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알게 되어 계속 찾게 되는 정읍 시골의
참 신비한 저수지.
친구와 하루종일 꽝치다 저녁 먹고 지나가다
딱 1시간 대를 담근 저수지.
작은 저수지입니다.
한 2000평 되려나요?
대를 넣고 30분.
쭈~~~~욱 올라오는 케미. 9치.
이어서
쭈~~~~~욱 올라오는 케미. 9치.
이어서
쭈~~~~~~욱 올라오는 친구 케미. 9치.
이어서
쭈~~~~~~~욱 올라오는 친구 케미. 9치.
이어서
쭈~~~~~~~~욱 올라오는 케미. 9치.
올라오면 9치급.
쫒기는 시간에 남은 옥수수를 뿌리고 집으로 돌아온 밤.
왜그리 잠은 안오던지요.
해가 뜨자마자 달려간 곳엔 미리 앉아 계신 동네 어르신.
"입질 좀 받으셨어요?"
"아니, 고기가 없나벼"
"옥수수로 한번 해보시지 그러세요. 어제 큰놈 많이 나오던데"
"나는 실력이 없어서 큰놈은 못잡어. 글고 붕어가 옥수수도 먹남?"
여든 정도 되신 동네 어르신은 낡은 낚싯대 한 대로 붕어의 입질을 기다리시네요.
"어르신, 저 옆에 앉아서 좀 해도 될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저수지가 내꺼간이? 편헌대로 혀"
"혹 저 때문에 붕어 도망갈까봐요"
"에이, 물 놈은 다 물어"
"네, 고맙습니다"
어르신 옆 5미터 정도 이동해 괜시리 부끄럽게 다섯대를 폅니다.
"고순가벼? 낚싯대도 좋아보이네? 많이 잡어"
비아냥이 아닌 따스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잠시 후 어르신 친구도 나와 어르신과 제 사이에 한 대를 펴시고,
잠시 후 어르신의 친구이며 어르신의 친구의 친구인 분이 오셔서 한 대를 펴시네요.
어르신 - 어르신 친구 - 어르신 친구 - 저
이것 저것 물으십니다.
어디 살어, 뭐혀(직업), 몇 살이여,
그 사이 어르신들 낚싯대엔 서너치 잔붕어가 끌려오고,
제 낚싯대엔 8, 9치 붕어들이 날라옵니다.
"고수네 고수. 어쩌 자네한텐 큰놈만 잡히네"
"처음 왔다고 붕어가 봐주나보네요. 어르신 혹시 붕어 드릴까요?
"아녀, 나는 안먹어. 할망구가 뭐라 그려. 비린내난다고.그냥 놀러오는거지. 가져가서 해먹지. 맛날텐디"
"아뇨, 저도 그냥 놀러만 오는거라서요, 낚시꾼들 여기 많이 오나요?"
"응, 많이 와, 작년에도 엄청 잡어갔어. 근디 계속 나와. 계속"
점심이 가까워지니 어르신들 식사하러 가십니다.
혼자 있으려니 심심할 찰나, 또 한분씩 나오시네요.
오토바이 타고 온 어르신, 제방쪽에서 중앙부로 릴 10대를 날리십니다.
"야 임마, 오늘도 뭣하러 왔냐, 맨날 잡도 못험서"
"내걱정 말고 너나 잡어라 임마, 여든 되도록 낚시도 못허는 놈이"
"어린 놈들이 형 앞에서 뭔 개소리들이여. 조용히 낚시나 혀 이넘들아"
아...어르신들의 육두문자가 저수지에 메아리치네요.
구석 상류, 열두 대를 편 대물꾼도 연신 웃느라 찌올림을 못봅니다.
어느새 저수지는 낚시꾼들로 둘러싸입니다.
대물꾼 내림꾼 떡밥꾼 릴꾼 어리버리꾼...
2000평 작은 저수지. 반대편 낚시꾼의 얼굴이 보이는 작은 저수지.
장르 구분없는 붕어들의 친구들.
릴방울 소리가 들려도
풍덩풍덩 봉돌 소리가 들려도
이 새끼 저 새끼 정다운 욕소리가 울려도
누구나 저마다의 찌를 보며 붕어를 기다리는
그런 저수지가 정읍에 있습니다.
정다운 종합경기장(떡밥, 대물, 내림, 릴,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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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낚시를 즐길 줄 아는 정겨운 사람들~
고향 저수지네여
어르신들 건강하세요...
예전엔 대부분 이런 낚시였는데,
최근 10여년 삭막한 낚시터로 변했지요.
말을 걸기도 무섭고....
옆자리 하기도 눈치보이고.....
기침도 마음대로 못하고....
미끼도 자주 갈아주는 것도.....모두 욕심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는 낚시터 문화입니다.
이런 정겨운 낚시터에 외지인 들어가서
어르신들 주눅들게 만들고 쓰레기 버리고 한다면...... 낚시 못하게 하겠지요.
여든 어르신도 친구랑 아이들 처럼 말하고 웃고 여가를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골목에서 한 형님(할아버지뻘인데 촌수로 형님)께서 곰방대에 불 붙이시니
지나가시던 분이 "이놈아 뻬삮어, 어린 놈이 담배는" 하시니
담배불 붙이시던 분께서 "이눔아 니놈은 위아래도 읎냐? 어른을 보면
진지는 자셨냐? 안녕하시냐고 인사도 몬하냐"고 띠격태격 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옛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ㅠㅜ
갑자기 그리워 집니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두분다 먼곳에 잘 계시나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 낚시 갔다 오셔서 쬐매한 붕어 배따고 바로
초장 발라서 소주한잔에 안주 삼으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런 곳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는게 정말 행복합니다.
아직 개념조차 안 선 초보지만 다툼없이 모두가 낚시할 수 있는게 복인 듯 해요.
모든 낚시터가 이렇게 유지되길 소망해봅니다.
봄날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구요.*^^*
예전 생각이 납니다. 고기가 걸다가 말풀이나 기타 채비걸리면 흰 팬티만 입고 물에들어가 채비 풀어주고해도
신기하게 또 입질이 들어오고 주위분들은 야 그러다 물에 빠질라 걱정하셨지 고기 도망간다고 혼내지는 않았던 기억....
요즈음은 워낙 어자원이 없다보니 너무 예민해지는듯합니다.
좋은곳 오래오래 남기시고 좋은 추억만들어 가시기를....!!
동네 어르신과 아주 좋은 낚시 친구가 되어보이소~
아주 먼 옛날에 생각이 떠 오르는군요.
아주 토속적인 좋은 글입니다 강호한정님~
토속적이고 정겨우면 좋은거 맞죠?
더 그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말(토요일) 낚시갔다 쓰레기만 50리터 한봉투 하고 그냥 왔네요.
어른들이 한분도 안나오셨더라구요.*^^*
다음주에 한봉투만 더하면 깨끗한 저수지 될 듯 합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구요.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