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연애와 같다.
운명처럼 만난 사랑을 보내고 세상의 끝까지 절망을 노래했던 사내, 하루에도 불쑥 찾아드는 상실감은 그를 힘들게 했고 사내는 꽤 긴 시간을 자학해야만 했다.
단절과 상실은 뇌 한부분을 들어내지 않는 한
가슴 밑바닥 끝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다.
출구가 없는 미로를 헤매면서 제 살을 파내고 흉터를 남기고 그처럼 마음의 동요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결전을 치루는 것이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제 그만 잊어도 돼".
전등의 스위치를 내리고 밤새 어둠과 시름한 사내의 머리맡엔 아픔이 눈처럼 쌓여갔다.
그렇게 가슴이 아파 지새는 밤마다 연희는 슬픔인지 웃음인지 모를 표정으로 귀가에 속삭였다.
'오빠, 이제 그만 날 잊어도 돼 제발.... 오빠는 바람같아....'
나즉하고 단호한 음성이 또렷히 귓가에 남아 깨는 날이면 사내의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꿈에서도 다가갈수 없는 거리가 잠이 깬 날의 슬픔이었다.
사내의 친구들은.그런 사내를 염려했다.
모든 것을 털어내고 사내가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랬지만 휴우증은 실로 아물지 않는 상처였다.
그녀가 떠나고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무가지의 옹이처럼 결코 아물지 않을 것 같던 상처라도
단단해지고 세월의 흐름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그즈음에 사내는 다락방 한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처박아 놓았던 낚시도구를 처음으로 끄집어 내었다
추억의 징표 같았던 낚시대 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본의 아니게 낚시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버린, 쇠바늘에 찔려 낚인 피 뚝뚝 떨어지는 붕어의 형상은 그 날의 응급실 하얀 시트가 덮여진 하늘거리는 연희의 죽음을 다시금 연상시켰기에 사내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부딪혀 보아야 한다고 사내는 믿었다.
바늘 없이 낚시대만 드리우리라, 미끼 없이 미련도 아쉬움도 슬픔도 다 버리고 오리라 다짐했던 것이다.
모든 슬픔의 극복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마음이란 꼭 실타래 같다.
끊어도 끊어도 새어 나오는 그래서 처음과 끝간데 모를
넓이와 깊이로 연결되어 고뇌의 천 위를 누비며 수를 놓는다. 그것이 절망이나 희망의 언덕을 넘어 비로소 제 몸에 꼭 맞는 안성맞춤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추억은 아리지만 그자체로 빛이 나는 법이다.
수면 위에 덩그라니 놓인 연잎이 달빛에 반사되어 그 푸름이 더욱 싱그럽다. 밤이슬로 발목까지 축축히 젖어 들었지만 사내는 오히려 청량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뻐구기와 부엉이, 새벽손님처럼 휘이 찾아와 구슬피 우는 휘파람새, 쉰 목소리로 친구하자며 정적을 깨뜨리는
고라니들, 숲을 밤새 흔들어 대는 바람이 빠져나가는
골짜기. 모든 것이 살아 꿈틀거린다.
그래도 캐미 불빛은 미동조차 없었다.
고통도 슬픔도 두려움도 모두 버리자고 찾아온 숲 속
저수지는 이토록 재빠르게 사내를 넉넉한 품에 안고 반기는 것이다.
다만 옆자리 연희가 없을 뿐이었다.그녀가 잠들지 마라고 끓여 준 한 잔의 진한 커피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오빠 또또 그런다. 또'
잠시잠깐 동안 사내의 회상 속으로 걸어온 연희는 사내의 볼멘 마음을 어루만진다. 사내는 다시금 평온해 졌다.
어쩌면 오늘 밤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내는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낚시는 연애와 같다>
1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지만 아무나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2대상어에 대한 접근과 탐색의 노력만큼 월척의 기쁨은 배가된다. 연애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그 관심을 표현하는 노력에서 온다.
3길고 지루한 기다림 이후에 비로소 만나는 설렘
기다리지 못하는 낚시꾼에게 물고기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조급한 마음은 사랑하는 대상을 달아나고 멀어지게 만든다.
4, 적정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물고기에는 미끼가 필요하다. 향기로운 떡밥과 싱싱한 생미끼의 조화, 연애 또한 사랑하는 대상에게 충분히 배려하고 기꺼이 희생을 필요로 한다.
5준비되지 않은 수고는 헛챔질과도 같다.
얻어 걸리는 것이 어복이라해도 챔질의 순간을 위한 포인트 선정과 기다림, 끈기와 노력끝에 이루어 진다는 사실은 연애 역시도 같다. 사랑의 기술은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성에 있다.
6비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고 폭설이 내리고 우박이 쏟아지는 날처럼 연애 역시 변화무쌍하다.
사람과 사람간의 마음이 만나기에 언제나 맑은 날만 존재하지 않는다.
7잃어버릴 수 있다. 대를 빼앗기듯이, 빈 손으로 돌아 올 때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만남과 이별의 연결고리를 선물한 자연의 이치기 때문에
미동도 없던 찌 하나가 흔들리고 있었다.
사내의 가슴이 함께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상처 하나 입지 않은 황금빛 붕어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이는 동안
캐미 불빛이 수면위로 천천히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사내는 엉겹결에 짧은 신음을 뱉으며 힘차게 낚시대를
집어 올렸다.
그때 눈부신 달빛이 수면 위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빼꼼
내밀었다.
연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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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끼워
대를 드리우고
어둠의 속에 어신을 전해줄
케미를 꺽어 끼우고
무던히 어두운 밤을 지새며
어느순간 수면 위로 솟구치는
(달빛)
그 황홀함의 취해
지금껏
낚시라는 놀이에 흠뻑 빠져있읍니다
그속에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을
허허 너털웃음으로
털어 버리는
지혜를 배우면서 말입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근데요
연희가 맞나요??
민희가 맞나요??
이 글은 어제 늦은 밤 핸펀으로 작성된 글이다 보니까
미끄덩님의 지적대로 연희와 민희가 함께 등장했군요^^
우선 지적해주셔서 감사 드려요
오타수정과 문장 흐름을 글을 적은 직후 살폈는데
어찌 자연스럽게 넘어 갔나 모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