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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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꾼 만들기 ①

추색(秋色)으로 한껏 곱게 차려입은 그윽하고도 아름다운 산야... 형형색색으로 물든 때깔이 눈물 나게 고와서 눈시울이 금세 뜨거워지려합니다. 가는 가을을 이 순간에서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확이 끝나 가지런히 눕혀진 볏짚만 남겨진 채, 덩그러니 비인 논배미들이 늘어가면서 가을이 깊어졌음을 새삼스레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연약해보이기만 하던 어린모가 씩씩하게 자라서 어느덧 열매를 맺어 남기고 저처럼 편히 눕는 동안 내내, 우리는 낚시하러 간다고 들떠서 이 길을 수 없이 오갔습니다. 때로는 불같은 땡볕아래 애태우면서도, 거센 폭풍우속에서 쓰러질듯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오로지 낟알만은 꼭 남기고 싶은 지고한 사명감 하나로 제자리를 지키던 벼의 물결은 이제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곧, 온 세상에서 아름답기로 으뜸이라는 우리의 장끼가 마상의 나폴레옹처럼 논둑에 서서 그 거만한 위용을 뽐내는 멋진 모습을 눈여겨보면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내 눈이라도 내려 새하얗게 뒤덮이면 한층 더 쓸쓸하고 고즈넉해지는 그 곳을 인생의 덧없음을 덧붙여 윤회(輪廻)를 떠올리며 숙연(肅然)한 심정으로 또 지나칠 것입니다. 벌교가 내려다보이는 산길 정상의 주유소 겸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들을 뽑아 마시지만 서로의 마음은 벌써 강산수로의 꺽다리 갈대숲을 헤치고 그 자락에서, 그리웠던 수면을 그윽이 바라보며 “나, 이렇게 못 잊어 또 왔노라.”를 읊조리고 싶을 것입니다. 일행 중에는 낚시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버린 신출내기가 한사람 끼어 있습니다. 동료여직원의 신랑으로서 결혼 전부터 잘 알던 터라, 그를 꾼으로 만드는 것은 평소 “꾼 만들기”에 소질이 다분한 저에게는 식은 죽 먹기, 즉 여반장(如反掌)이었습니다. 더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가 남편이 저처럼 낚시를 취미로 가졌으면 하고 바랐고 제가 윗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아내가 조행에 전혀 방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차하면 그의 아내를 꼼짝 못하게 양수겸장(兩手兼將)으로 초반에 완벽하게 제압할(ㅋ) 수가 있는 비장의 호수(好手)가 저에게 처음부터 있는 셈이었습니다. 주말마다 눈물을 보이는 아내 때문에, 그 때마다 곤욕을 치르며 오랫동안 불편하게 살았던 저에 비하면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나이, 거침없는 초보였습니다.^^ 그런대로 번창하던 그의 자영업이 IMF이래 활기를 잊고 나날이 침체되는 가운데...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는 풀죽은 그를 대하고 위로하고 싶었는데, 당분간 난해한 현실을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동안에 무엇인가 산듯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활력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낚시꾼인 저에게 별다른 무엇이 또 있었겠습니까? 낚시밖엔 없지요.ㅎㅎ 그래서 그에게 낚시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용모 단정하고 신체 건강한 예비역육군병장, 혹한기에서도 단련된 말단보병소총수 출신, 이 사실만으로도 이미 꾼이 되기에는 충분한데 성격마저 온순, 침착하고 섬세한 그는 결혼 전 “딱 꾼같이 생겼다.”라고 제가 간파한대로 꾼의 여건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정밀업종에 종사했던 솜씨라 만들어놓은 채비를 보면 아주 정교하고 단정했습니다. 특히, 봉돌은 아녀자 목걸이의 메달처럼 예쁘게 깎아서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찌맞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낚시의 대체적인 이론 설명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우리면서 점차로 꾼에 세계에 한발씩 차츰~ 발을 디밀었습니다. 그의 진지함에 따라서 한결 솔깃해진 저는 물속의 붕어입장이 되다시피 하면서 붕어의 습성을 설명해줄 정도로 오히려 가르치는 자신이 더 신바람이 났었습니다.^^ 밤낚시에 케미의 사용이 보편화되었지만 고전적인 칸드레를 이용해 불을 밝히고 찌를 보는 방법부터 익히게 하는 등 기억하는 모든 것을 전해주고 싶도록 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수 십 년 묵은 꾼들이 으레 그렇듯이 일개분대를 거느리고도 남을 정도로 장비가 넘쳐서 가방과 의자만 그를 위해 준비하면 초보꾼의 기본장비는 완성되는 셈이었습니다. 더욱이 열 살 이상의 나이차 때문에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제가 어려웠을, 아내마저도 애인이라 스스럼없이 칭하는 오랜 저의 짝이 동년배의 초보가 생기는데 너무나 기쁜 나머지 저보다 더 많은 자잘한 장비를 그에게 불하하는 바람에 그는 웬만한 중견꾼만큼 대단한 낚시살림을 엉겁결에 갖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호박죽이 너무 맛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시골에서 보내온 커다란 늙은 호박을 썰어 호박죽을 손수 만들어 가져다 줄 정도로 그는 순박하고 심성이 고왔습니다. 낚시를 전수해준 답례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별미 호박죽을 그의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90년대 중반 어느 날 곡성, 석곡면 보성강 지류에서 나란히 불을 켜고 우리는 앉았습니다. 초보답지 않게 당찬 손맛을 보면서 그는 단 한 번의 낚시로 깊숙이 빠져 들었습니다. 종이컵을 강아지처럼 입에 물고 핸들을 잡은 그 초보가 탑승을 애타게 재촉합니다. 초보의 안달이란.. ㅋㅋ ... 짝과 저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2편이 넘기다려집니다

빨리올려주세횻~~
"만촌동안테나"님 안녕하세요.
너무 지루한 얘기를 썼나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답니다.
그냥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캬~~~~~~~이건 노벨상 감입니다.

마른입술 침한번 쓰윽 바르고 2편 보러가요~~~~~~~~
얼떨결에 보다 흐미 ~`

2편 안보고는 안되겠네여.

달려 갑니덩 ~~~ ♡ 헤헤 ♡
한사람의 꾼을 만들기에 아주좋은 조건이셨네요^^

제친구놈 같이데려갈라해도 번번히 실패만했습니다

후딱가서 2편봐야지~~ ^*^
제가 어디서 무얼하다가.. 이제사 이글을 ~
2편 보러 코털을 휘~날리며... 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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