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험 ! 내가 간다, 라는 신호로 인기척을 내며 걸었다. 알 수 없는 그것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 그것을 향해 후레쉬 불빛을 비추지 않았다. 나 나름 배려 있고 예의 있는 사람이야, 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가까이 갈수록 잉어들의 뒤척임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방어하기에 충분한 거리. ㅡ 험 ! 나는 서서히, 후레쉬를 그것의 등 쪽으로 비추었다. 개. 그것은 개였다. 덩치가 크고 털이 하얀 개가 앞발을 모으고 엎드려 있었다. 인기척에도 미동 없는 이놈은 자는 걸까, 아니면 죽은 걸까... 나는 서서히, 후레쉬를 놈의 앞, 수면 쪽으로 비추었다. 놈의 귀가 쫑긋 일어섰고, 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젖은 듯 슬픈 듯 까만 눈동자의 놈은 나를 향한 적의나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놈은 고개를 돌리며 나를 무시했다. 나는 그것이 옆에있어도좋아, 라는 놈의 허락으로 느껴져 편안해졌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놈의 옆에 섰다. 우리는 ㅡ 이런, 개 같은 동질감이라니 ㅡ 잉어들의 뒤척임과 물보라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문득, 나보다 과묵한 건방진 개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ㅡ 형이 올해 서른두 살이거든? 반말 좀 해도 되지 ? ㅡ 짧게 대답해라. 나도 말 많은 거 싫어하니. ㅡ 아, 아니다. 귀찮을 테니 짖지 마라. ㅡ 밥은 먹고 다니냐 ? ㅡ 저 잉어들, 니 친구들이냐 ? 큰놈으로 한 마리 필요한데. ㅡ 내 여자가 아파. 류마티스라고 들어봤지 ? ㅡ 잉어하고 집에 같이 가면 말이야. 하루 정도 해금을 해야 해. ㅡ 큰 곰솥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고 달달 볶는 거지. ㅡ 살았을 때 볶냐고 묻지는 마. 쟤들 듣겠다, 응 ? ㅡ 어... 뭐 하여튼 잉어 한 마리가 필요하긴 해. ㅡ 근데, 너는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냐 ? ㅡ 나처럼 사고 치고 집 나온 거냐 ? ㅡ 형이 엄청 촉이 좋아. 상상력의 대가지. ㅡ 네 급소를 찔러볼까, 한 방에 ? ㅡ 네 애인이 죽었냐, 여기서 ? ㅡ 아니면, 네 주인이 죽었냐, 여기서 ? ㅡ 시치미 떼지 마라. 느낌이 오니까. ㅡ 빅딜 어때 ? ㅡ 너는 내게 잉어 한 마리를 줘. 나는 네가 원하는 그것을 줄게. ㅡ 나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어. ㅡ 너는 개니까, 나를 읽을 수 있지 ? ㅡ 사흘 준다. 동의하면 내게 와라. 같이 밥 먹게. ㅡ 피터. 지금부터 네 이름이다. 이거미친놈아니야, 라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감이라는 게, 소통이라는 게 참 묘한 거니까.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떡밥을 다시 달고 캐스팅을 위해 일어나면서 힐긋, 무너미를 봤다. 절벽의 그림자가 길게, 피터가 사라진 자리를 덮고 있었다. 뒤척이던 잉어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홀로 깊은 산 속 소류지를 지키고 있었다. # 계속...
왜 하필 나냐 ? ᆞ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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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험 ! 내가 간다, 라는 신호로 인기척을 내며 걸었다. 알 수 없는 그것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 그것을 향해 후레쉬 불빛을 비추지 않았다. 나 나름 배려 있고 예의 있는 사람이야, 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가까이 갈수록 잉어들의 뒤척임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방어하기에 충분한 거리. ㅡ 험 ! 나는 서서히, 후레쉬를 그것의 등 쪽으로 비추었다. 개. 그것은 개였다. 덩치가 크고 털이 하얀 개가 앞발을 모으고 엎드려 있었다. 인기척에도 미동 없는 이놈은 자는 걸까, 아니면 죽은 걸까... 나는 서서히, 후레쉬를 놈의 앞, 수면 쪽으로 비추었다. 놈의 귀가 쫑긋 일어섰고, 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젖은 듯 슬픈 듯 까만 눈동자의 놈은 나를 향한 적의나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놈은 고개를 돌리며 나를 무시했다. 나는 그것이 옆에있어도좋아, 라는 놈의 허락으로 느껴져 편안해졌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놈의 옆에 섰다. 우리는 ㅡ 이런, 개 같은 동질감이라니 ㅡ 잉어들의 뒤척임과 물보라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문득, 나보다 과묵한 건방진 개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ㅡ 형이 올해 서른두 살이거든? 반말 좀 해도 되지 ? ㅡ 짧게 대답해라. 나도 말 많은 거 싫어하니. ㅡ 아, 아니다. 귀찮을 테니 짖지 마라. ㅡ 밥은 먹고 다니냐 ? ㅡ 저 잉어들, 니 친구들이냐 ? 큰놈으로 한 마리 필요한데. ㅡ 내 여자가 아파. 류마티스라고 들어봤지 ? ㅡ 잉어하고 집에 같이 가면 말이야. 하루 정도 해금을 해야 해. ㅡ 큰 곰솥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넣고 달달 볶는 거지. ㅡ 살았을 때 볶냐고 묻지는 마. 쟤들 듣겠다, 응 ? ㅡ 어... 뭐 하여튼 잉어 한 마리가 필요하긴 해. ㅡ 근데, 너는 여기서 지금 뭐하는 거냐 ? ㅡ 나처럼 사고 치고 집 나온 거냐 ? ㅡ 형이 엄청 촉이 좋아. 상상력의 대가지. ㅡ 네 급소를 찔러볼까, 한 방에 ? ㅡ 네 애인이 죽었냐, 여기서 ? ㅡ 아니면, 네 주인이 죽었냐, 여기서 ? ㅡ 시치미 떼지 마라. 느낌이 오니까. ㅡ 빅딜 어때 ? ㅡ 너는 내게 잉어 한 마리를 줘. 나는 네가 원하는 그것을 줄게. ㅡ 나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어. ㅡ 너는 개니까, 나를 읽을 수 있지 ? ㅡ 사흘 준다. 동의하면 내게 와라. 같이 밥 먹게. ㅡ 피터. 지금부터 네 이름이다. 이거미친놈아니야, 라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감이라는 게, 소통이라는 게 참 묘한 거니까.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떡밥을 다시 달고 캐스팅을 위해 일어나면서 힐긋, 무너미를 봤다. 절벽의 그림자가 길게, 피터가 사라진 자리를 덮고 있었다. 뒤척이던 잉어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나만 홀로 깊은 산 속 소류지를 지키고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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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랑하는 ~? 피뤄님~~~?
징그러유... ㅡ,.ㅡ"
마음을 열어놓으니 내가 자연속이고 자연이 내 안에 있으니....
마음의 상처와 아픔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위대한 자생력이 있으니 ...
뒤 이야기가 또 궁금해 집니다.
엉뚱한 해석 송구합니다.
나니까.
월척자게방 옆에서
유익함을 주는 님!
부럽고,감사합니다.
만사에 충만하시기를..
점점 해골빡만 아프게 하시공........췟!!!
점점 기대되는군요~^^
거기다가...교감까정
역시....피러얼신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