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님과 같이 병원앞으로 나왔을때, 비늘님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인도에 서 있었다.
“몬테님 이일을 어쩐대. 어쩌다 이런 일이..... 근데 손 다친데는 괜찮아”
“예.”
인사를 건네는 비늘님은 평소보다 십년은 젊어 보였다. 비늘님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게면 쩍어 했다.
비늘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때, 바로 옆 도로에 서있던 썬텐이 짖게된 외자차의
창문이 내려가며 차안에서 포커가 인사를 건넸다.
“몬테님 어서 타세요.”
차에 오르자 포커가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안부를 건넸다.
“손 다치신 건 좀 어떠세요. 제가 많이 다쳐봐서 아는데, 인대만 안나가면 상처가
아물기만 하면 돼니까 금방 회복되실 거예요. 그나저나 큰일이네요.”
“그래.”
“일단 남국민학교로 가. 근데 이차는 왠 차야?”
우리님이 차에 오르며 궁금한 듯 포커에게 물었다.
포커는 차를 움직이며 첩보작전에라도 임하는 사람처럼 진지하게 대답했다.
“예. 형식이 차에요. 차사랑이요. 얼마 전에 뽑은 차라 차라리 자기를 죽이고 가져가라고 하더니
우리님 일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했더니 내 주데요. 형식이가 우리님을 좋아하나 봐요.
혹시 추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이정도 차는 돼야 든든하죠.
이게 아우디 에이팔, 그 트렌스포터에 나온 차에요.”
“아우디 에이팔, 무식한 포카야! 아우디 에이 에잇 이라고 해야지 에이팔이 뭐야, 에이팔이.”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는 것인지 비늘님이 웃으며 포커를 놀렸다.
잠시 차안에 밝은 분위기가 퍼졌지만 이내 무겁고 어두운 침묵이 감돌았다.
비늘님이 주머니에서 경찰 뱃지와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잊어버려서 재발급했었는데 이사할 때 보니 있더라고. 이게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서
근데 사진이 사십대 때 사진이라 머리염색도 하고 했는데 영 어색하네.”
나는 비늘님과 포커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감정에 빠져들지 마라는 우리님의 말이 생각났다.
“예 그러셨어요. 너무 젊어지신 것 같아서 놀랬어요. 그리고 괜히 저 신경쓰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행동하세요. 다들 울상 짖고 있다고 도움이 되는 건 아니쟎아요.”
우리님이 내 마음을 읽은 건지 가볍게 미소를 건넸다.
포커의 이야기를 듣고 차사랑이 떠올랐다.
어릴때부터 운동을 같이 했다는 포커의 제일 친한 친구였다.
지금은 시내 주먹으로 꽤 알려져 있었지만, 포커와 함께 만나본 그는 시내 주먹치고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성격에 의리가 있는 사내였다. 카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친구가 좋아하는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내게 무척이나 깍듯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차사랑에게 도움을 청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지의 일은 어쩌면 경찰보다는 그가 더 쉽게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소란스럽지 않게 은밀하게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는 우리님의 말을 들어서인지 그가 적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님의 조언대로 감정에 빠져들지 않은 탓인지 머리가 맑고 깊이 있는 생각들이 가능했다.
“우리님. 포커친구 차사랑 아시죠?”
“응. 포커님하고 몇 번 낚시도 오고 했쟎아. 근데 왜?”
“그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차사랑이 조용히 이것저것 파악해
보는 데는 적격일 듯 싶은데요. 그리고 음지쪽 일은 차라리 경찰보다 그쪽이 더 빠를 것 같은데요.”
“그거 괜찮을 거 같은데....”
우리님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포커의 묵지한 음성이 우리의 대화를 끊어 놓았다.
“우리님. 이미 애들 풀어서 뒤지고 있어요. 제가 형식이한테 이미 부탁해 놨어요.”
이야기를 끝내고 포커는 옆자리에 앉은 비늘님을 한번 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비늘님! 제가 무식하다고요. 제 머리가 얼마나 샤프하게 돌아가는지 이젠 아시겠죠?”
“어쮸. 샤프도 아네. 암튼 하는 짓 보면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닌까. 에구 이뻐라.”
“아. 아. 아파요.”
포커의 볼을 꼬집으며 서로 장난말을 주고 받는 그들의 밝은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큰처남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속에 가족들을 무사히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었다.
거리엔 쏫아지는 한여름 햇볕때문인지 인적이 많지 않았다.
남초등학교 앞쪽에 차를 세웠지만 우리님이 몸이 아직 성치 않으니 차에 그대로 앉아 있으라고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차에 앉아서 포커의 연락을 받고 오고 있을 형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차사랑이 차에서 내리더니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 탓다.
“형님! 걱정이 많으시죠?”
“음 그러네. 바쁠건데 이렇게 오라고 해서 미안하네.”
“아니요. 괜찮습니다.”
“포커에게 이야기를 들었네. 자네가 애쓰고 있다고 하더구만.”
“예, 오늘 아침에 포커 연락받고 애들 좀 불러서 알아보고 있는데 여의치가 않네요.
할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보자고 한건 할 이야기가 있어서네.”
“예 말씀하십쇼. 형님. 그리고 말 좀 내리세요.”
“아니 이게 편해. 나는 어떤 댓가를 치러도 좋네. 가족들만 무사히 내게 돌아 올 수 만 있다면
그 댓가 따위는 상관없어. 경찰이 나서면 너무 시끄러워져서 자칫 가족들이 위험해 질까봐 걱정이 많이 되네.”
“형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형석이 자네가 나서줬음 좋겠네.”
“예.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걸 말하는 것이 아니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자네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해서 내 가족들을 찾아주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 일억을 주겠네.”
순간 형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님. 저를 그 정도 인간으로 보셨습니까? 형님이 저를 그렇게 보셨다니 서운합니다.
제가 돈이나 바라고 이러고 있는 인간으로 보신 겁니까?”
그는 말을 끝내고 바로 차문을 열고 나가버릴 기세였다.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 흥분 가라 앉히게.”
“그럼 무슨 의미입니까?”
그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무섭게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이글거리는 그 눈빛을 마주보자 처음으로 그가 시내 주먹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그에게선 접근하기 조차 어려운 살기가 품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자네가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열명이라면 백명을 동원해 주게, 백명을 동원할수 있다면 천명을
동원해 주게. 자네의 마음과 밑에서 움직여주는 사람들 마음이 같을까?
사람을 움직이는데는 돈이 필요하네. 돈이 걸리면 이 일에 임하는 사람들 마음이 틀려질 거야.
부탁 때문에 알아보는 것과 목적이 있어 알아보는 것이 같을 수 없을 거야.”
내 말을 이해한 것인지 그의 눈빛이 사그러 들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형님 뜻을 모르고 실수를 했네요.”
“아니, 괜찮네.”
“포커가 형님 만나고 나서부터 늘 행복해 하고, 마음 잡고 사는 모습을 보고 저는 형님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일단 움직이는 사람들 활동비로 일억을 주겠네.
그리고 내 가족들의 위치를 파악해 주는 사람에게는 십억을 주겠네.
또, 가족들이 내품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이번 일에 움직인 사람들에게 오억을 분배해 주겠네.”
“그렇게 많은 돈을....”
“돈이 문제가 아니야. 어쩌면 현상금처럼 보여질 이 돈이 걸렸다는 사실을 될 수 있으면 비밀로
해줘야 되네. 범인이 자신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족들이 위험해 질까봐
그것이 걱정이네. 아주 은밀하고 조용하게 찾아야 하는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네.”
그가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 것인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입을 열었다.
“지역별로 애들 몇 명이나 많게는 십여명 이상 거느리고 있는 동네 건달들이 있습니다.
그 윗 대가리들만 전부 소집시킬게요. 화순, 담양, 장성, 영광, 나주까지 광주와 인접한 곳까진
다 어떻게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형님은 혹시 고속도로를 타고 타 지역으로 갈수 있는 부분만
잘 살펴주세요. 그리고 형님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윗 대가리들한테
아래 애들한테 절대로 비밀로 하라고 단단히 다짐을 받아 놓을게요.
이쪽 세계에선 제일 무서운게 법도 아니고 주먹이라 내 다짐이면 쉽게 입을 열고 다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애들 십억이면 조상 묘를 파서라고 찾아 낼 겁니다.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최선을 다해주게.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발견 되면 나에게 바로 전화해 주게.
탐문하고 다니거나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고 꼭 주지시켜 주게. 그림자처럼 숨어서 지켜봐야 된다는 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범인들이 몰라야 한다는 걸 꼭 주지시켜줘야 돼.”
“예. 걱정마세요. 형님 걱정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창문 넘어로 탐문을 해보러 나갔던 포커님과 우리님이 종종걸음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탐문에 성과가 있었던지 그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포커 만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저는 지금 가보겠습니다.”
“그래. 통장은 문자로 좀 찍어주게.”
“예, 형님.”
차문을 열고 나간 형식은 거리에 서서 탐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차로 돌아갔다.
차로 돌아온 포커님과 우리님은 온통 땀에 범범이 되어 있었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우리님이 기쁜 얼굴로 말을 꺼냈다.
“또 다른 목격자를 확보했네. 대로에서 자네 처갓집으로 들어가는 이차선 도로 귀퉁이에 커피숍
종업원이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본 모양이야.”
“자세히 좀 말씀해 주세요.”
“어제 낮 서너시 쯤 길가에 오래 서있거나 황급히 택시를 잡아탄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종업원이 봤데. 그 커피숍에서 혼자 창가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남자가 있었는데 일행도 없이
차가 나오는 방향을 삼십분 이상 바라보고 있 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가 택시에 탓데. 비늘님이 지금 현장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니까.
빨리 큰 형님한테 전화해서 지문 감식팀하고 형사들 보내라고 연락하게.”
나는 급히 큰처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접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지문 감식팀 대동하고 처갓집 들어가는
길모퉁이에 있는 커피숍으로 와주세요. 범인이 그곳에 어제 있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기로 하고 빨리 현장으로 좀 와주세요.”
“알았어 십오분 정도면 도착할테니까. 만나서 이야기 해.”
현장에 도착한 큰처남과 경찰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현장을 넘겨준 후 우리는 현장을
빠져 나왔다. 안타까운 것은 커피숍 여종업원이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일을 하며 제대로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그의 뒷모습만 지켜봤다는 것이었다.
얼핏 스치면서 봤던 사내의 등치와 키가 컷다는 것과 썬그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제발 그가 앉았던 테이블이나 현관 문에서 그의 지문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번 탐문으로 우리는 소중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범행이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사실과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된 범행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벗어나 남초등학교 정문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우리님이 전화기가 발견된 위치에 차를 세워 달라고 해서 전화기가 발견된 곳에 차를 세웠다.
전화기가 발견된 길옆 작은 화단에 서서 우리님이 주변의 여건들을 세심하게 살펴 보았다.
그러던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더니 차를 직진시켜 달라고 했다. 신호등 두 개를 지나치고
나서 그는 다시 남초등학교 정문으로 가자고 했다.
깊은 생각에 몰입되어 있는 우리님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거나
입을 열지 않고 그의 표정만 살펴보고 있었다.
남초등학교 정문에 차를 세우자 우리님이 입을 열었다.
“범인은 차를 유터시켜서 화순쪽이나 제 이 순환 도로를 타지 않았어.”
그가 낮지만 확신에 가득찬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왜요? 뭔가 발견하신 거예요. 우리님!”
포커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편도 4차로인 도로에서 범인인 삼차선이나 사차선쪽으로 차를 운행했어. 범인들이 피해자들의
불안정한 제압상태에서 사람들 눈을 피하는게 일차선이나 이차선이 유리했을 건데,
범인들이 길가쪽으로 차를 운행했어. 그리고 핸드폰을 차 밖으로 던져버렸지.
핸드폰의 파손 정도나 목격자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갓길쪽에서 다른 사람 눈을 피해 버렸다고 보여지네.”
도저히 그의 이야기 만으로는 정황들이 정확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것과 도주 방향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핸드폰이 버려진 곳과 저 앞 신호등과는 불과 삼십여미터 거리밖에는 되지 않네.
유턴을 할 목적이었다면 이미 일이차로를 타고 있어야 될 상황이야.”
“그럼 시내로 진입했을 까요?”
포커가 다시 답답하는 듯 재촉했다. 비늘님이 포커에게 그러지 말라고 꾸짖는 듯한 눈짓을 해보였다.
“아니, 이곳 구간은 한쪽에 광주천이 흐르고 있고, 반대편 쪽은 무등산이 가로막아 사거리가 한참을
가야 나와. 그리고 그 중간에 카메라 들이 설치되어 있어. 범인이 사전 답사를 했다면 그걸 놓쳤을까?
피해갈 수 없는 외길을 선택했으리라고 생각지 않네.
그리고 이지점에서 길가쪽으로 차가 붙었다는 것은 우회전을 할려고 한거야.
남초등학교로 진입하는 이차선 도로를 탄 다음 골목길등을 이용해서 배고픈 다리쪽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품어져 나왔다.
오히려 배고픈 다리쪽이 이곳보다 더 도로 간선들이 복잡한 곳이었다.
무등산 쪽으로 꺽으면 증심사나 울림동, 제이 순환도로를 탈수도 있었고, 순환도로 갓길을 타고
두암동으로 갈수도 있었고, 반대편 광주천 쪽으로 꺽으면 천변로와 남문로 등 얽히고 설힌 도로망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구도심이라 차가 지날 수 있는 골목길들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무등산과 인접해 있어 어디던 인적 뜸한 곳에 차를 세워가 시간을 지체했다가 움직이기
편한 곳이기도 했다.
범인이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 사건이 쉬이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큰처남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 넘어에서는 큰처남의 풀이 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것 같아. 범인이 앉았던 자리쪽 창문에 지문을 채취하는데 보란 듯이
손도장을 두개를 찍어 놨더군. 이미 우리가 올거라는 걸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래서요.”
“그런데 지문이 없어. 장갑을 낀 거냐고 물었더니 장갑을 낀게 아니라고 그래.
맨손은 맞는데 열손가락 모두 지문이 없대. 지문을 일부러 다 버껴버렸거나, 아니면 고분자 물질
같은 것으로 도포한 것 같다고 지문 감식팀원들이 그래.
그리고 범인이 남겨 놓은 것인지 확실치는 않은데 창문에 글을 남겨 놓았어.”
“뭐, 뭐라고요.”
“준대로 받으리라!”
큰처남의 말을 듣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그건 범인이 남겨놓은 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님이 말한 것처럼 이건 원한에 의한 범행이었다.
하지만 내가 지은대로 받아야 한다면 내 가족은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놈은 아닌 것 같아. 일단 조금 있다가 만나서 이야기 하세.”
통화를 끝냈지만, 가족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심하게 일렁거렸다.
기분은 한없이 우울해 지고 초조함과 불안감이 일시에 밀려들었다.
그때 우리님의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감정에 빠져 들지 말게. 냉철해 져야 돼.”
일부러 스피커 모드로 통화를 해서 우리님도 전화 내용을 들은 탓인지 내 안에 이는 감정을
느낀 것인지 그가 내게 단호하게 외쳤다.
나는 빠져들던 감정에서 벗어나지 위해 어금이를 앙당물었다. 일분일초가 급했다.
내가 감정에 빠져들어 시간을 허비하기에 상황이 너무 촉박했다.
우리님은 남초등학교 정문에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여기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도보로 좀 걸어가보세. 걸어가면서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지.
몬테도 차에서 내려.”
우리님이 날 혼자 차에 내버려두면 내가 또다시 감정 속으로 몰입되어 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함께 움직이자고 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뜨거운 열기가 확 느껴졌다.
우리님은 깊은 생각에 몰입되어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며 걸어갔다.
나는 그의 뒤만 조용히 뒷 따르고 있었다.
나도 우리님처럼 깊이 생각을 해봐야 겠다고 집중을 해보았다.
내가 범인이라면 이곳에서 어떤 길을 선택했을지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했다.
범인의 수준이 높다라는 가정과 오랜 준비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가정을 세워보았다.
문득, 범인의 머리 수준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나 우리님을 바라보며 우리님의 수준이 나보다 월등히 높다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중엔 우리님의 사고 수준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범인이 우리님을 능가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걱정이 생겨났다.
범인은 경찰이 자신을 추적해서 커피숖에 있던 자신의 흔적까지 찾아 낼 것이라는 걸 미리 예상하고
내게 메시지 까지 남겨 놓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도달하자. '꼭 휴대폰을 그곳에 버려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을 꺼버릴 수도 있었고 발견하기 쉽지 않은 맨홀 같은 곳에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인데.
왜 보란듯이 대로변에 휴대폰을 버린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우리님이 내게 들려주던 추론 방식대로 추론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경우는 그걸 통해 우리가 자신들의 도주 방향에 혼선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타당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모든 방향에 대한 수사가
진행 될 것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두 번째 경우, 우리가 자신들의 흔적을 따라 와주길 바랐기 때문에? 이 추론은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다. 왜 자신들의 흔적을 우리가 따라와 주길 바라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었다.
셋째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냥 아무생각 없이 버렸다.
지금까지 보여준 범인의 모습으로는 그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세가지를 끝으로 더 이상의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는 없었다.
이 세가지 가정 안에 답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 첫 번째와 세 번째를
버려버리고 해답을 알수 없다고 생각한 두 번째 경우에 생각을 집중했다.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을 모아보아도 왜 범인이
그랬는지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럼 그 흔적을 누가 봐주길 바랬던 것일까?' 이 생각에 도달하자
내가 시작한 추론이 한순간의 영감처럼 모두 풀려 나갔다.
범인은 내가 그가 남긴 흔적을 봐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그 흔적을 쫒아 와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내가 찾을 수 있는 곳 내가 알고 있는 곳에 그 흔적을 남겨 두었을 것이다.
그곳엔 내가 아는 장소가 있었다.
초등학교 뒷담과 산사이에 있는 끊겨진 도로, 인가도 없고 학교 뒷담과 잡목에 가려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공간, 아내와의 연애시절 아내를 집에 바래다 주며 가끔씩 열애를 나누던 그 장소 였다.
“우리님. 잠깐만요.”
나는 앞서가고 있는 우리님을 불러세웠다.
우리님이 뒤돌아 서며 무슨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 보았다.
“제 생각이 맞다면 이곳이 아니예요. 차로 돌아가게요. 가봐야 될 곳이 있어요.”
학교 담을 막 끼고 돌때 내가 생각했던 그 공간 택시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 차를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차안에 주검이 되어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차에서 내려 그 택시안을 살펴 볼 자신이 없었다.
“일간 차안에 계세요. 우리가 갔다 올게요.”
포커님이 트렁크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꺼내 들고 비늘님과 함께 택시로 조심스레 다가 갔다.
그들이 그 택시에 한걸음 다가 갈수록 내 가슴이 조여져 왔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차안을 살펴본 그들이 놀라 뒤돌아서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다행이 택시안을 들여다본 포커님이 배트를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택시 안엔 아무도 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나는 차에서 내려 택시에 다가갈 수가 있었다. 택시 안은 텅비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문을 열어보았다. 차가 잠겨있지 않아 차문이 열렸다.
뒷자석 시트로 시선을 옮겼을때, 뒷자석에 준구가 물고 있던 인조젓꼭지가 떨어져 있었다.
범행 차량이 확실했다. 나는 그 상태 그대로 차문을 다시 닫았다.
모두 차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큰처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아직 커피숖 현장에 남아 있었던 탓인지 바로 이쪽으로 넘어오겠다고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을때,
포커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으로 와보세요.”
포커님이 있는 쪽으로 가보니 잡풀넘어 산 아래 애완동물이라도 묻은 것처럼 조그만 봉분이
만들어져 있었다. 최근에 만든 것인지 흙빛이 살아 있었고 봉분위쪽에 꽤 고급스럽고 큰 십자가가
꽃혀 있는 것이 단순한 애완동물의 무덤 같지는 않았다.
“ 파봐.”
“지금이요. 형사들 오고 파야 돼는거 아닌가요?”
“아니 지금 바로 좀 해줘.”
내 간절한 외침에 포커와 비늘님이 손으로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쌓은지 얼마되지 않은 흙이라 손으로도 쉽게 봉분처럼 솟아오른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다행이 깊이 묻지 않은건지 얼마파지 않아 바로 조그만 관이 보였다.
고급스럽고 정성껏 만들어진 관이었다. 그 관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려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이 들었다.
관뚜껑을 포커님이 조심스럽게 열였다. 관 안에는 검게 타버린 아이의 시체가 들어있었다.
“안돼. 안돼. 이럴수는 없어. 이럴수는.... 이럴수는..... 없어.....안돼. 우리 준구....우린 준구를 않돼.....않돼.....”
나는 울부짖었다. 정신을 잃어버린 광인처럼 울부 짖었다.
p.s 팍팍 가보시게요. 저도 뒷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어떻게 풀려 나갈지.....ㅋㅋㅋ
2013 몬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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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4
가슴이 탁~막히네
긴장감 제대로입니다~~^^
계속 갑시다요.
?????????~~~~~....
글에 빠지다보니 별걸 다해보넹 ㅋㅋㅋㅋ
즐감입니다.
심판받을까요??
그런데 범인과 몬테는 어떤 악연일까요?
다음편에 기억의 장면이 나오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