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을때,
병실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쏫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처남들과 우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잠에서 깨지 않은 척 그대로 누워
잠시 쏫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 맑은 햇살처럼 내게서 어둠이 사라져 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일었다.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다 정상으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햇살처럼 밝게 웃는 애들의 얼굴고 부드러운 아내의 미소가 떠올라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이내 내 볼 위로 뜨거운 눈물 한 줄이 쭉 하고 흘러 내렸다.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눈물이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몰랐지만, 어린아이처럼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다.
혹시 처남들이 그 모습을 볼까 싶어 애써 눈물을 참아보려 했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고개를 창문쪽으로 돌린체 그대로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우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나온게 있습니까?”
큰처남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저희가 나고 자란 곳이라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탐문해 보니 목겨자를 쉽게 찾았습니다.
현아가 애들을 데리고 골목어귀에서 택시에 오르는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요. 목격자가 있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차량 넘버나 차종은 기억 못하던가요.”
“예 원체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그런 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눈물이 그쳤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큰처남과 눈이 마주치자 인사도 없이 지금 상황을 물었다.
“큰 형님. 그럼 지금 수사가 어떤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깨어 났구만. 다행이 현아가 택시에 타는걸 목격한 목격자가 있어서 근처 교통정보카메라와
cctv 테입들을 모두 회수해서 4시경에 그 지역에 찍힌 모든 택시들을 파악하고 있네.
택시에 탄 시간을 알고 있으니 용의차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아.”
그나마 사건의 실마리가 될 목격자가 확보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일었다.
“그런데, 제가 그곳을 잘아는데 소태동은 교통의 요지라 빠지는 도로가 너무 많은데
혹시 놓치는 구간이 있지 않을까요?
화순으로 빠지는 길과 제 2순환도로로 빠지는 길, 천변로, 골목길들, 울림동으로 빠지는길,
시내 진입로 등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길들이 너무 많은데요.”
우리님의 말이 맞았다. 그곳 남문로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였다.
큰처남도 그의 말에 불안감이 이는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지금 어디어디 자료 확보하고 있어? 응....응.....응....응”
전화를 듣고 있던 큰처남이 갑자기 화가 난 듯 큰 소리를 질렀다.
“그게 다야! 사람들 있는 대로 동원해서라도 전부, 전부 확보해. 동구관내 전체꺼 확보해.
아니 제 2순환로 전체구간. 화순까지 ........ 뭐! 사람이 부족해!
너 이 새기 나 지금 갈테니깐 그대로 있어! 나 청장님 만나고 바로 들어갈테니깐.
두시간 내에 전부 확보해놔. 하나라도 빠지면 작살을 내버릴테니깐.....
3시반부터 4시반까지 동구관내에 바퀴달린 택시들은 전부다 위치 확인해 놔.
알았어! 이 새기야.“
큰처남은 전화를 끊고 나서도 분이 식지 않는지 씩씩 거리더니, 다시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김 계장 그 새끼 어떤 새기야. 아직 내 성질 모르는 모양인데,
들어가면 작살을 내버린다고 전해. 이번 사건 어떤 껀인지 알지? 박과장이 좀 도와줘,
방금 김계장한테 지시해 놨으니까? 박과장이 무조건 다 밀어붙여놔,
내가 청장님은 지금 가서 만날테니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 다 동원해. .......
그래! 그래! 일분 일초가 급하단 말이야. 알았지...... 그래 그럼 자네만 믿을게.
그리고 나 그쪽으로 지금 넘어갈게.”
전화를 끊고 큰처남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서방 나 넘어가야 될 것 같아.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
일단 몸조리 잘하고 있어. 그때그때 연락할테니깐.”
“예, 형님. 빨리 좀 찾아 주세요. 형님 부탁드려요.”
“걱정 말아, 오늘 중으로 찾아 낼 테니까. 그럼 나가네. 그리고 우리님이 이서방 좀 잘 살펴 주세요”
“저 잠깐만요.”
우리님이 인사를 건네고 나가려는 큰처남을 불러 세웠다.
“주제 넘은 것 같지만 한가지 드릴 말이 있어서. 대충 용의차량하고 목격자,
범행시간등이 나와서 상당히 수사가 진척 된 것 같은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내용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법인 귀에 들어가면 압박감을 느낀 범인이
자칫 다른 생각을 먹어버릴까 걱정이 되네요.”
“예,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큰처남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병실을 빠져나갔다.
막내처남은 내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큰처남을 따라 병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전화통화를 하는 것인지 큰처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일단 보도 금지 요청해, 기자들한테도 부탁하고, 그래.....그래, 내가 들어가면
다시 부탁할테니깐 그동안 자네가 이야기 좀 해줘. 알았어.”
통화가 끝난 것인지 더 이상 큰처남의 목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우리님이 곁으로 다가오더니 새 휴대폰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무슨 휴대폰인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내가 새로 하나 개통했어. 일단 이걸 가지고 있어.”
“왜요?”
“사건이 쉽게 해결되면 필요 없겠지만, 사건이 미궁속으로 빠져들 경우 필요 할거야.”
나는 우리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새 휴대폰이 사건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되질 않아요.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하면서 설명을 해줄테니까 일단 휴대폰에 내가 일러주는 대로 집단문자를 보내게.
자네 핸드폰에 등록된 모든 번호에 문자를 보내야 돼.”
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을 열었을 때, 수십통의 부재중 통화가 걸려와 있었다.
혹시 범인이나 집사람에게 걸려온 전화나 문자가 있을까 싶어 통화목록들을 살펴보았지만
모두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들이었다.
특히, 나에게 생긴 일을 전해들은 것인지 카페 도방사람들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 번호 중에서 육자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육자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골프연습장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처음 도방사람들 카페에 가입한 육자를 만났을때,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첫인상이 좋지 못했지만 몇 번의 동출에서 정이 든 탓인지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그를 내 밑에 두어 일을 시키고 있었다.
몇 번의 전화벨이 울리자 육자가 전화를 받았다.
“예. 사장님.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나 연습장 일에 신경 못쓰니깐 육자가 알아서 다 처리해.”
“결재할 것들이 있는데.....”
“다 알아서 처리해. 그리고 당분간 회사일로 연락하지 말고 알았지.”
“예. 근데 걱정이 너무 많이 되네요. 사모님하고 애들 별일 없겠죠.”
“그래 별일 없어야지. 그렇게만 바라고 있네.”
“다 잘 해결될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 그래.”
나는 전화를 끊고 우리님에게 물었다.
“단체 문자를 보내라구요. 뭐라고 보내야 하는지 일러 주세요.”
“이 번호는 사정상 당분간 사용할 수 없사오니 용무가 있으신 분은 공일공 구팔팔일 팔구칠*으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내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번호에 우리님이 말한대로 문자를 보냈지만,
그것을 보내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 보냈어요. 이제 설명을 좀 해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자네에게 조금 미안하네만 나는 지금 큰형님이 생각하는 그 방법이
사건을 쉽게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그건 우발적인 범죄로 가정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우발적인 범죄라는 생각이 들지 않네.”
“왜요?”
“우선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벌건 대낮에 범행이 일어났다는 것과 범행대상의 선택이 맞지 않네.
자네 같으면 그런 벌건 대낮에 애를 두명이나 데리고 있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선택하겠나?
그것도 택시를 몰고. 내가 범인이라고 해도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거네.
일부러 잡힐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선택을 하겠는가.
이건 두뇌회전의 문제가 아니라 본능적인 문제야.
아무리 미련한 범인이라도 본능적으로 이런 상황은 피하게 되어 있다고 보네.
그리고 두 번째 내가 주목하는 것은 휴대폰이 발견된 위치네.
자네 처갓집과 휴대폰이 발견된 남초등학교는 불과 일키로의 거리도 되지 않네.
달리는 차안에서 운전자가 그 짧은 시간에 몸을 돌려 자네부인을 제압하고 휴대폰을 빼앗아
그걸 창문 밖으로 던졌다라는 건데, 그게 가능할까?
벌건 대낮에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자네 집사람과 실갱이를 해서 휴대폰을 빼앗았다는
생각도 해볼수 있네만 그러면 사람들 눈에 너무 쉽게 띄게 되지 않을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큰처남을 보며 생겼던 조만간 사건이 해결되고
가족들을 찾을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사라졌다.
그의 추론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다시 진정되었던 마음이 심하게 일렁거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네 상심이 클 것이란 걸 알지만,
지금은 일분일초가 급하니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말하겠네.
차라리 두가지 가정이 가능할거야. 하나는 자네 집사람이 자진해서 휴대폰을
차 밖으로 던지는 경우와 남초등학교에 도착하기 전 누군가가 뒷자석에 올라 탓거나.
첫 번째 경우는 열외로 하고 두 번째 경우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하겠네.
벌건 대낮에 자네 집사람과 애들을 태운 택시가 어느 지점까지 왔고 택시가 멈추자
다른 공범이 택시에 올라타 흉기로 자네 집사람을 위협하고 휴대폰을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생각이 드네. 이것이 제일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말을 끝내고 긴 한숨을 내 쉬었다.
목이 타는지 생수를 한모금 삼키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대낮이라는 시간과 대로변이라는 위험을 안고서 범행을 실행했다면 얼마나 치밀한
계획을 세웠겠는가? 도저히 경찰이 자신들을 찾아낼 수 없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나는 이번 사건을 정말 치밀하게 사전 계획된 사건으로 보고 있네.”
그의 추론은 내가 봐도 모든 정황이 맞아 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왜 새 핸드폰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기 되는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우리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님 생각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 핸드폰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범인이 무엇인가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면 조만간 요구조건을 제시하겠지.
그런데 이런 경우 과연 범인이 몬테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외부의 사람인지,
몬테를 잘 알고 곁에서 지켜보던 주변사람인지가 제일 어려워.
그걸 이 핸드폰이 알려줄걸세.
지금부터 기존에 쓰던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의 사람의 전화가 걸려오면 절대로 받지 말게.
그럼 그 사람들은 몬테 기존 핸드폰이 통화 불통된 것이라고 생각할거야.
자네 집사람이나 범인은 새 핸드폰 번호를 모르니 당연히 기존 핸드폰으로 요구조건을
제시 할 것이고. 자네의 문자를 받고 새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이라면 새 핸드폰으로
요구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전화를 할거야.
그것 만으로도 사건 해결의 큰 실마리가 생기는 거지. 새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면
용의자는 방금 문자를 받을 사람들로 압축되는 거지.”
그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그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방법을 미리 문자를 보내기 전에 설명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전화기를 두 대나 세 대 준비해서 구획을 나눴으면 더 좋았을 건데요.”
그가 내 이야기에 실수를 인정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맞아 그럴껄 그랬네.”
“낚시 카페 사람들과 그 외 사람들로 구분해 놓았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까요?”
“아니. 오히려 의심만 사게 될 것 같으니 그대로 가세. 앞으론 미리 자네에게 설명을 하겠네.”
“그럼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돼죠?”
“일단 나하고 같이 처갓집 근처로 가세. 우리는 남초등학교부터 거꾸로 가면서
어제 서너시쯤 근처에 오래 서있던 사람을 본 사람이 있는지 탐문해 보세.
아니면 급히 택시에 오르거나 몸싸움을 본 사람이 있는지 탐문해 봐야 될 것 같아.
그리고 도로 카메라를 피해서 이동할 수 있는 골목 동선을 한번 살펴보세.
의사에게 말했더니 크게 움직이거나 뛰거나 하지만 않으면 나갔다 와도
된다고 하니 일단 같이 나가세.”
“그럼 나가게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그가 제지 했다.
“아니 잠시 기다려. 포커하고 비늘님이 곧 도착할거야.
두 사람 모두 자네 집사람 찾을 때까지 같이 움직이기로 했어.”
“포커는 가게 어떻게 하고요.”
“식당은 집사람에게 맞기고 합류하겠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자기가 머리는
못써도 이런 일에는 힘쓸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구지 합류를 하겠다네.”
“고맙네요.”
“촌사람도 오겠다는걸 못 오게 했어. 사람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눈에 띈다고.
기다리는 동안 자네에게 일러둘 것이 몇 가지 있네.
자네 가족들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무엇이던 다 내어줄거지?”
“예. 내 목숨이라도 내어줄 수 있어요.”
“자네 큰 처남 형님이 경찰이라 이런 말 하기 뭣하긴 한데, 경찰을 믿지 말게.
그들의 목적은 자네와는 달라. 자네의 목적은 범인을 잡던 말던, 무엇을 내주던 간에
가족들의 무사귀환이겠지만, 경찰은 범인검거가 최우선이네.
서로간의 이런 입장차이가 앞으로 큰 충돌을 불러 올 수 있을 거야.
내말 명심하게 그들을 절대로 완전히 믿어서는 않되네.”
“예.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제 가족들을 위험하게 하는 일을 경찰이 한다면
경찰이고 뭐고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앞으로 닦칠 많은 일들을 미리 떠올려 보는 것 같았다.
“그게 우리 뜻대로 다 되진 않을 거야.”
“그런데 우리님. 왜 경찰에 오래 근무한 큰처남보다 우리님의 말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지난번 글 쓰면서 이것저것 자료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아.
추리란 기술적인 영역이라기 보다 창의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드네.
아마 추리에 있어서는 경찰보다는 소설가가 훨씬 유리할거야.
범인의 심리를 읽어 볼 수 있으니 말이네.
지난번 자료를 수집하면서 경찰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하지 못하는지
느꼈네. 우리가 생각하는 수사와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어.
나는 형사들이 모두다 낚시를 해봐야 된다고 생각하네.
낚시와 같이 붕어가 다니는 길목을 읽고 붕어를 유인할 밑밥을 깔고
그 저수지 붕어가 가장 좋아하는 미끼를 달고 붕어가 물어주길 기다리는 거지.
입질이 와도 성급히 채지 않고 정확히 미끼를 삼키고 걸리면 빠져나기 못할 순간까지 기다리지.
그리고 한 마리가 걸려도 주변에 있는 붕어를 놀래키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견인을 해 와.
이것이 낚시야. 이번 사건은 자네 가족의 생명이 걸려있는 일이네.
이렇게 조심스럽고 정밀하게 접근해 들어가지 않으면 자네 가족이 위험해져.
하지만 내가 느낀 경찰의 수사는 저인망식이라고 할까?
아니면 물속으로 들어가서 손으로 수초를 더듬어 붕어를 잡는다고 해야 할까?
저인망식은 그 그물로 인해 피해자까지 다쳐버리고, 물속에 들어가서
손으로 더듬어 버리는 것은 붕어들이 멀리 도망가게 만들어 버리지.
내가 지금 제일 걱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 줄 아나,
경찰이 그렇게 이번 사건을 헤집어 버리는 것이야.
범인이 수사망을 좁혀 들어오면 위기감을 느끼고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뭐겠는가?
이런 이야길 해서 미안하네만 지금 자네의 기분을 걱정할 때가 아니기에 가감 없이 말하겠네.
애들 둘과 여자 한명의 조합을 사람들 눈을 피해 은신시키거나 이동시키는 것이
범인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한사람이라면 모를까 뻔히 눈에 띄는 애들과 그 엄마라는 조합은 사람들 눈에 너무 쉽게
노출 될 거라는 걸 범인도 느낀다는 것이지.
수사망이 좁혀지고 방송등에 자네 가족의 모습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범인입장에서는
그 조합을 깨버려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게 될거야. 그럼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해 질걸세.“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쟈니 모든 것이 절박하게 느껴졌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해야 돼죠? 왜 좀전에 큰처남을 말리지 않으셨어요?”
“지금 우리에게 확실한 것이 단 한가지라도 있나? 모든 것은 추론일 뿐이야.
그 추론의 근거를 찾아보러 지금 가는 것이고.
만약 그것을 찾게 된다면 그 형님과 같이 이야기를 나눠 보세.”
“우리님. 너무 고마워요. 우리님이 지금 내 곁에 계셔주시는게 제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르실 거예요.”
우리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데 울컥하고 눈물이 나올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면에서 그는 내게 너무도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내 어께를 토닥여 주었다.
“내 삶이 너무 어려운 길로 접어 들어갈 때, 김선생님은 내게 너무나 큰 도움을 주셨어.
어떻게 보면 그분이 지금의 내 삶을 만들어 주셨다고나 할까?
양자라고 하더라도 어찌 됐던 자네는 그분의 아들이네.
또 자네 집사람과 아이들은 그분의 며느리고 손자들이네.
자네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자네 목숨이라도 내어 놓을 수 있다고 했듯이,
나도 마찬가지네. 그분이 내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나도 자네와 마찬가지 심정이야.
그러니 그러지 말게. 나는 내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하고 있을 뿐이네.
근데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네.”
나는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늘 인자하던 분위기를 풍기던 그의 눈에서 강렬한 의지가 품어져 나왔다.
그는 내 눈을 그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감정에 빠져들지 말게. 감상에 젖어들지 말아. 자네는 지금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자네 가족들의 목숨을 지켜내야 할 투사라는 걸 잊지 말게.
그걸 한시도 잊지 말아!
자네가 흔들리면 자네 가족들의 목숨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게.”
그의 말이 모두 맞았다.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가족들의 생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시점에
내 감정에 휩싸여 죽음을 생각하고, 이렇게 스스로를 자해해서 다른 이들의 발까지
묵어 놓고 있었다. 가장 바삐 움직여야 할 사람이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새벽에 내가 그 유리조각을 집어들었다면 그건 내 목숨을 끊는것이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의 목숨까지 내손으로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냉정해 져야 되네. 냉철해 져야 돼. 알았지.”
“예.”
나는 차마 죄책감에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어떤 난관이 오더라고 이겨내고 말겠다는 강한 용기와 불굴의 의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그때 우리님이 핸드폰을 받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우리가 내려 갈게. 올라 올 필요 없어. 병원 앞에 차대고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p.s 추리소설이 나한테 맞는거 같아요. 손만대면 술술수 써져 버려요.....ㅋㅋㅋ
잘 써질때 팍팍 올려 버릴게요.
2013 몬테. 5.
-
- Hit : 4938
- 본문+댓글추천 : 15
- 댓글 20
아......기다려지네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시고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화이팅!!!!!
우리님의 감정이입과 독자를 숨쉬지못하게 하는 심리묘사는 저번에 댓글처럼 시드시 셀던의 글을 보는듯하다고 했는데 이제야 본 길로 오신것 같네요
고요한 돈강과 죄와 벌의 러시아 문학에서도 개인의 감정과 절제의 전개를 보는듯 합니다.
제가 시나리오 작가가 조그만 꿈을 꿨는데 제가 본 국내의 영화 시나리오중 올드보이를 잊지못할것 같습니다
전개 반전 복수 그리고 복수와 종말....
몬테의 절정부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네여
소희란 인물이 참으로 묘하네요... 실마리가 아닐지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마니 안달려도 독자는 많읍니다
우리님 팬클럽 회장
올림
ㅋㅋㅋ
괜찮아여
근데
미안해서..ㅋㅋㅋ
박카스라도 한박스 보내드려야하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다시 기다림에 시작입니다.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