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 이맘때 일이네요
저는 그 전부터도 잡고기를 유난히 잘 잡는 편이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채비에 같은 미끼를 써도 유난히도 붕어보다 이것 저것 잡다한 어종들을 많이 낚다보니
조우들로부터 잡조사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1탄 목욕탕의 코메디>
전남 진도 보전지에서 며칠 낚시를 하다 피로도 풀겸 후배와 읍내에 있는 목욕탕엘 갔습니다.
목욕탕에는 동네 유지인듯 보이는 사람들이 중앙부위를 점령한 채 엄청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선거가 어떻네 사회 돌아가는게 어떻네 하는 등 나라 걱정은 도맡아 하면서 행세께나 하는 티를 내고 있었습니다.
연장자들이기도 하였고 후배와 저는 외지인인지라 다소곳이 몸을 녹이고
목욕을 마무리하려고 비누칠을 하고 막 샤워기에 섰을 때였습니다.
그 때
동네 우두머리 : "아야! 너 요새 멋하냐? 통 보기 힘들더라"
졸개 : "성님! 나 요새 주례보러 댕기느라 바빠요"
동네 우두머리 : "머 얼마나 받는다고.... 주례보러 댕기냐?"
졸개 : "원래 3만원이었는디 지금은 올라서 5만원 받아라우"
(5만원임을 두어 차례나 더 강조하였습니다.ㅠㅠㅠ)
정치 경제에 두루두루 박학다식한 척 하시던 분들의 대화내용이 급반전이라
차마 소리내어 웃지도 못하고 벽쪽으로 얼굴을 돌린채 웃음을 참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전라도 사투리 버전으로 현장에서 들었을 때는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후배와 나는 보전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몇번을 리바이벌 하면서 모처럼 마음껏 웃었습니다.
<2탄 6짜 조사와 잡황(雜皇)으로 등극>
보전호에 도착하였을 때는 오후 3~4시경이고
지는 해가 정면으로 비치는 거제리쪽 양수장 포인트에 앉았기 때문에 찌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심 1.2미터 정도에 참붕어를 달아놓은 40대의 초릿대가 부들밭쪽으로 꺽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두손으로 힘껏 챔질을 하자 엄청난 파워와 함께 난생 처음 겪는 묵직한 느낌이 왔고
아무리 애를 써도 채비는 이내 수초 속으로 쳐박히고 말았습니다.
수초속에서 요지부동이라 잠시 탠션을 줄였다가 다시 챔질하며 대를 세우자
부들밭 전체가 출렁이며 뭔가가 요동치며 끌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바늘털이와 저항에 이건 6짜일수도 있겠다는 긴장과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카본 4호줄과 감성돔 5호 바늘을 믿고 물속에서 요동치는 대물을 수면위로 띄우는 순간.....
갑자기 꽥꽥거리며 날개를 퍼덕거리며 비오리 한마리가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차에서 쉬던 후배는 나의 고함을 듣고 뛰쳐 나와서 동영상 찍고 주위의 낚시대 걷고 아주 난리가 났읍니다.
먹이를 찾던 비오리가 바늘에 꿰인 참붕어를 흡입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방에서 낚시하던 어르신들이 던진 한마디에 후배와 나는 또 한번 배꼽을 움켜쥐어야 했습니다.
"아저씨! 오리 크요?" "아따~ 우리도 저런 것 한마리 잡아야 쓰겄인디....."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날개 편 길이가 60cm도 더 되는 비오리를,
그것도 교통사고도 아니고 정확한 챔질로 주둥이에 바늘을 걸어 잡아내자
조우들은 저를 더 이상 잡조사라고 부르지 못하고 잡어낚시의 황제, 잡황으로 숭배하고 있습니다.
누가 4짜 잡았네, 5짜 잡았네 하며 우쭐댈 때마다 저는 한마디로 가볍게 제압합니다.
"니들 날개 달린 6짜 잡아봤어?"
아마 다음 번에는 수달, 그 담에는 고라니, 오소리, 멧돼지 이런 것들을 잡게 될 것 같습니다.....
오리 잡고 잡황(雜皇)으로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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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느붕어 로6짜 하시길..........................
그장면이 겁나게 재미있을것 같네요~~~오리 날다~~~
나른한 오후시간에 좋은 글 읽고 웃으며 갑니다. 감사합니다.
소주일잔에 혹시 드신건 아닌지..ㅎㅎㅎㅎ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제가 그런경우면 잡아 먹을지 놔줄지...
제 처가가 진도인데 장인어른께서 동네 분들과 드신다고 하셔서 가져다 드렸습니다.
며칠 전에 친구하고 진도 수로로 3박4일 출조했는데
그 친구는 붕어하고 발갱이 딱 두가지 어종 낚았는데
저는 붕어, 발갱이 + 황소개구리, 드렁허리까지 잡았습니다.
월척도 2수 했는데 워낙 어종을 불문하다보니
당분간 잡황의 권좌에서 하야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암튼 인정하는 잡황 이십니다...
암튼 같이 낚시 하면 꼭 남들 못잡는걸 잡는다는 ...
내연동지 수달 좀 혼내주세요.
무지 귀엽게 생긴넘이 사람 엄청 약올려요.
잡황님께서 올해 안으로 그넘 혼을 내준다에....
특급포인트 2곳,수파대 겁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블루투스 이런 기능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저도 무척 아쉽습니다....
미치지않고서야님!
올해 안에 내연동지 수달들 꼭 혼내주겠습니다....ㅠㅠㅠ
제가 만일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