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출조에서 한밤중에 낚은 대어가 4짜 붕어인줄 알고 흥분했다가 입가에 징그럽게 달려있는 수염을 보고 엄청난 좌절감을 맛본 것인 2주 전이었는데 이번에는 1센치 부족한 붕어에 땅을 쳤습니다.
지난 주말 직장 조우와 모 저수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해질무렵 저수지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한창 산란 중인지 상류 수초지역은 붕어들의 뒤집는 소리가 빈번하게 들렸는데, 이미 5명의 조사들이 상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쩔수 없이 중류 맹탕에 대를 펼수 밖에 없었지요. 해가 떨어지기 전에 대편성을 마치려고 마음은 급해집니다.
2미터 정도의 수심이라 옥수수내림 2대를 펴고 나머지는 어분과 글루텐으로 공략했습니다. 혹시, 일찍 산란을 마친 녀석들이 먹이활동을 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헛된 기대였습니다. 결론은 밤새도록 꽝... 저녁 무렵 첫 입질이 들어와 잠시 긴장했으나 동출 조우가 낚은 것은 준치... 대개 조과가 좋지 않으면 많이 졸릴 뿐더러 조과가 좋은날 보다 오히려 다음날 더 피곤하더군요.
새벽 여명이 밝아 오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 밤까지 상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철수하고 없더군요. 바로 옆 수초에서 고기들이 뒤집어도 입질 한번 못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 동출 조우에게 어차피 현재 상태로는 꽝을 면키 어려울테니 상류 수초지대에서 아침 입질을 한번 노려보자고 제안을 했더니 조우도 흔쾌히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습니다.
상류 앞쪽에 삭은 육초대가 있어서 도장되지 않은 FIM 110 3.2칸과 3.6칸 테스트대로 단출하게 전을 폈습니다. 수심은 약 80센치 정도.. 미끼는 어분과 글루텐으로 하다 잡어의 성화에 옥수수로 바꾸었습니다. 옥수수에는 잔입질만 보일 뿐 제대로 된 입질이 없어서 역시 산란 중인 고기는 먹지 않는가?하는 회의감에 빠져들 무렵이었지요. 그러던 중 바로 옆자리에 앉은 조우가 앞서 낚시하고 간 "벌꾼"들이 버려두고 간 쓰레기 사이에서 지렁이통을 발견하고 몇 마리 꿰어 25센치 붕어를 한수 했습니다.
갑작스런 조과에 회의감은 희망으로 급변하고 땅을 뒤져 지렁이 찾기에 돌입했습니다. 겨우 지렁이 두마리를 주워서 3.6칸대에 꿰고 부푼 희망을 담아 힘차게 캐스팅.... 잠시 후 찌가 쭈욱 올라오는 입질에 힘차게 챔질해 봤지만, 아까운 지렁이만 뺐기고 빈바늘만 날아 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채념하고 다시 옥수수를 꿰어 캐스팅했습니다. 큰 기대도 하지 않고 약 10분 정도가 경과했을 무렵입니다. 거의 체념한 상태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 전을 접자고 마음 먹는 순간 FIM 3.6칸 테스트 대의 찌가 두차례 움찔거리더니 곧이어 천천히 쏟아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갑작스런 육중한 입질에 피부의 털이 서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찌의 몸통이 드러나며 기우뚱 하는 순간 챔질..... 상당한 무게감이 대를 타고 느껴지더니 이내 강렬한 저항이 팔에 전해져 옵니다. 손에 전달된 느낌만으로도 거의 월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핏 수면에서 뒤집는 모습은 영락없는 월척이었습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제압에 성공하고 물가로 랜딩하는 도중 그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앞에 형성된 수몰 육초대에서 한쪽 빈바늘이 그만 삭은 육초 줄기에 걸려버린 것이지요. 보통 같으면 어차피 방생할 녀석이니 떨어지던 말던 줄을 당겨낼텐데 올해 첫 월척이 바로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끌어내어 기념사진 한방 찍고 싶었습니다. 대를 느슨하게 했다가 다시 랜딩하기도 하고 조우에게 대를 들고 있도록 하여 다른 낚시대로 바늘이 걸린 육초를 걸어내려고 해 보았는데 부질없었습니다. 굵은 육초 줄기에 걸린 한쪽 바늘이 끝내 빠지지 않더군요. 고민 끝에 바지를 벗고 물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수심은 얕을테고.. 다만 걱정되는 것은 벌꾼과 개꾼들이 버린 깨진 소주병 조각이나 가시 나무 등에 발을 다칠수 있다는 우려감이었으나 올해 첫 월척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 상황에서 그런 것 쯤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쯤되면 거의 이성이 마비 상태라 할 수 있겠지요. 동출 조우도 우려스러운지 "조심하십시오"라고 합니다.
조심조심 수몰 육초대를 밟고 들어가 줄을 끌고 나왔습니다. 그 사이 조우는 어느새 차에서 줄자를 갖고 왔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측... 아! 29센치미터... 월척에서 1센치가 빠집니다. 조우도 안타깝던지 "조금 당겨 볼까요?"라고 합니다. 그 말이 위안이 되겠습니까? 아쉬운 마음에 사진 한방 찍고 돌려보냈습니다.
저번 출조에서는 잉어 4짜, 이번에는 1센치 부족... 아직 월순이와 상면하려면 더 많이 인내하고 애를 태워야 하나 봅니다...
참고로 FIM 110 낚시대에 대해 가볍지만 약하다는 평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제가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전혀 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벼우면서도 통통 튀는 손맛이 아닌 쭉쭉 늘어지는 손맛의 낚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조행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록 1센치의 아쉬움은 있으나 잘 생긴 붕순이 소개해드립니다. 늘 안출, 행출 하소서.
지난번엔 잉어 4짜, 이번엔 1센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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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핏 보기에 친구로 보이는 "두 놈"은 갖고 온 모든 쓰레기 그대로 두고 몸만 빠져 나간 "개-잡-꾼".... 너희 두 녀석 언젠가 걸리면 내 손에 죽는다!
낚시를 하지말던지 해야지 걸리기만 걸리믄 뒤징겨~
하~
그런 사연이 있었군여~
한분은 낚시대 잡고 계시공~
한분은 어디까지 벗었는진 모르지만 조심조심 수초헤치며 다가가서는......
흐메~
수고하셨어여~
안출하셔서 담 죙기 멋지게 월이와 함께 올려 주셈?
안타갑네요 1CM가 모자란...~가을에 전설님요~인물은 참 좋은 붕어인데 말입니다.
우리꾼"에게는 내일이 있지 않습니까~
가을에전설님께 붕어"""대구리에 행운을 기원 드립니다.
추천 주사는 놓고 갑니다.
1cm를 위한 성장촉진 추천주사 한방 놔 드립니다.
안출하시고, 월척 상면하십시요.
언제쯤이면 낚시가 멋스럽고 고상한 취미로 자리잡을 수 있을 런지요...
아직도 같은 낚시꾼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 너무 많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출하십시오.
즐감했습니다...
그리고 준 월이 감축드립니다...
저도 선생님같은 경우를 많이 느껴서 앞으로는
웬만하면 바늘을 외바늘 채비를 하고 다닌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조과 있으시길 기원드립니다...
지는 올해 월 했지요.
그것도 댐 붕어로요.
맞어요 FIM110손맛은 좋아요.
3.6칸이 앞쏠림이 좀 있어서 그렇지만..
밤나무님.. 합천댐입니까? 아니면 임하댐인가요? 어쨌든 올해 첫 월척 축하드립니다.
지난 주말 인근 계곡지에서 드디어 산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이른 시간에 9치 붕어를 한 수 했는데, 그만 허리를 삐끗... 허리 통증에 장비 다 팽개치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 뿐이더군요. 전기 찜질기를 허리에 두르고 방에 드러누워 마누라 잔소리 들으면서 당분간 낚시 안 가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월요일 오전 화창한 날씨에 다시 몸이 근질근질 하는군요.
저녁에 한번 들이대 봐?... 낚시꾼은 역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많이 아쉬우셨겠습니다.
지렁이 없을 때 남들이 지렁이로 입질 받으면 진짜 못견디겠데요...
지렁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낚시 후 냄새도 나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경우 얼마 사용하지 않고 버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분, 글루텐, 옥수수를 주로 사용하고 생미끼는 현장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사용합니다.
격려말씀 감사합니다. 늘 안출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