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농락이다!
멍하니, 본다.
세 번째 찌가 정점을 찍고 막 하강하고 있다.
나는 양손에 코펠과 생수병을 들고 썩소를 날릴 수밖에 없다.
씨바, 허무하고 허탈해서 허공을 본다.
나는 6시간 동안 미끼를 두 번 교체했고
기침을 세 번 했으며
담배를 다섯 번 피웠다.
나는 후레쉬 없이 옥수수를 달았고
마른기침을 비행기 소음과 동시에 했으며
담배불빛도 손바닥 안으로 숨겼다.
찌불 일곱 개와 나는 여섯 시간 동안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악명 높은 배스터이기 때문이 아니다.
대충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다.
완벽한 몰입 끝의 꽝은 아쉽지 않다, 고 우길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절묘하지 않은가.
6시간의 기다림이 찰나에 무너졌다.
내가 매복했듯 붕어들도 매복한 게 틀림없다.
보초를 서는 붕어가 있다는 말이 농담 같지 않다.
혹시 그들이 우리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
담배를 물고, 나는 베르베르가 되기로 한다.
나는 집행자 붕어 227호다.
요즘은 많이 피곤한데, 날도 덥고 일도 넘쳐서다.
이제 막 오늘의 마지막 건을 해치웠다.
교대자가 오기 전에 '소풍'건을 일지에 기록한다.
문서번호 : 천곡수로 000 - 0000
시행일자 : 발끈해 000일차
수 신 : 원로회의
참 조 : 소풍 욕설건
제 목 : 122호 소풍붕어에 대한 집행
내 용 : 듣보잡에 가한 소풍붕어의 욕설건에 대한 원로회의의 판결 0000호에 의거,
피의자 122호 소풍붕어에게 사람동물의 미끼를 사냥케 하는 형을 집행한 바,
옥수수 한 알을 탈취하는데 성공하였기,
붕어헌법 4조 3항에 의거,
122호 소풍붕어에 대한 죄를 사면하고 방면함.
122호 소풍붕어에 대해 타 붕어들의 어떤 협조나 도움도 없었음을 명확히 함.
참관붕어 : 167호 주다야싸붕어
별 첨 : 참관어 167호 주다야싸붕어 서명
- 끝 -
167호 주다야싸붕어가 187호 이박사붕어와 201호 그림자붕어에게 옥수수 열 알씩을 나눠준다.
낚시꾼의 동태를 염탐해준 대가다.
씨바! 붕어를 뭘로 보고, 라면서 그들이 화를 낸다.
주다야싸붕어가 날렵하게 그들이 던진 옥수수를 주워 먹는다.
저 붕어는 주접이 하늘을 찌른다...
여섯 시간 동안 바짝 쪼우는 사람동물이 독하기는 했다.
그래도 지가 사람인데 틈이 없겠나.
하여튼 122호 소풍붕어,
당신이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운이 좋아서 살아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의 구사일생엔 많은 붕어들의 밀약이 있었다.
물론, 당신은 모르겠지만...
주다야싸붕어에게 참관어 서명을 받고 자리를 뜬다.
소풍붕어 생환기념으로 배스회 무침으로 일잔해야 겠다.
주다야싸가 잘 주는 언니들의 가게로 안내한다고 했다.
우리 같은 준척들은 모르는 게 많다.
오짜 육짜 원로들께서 가끔 말씀해주시는 전설에 따르면,
배스나 블루길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최고령 육짜붕어님의 얘기를 옮겨본다.
너희 준척급들은 잘 모르겠지만, 새우나 참붕어가 살았다.
인간동물들도 지금처럼 교묘하지 않았다.
그들의 채비는 투박하기 그지없어, 따먹고 버리기 딱 좋았다.
황소개구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평화로운 공생이 가능했다.
수로엔 물이 넘쳐났고 매일 소풍처럼 살았다.
그런데, 릴을 든 인간동물들이 어리석은 짓을 했다.
어느날, 그들이 블루길과 배스를 수로에 집어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위기를 맞았다.
먼저 우리의 주식이던 새우와 참붕어가 씨가 말랐다.
뒤이어 덜 자란 꼬맹이 붕어들이 그들에게 잡혀먹혔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다.
배스와 블루길에게 대항하기 위해 헬스를 시작하여 빵을 키웠고,
인간동물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보초병을 세워 빈틈을 노렸다.
사람동물들도 진화했다.
입질이 뜸해지자 그들은 점점 예민한 채비를 발명했다.
미끼가 뻘 속에서 공중부양을 하고 웬 군번줄 같은 게 내려왔다.
미끼도 한 열두 개 정도 동시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원로회의에서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더이상 길에 떨어진 음식을 먹지 말 것.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하되, 단백질이 필요할 시 배스나 블루길 치어를 섭취할 것.
하지만 아아...
달랑무붕어를 비롯한 철없는 붕어들의 만용을 어이할꼬!
왜 꼭 남자붕어다움이 인간동물들과의 겨룸이어야 할꼬!
저들 뒤의 진주붕맨붕어가 원흉이로고...
아까도 밝혔지만, 나는 집행자 붕어다.
원로회의의 판결에 따라 형을 집행한다.
우리 종족의 형법은 참으로 공평하고 합리적이다.
죄를 지은 붕어에게는 빵의 크기 여하에 관계없이 동일한 벌을 내린다.
바로 인간동물과의 한 판이다.
그들이 어떤 채비를 하든 어떤 미끼를 쓰든 몇 개의 미끼를 내리든 상관없다.
자의에 의해 대상을 선택할 수 있고,
자의에 의해 미끼를 취해야 하고,
그런 후,
사람동물에게 진다면 포획 당해 죄를 갚을 것이고,
운칠기삼이 작동하여 살아나도 역시 죄를 갚을 수 있다.
마~ 한마디로 화끈하고 뒤끝 없는 형법이라는 말이다.
사람동물의 미끼를 무는 붕어유형에 대해 두 가지를 말했다.
붕맨붕어를 추종하는 깍두기 붕어들과,
죄를 짓고 벌을 받는 피의자 붕어들.
원로회의의 긴급조치에 반하는 붕어들은 또 있다.
식탐을 주체 못 하는 비만형 붕어들과 자살을 시도하는 염세형 붕어들이 그들이다.
앞의 두 붕어유형의 초식은 날렵하고 빈틈없다.
사람동물들은 아마 미사일 입질이라고 투덜댈 것이 틀림없다.
반면에 비만형 붕어의 초식은,
큭! 초식이랄 것도 없지만, 꾸물꾸물 우걱우걱 미련하다.
염세형 붕어? 그들은 다 내려놨다.
그냥 물고 옆으로 눕는다. 사람동물들이 자동빵이라 부를 것이다.
점점 수로 사회가 각박해진다.
이젠 집행하는 일도 회의가 들고,
태풍이 불고 큰비가 올 때가 된 것도 같고,
사람동물들이 싸질러 놓은 쓰레기가 떠내려가고
논두렁 밭두렁에서 곡식 알갱이가 떠내려왔으면...
미사일 입질이 두 번 있었다. 붕어가 아니라 잡고기일 것이다.
츄파춥스 빨듯 꼬물대는 입질에 뒤룩뒤룩 살찐 붕어가 올라왔다.
한 마디 올리다 옆으로 스르륵 잠기는 입질.
체념한 듯 별 앙탈 없이 끌려오는 놈.
태풍 불고 큰비가 왔으면 좋겠다.
뻘꾼들이 싸질러 놓은 쓰레기와 지저분한 청태가 떠내려가면
예전처럼 깨끗한 입질이 돌아오려나...
천곡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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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8
추천은 덤,,,
기억해줘요
글 읽슴당.
추천은 기본이죵^^
다읽고 담주까정~~~
레포트 A4용지 5장 분량으로 ~~~^♥^*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그벌로..꾸ㅡ욱찍습니더!
글이 허무맹랑하면서 달달해요.
제 취향이란 뜻이져.
감사함미다. ^.^*
7빠세염 ^^
피~~러님!!!
잘 읽었습니다
이슬이에 젖어 본문글이 흔들려서~~
그래도 저~~위에 림자님이 ~~ㅎㅎ
일단 도장부터 찍고요.ㅎ
큰비가 내려 수로의 물이 넘치기전....
난 배스와 국제결혼 해얄까부다.
물론 불루길과 불륜도 마다하지 않을거다.^^
작전에 실패한 병사는 즉결처분이라던데...
얼른 코하고 새벽에 벌초 갑니더ᆞ
글이야 뭐ᆢ천천히 읽쥬ᆢ
이번달엔 왜이리 수금이 안되는지ᆢ
배시기두 뽑다보믄 붕어두 나오지 않것어요.
잘읽었습니다..
추억조행 방엔 추억조행을 올려주심이...
개인의 상상의나라?는 사절하며..
대화명 도용 하지마시길 바랍니다...
땅!땅!땅!
일단 눈도장 찍고 갑니다
됐고~~~~~~~~~~~~~~~~~~~~~
피러님 나중에 봅시다
아주 입맛에 딱입니다
추천 한방 놓고갑니다 크 ~~으
쪽지로 보내주신 내용 글쓰기에 참고 많이 해볼게요.
피터님 고맙습니뎌~~
잘보고 갑니다~~추천~~쾅~~~^^
아주 신선합시다
오랜만에 좋은글 보고 갑니다
시간되면 다시 정독해야지 오늘은 많이 피곤하니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