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에 잉어군단의 물보라와 피터의 하얀 털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룽지를 버너에 올려놓고, 피터에게 가기 위해 무너미에 올랐다. 밤새 엎드려있던 어린 풀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이슬에 신발과 바지가 젖어 왔다. 젖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내가 생소했다. 그토록 지긋지긋 나를 따라붙던 유난한 결벽증이 무디어지고 있었다. 나는 또 하나의 탈피를 한 것일까, 젖은 신발을 보며 생각했다. ㅡ 어이 피러, 잘 잤냐 ? 녀석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ㅡ 거만한 게 니 컨셉이냐 ? 그래도 귀는 움직이네 ? 턱을 괴고 엎드린 피터는 잉어들의 뒤척임을 보고 있었다. 저것은 서로에 대한 끌림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ㅡ 밥은 먹었냐 ? 누룽지 먹을래 ? 피터 옆에 앉아, 조심스레 피터의 등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털의 촉감 사이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ㅡ 배스라고, 어릴 적에 같이 살던 놈이 있었어. ㅡ 너보다 작고 혈통 없는 똥개였지만 참 예쁜 놈이었지. ㅡ 같이 걷고 뛰고 뒹굴다 보니 친구가 되더라. ㅡ 언어가 다르니 느낌으로만 교감했는데, 다 알 수 있었어. ㅡ 그때 알았어. 언어는 소통의 한 방법일 뿐이지. ㅡ 어쩌면 가장 정직한 소통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어. ㅡ 피러야. 쫑긋, 녀석의 귀가 움직였다. ㅡ 나는 지금 외롭고, 아니 원래 외롭고, 혼자라고 생각해. ㅡ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는 않아. 혼자 극복하겠다는 자존심이지. ㅡ 너도 그러냐 ? 너도 그런 생각을 해 ? ㅡ 너나 나나, 미련에 얽매이진 말자. ㅡ 미련의 엉킨 매듭을 풀고, 너는 개처럼 나는 사람처럼 살아주자. ㅡ 외로운 길일지 모르지만, 뚜벅뚜벅. 피터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피터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ㅡ 형, 내일 집에 갈 텐데, 지금 밥 같이 먹자. 가자. 먼저 일어서서 피터를 기다렸지만, 피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아서서 무너미를 걸었다. 젖었던 풀들이 뽀송하게 마르고 있었다. ㅡ 그래. 나는 잠시 젖었을 뿐이고,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마를 테고. 누룽지탕을 그릇에 부으며 피터가 있던 무너미를 바라보았다. 피터는 없었고, 잉어들의 몸부림도 없었다. 아마 피터는 내 뒤에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피터가 엎드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피터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한참 동안 피터와 나는 서로를 읽었다. 나는 피터에게서 익숙하고도 지독한 슬픔을 읽었다. 피터는 내게서 무얼 읽었을까, 속이 뜨끔했다. ㅡ 유치한 내 욕망을 너무 비웃지는 마라. 피터의 누룽지를 챙기다 나는 그릇을 엎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솜털이 일어서고 있었다. 방금 내가 마주 보았던 피터의 시선. 아아, 그것은 내 아버지의 눈빛이었으며 내 아내의 눈빛이었다 ! 나는 서서히 돌아서며 피터의 눈을 바라보았다. 계속...
왜 하필 나냐 ? ᆞ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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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잉어군단의 물보라와 피터의 하얀 털이 반짝이고 있었다. 누룽지를 버너에 올려놓고, 피터에게 가기 위해 무너미에 올랐다. 밤새 엎드려있던 어린 풀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이슬에 신발과 바지가 젖어 왔다. 젖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내가 생소했다. 그토록 지긋지긋 나를 따라붙던 유난한 결벽증이 무디어지고 있었다. 나는 또 하나의 탈피를 한 것일까, 젖은 신발을 보며 생각했다. ㅡ 어이 피러, 잘 잤냐 ? 녀석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ㅡ 거만한 게 니 컨셉이냐 ? 그래도 귀는 움직이네 ? 턱을 괴고 엎드린 피터는 잉어들의 뒤척임을 보고 있었다. 저것은 서로에 대한 끌림일까 아니면 집착일까... ㅡ 밥은 먹었냐 ? 누룽지 먹을래 ? 피터 옆에 앉아, 조심스레 피터의 등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털의 촉감 사이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ㅡ 배스라고, 어릴 적에 같이 살던 놈이 있었어. ㅡ 너보다 작고 혈통 없는 똥개였지만 참 예쁜 놈이었지. ㅡ 같이 걷고 뛰고 뒹굴다 보니 친구가 되더라. ㅡ 언어가 다르니 느낌으로만 교감했는데, 다 알 수 있었어. ㅡ 그때 알았어. 언어는 소통의 한 방법일 뿐이지. ㅡ 어쩌면 가장 정직한 소통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어. ㅡ 피러야. 쫑긋, 녀석의 귀가 움직였다. ㅡ 나는 지금 외롭고, 아니 원래 외롭고, 혼자라고 생각해. ㅡ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는 않아. 혼자 극복하겠다는 자존심이지. ㅡ 너도 그러냐 ? 너도 그런 생각을 해 ? ㅡ 너나 나나, 미련에 얽매이진 말자. ㅡ 미련의 엉킨 매듭을 풀고, 너는 개처럼 나는 사람처럼 살아주자. ㅡ 외로운 길일지 모르지만, 뚜벅뚜벅. 피터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피터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ㅡ 형, 내일 집에 갈 텐데, 지금 밥 같이 먹자. 가자. 먼저 일어서서 피터를 기다렸지만, 피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돌아서서 무너미를 걸었다. 젖었던 풀들이 뽀송하게 마르고 있었다. ㅡ 그래. 나는 잠시 젖었을 뿐이고,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마를 테고. 누룽지탕을 그릇에 부으며 피터가 있던 무너미를 바라보았다. 피터는 없었고, 잉어들의 몸부림도 없었다. 아마 피터는 내 뒤에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피터가 엎드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피터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한참 동안 피터와 나는 서로를 읽었다. 나는 피터에게서 익숙하고도 지독한 슬픔을 읽었다. 피터는 내게서 무얼 읽었을까, 속이 뜨끔했다. ㅡ 유치한 내 욕망을 너무 비웃지는 마라. 피터의 누룽지를 챙기다 나는 그릇을 엎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솜털이 일어서고 있었다. 방금 내가 마주 보았던 피터의 시선. 아아, 그것은 내 아버지의 눈빛이었으며 내 아내의 눈빛이었다 ! 나는 서서히 돌아서며 피터의 눈을 바라보았다. 계속...
어렵네유.
말은 안통하지만
옆에 있는것만으로도 든든할때가 있죠,,,
말이 필요없는 실뢰가 느껴집니다.
잘 읽고갑니다...
6편을 기다리며~~~
해골이
탈날라케요..
티에무피터를 따라가 봅니다.^^
아직 감지못하겠네요
글이 아주 멋집니다
글 그 속엔 인간의 본성인 사랑을 깔려 있기에 본는이도 늘 행복 합니다.
늘 상처 투성인 우리의 삶이 목적없이 방황하는 모습을 거침없은 필촉의 모습과는 달리 늘 컨트롤되고 절제되는 모습또한
보는이의 상상력을 훨훨날게 펼쳐지게 만드시는 군요!
느낌 또한 각자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