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쫓아온 별장 안내자 명진이 보낸 사냥개들을 피해서 작두여신 초유가 이끈 곳은 암자였다.
"여기라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속세에서 묻히고
온 그을음과 성난불꽃을 버스에서 선생님의 모습에서 발견하고 서둘러 되돌아오길 잘 한것 같아요. 하시려고 하는 것을 행하세요".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으므로 권박사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묘령의 여인의 접근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이유기도 했다.
"고맙기는 하지만 비이성적인 언사에 내가 댓구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소. 다만 한 가지 물어나 봅시다. 암자에 기거하는 불자요 아님 미신 행위를 믿는 무당인 거요
실례가 된다는 것을 무릅쓰고 이리 질문을 하는
것은 황망한 내 심정을 에둘러 표현하기엔 나에
게 시간적인 여유가 없소".
"이미 예상하고 계시지 않는가요? 선생님의 연세 때엔 세상에 대해 겪어온 경험에 의해 좀체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것은 선생님의 얼굴에 다 쓰여져 있어요.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니까짓게 뭘 안다고 그래' 이런 고집과 꼬장은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50대 60대 한국 남성들의 기질이거든요. 절 지금도 새파란 애송이라고 생각하시지요. 네 전 수행을 하러 이곳에 들어온 애기보살입니다. 나이는 24살, 생각보다 너무 어리죠?".
작두여신 초유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당돌한 답변을 톡 쏘았기에 잠시 권박사는 당황스러웠다. 지금껏 권박사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화법이기도 했다. 평생을 연구소에서 매진하며 냉철한 지식의 탐구영역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에 대한 이질감이라기보다는 생소하고 낯선 느낌이 가져다 주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고나 할까!
"나와 겨뤄 보겠다는 심사요. 좋아요 그럼, 내게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아가씨에게 되물어 봅시다. 외국에 나가 있는 내 딸 나이인데, 내가 지금 쫓기는 몸이라 아가씨에게 호락호락해 보였나 본데!! 그래, 내게서 무엇을 유추할 수 있소?".
의미심장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작두
여신 초유는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 선생님에게선 하나의 길이 보입니다. 그것은
지속적이고도 그 기세가 끊어지지 않는 길이지요. 그 길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한 길이구요. 아마 선생님은 그 길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오셨을 거예요. 그건 관상보다 선생님의 말씨 속에 묻어 나온답니다. 고지식하다는 것은 하나의 범주에 귀속되는 일이고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자신도 모르게 가치관에 담아 습관으로 드러내는 법입니다. 그게 바로 믿음과 신념이라는 거겠죠 . 우습게도 저 역시 제 의식이 추구하고자 하는 신념, 선생님께서 가당치 않는 미신이라 배척하는 신녀니까요".
"얼떨결에 아가씨를 따라 이곳에 온 것은 고마운 일이 분명하지만 사유나 감정의 근간은 언제나 축척되어 있는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법이지, 그것이 경험의 산물인 것은 진리에 가깝소. 나에 대한 판단은 일맥상통하는 근거가 필요하고 그 역시도 확률이 아닌 데이터의 검증이 가능할때 확신으로 인정 받는 거요. 내가 미신을 믿지 않는 것은 그 궤를 같이하는 까닭 때문이오. 아가씨가 나를 아는 것도 방송을 통한게지!!! 안그러소?". 난 지금 입씨름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정말 없소. 나와 소통하고 싶다면 난 열린 사람이니 후일 하도록 합시다".
" 보세요 선생님도 역시 다른 이의 삶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계시죠. 자아를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고 내 주변에 대한 인식은 결국 나 자신을 기점으로 해서 다른 이와의 관계를 맺기 때문이에요. 인과관계를 중요시 하지만 사람들간에 영향을 미치는 결코 나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의 인연을 우리는 간과해 버리곤 하죠. 나와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들, 그들의 직업이 무엇이라도, 어떤 결속이 없더라도 사람들의 삶의 연관성은 평행선을 달리게 됩니다. 절대적인 나와 상대적인 타인의 연결고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야 유지가 되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그건 속세를 떠나도 마찬가지니까요. 제가 선생님을 만난 것도 그 영향권 안에 속해 있습니다. 잘 나고 못 나고 더 많이 가졌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나홀로, 유일하게 세상에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베풀고 나누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을 깨고 나온 분을 성자로 부르고 추앙을
넘어 종교가 된 것입니다. 어려운가요?".
권박사는 호적수를 만났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분명 작두여신 초유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면 기꺼이 방도를 구하리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좋소, 그렇다면 신원사 절에서 말한 신의 뜻이
무엇이오. 신이 아가씨에게 전했다는 음성을
나도 좀 압시다!!!'
권박사가 온화한 눈빛으로 돌아온 것을 살피며
작두여신 초유는 예의 속을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고 낮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선생님이 찾아야 하고 해야하는 일!! 그 일을 지금부터 하셔야해요. 아마도 그것이 절 선생님에게 인도한 신의 뜻일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입니다. 전 예언자가 아니니까요 미래에 대한 것은 결국 현재가 만드는 비결이기에 그 현재를 보완해 주는 역할만 제게 주어져 있어요. 선명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신념인 힘과 저의 믿음인 기가 통할 때 가장 완벽한 원동력이 될 겁니다. 지금에서 고백하자면 방송과 인터넷을 보았답니다. 네 지금은 21세기 디지털 시대니까 세상을 알아야 사람들
을 구할 수 있겠죠ㅎ".
작두여신 초유가 스마트폰을 품에서 꺼내 권박사에게 흔들어 보였다.
"이런 이런!!! 내가 한 방 제대로 먹었군. 이거야 원!!
그럼 그렇치!! 날 너무 잘 안다는 뉘앙스를 눈치 채야 했는데....., 어쨌거나 지금은 아가씨 신세를 져야할 처지니 내가 오히려 도움을 구해야겠지. 나 좀 도와 주시구려. 내가 찾아야 하는 자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들, 숨겨진 내막을 낱낱이 찾아야 하고 그들은 곧 여기도 분명
찾아낼테니까.....,
권박사는 베낭을 열어 노트북을 꺼냈고 수석연구원 지석이 남긴 USB를 꽂았다.
마지막에 당도한 문 앞에서 암호를 물었던 D프로젝트에 접근 가능하게 하는 서버를 통해 열쇠를 꽂아서 그 문을 이제 열어 제처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로그인 할 수 있는 비번?
['지워진 정보, 기밀문서, 지워진 여자, '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난 일'
'D프로젝트']
D프로젝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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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잼나게 보고 있습니다
꾼들의 계절 가을입니다
물가에 낚숫대 드리우듯 이곳에도 들려 재미난 이바구 적어주시와요
뭐 그리 대단한 글이라고 이렇게 기다려 주셨습니까ㅠㅠ
감동이 콧구녕을 적셔 눙물과 콧물은 무슨요^^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저도 어제서야 이 글을 적었으니 흑
시간의 흐름이란 ㅠㅠ
재미난 이바구는 낚싯대를 드리울 때인데
지난 여름 끝자락에 수 십 마리의 붕 어 어어어 애를
본 기억만 안고 살갗만 오랜만에 잔뜩 태웠지요
밤 기온이 차가워지면 어느새 난로를 껴안고 덜덜 떨면서
수온은 반대로 붕순이를 춤추게 만드는 가을
늦가을 밤낚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찌리릿 합니다^^
전 눈팅족이 어울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