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인해 휩쓸려 나온 권박사는 그날 오후 연구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2층 자신의 집무실 앞 화장실로 들어가 세 번 째 칸에서 지석이 전해준
A4 용지 2장의 쪽지를 읽었다.
"박사님 지석입니다. 박사님 말씀처럼 그들은
연구소 대부분의 장소에 초소용감시카메라를
숨겨둔 듯 합니다. 숙소 제 방에서 두 개의 카메라를 찾아 내었고 아무래도 그 카메라는
귀빈실, 회의실, 집무실, 간이 휴게소, 각 실험실, 식당을 비롯한 전 공간에 깔려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우리 연구소의 중앙메인컴퓨터와 보조
컴퓨터, 각 컴퓨터의 댓수만큼 악성코드와
해킹파일을 심어놓고 그들은 기록되는
방대한 양의 자료와 정보를 자신들만 아는
특정 서버에 수집, 저장, 교란, 삭제 하는
걸로 보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노트북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선 표본R에 대한 모든 실험자료를 복사했고
usb에 담았습니다. 이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것은 전자 통신 연구원으로 있는
제 친구 덕분입니다. 쪽지와 함께 탐지기와
해킹프로그램을 찾고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동봉했습니다. 제일 먼저 박사님
귀거 숙소에서 찾으시고 필요한 자료 파일을
복원. 복사하시길 바랍니다. 이틀 후 거사일로
잡고 표본R을 격리병동에서 빼내어 도피시키려 합니다.
거사 시간은 새벽 3시 보안병들이 지쳐 있을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그들의 하수인-아마 박사님이 만난 자를
제외하고는 그들 정체모를 대리인들-저는
이곳 연구소의 상황실을 점거하고 있는 자들
도 분명 하수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스템교란이 우선 먼저고 폐쇄회로를
이틀 뒤 새벽 3시 부터 5시까지는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하고 격리병동 표본R이 잠든 모습으로 그 두 시간동안은 사진파일을 수정
변조해야 할 겁니다.
탈출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여타 격리병동에 가는 관문에 깔린 폐쇄회로 TV는 불과 5분안에 복구되므로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지나가야 합니다. 거사가 성공한다면 지하주차장에 도착 하겠지요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제가 모든 것을 덮어쓸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박사님께선 연구를 완성해야 하시고 표본R의 치료제를 만드셔야 하니까요
아무쪼록 몸 조심 하십시오
그렇게 수석연구원 지석의 쪽지는 끝나고 있었다.
그때!! 화장실 출입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와 노크 소리가 들렸다. 권박사를찾고 있는 보안책임자 준이었다.
"박사님 여기 계신 것 압니다. 저랑 같이
상황실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빨리 나오십시오"
권박사는 머리가 아득히 복잡해졌다.
쪽지는 용변후 물 내린 것으로 없앨 수
있지만 행여 몸수색이라도 상황실에서
당한다면 탐지기와 해킹프로그램은
발각되고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긴장의 연속, 숨길 수 있는 곳이라곤
1평 남짓한 화장실 칸 밖에 없었다.
'비닐 봉지가 있어야 한다'.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기막힌 방법 그러나 비닐 봉지가 있을리
만무했다. 권박사는 주머니를 뒤졌고 식사를
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양복 상의 호주머니
속에 넣은 의료용 라텍스 장갑을 발견하고
하마트면 탄성을 지를 뻔 했다.
그 즉시 권박사는 쪽지를 찢어 변기의 물을 내렸고 수석연구원 지석으로 부터 받은 탐지기와
해킹추적프로그램을 넣고 장갑을 질끈 묶어
변기 물탱크를 열고 뜨개 밑에 보이지 않게 조심
하며 넣었다.
" 박사님 여기 계신 것 압니다. 볼 일 다 보셨으며 빨리 나오십시오"
그렇게 보안책임자 준은 재차 채근했다.
"알았어 알았아! 나가고 있네 속이 영
편치가 않아서 말이야, 배탈이 난 것 같아".
권박사는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보안책임자 준은 먹잇감을 발견한
매의 표정으로 권박사가 나온 화장실 속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이리저리살폈다.
"왜 박사 똥은 어떤가 하고 살피는건가?
사람 똥이 다 똑같지 금테라도 둘렀을까봐
그러는가!"
"박사님도 참!!! 상황실 이사님이 모셔 오랍니다. 얼른 가시죠".
상황실에 도착하니 이사가 보안책임자 준에게
눈치를 주었다. 몸수색을 하라는 거였다.
권박사는 팔과 다리를 큰 대자로
벌려 주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 하자
그제서야 이사가 악수를 청했다.
"박사님 실례가 많습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결례인줄 알지만 어쩔 수 없군요
이해 하시죠".
'능구렁이 같은 놈" 권박사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그렇지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요즘 힘드신 줄 잘 압니다. 여러모로 협조해주신 덕에 윗분들을 뵐 면목이 생겼습니다. 다 박사님 덕분이지요!
안그렀습니까?
' 쯧쯧 능글맞은데다가 징그럽기까지 한 놈,
그래 네 놈의 꿍꿍이 속이 뭐냐' 역시 권박사는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절 보자하신 이유를 말씀하시지요".
"박사님 역시 눈치하난 빠르 십니다. 놀리는 것
아니니 곡해 마시고 정오에 있었던 화학 약품실
화재건 입니다. 모니터를 봐 주십시오
점화플로그에서 불꽃이 번지고 있죠
누군가 분명 방화를 저질렀는데 증거가 없습니다. 2번 3번 카메라를 확인 하니
역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업무일지를
토대로 권박사님 수하 직원들 몇명을
불러 심문을 했지요.
연구진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나 같이 발뺌을
하더군요".
권박사는 이사의 말을 듣고 잠시 미간이 일그러졌지만 애써 담담함을 유지하면서
말했다.
"전기누전이나 합선에 의한 화재사고겠지요"
"박사님!! 참 편하게 말씀하십니다. 화재가 날 이유도 없거니와 화학약품실의 전선 설비는
새로 교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습니다.
날카로운 도구로 절단된 선이 차단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만 밝혀드립니다.
"난 모르는 일이오". 제발 우리 연구진을
그만 괴롭힐 순 없습니까! 원하는대로
내 권한 모두를 넘기지 않았소!
아직도 부족한 거요!!!
권박사는 그렇게 이사에게 항변을 했다.
"박사님!!
지금은 이렇게 당당하시겠지만 변명거리라도 찾아 두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높은 열기와 연기에 그을려 센스가 고장난 CCTV와 카메라 복원이 끝나고 방화에 관련된 증거가 나오는 순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그냥 넘어 가지 않을테니까!!! 알겠습니까?
아무것도 나오지 않기만을 학수고대 하십시오
그만 가 보셔도 좋습니다. 준 실장은
박사님을 숙소로 모셔 드리게.........".
상황실을 나와서 권박사는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수석연구원 지석이 감시카메라를 교란 시키고 벌인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나 저나 골치 아픈 저 놈을 어떻게 따돌리고 화장실에 가 숨겨둔 것을 찾아야 하나'
권박사는 자신의 근거리에 서서
보조를 맞추는 보완책임자 준을 따돌릴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숙소로 바로 가게 된다면 오늘을 넘겨야 하고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될 것이므로
무조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우선 집무실에 잠시 들려 파일 하나를
찾아야 하는 것으로 권박사는 보안책임자 준에게 허락을 구했다.
"낼 찾으시면 안되겠습니까! 숙소까지 모시라는
이사님 명령을 지켜야 합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그냥 가시죠".
역시 군인 특유의 딱딱함과 명령불복종을 죽음으로 아는 자의 답변 다웠다.
"자네는 왜 그리 앞뒤가 꽉꽉 막혀 있나,
매번 자네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저릿저릿 하다네. 누군가를 지키는 일을 하는 자네가
왜 저런 사람들 밑에서 일하는건가".
"박사님!!! 더 이상 듣지 않겠습니다. 제 일은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망발을 삼가해
주십시오. 박사님이라도 용서 못합니다".
보안책임자 준은 사나운 눈초리로 권박사를
잡아먹을듯이 쏘아보았다.
"알았네 알았어 그만하지!!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네 자네도 보다시피 요즘 내가 사는게 사는게
아니지 않나!! 평생을 몸담고 개척한 내 연구소가 낯선 이들의 전유물이 되었는데
그 심정이 오죽하겠나 이해해 주게...."
권박사는 풀 죽은 목소리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
다.
"좋습니다 박사님 !!! 오직 10분만입니다.
집무실에서 파일 찾아 가지고 나오는
시간! 아시겠습니까?"
보안책임자 준은 마지못해 그렇게 승낙했다.
집무실이 가까워 오자 무표정한 굳은 얼굴로
따라오는 보안책임자 준을 곁눈질 하며
어느 순간 권박사는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아이고 나죽네....
배탈이 도진 것 같아, 화장실, 화장실에
가야겠네!!! 설사가 나오려고 하네......"
권박사의 숨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안책임자 준은 안타깝다는 듯이 표정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 참 가지가지 하십니다. 점호시간이 끝났는데
박사님을 특별대우 할 수 없는 입장이란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할 수 없습니다.
파일은 낼 찾으시고 지금 화장실 가는 것만
허락하겠습니다. 복도에 깔린 CCTV가
지켜 본다는 걸 명심하시고 최대한 빨리
용변을 보고 나오십시오 나원 참!!!
"알겠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네!"
권박사는 엉덩이를 꽉 눌러 부여 잡고
어기적어기적 집무실 앞 화장실로 뒤뚱거리며
바삐 걸었다.
"박사님 원!! 체통 좀 지키세요".
뒷통수를 향해 날아온 보안책임자 준의 말이 권박사의 귀에 들올리 만무했다.
전쟁의 시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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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지치지 않으셨는지요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