시다말고 낚시가방을 챙기고 나가시거나
늦은 새벽녁에 침소에서 일어나 뜬금없이 물가를 가시는 그런 아버지다
농사철 그바쁜 와중에도 홀연히 집을 비우시고 밤이되어서야 빈망태기로 귀가해 어머니나 농기계 수리하러오신 어른들의 쿠사리를 들을 때에도 있었다
그리 좋아하는 낚시면서 물가에 도착해서는 딴일거리를 하시는게 이상했다
아니 이상 하다기보다는 나에게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남처럼 느껴진다 해야하나??
"우와~"
"또 걸었다 보래~"
영례의 조용한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건너편 노 조사의 낚시대가 다시 휘어진다
휨새를 보니 그리 크지않은 녀석인지 노조사는 앉은체 녀섞을 끌어낸다
"잘 잡는다 그자~"
던져놓은 자기의 찌는 관심도 없이 건너편만 응시하는 영례다
받침대에 낚시대를 올리고 걸린 배스새끼를 들었다
여전히 움직임이둔한 녀석의 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
꼬리 끝에 떨어질듯 말듯 매달린 마지막 물방울 속은
교각뒤로 노조사와 넓은 저수지를 담고있다
"후~~"
입바람으로 달린 물방울을 불어내기가 무섭게 마지막 발악인지 새끼배스는 바늘 털이를 한다
그리고 축늘어진 녀석
왠지모를 측은함
......
바늘을 조심스럽게 빼 발앞물가로 배스를 놓아준다
그리고 양손으로 물결을 일으켜 교각쪽으로 밀어낸다
멀어져가는 녀석은 간혈절인 아가미만 움직일뿐 이미 배를 뒤집었다
기대했던 낚시가 아니다
어젯밤의 설렘도....
오는내내 두근 거리던 가슴도....
막상 도착해 물가에 드리운 낚시대와 허연배를 뒤집어 죽어가는 새끼고기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평소 같으면 재빨리 다시채비해 던졌을 터인데
.......
"머하노 안떤지나?"
멍하게 멀어져가는 녀석을 보고있는 내게 재촉하는 영례
다시 채비를 위해 흐믈흐믈 해진 지렁이를 갈아끼운다
예쁘장하게 끼운 지렁이는 누런액과 진한향을 품어내며 바늘끝에서 춤춘다
최대한 교각쪽을 바라보며 던질준비를한다
뒤집어진 새끼배스가 정신을 차렸는지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래.... 살아라.... 조금더 힘을내라...
침울한 나에게 위로를 주는 발버둥에 작은 미소를 보내는 찰라
물속으로 보이는 거대한 입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른다
"프드득~~"
강하고 빠른 ..입속으로 빨리듯 사라져버린 새끼배스
하얀물방울을 수면 위로 튀겨올리며 돌아서는녀석의 크고 빨간 아가미..
순간이다
........
...
아.....
....
가슴을 저리는 찌릿함이 팔쿰치와 코끝으로 일시에 방출한다
"하~~"
환호성이 아니다
심장을 진정시키기위한 가슴속의 뱉음
어느새 난 바닦에 주저앉아버렸다
잊고 있던 종아리가 지릿지릿하다
"후~후~후~"
심장이 터질것만같은지 내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가슴의 뜨거움을 토해낸다
오른손은 낚시대 왼손가락은 봉돌을 쥔체 영례와 눈이 마주친다
"워~허허~"
어이가없는 할배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허.... ㅎ 하...."
"하...하하하 우와~"
둘은 말이 없다
그냥 놀랍고 저린 가슴이 시키는데로 아이의 얼굴과는 다른 헛웃음들이 튀어나왔다
"와~~ 글~마~그거 사람 시껍시키네"
뒷편에서 채비를 다듬던 아버지도물보라에 놀라셨는지 손을 멈추고 일어섰다
"배슨갑네~"
"아나~이거 깔고 안자라 궁디 뭉그러진다~"
아버진 꺽어온 갈대들을 엉덩이크기만하게 뭉쳐 건내주신다
"저짜~건너 할배있제~ 저할배도 우리오기전에 그만한거 몇바리 잡았는 갑더라~"
낚씨대를 받침대에올리고 일어서 건너편을 본다
"와~ 또 잡았네~"
볼때마다 고기를 걸어내는 노조사의 모습이 식상한지
영례의 말투에선 생기가 없다
월척급은 아니지만 간간히 꺼내는 노조사의 능숙한 모습에 포근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축 늘어뜨린 어깨위로 꾹눌러쓴 밀지모자
양반다리아래로 슬며시 내려놓은 팔이 낚시대 손잡이에 올려져있다
나와 다른것이없는 모습이지만 저수지에 도착해서 거북이와 새끼배스를 잡는동안 서너수를 걸어낸 사람이다
"낚시 함보자 ~"
건너편 노조사의 모습에 빠져있는 내게 낚시대를 건내받은 아버지
아버지는 나의 채비와 영례의 채비를 번갈아보고 수심의정도를 가늠하하듯 찌를 만진다
뭘 하시려는 걸까??
아버진가방에서 선물받은 긴장대를 꺼냈다
보라빛이 감도는 어두운 청색도장의 긴 장대
접혀져있는 길이가 얼핏봐도 나의 낚시대보다 두뼘이나 길다
새로운 줄 과 두꺼운 찌 그리고 저수지에서 주은 봉돌과 붕어바늘 이라고 하기엔 좀 큰 바늘을 채비한다
장대에 달린 채비는 조금 특이했다
낚시대의 2/3 정도 의 짧은 원줄
초릿대끝으로 내리는 굵은 원줄을따라 투박한 찌를 지나
한번의 팔자묶음엔 원줄만큼 무식한 바늘이 달려져있고 그아래 두뼘정도 과하다싶을 정도의 봉돌이 달렸다
"이거~ 줄낚시.... 아임니꺼?"
한참을 지켜보던 영례가 의아한듯 묻는다
장대에 채비된 모양이 찌를 재외하면 점빵에서 파는 500원짜리 줄낚시 채비와 흡사하다
구불구불한 원줄이 검정 플라스틱 줄감개에 감겨있는 .....
"잘바래~이~"
아버지는 몇번의 찌마춤으로 교각 가까이 수심을 채크했다
그리곤 지렁이통을 이리저리 저어가며 큰 청지렁이 두마리를 꺼내 허리를 꿰었다
바늘코가 훤히 들어나 반짝이는 바늘
허리를 흔들며 발버둥치는 청지렁이
이상한 채비를 한 아버지의 낚시대는
교각쪽으로 날아간다
"풍~~"
무식한 채비만큼 무식한 입수음
봉돌의 빠른 안착에 찌는 한마디만 내다보고있다
아버지와의 추억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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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잇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무엇이 물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