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가 다급하게 나를 잡고 흔들었다.
“선배님 인형이예요. 인형..... 정신차리세요.”
정신을 진정시키고 다시 관안을 들여다 보았다. 관안에는 반쯤 탄 인형이 들어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것이 준구의 시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한번 요동쳐버린 마음은 쉽게 진정이 되질 않았다.
머릿속에는 끔찍한 영상들이 계속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눈물을 참으려 해도 계속해서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는 몸도 마음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상태를 보고 있던 우리님이 병원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포커와 우리님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비늘님이 현장에 남아 현장을 경찰에게 넘기기로 하고, 우리 셋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까지 어떻게 왔는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지억조차 나질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끔직한 상상들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 상상들로 불안과 초조감이 밀려들고
심장의 박동은 진정되질 않았다.
병실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팔에 주사를 놨다.
조금씩 희미한 의식사이로 우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정제야. 일단 한숨자고 마음을 안정시키게.....”
심장의 박동이 안정되며 희미해지는 의식사이로 아이들과 아내의 기분좋은 미소가 떠올려 졌다.
내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내 삶에서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수 있었다.
그들은 내 생명이었고 그들 없이 나는 살 수 없었다.
깊은 잠에서 깨었을 때, 큰처남과 막내처남 그리고 우리님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큰 처남이 나에게 지금까지 진행 상황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아.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어. 택시 안에서도 지문이나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어. 청소기로 다 청소를 해버린 모양이야. 그러면서 준구 장난감은
뒷자석에 보란듯이 놓아 두었어.”
“택시는 누구 건가요?”
나는 큰처남에게 택시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날 아침에 도난당한 개인 택시였어. 그 후 택시에서 어떤 차종의 차로 옮겨 탓는지 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어. cctv도 별 도움이 못될 것 같아. 도로들이 너무 많은 데다 그곳을 빠져나간 시간조차
알 수가 없으니. 대상차량이 너무 많아....”
“목격자는요?”
“아무도 없어. 일단 프랑카드를 걸고 탐문을 진행중이니 목격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너무 막연해. 누가 일일이 그곳을 지나는 차를 기억하고 있지도 않을 것 같고......”
그의 말을 들으니 현재 경찰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형님. 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현아와 애들 뿐입니다. 범인이 잡던 못 잡던, 내가 범인에게
어떤 댓가를 지불하던 다 상관 없습니다. 가족들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범인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걸 들어줄 겁니다. 형님은 지금 이 사건을 경찰신분을 떠나서 가족의 입장으로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이 더 이상 이번 일에 깊이 개입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말에 큰처남의 얼굴에서 약간의 반감이 느껴졌다.
“경찰쪽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보세.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니 도움이 될거야.
모든 걸 다 내어준다고 해서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잔아.
나도 현아와 애들이 무사히 돌아와 주길 누구 보다도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네.”
“범인을 잡는데 전문가 들이겠죠. 저는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범인을 잡겠다고
궁지로 몰아가면 가족들이 너무 위험해 져요. 저는 범인들을 궁지에 몰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줄 겁니다. 그들이 십억을 요구하면 가족들을 안전하게 돌려 보내주는 댓가로 이십억을 줄겁니다.
그들이 내가 가진 것의 절반을 요구하면 가족들이 안전하게 돌아오면 나머지 절반마져 주겠다고
할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범인들을 잡을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쉽게 그것을 취하고 내 가족들을 안전하게 돌려 보 낼수 있게 할겁니다.”
큰처남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듯 했다.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그것이 최선일까?”
나는 큰처남의 눈을 바라보며 내 의지를 전달했다.
“현아와 애들이 없으면 저는 산 생명이 아닙니다.”
큰처남은 내 뜻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저는 경찰에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겁니다. 단순가출이었다고요. 형님이
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조사만 형님께 별도로 부탁드릴게요.
그 부분들만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나는 큰처남의 다짐을 받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두 대의 휴대폰에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체크했다.
기존 전화기에 부재중 전화가 세통이 찍혀있을 뿐, 부재중 전화가 거의 와있지 않았다.
새로 만든 전화기에 문자가 이십여통이 들어와 있었다. 전화기록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님이 말을 꺼냈다.
“카페에 앞으로 당분간 몬테님에게 전화를 걸지 말라는 공지를 올려 놓았네. 전화 올때 마다 자네가
놀래는 것 같아서....”
나는 우리님께 고맙다는 눈인사를 건네고, 문자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범인에게서 온 문자는 없었다.
평소 알던 지인들이 소식을 들은 것인지 안부를 전하는 문자가 전부였다.
부재중 통화가 걸린 번호들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범행과는 무관한 곳들이었다.
나는 육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사장님!”
“혹시 집이나 사무실로 우편물 온게 있는가 잘 살펴줘. 만약 특별한 내용 있으면 바로 연락주고.
그리고 방금 문자를 하나 보냈으니까 그 계좌로 바로 입금처리 좀 시켜 줘.”
“예. 근데 무슨 돈입니까? 혹시 범인에게서 요구조건이 들어온 겁니까?”
“아니, 아직 아무 연락도 없어? 미숙이 한테는 따로 문자 보냈으니까? 계좌 알려주면 바로 조치해
줄거야. 그럼 끊을게.”
전화를 끊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이 되어 있었다.
모두들 범인에게 돈을 입금하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요. 다른 곳에 입금한 겁니다.”
모두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상황에서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말도 없이 서있는 막내처남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표정이 유독 그늘이 져 있었다.
문득 둘째, 셋째 처남이 계속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모님의 전화가 한번도
걸려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막내처남에게 다그쳐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막내처남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엄마가 심장발작을 일으키셨어.”
“장모님이!”
“둘째, 셋째 형님은 새벽부터 거기에 있어.”
“상태가 어떠신데.”
“아직 의식불명 상태야. 상황이 좋질 못해. 지금 큰형님 모시고 그곳으로 가봐야 될 것 같아.”
큰처남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나도 지금 나가봐야 겠네.”
“그럼. 저도 같이....”
“자넨 그냥 있어. 나하고 막내하고 갈테니깐. 어차피 의식도 없으시니.....
자네한테 말하지 않은 것도 어머니 신경쓰지 말고 현아하고 애들 일에 더 집중하라고 그런거야.
내가 보기엔 이번 사건을 풀 열쇄는 자네가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님과 함께 숙고해 보게. 그리고 범인에게서 연락이 오게 되면 꼭 바로 연락줘 알았지.”
큰처남도 커피숍에 남겨진 문구를 보고 범인이 나와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남들이 병실을 나가자 우리님과 단둘이 병실에 남았다. 우리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 일은 원한에 의한 범죄가 맞을 것 같네. 아직까지 범인이 아무런 요구조건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것이 범인은 돈보다 복수를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요.”
“세가지 가정을 세워 보았네. 첫째 원한에 대한 복수. 둘째는 원한에 대한 보상을 받기위해 가족을
범죄의 대상으로 정한 경우네. 셋째 수사의 방향에 혼선을 주기위한 지능적인 범죄.”
그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가 않았다.
“첫번제와 두 번째는 비슷한 경우 같은데요.”
“아니야. 첫 번째 경우는 최악의 경우네. 두 번째 경우는 자네에게 쌓인 원한을 보상받기 위한 경우네.
이 경우 그 보상이란 돈이 되겠지. 하지만 첫 번째 복수의 경우는 범인이 원하는건 아무것도 없을거야.
오직 자네의 고통만을 원하겠지. 일단 가능성은 모두 열어 두어야 겠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해 보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지금 상황에선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만을 생각해 봐야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 번째의 경우는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맞아. 그럼 남은 두 경우는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 원한일세. 목적이 무엇인지와는 무관하게
그 시작은 원한일세. 자네와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라고 봐야 되네.
큰처남은 자리를 일부러 피해 준거야. 큰처남이 속이 깊은 분이시더군.
가족에게 자네의 치부를 전부 들어내는 것이 힘들거라고, 또한 자신도 자네의 치부를 너무 깊게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지 않다고 내게 그 부분을 맞기셨네.
이제 자네는 자네 과거의 삶과 그 속에서 벌어진 모든 범죄들에 대해 내게 말해주게.
그 안에 범인이 있을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암담해 졌다. 다 헤아릴 수도 기억해 낼수도 없는 과거의 숫한 범죄들을
어떻게 다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될지 모르겠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모든 것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죄를 저지르고 그 죄의 댓가를 치른것은 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 거예요. 강도강간혐의로 처벌받을때 피해자는 다섯이었지만 실제 피해자는 그 열배도
넘을 거예요. 폭행으로 세 번이나 수감되었지만 그 대상은 헤아릴수도 없을 거예요.
제가 처벌 받았던 죄는 처벌받지 않은 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어요.
그 많은 죄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도 못하겠어요.”
우리님은 내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때론 모르는 것이 더 낳은 것들이 있지. 그런데 내가 자네에 대해 다 알아버리고 나면
몰랐던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자네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마 그것 때문에 자네 처남도 이걸 피한 걸꺼야. 하지만 이건 자네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네.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서 질문하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내가 광적인 악의 질주를 펼치던 그 시절 숫한 죄 중에
살인은 없었다.
“그럼, 간접 살인은?”
나는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의 범죄로 인해 자살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거네.”
“모르겠어요. 내 죄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몰라요.
관심을 가져 본적도 없었어요. 죄를 짓던 그 시설엔 그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최근에 그들의 삶에 죄책감을 많이 느꼈지만 찾아보진 못했어요.”
“그럼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가? 이 사람이라면 내게 이런 짓을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그의 질문은 선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한번도 악의 길에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악의 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이 질문이 얼마나 무의미한 질문인지
알 것이다.
“우리님. 선이 얼마나 나약한 줄 모르시죠? 악 앞에서 서게 된 선이 어떤 모습인줄 모르시죠?
악에 대항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선이란 것의 본성이 어떤 것인줄 모르실 거예요.
두려움과 공포에 저항할 의지조차 상실해 버리고 온몸과 생명을 악에게 내맡겨 버리는 선의
무기력함을 모르실거예요.
지금 저에게 분노와 원한,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그 눈빛이 떠오르느냐고 묻고 계신 거죠.
하지만 선한 존재들에게 그런 건 없어요. 어서 빨리 이 악몽이 끝나버리길,
다시는 이 악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공포와 두려움에 젖은 간절한 눈빛만 있을 뿐이예요.
그 선한 사람들이 내게 복수를 꿈꾸거나 나를 응징할 의지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우리님은 내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깊은 생각속으로 몰입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내말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짐짓 걱정이 되었다.
“몬테 말이 맞아. 나도 사실 그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어. 몬테 이야기 대로라면 범인은 십년도 훨씬
더 된 일로 지금 복수를 하고 있다는 거야.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아. 누군가 십년이 넘게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게 소설책처럼 쉬운 일은 아니거든.
자신의 삶을 모두 포기하고 복수를 위해 십년을 기다렸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거야.
그리고 택시가 버려졌던 그 장소를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처음엔 누군가 자네가 살아온 삶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지.
하지만 내가 너무 복잡했던 것 같아. 그렇게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
그런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아.
그 다음으로 생각했던 건 그러면 자네와 친숙한 사람. 그 장소를 알고 있을만한 사람이야.”
“집사람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시설 저는 주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우리님도 그 시절 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잖아요.
과거의 인연들을 모두 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집사람은 주변 친구들에게 말했을 수도 있겠죠.”
“그럼 자네와 연결된 사람이 아니라 집사람과 연결된 사람일수도 있겠군. 다시 단순화 시켜보세.
범인은 혹시 누군가 볼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안고서 그 관을 묻었어. 그것을 발견한 자네가
고통을 받길 원하면서. 그것만 봐서는 자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그 장소를 자네와 원한이 있는 사람중에 아는 사람이 없어. 그럼 하나의 가정만이 가능하겠군.
자네 집사람과 친분이 있으면서 자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 이 가정이라면 가능하겠지.
자네와의 밀애장소를 알 정도면 많이 친한 사람이겠지.
일단 자네 집사람 친구들 연락처를 좀 주게, 그리고 큰형님에게 자네 전과기록 피해자들의
신상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네. 일단 이 두가지 조합으로 압축해 보세.”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게요. 만약 범인이 무엇인가를 원하다면 연락을 해오겠죠. 그게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찾아 나선다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괜히 숲을 건드려 뱀을 숨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
나는 우리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차사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형님.”
“응 나네. 내가 경황이 없어서 지금 입금하라고 했네. 늦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리고 삼십명 정도 만났습니다. 딸린 식구들이 한 삼백명 정되 될겁니다.
만약 광주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형님이 제시한 돈을
말했더니 다들 눈에 불이 켜졌습니다. 근데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도 되는 겁니까?
너무 많은 돈이라.....”
“범인이 내게 돈을 요구한다면 내가 얼마까지 내어 줄 것 같은가? 그건 아무것도 아닐거네.
경찰도 일단 손을 놓게 했네. 이제 믿는 건 자네밖에 없어. 내가 걱정한 부분은 어찌 되었나?”
“단도리를 잘 했습니다. 밑에 애들까지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확실히 못을 박았고, 범인이 알게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면 내가 먼저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만약 발견하더라도 조용히 위치만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일단 걱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정도 인원에
주변 여건과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니 조만간 뭔가 걸려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고맙네 일만 잘해결 되면 자네은공을 잊지 않겠네.”
“걱정하지 마세요. 꼭 찾을 겁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네. 그럼 수고하게.”
나는 전화를 끊고 차사랑이 욺직이는 방향성과 조건들에 대해 우리님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님도 내 생각에 동조를 해주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이 조용히 물밑에서 욺직이는 것이 경찰보다는 좋을 듯 싶은 생각이 드네.
하지만 자네 걱정대로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진행되는 것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경찰이 움직이면 매스컴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많이 걱정이 되었는데 그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우리님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내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켜진 화면에는 휴대폰 번호가 아닌 낯선 일반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내가 핸드폰을 받으려 하자 우리님이 나를 만류했다. 휴대폰 벨이 계속 울리다 끊어졌다.
“왜 못 받게 하세요?”
“범인이라면 다시 전화를 하겠지. 조급해 하지 말게. 확인할게 있으니까.”
우리님 말대로 다시 새로 마련한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에는 조금 전에 울리던 번호가 찍혀 있었다. 나는 우리님을 바라보았다.
우리님이 받으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에게서 처음으로 걸려온 전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님이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메모하더니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선 헬륨가스를 마신 듯한 변조된 음성이 들려왔다.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기 바란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시오.”
“요구 조건이 무엇입니까? 뭐든지 원하는 건 다 해주겠소.”
“나는 당신 가족을 해칠 마음이 없소. 날 잡으려고 하지 마시오.”
“내 가족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면 뭐든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경찰에 알리지 말고 내일 은행문이 열리자 마자 오만원권 구권화폐로 오억을 준비하시오.
그 다음 내가 다시 전화를 하겠소.”
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잠깐만요.”
나는 그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다급하게 외쳤다.
“말하시오.”
“당신이 나를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내 가족을 무사히 보내준다면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온 후에
오억을 추가로 지급하겠소.”
범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럼 조건을 십억으로 변경하겠소. 내일 십억을 준비해서 가지고 오시오.”
“아니, 당신 목적은 오억이었소. 만약 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소.”
“가족들이 내 손에 있다는 걸 명심하시오.”
“어차피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십억이요. 당신이 가족들을 돌려 보낸 후 나머지 오억을 받을 마음이
없다면 어차피 십억을 다 준다고 해도 돌려보낼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조건은 변함이 없을 거요. 선택은 당신이 하시오.”
나는 단호하게 말한 후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내가 혹시 가족들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핸드폰의 벨이 울렸다. 나는 일부러 바로 받지 않고 벨이 한참 울린 후에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넘어로 범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좋소. 당신 제안에 응하겠소. 대신 경찰이 함께 움직인다든지 하면 당신 가족은 모두 죽게 될 줄
아시오.”
“당신이 우리 가족을 데리고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소. 무사한지 목소리라도 들려주시오.”
“당신 큰아이 붕알에 검은 점이 있더군. 이정도면 되겠소.”
“좋소. 내일 아침 돈을 준비해 놓겠소. 나는 가족들만 무사히 돌아오면 됩니다. 내 가족들만 무사히
보내 주시오. 그러면 나머지 금액도 차질없이 드리겠소. 부탁드립니다.”
그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범인과의 통화가 끝나자 우리님이 그 번호로 핸드폰을
걸었다. 잠시 후 전화를 끊고 그가 내게 물었다.
“공중전화인 것 같은데, 이번호가 어디에 있는 공중전화인가는 확인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건가? 큰처남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도움을 받을 건가? 아니면 비밀로 할까?”
그의 말에 잠시 고민이 일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곳이 어디인지는
파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큰처남에게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큰처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형님. 장모님은 좀 어떠세요.”
“아직 도착하기 전이네. 그래 무슨 소식은 좀 있나?”
“예. 범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 수화기 넘어로 놀란 큰처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번호를 불러 드릴테니 이곳이 어디에 있는 공중전화인지 파악 좀 해주세요.”
“그래. 불러봐.”
“공육이*** ****입니다. 그리고 오억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면 추가로 오억을 더 주겠다고 했습니다.”
전화기 넘어로 한참동안 아무런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형님!”
“응.”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내줄 겁니다. 범인이 쉽게 돈을 받고 아내와 애들이 무사히
돌아오면 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나는 간절하게 큰처남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혹시나 다른 모종의 조치를 취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자네 뜻대로 할게. 무엇을 도와주면 될까? 그리고 범인이 확실한거야. 그 사람이 현아와 애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확실하냐고.”
“예. 준식이 붕알에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걸 보니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일단 공중전화부스 위치를
확인해 주시고 믿을만한 사람을 보내서 혹시 모르니 공중전화부스에 지문을 채취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아무조치도 취하지 말아 주세요.”
큰처남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믿어줘서 고맙네. 나 또한 자네와 마찬가지네. 현아와 애들이 무사히 돌아와 주기만 바랄뿐이야.
제발 그러기만 바랄..... 이만 끊을게.”
그는 감정이 복받히는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에 그토록 강해보이고 묵뚝뚝 하던 그의 말에서
눈물이 느껴졌다. 아내가 아버지보다 더 무서워했다던 그였기에 그의 울음이 많은 감정들을 불러
일으켰다. 어쩌면 나는 아직 형제간의 그 감정을 다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아였던 나는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 부부간의 정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갖고
나서는 부모와 자식간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 간절한 마음이 무엇인지 그 애끓는 정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형제간의 그 감정과 느낌이 어떤 것인 줄 다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여름이 깊어가네요. 뜨거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완결을 지을려고 빨리 쓰고 있습니다.
2013 몬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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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6
점점 흥미롭게 빠져듭니다.
다음편이 빨리 올라오기를 ...
점점 흥미진진하게 빠져듭니다
어서빨리 다음편으로 고~고~씽~~
여기에서는 몬테 7편을 봐야하고..
점점더 흥미진진해지고 있네요..
추억의조행기만
자꾸클릭하게되네요
죄송합니다
자꾸기다려져서...^^
다음편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