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초반인 후배 녀석이 난데없이 프로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프로라 하면 축구나 야구 또는 골프나 농구 같은 걸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가 되고자한 프로는 그게 아니었다.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게...
그는 불문곡직 프로 낚시꾼이 되겠다고 호언했다.
그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것 보다는 다소 소박한 꿈이긴
하다만, 그래도 프로 낚시꾼이 장차 그의 희망이라는 말에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녀석이 자신의 새로운 포부(?)를 말하는
모양새가 전에 없이 엄숙하다 못해 처절하게 단호한 구석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좋아... 그런데 너 낚시한지 얼마나 됐니?’
‘행님! 제가 낚시를 안 것은 오래 되었지만, 본격적으론 작년부터 아닝교.’
결국 햇수로는 겨우 2년인 셈이다. 그런 그가 낚시의 프로화를 자처하고
나서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물론 그가 추구하는 낚시는 민물은 아니다.
그리고 며칠 뒤. 동네 길가에서 녀석이 그의 처 뺨을 후려 갈겼다. 두
아이를 두고 백화점 점원으로 줄곧 근무해 온 녀석의 처는 동네에서 소문난
살림꾼. 그런 그녀가 얼굴에 난 손자국을 어루만지며 길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운 일이 있었다.
난 여태껏 녀석의 직업을 모른다. 남들 말에 의하면 근처 유흥가 질서를 바로
세운다는 허울을 빗대서 살아가는 어깨(?)라고 하긴 하는데, 어깨치고는 다소
외소한 편이라 나로서는 쉽게 납득이 안 된다.
‘글쎄! T아빠가 한 번에 수백만 원어치 카드를 긁었다네요.’
여자들 사이에선 비밀이 있을 수 없다. 그 후배 녀석이 앞뒤 안 가리고 카드를
긁어 대는 통에 가계에 차질이 생겨 녀석의 처가 걱정스런 말을 건넸더니만,
그렇게 남들 이목이 있는 길가에서 손찌검을 했다고 집사람이 내게 알려줬다.
‘왠 카드?’
‘그게 글쎄...낚시 장비를 산다고 그렇다네요. 왜... 당신도 필요 없는 장비
많이도 사 날랐잖아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집사람이 말끝에 도끼눈을 시퍼렇게 떠가지고
밤중에 고양이 눈구멍 모양으로 형형한 빛을 내뿜으며 날 얼핏 쏘아봤다.
‘어허~! 이기... 무슨 말을 함부로 하능겨!!’
난 내심 철렁한 느낌이 들었으나, 여자들에게 그런 내색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되는 법. 해서 더 말 나오기 전에 조금 공갈성이긴 하지만 큰 헛기침을
곁들여 단번에 얼버무렸다. 이런 일은 다년간 경험에 비춰 볼 때 빠르면
빠를수록 조기에 진압해야 한다.
‘그나...니 무슨 장비를 샀기에 그렇게 돈을 많이 섰니?’
‘별거 안 샀는데 그러네요.’
후배 녀석이 나열한 물품 목록은 대충 이렇다. 낚싯대(0.8호 1.5호) 두 대
릴(3000번) 하나 내피 낚시복 구명조끼 각각 한 벌씩 편광안경 줄(1호 1.2호
1.5호 1.75호 2호) 찌(2B~1호까지 수중찌 포함 20개) 그리고 쿨러 및 기타
소품 몇 가지 등이 전부다.
‘이런 건 좀 더 해보고 사는 거야...’
품목이야 몇 가지 안 되지만, 워낙 고가품들이라 금방 수백 단위로 될 외국산
일색. 낚시 장비의 업그레이드도 방법과 단계가 있다. 이제 겨우 2년 남짓한
낚시 이력으로 그런 장비를 갖추고 다닌다는 게 다소 무리라면 무리일 것이다.
‘행님요...! 요즘 갯바위에 가려면 이 정돈 꾸미고 다녀야 쪽 안 팔려요. 그라고
이왕 프로로 나가기로 했으니...’
후배 녀석은 곁 모양만 번들하게 갖춰 입으면 금방이라도 프로 낚시꾼이 되기
라도 하듯 어깨가 잔뜩 부풀려져 있었다. 하긴 요즘 시대 분위기가 그렇긴 하
다. 사실 웬만한 섬에 가보면 한다하는 낚시꾼 치고 그렇게 안 차려입은 사람
이 없으니...
하지만 낚시의 묘미는 그런데 있는 게 아니다. 비록 신우대로 조잡하게 만든
낚싯대지만, 그걸 곰삭은 수초 사이에 조용하게 드리워 놓고 고즈넉한 물가의
그윽함을 만끽해 보는 재미, 또는 산들거리는 바람에 설익은 라면을 끓여 놓고
마음 맞는 지우들과 술잔을 기울려 보는 정겨움, 그리고 넘실거리는 물결을 굽
어보면서 자신의 옛길을 아련하게 되짚어보는 여유로움 같은 게 사실은 낚시가
주는 참다운 묘미라면 묘미일 것이다. 이러한 묘미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게
그게 진정한 프로 낚시꾼이 아닐는지...
마음 같아선 녀석을 물가로 끌고 가 그런 낚시의 깊은 묘미를 일깨워주고 싶긴
한데, 40년 넘게 제멋대로 굵어버린 머리통이라 내 말이 과연 먹히기나 할 것인
지 그게 큰 문제로다.
감사합니다.
진정한 프로 낚시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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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버들님!
가슴에 와 닿는 좋은 말씀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길.......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비싸게 구입한 장비가 아쉽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날려버린 새이니
격어보면 그런게 아니란걸 알게 되겠지요.
얼마 안가서 그 장비 처분한다고 할지도 모르구요
낚시란 님의 말씀처럼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의지만으론
진정으로 빠져들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모쪼록 님의 후배분께 조속한 깨달음이 있길 기원합니다.
건낚, 즐낚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