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회원님들, 지난 주말 풍성한 손맛 보셨는지요?
3월 내내 주말이면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잔뜩 손맛에 굶주려 있다 지난 주말 드디어 출조했습니다. 출조 한번 하려면 집에 서비스 엄청 해야 됩니다...
주중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모 저수지에서는 걸면 30 이상의 토종붕어가 나오는데, 아는 사람이 30 이상으로 일곱 수 했다더라”라는 이른바 “카더라” 정보(?)를 입수하고 단번에 출조지를 선정, 부푼 가슴을 안고 주말을 기다렸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맑은 날씨가 며칠째 이어져 기대감은 한껏 고조되었죠.
토요일 오전, 올해 처음 도입해서 첫 출조에 대박 조황을 맛본 옥수수내림 채비와 좁쌀봉돌채비로 중무장하는 등 채비를 일제 점검하여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12시쯤 동출 조우와 출발합니다.
저수지에 도착하니 입이 쩌-억... 벌써 많은 조사님들이 자리를 잡고 계시더군요. 대략 어림잡아 20명이 넘는 분들이 상류 골자리의 포인트마다 포진... 오늘 조용한 낚시는 글렀구나 생각하면서도, 딱히 대안도 없고 하여 오늘 하루 이곳에서 유하기로 결정했지요.
마음 같아서는 골자리의 상류로 가고 싶은데 밑걸림이 심할 것 같고, 조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골자리의 중간쯤에 앉기로 하고, 주간 낚시 후 철수하시는 분의 자리를 넘겨 받아 두 명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앉으신 조사님께서 철수하면서 낚은 고기를 방류하고, 앉았던 자리에는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해서 왠지 그 자리를 물려 받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더군요.
요즘 같은 초봄에 수심 약 3m의 급심 지형이 마음에 걸렸지만, 낚시를 강행했습니다. 어차피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낚시 아닙니까? 용*낚시의 주몽경조와 도장되지 않은 FIM 110을 비교도 할 겸 2.9, 3.2, 3.2, 3.6, 3.2칸 다섯대를 펴고 옥수수내림 2대(좌측)와 좁쌀봉돌채비 3대(우측)를 운용키로 하고 전을 폅니다.
육초가 잠긴 지대라 바닥 밑걸림이 심해 낚시 도중 옥수수내림은 접고 바닥채비로 통일시켰지요. 바닥채비의 경우 밑걸림이 있어도 채비 손상이 거의 없지만, 옥수수내림의 경우 목줄이 잘 나가더군요. 옥수수내림은 물흐름이 심하거나, 수중 장애물이 많을 경우에는 낚시가 피곤해 집니다.
초저녁부터 우리 일행이 앉은 곳에서 좌측 상류쪽에서는 연신 입질을 받고 꽤 준수한 씨알의 붕어를 낚아 내는데, 불과 십여 미터 정도 떨어진 우리 자리는 말뚝 상태...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낚고 있고, 낮에 낚시하던 분들이 이른 아침 입질이 좋다고 하는 말에 희망을 갖고 버티어 봅니다...
밤 12시쯤... 말뚝 찌에서 벗어나 보려고 별짓을 다했지만, 부질없음에 피로가 엄습해 옵니다. “그래, 잠시 눈 좀 붙이고 새벽을 노려보자”는 마음을 먹고 의자를 젖힙니다. 금요일까지는 밤에 추웠으나 토요일 밤은 전혀 춥지 않습니다. 발밑에 난로 하나만 켜니 텐트가 필요 없더군요.
단잠에 빠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에 눈을 떴습니다. 저와 동출한 직원이 저에게로 뛰어와서 “낚시대 차고 나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주몽경조 3.6칸을 채더군요. 그 순간 잠이 확깨는 듯한 소리.... 휙... 쐐-엑... 쉭-쉭... 어이쿠 하는 말과 함께 낚시대가 활처럼 휩니다. 저는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숨죽여 그 과정을 지켜봤지요. 얼마 간의 강력한 저항을 버티고 대를 세우게 되자 비로소 직원이 “손맛 좀 보십시오”하고 대를 넘깁니다. 얼떨결에 대를 넘겨 받은 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녀석과 잠시 실랑이를 벌입니다. 이윽고 물위로 모습을 드러낸 녀석... 헤드랜턴 불빛을 비추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물위에 떠오른 놈의 체형이 영락없는 빵 좋은 4짜 붕어의 모습입니다. 저희 일행들은 뜰채, 살림망을 갖고 다니지 않는데, 고기를 잡으면 살림망에 넣지 않고 바로 방생하므로 뜰채도 필요 없기 때문이지요. 아니, 끌려오다 도중에 떨어져 버리면 오히려 바늘 빼는 수고를 덜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난생 첫 4짜 붕어를 낚는 순간이니 기념 촬영은 반드시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급히 소리칩니다. “류 선생 뜰채 좀 가져와요”했더니, “예, 잘 버티고 계십시오”라며 차로 뛰어간다... 뜰채가 도착할 때까지 조심스럽게 다루다가 드디어 뜰채로 건져냈습니다... “이야! 4짜다, 4짜야” 내가 말하자, “축하드립니다” 류 선생도 덩달아 기뻐한다.
조심스럽게 물가로 건져올리고 헤드랜턴을 비춘 후... 또 다시 깜짝 놀랐습니다. 몸 형태는 영락없는 4짜 붕어인데 입가에 조그마한 수염이 있더군요... 갑자기 급실망 모드.... 옆에서 뜰채를 들고 있던 동료가 “이거 잉어 아닙니까?”한다...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아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저수지를 소개해 준 분에 의하면 “걸면 30 이상 붕어만 나온다고 했지 잉어 있다”는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했으니 말이죠.. 잉어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으니까요. 너무 아쉬워 살림망에 넣어뒀다가 아침에 다시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담배 한 대 물고 아쉬움을 달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4짜라고 호들갑 떨었는데 아침에 주위 사람들이 4짜 구경 오면 뭐라고 하지...’ 난감합니다... ‘그래... 사람도 나이 들면 수염이 자라는데 붕어도 4짜가 되어 고령이 되면 수염이 날 수도 있다고 우겨봐?’ 이런, 저런 잡생각에 잠이 확 달아납니다.
동료에 의하면 제가 자고 있는 동안 제 낚시대의 케미 불빛이 환해지면서 쭈-욱 위로 솟더니 이내 수면 아래로 쑥 꺼지더랍니다. 그래서 쫓아왔더니 브레이크에 걸려있던 낚시대가 끼익, 끼익거려서 챔질했다고 하더군요. 하마터면 아끼던 낚시대 한대 수장시킬 뻔 했습니다. 동출한 직장 동료에게는 고마움의 표시로 맛있는 해장국을 대접하고 가족과 먹도록 “수제 순대”를 선물했지요. 물론, 4짜 붕어였다면 더 큰 선물(?)을 했겠지만...
아침에 보니 의심의 여지 없는 4짜(?) 잉어더군요. 산란을 앞두고 있어서 빵이 그렇게 좋았나 봅니다. 그리고 아침까지 몇 차례의 입질에 월척은 아니지만 멋진 붕어 2수 더 했습니다. 그 중 한수는 FIM 110 3.2칸으로 끌어냈지요. 여러 번 경험한 느낌인데 주몽경조, 핌 둘 다 가볍고 튼튼하며, 캐스팅 잘 되고 제압 잘 되는 대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몽경조든 핌이든 40칸을 140g대로 만들 수 없을지... 그 정도면 40칸도 앞치기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쨌든 그날 밤 저에게 천당과 지옥을 구경시켜 준 ‘빵 좋은’ 4짜 잉순이와 멋진 붕순이 사진 올립니다. 26센치의 붕순이가 붕애처럼 보이지요?
제목의 4짜라는 말에 낚이셨다면 죄송.... 그래도 제목에 “붕어”라고는 하지 않았으니 엄밀히 사기는 아니지요.
모처럼의 유쾌한 낚시로 기분이 상쾌합니다. 회원님들... 건강하고 활기찬 한주 보내세요.
올해 첫 4짜와 한밤중의 에피소드....
-
- Hit : 8467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20
잉어 4짜 감축드리며, 담엔 "붕어4짜"란 제목으로 글 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출하시고 대구리 하시길~~~
그러면 완벽한 붕어 4짜인데 말이죠! ㅎ ㅎ
가을전설님의 생생한 조행기 재미있고 잘 보았구요,
조만간에 튼실한 붕어 4짜를 만나시길 빌어드립니다.
잉어면 어떻습니까 손맛은 징하게 봤겠지요뭐
다음출조에는 꼭 사짜 대구리 하십시요
소렌토님 그런 기막힌 방법이 있었군요! 대충 끌어내다 터졌다면 그대로 전설이 되어 평생 우려먹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그땐 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사람이 당황하면 이성이 마비되나 봅니다.
영감님 수염을 자르면 혼나지 않을까요?
수염을 닛퍼로 짜르고 갑옷도 붕어 비늘로 갈아 입히고~
가을전설님요 한번 빡~빡~우겨 봅시다.
붕어 4짜라구요~ 뒷일은 내가 책임 지겠습니다.^__^*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입질이 없어 오줌눈다고 엉거주춤인데 혹시나하고 뒤돌아 보니
아니나다를까 쭈~~~~~~~~~욱 올라오는 찌불!
질질 새는 수도꼭지를 움켜 잡은 채 되돌아 낚시대로 언~능 달려갑니다.
이미 찌는 물속으로 사라지고
철~ 컥!
요란히 총알은 괴음으로 울부짖고 ...
=3 =3 =3
혹시나 낚숫대 수장 시킬까 안절부절 뒤늦은 챔질로 들이대니 묵직한 용트림!!
덩어리 월척 한 수 했노라고 사방팔방 환희에 찬 아우성을 질러댔는데
어둑컴컴해서 잘 분간이 안 갔지만 누리끼리한 게 쪼~매 찜찜하긴 했습죠,
날 새고 보니 아니나다를까 .... 면도했는지 얼마 안 된 수염 짧은 잉돌이였습니다.
헐~ 얼매나 쩍팔리던지 .... ㅠ,,ㅠ
잉어면 않되는 건가여~♬
고긴데 손맛만 좋으면 되지~
어차피 삶지도 않으건데~
어떤덴 구구리 빠가사리 메기 다 나오는데~
왜? 꾼들은 붕어만 이뻐하나여~
4짜조사 축하 드립니다 ~~~~~~~~~~~~~~~~~~
꼬추 달린 월척 휀님들~~~~~~~
수염난4짜 축하드립니다
경솔한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건도 저의 낚시 여정에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겠지요?
댓글 주신 모든 님... 활기찬 한주 되시고 황홀한 주말 맞으소서...
붕어 4짜 곧 걸어 올리시길...
손맛도 보셨고 나름대로의 즐거운 조행 되셨을듯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부럽다하고 들어왔는데 잉어라니...
그래도 손맛 부럽습니다.
전 붕어보다 잉어 땡길맛이 더 좋던데 음.
다음엔 4짜 붕어 사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