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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답변] 특별 기획연재/철산붕어의 쉽고 즐거운 붕어낚시

    붕어21 / 2003-06-10 10:05 / Hit : 9582 본문+댓글추천 : 0

    특별 기획연재/철산붕어의 쉽고 즐거운 붕어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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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자는 붕어를 쫓지 않는다

    최성오<한국건물관리(주) 대표>


    <붕어낚시21>은 이제 막 낚시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매호 읽기만
    해도 1년이면 자연스럽게 붕어낚시 고수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강좌를 특별
    기획연재로 꾸민다.
    붕어낚시, 특히 콩알 떡밥낚시에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이론으로 무장한
    철산붕어 최성오씨가 연재하는 '철산붕어의 쉽고 즐거운 붕어낚시'는 크게
    '초보자 편', '중급자 편', '베테랑 편'의 세 부분으로 나누며, 입문 단계에서
    베테랑 꾼들의 숨은 비법 공개까지 붕어낚시의 모든 것을 풀어낼 것이다.
    이번 호는 중급자 편의 첫 순서로 대편성 요령과 낮·밤낚시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붕어와의 대화도 없다.

    낚싯대를 편성하는 것은 낚시를 시작하는 마음자세를 결정짓는다. 물 속 사정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몇 대의 낚싯대를 펴겠다는 생각은 낚시꾼마다 다르다.

    이 때 어느 정도의 수심대에,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저 만큼의 거리에서 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낚시꾼으로 하여금 단 한 대라도 더 많은 낚싯대를 펴게 만든다. 이는 모처럼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낚시꾼의 심리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장애물이나 예상치 못한 밑걸림 때문에 겨우 한 대의 낚싯대로 한판 승부를 겨루어야 할 형국을 만나기도 한다.


    대편성은 마음의 나침반


    그러나 단순히 많은 붕어를 낚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지나치게 많은 낚싯대를,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 설치해두고 '붕어가 언제 어느 길목으로 지나가더라도 반드시 걸려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꾼이라면 차라리 멍텅구리낚시 권하고 싶다.

    그런데, 이 멍텅구리낚시에까지 찰나의 챔질 타이밍을 기다린답시고 초조하게 지켜보고 앉아있다면 당신은 아마 멍텅구리낚시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멍텅구리 낚시를 즐기는 꾼 외에도 나름대로 첨예한 찌맞춤을 하고, 간결한 채비로 붕어의 접근부터 감지하겠다고 나서는 꾼이나, 자신의 낚시기법과 테크닉을 믿고 단 한 개의 바늘만으로도 자신만만하다고 말하는 꾼은 모두 중급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앞서 언급한 숙련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낚싯대가 몇 대인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아예 그마저도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꾼이라면 분명 물 속에 있는 붕어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따라서 낚시꾼이라면, 적어도 중급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낚시꾼이라고 자부한다면, 낚싯대를 편성하는 이 순간부터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대편성은 마음 다스리는 것

    미련 없이 접을 수 있어야


    낚시꾼은 대부분 받침대를 꽂는 순간 하나라도 더 많은 낚싯대를 펴고 싶어한다. 이 때 주위에 앉아 있는 다른 꾼들을 의식해서 단 한 대만, 또는 두어 대 정도만 펼치게 되면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낚시꾼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이제 낚시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바닥을 탐색해 봐야겠기에…."

    맞는 말이다. 아무렴 어떠랴. 열 대를 편들 탓할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탓 좀 들은들 큰 문제겠는가.

    '이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대 편성이 아니니 두고 보라. 내가 아무렴 어부일까 보냐' 라고 애써 강조하는 사람이라면 아직 중급자라 하기엔 채워지지 않은 어떤 공간이 있다.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중급자라면 어떤 경우에서라도 주위의 눈치나 상황에 구애받거나 구속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처음부터 열 대의 낚싯대를 펴든, 아니면 단 한 대만 펴든,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자신의 생각대로 낚시를 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당연히 처음 낚시를 시작할 때보다 시간이 가면서 낚싯대의 개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한두 대 정도는 접을 수도 있다.


    자유롭되 절제할 줄도


    중급자가 초보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경우, 어떤 장소에서도 자유롭되 절제되고, ▲많은 것 같아도 적을 수 있으며, ▲적은 것 같아도 넉넉할 만큼의 이유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여러 대의 낚싯대로 출발할지라도 어느 순간 단 한대의 낚싯대만으로도 집중적인 입질을 일궈낼 나름대로의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꾼이 중급자다. 이때부터는 나머지 가능성을 모두 접고 자신과의 단판 승부를 즐긴다.

    그러나 초보자는 다르다. 입질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기술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마음이 끌리는 다다익선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리고 이미 적잖은 양의 밑밥이 들어가 있는 채비의 낚싯대를 접는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부담스럽고 혼란스럽다. 물론 최종적으로 한두 대의 낚싯대만으로 낚시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 번이라도 입질이 있었던 낚싯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처음에는 한두 대의 낚싯대만 폈다가 입질 기다리기에 지쳐 별 수 없이 하나씩 낚싯대가 늘어나는 경우도 초보자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초보자에서 중급자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편성된 낚싯대의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조과는 반비례한다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낚시기법의 이해와 그 숙련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대편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지나친다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고, 낚시 또한 힘들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중급자라 할 수 있다.


    받침대의 중요성

    챔질 속도와 밀접한 관계


    초보자가 느낄지 못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받침대의 역할이다.

    이미 고정시킨 받침대라도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중급자다. 이것은 헛챔질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결국은 자신의 낚시기법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즉, 찌와 낚싯대 손잡이까지의 모든 함수관계를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중급자는 낭창거리는 연질의 낚싯대일수록 챔질 순간의 파장이 심하기 때문에 받침대는 조금 짧은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나아가 게리쿠퍼가 권총을 뽑는 속도보다 더 빠른 챔질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된 자세에서 손잡이의 높이와 위치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왜 낚시대 초릿대를 수면과 45도 각도로 물 속에 처박아 두는 지도 쉽게 납득한다.


    초 스피드 챔질을 위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반사신경은 다를 것이며, 팔의 길이도 다를 것이다.

    일반적인 빠른 챔질을 위한 손잡이의 높이와 위치는 앉은 자세에서 손잡이가 오른 손에 가까워야 하고, 손목을 크게 들어올리지 않아도 순간 챔질이 가능한 높이가 이상적이다. 그리고 정면으로 앉는 것보다는 왼쪽으로 조금 틀어 앉는 것이 좀 더 빠른 챔질을 할 수 있는 비결이다.

    사람과 물고기와의 승부를 낚시라고 한다면, 붕어의 선택은 무한하다. 그에 반해 낚시꾼의 선택은 한심스러울 정도로 제한적이다.

    이 중에서도 낚시꾼이 입질을 보고도 걸어내지 못한다면, 심지어 수십 번의 기회가 와도 한번도 낚아내지 못한다면 이런 중급자 역시 초보자와 다를 게 없다. 이처럼 챔질과 입걸림은 중요하고, 낚시행위 자체의 최종 목적이기도 하다.

    바로 이 문제의 핵심에 대편성과 받침대가 있으며, 이것이 생각 외로 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야 비로소 중급자다.


    정석에 얽매일 필요 없다

    제어 능력에 맞게 편성할 것


    가장 기초적인 붕어낚시 기법인 떡밥낚시는 집어력이 장점이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목표지점의 최소 반경 이내에 밑밥군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같은 길이의 낚싯대를 최대한 서로 가깝게 위치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대평성 요령이다. 그리고 펴는 낚싯대의 수가 많을수록 그 모양은 부채꼴이라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있다. 물론 실제 낚시터 현장에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대편성이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챔질을 할 때 그 동작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빠르고, 옆 낚싯대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대편성 만큼은 너무 정석에 충실하려하거나 모양새에 구속당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능력은 단 한 대의 낚싯대조차 마음먹은 대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꿋꿋하게 여러 대의 낚싯대를 펼쳐놓고 있다면 이는 헛챔질 확률만 70% 이상 높이는 짓이다. 어리석은 노동일 뿐이다.

    낮에 두 대의 낚싯대를 펴놓고 밤에 입질이 뜸하다 해서 낚싯대를 더 늘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낚싯대의 숫자를 줄이는 경험 많은 고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초보가 아니다.


    채비와 도구를 이해 할 것

    물 속 읽는 능력과 상통


    살아 있는 것들에 반응하는 도구와 채비로 바꾸라.

    민감한 것에는 민감한 반응을 하는 채비로, 느린 움직임에는 둔하고 더딘 반응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와 채비로 바꾸라.

    이 말은 자신이 다루고 있는 도구와 채비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물 속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과 통한다.

    낚시로 낚아내고자 하는 살아있는 것은 정지되어 있거나 획일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낚시라는 메커니즘 자체는 어느 정도 고정된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낚시란 얼마나 우리에게 불리한 게임인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낚시는 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고의 틀을 깨자

    선택은 자신의 몫


    얼마 전 이제 갓 낚시를 시작한 친구가 필자를 찾아왔다. 그 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옛 도구들을 모두 처분하고 새 낚싯대를 세트로 장만했으니 나에게 채비를 갖추어 달란다.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나는 '이왕이면 일러주는 대로 손수 해 보시라'고 옆에서 그 친구를 도와 스스로 원줄을 낚싯대 길이만큼 잘라매고, 바늘을 묶어 달고, 찌맞춤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 많은 설명과 시연을 덧붙였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무척 흥미롭고 재미난 표정으로 진지하게 답습했고, 하루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워했다.

    그런데 그 후 정작 낚시터에서 만난 그 친구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이 친구 얘기인 즉, '내가 보기에 당신이 적어도 낚시질만큼은 보통 사람 이상인 것 같아 채비를 부탁했다. 그런데 붕어가 사람 차별하는지, 아니면 당신이 뭔가 제대로 해주지 않았는지, 내 옆에 앉은 꾼은 나보다 더 초보 같은데도 잘만 낚아내고 정작 나는 입질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는 분명 당신이 해 준 채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는 요지다.

    즉, 이 친구는 자신보다 낚시를 잘하는 사람이 갖추어준 도구나 채비라면 그것만으로도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와야만 될 터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에게 어복이 없거나, 도구나 채비맞춤이 엉터리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때 내가 그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내가 준비해준 도구나 채비가 틀리지 않지만 낚시를 하는 장소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그 상황에 맞게 채비의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설명은 이미 불신과 원망의 눈빛을 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먹힐 리가 만무했다.

    이후 다시는 낚시에 관한 질문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인 그 친구를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의외로 이 친구가 나를 반기며 술잔을 권한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그 동안 독학하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알고 보니 당신 말이 맞더라. 그러니 당신은 내게 낚시 사부다. 그런데 당신이 가르쳐 준 찌맞춤 만큼은 내가 해보니까 너무 무겁고 둔하더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이친구 '내 경험으로는 찌맞춤이란~' 하면서 밤새도록 필자를 붙잡고 가르치려 한다. 차라리 사부라고 하지나 말지.

    어쨌든 이 친구처럼 자신의 확신을 단정지어 말 할 수 있을 정도면 이미 중급자 반열에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살펴보자.

    과연 고정된 도구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낚아내는 낚시에서 도구와 채비를 적절하게 운용하는 기술이나 첨예한 찌맞춤, 그리고 물 속 상황을 읽어내는 정도만 가지고 그것이 낚시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꾼이라면 그 사람 또한 초보자 수준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밝음과 어둠의 차이


    낮낚시

    물빛 탁한 곳 중급자 있다


    밝음은 붕어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자신의 노출을 꺼리는 경계심을 갖게 만든다.

    물빛 청아한 곳에서 하루종일 앙증맞은 찌톱 감상만 하고 한 숨 내쉬며 돌아오기를 수백 번 경험해본 낚시꾼이라면 알 것이다.

    비록 줄을 뜯기고 찌를 잃을지라도 과감히 수중 고목의 가지 사이로 바늘을 내리고, 앙칼진 수초더미 속에 채비를 담그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걸.

    이는 붕어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그리고 어느 곳으로 이동할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나오는 낚시꾼의 행동이다.

    초보자들은 한두 번 채비를 뜯기거나, 심한 경우 낚싯대가 부러져나가는 경우를 겪으면 그 자리에 찌를 잘 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멀어질수록 입질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초보자들은 그 이유를 좀 전 줄이 끊어지면서 떨었던 소란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물 속 붕어가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정확히 조금 전 채비를 뜯긴 그 포인트에 방금 전 미끼를 내려 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 반드시 다시 한 번 채비를 뜯기는 행운을 경험할 것이다.


    채비는 당연히 뜯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채비를 뜯기고 난 후 툭 터진 수면을 찾아 붕어를 불러내려고 하지만 붕어는 그 낚시꾼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 초보꾼은 붕어의 경계심이 그 어떤 매력적인 미끼의 유혹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붕어와의 숨박꼭질을 즐기게 된다.

    최대한 자신을 숨기고 붕어 가까이 접근하려는 낚시꾼에게 절호의 기회가 어둠이라 한다면 밝은 대낮의 명 포인트는 탁한 물색이라는 것쯤 안다고 해서 중급자라고 착각한다면 곤란하다.

    0.05도라는 아주 미세한 수온의 변화도 온 몸으로 감지하며, 사소한 땅울림이나 수위의 증감, 기압의 변화, 용존 산소량의 가감 등의 여러 가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붕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가지 더, 붕어는 선천적으로 맑은 물을 경계하고, 흐리고 탁한 곳을 선호한다. 그러나 장마철 시뻘건 흙탕물이 흘러드는 곳은 산소가 희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붕어가 머물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안다면 당신은 중급자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붕어의 감각

    그 신비 인정하면 중급자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에 사람의 생각처럼 붕어가 반응한다면 아마 지금쯤은 단 한 마리의 붕어도 살아 남아있질 못 했을 것이다.

    붕어는 사람이 갖지 못한 감각을 갖고 있기에 위험에 대처하는 본능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훨씬 벗어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참으로 신기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중급자다.

    대낮 밝은 해 아래 물가에서 그림자 드리우고 맑은 물 속의 붕어를 불러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기량이나 경험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착각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물 속에서는 한낱 물고기인 붕어보다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탁월한 기법을 습득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붕어를 만날 수 있다.


     

    밤낚시 알고 가자


    모이고, 흩어지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입질 시간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장시간 낚시에서는 여러모로 덜 피곤하다.

    -한 낮의 포인트는 밤이 되면 전혀 달라진다.

    -낚시는 과학이다. 수온은 언제 따뜻하고, 언제 차가워지는가?

    -바람의 방향만으로도 입질이 달라진다는 것쯤은 상식에 속한다.

    -당신은 물 속을 보지 못하지만 붕어는 45도 각도에서 당신의 숨소리까지 읽고 있다.

    -붕순이를 유인하여 모아 둘 작전을 생각하라. 아마도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불편함과 장애물이 따를 것이다.

    -밤에 짧은 대에 호황이 있을 거라는 미련은 버려라.

    -한낮의 휴식 시간은 붕어에게도 필요하다. 회유하는 시간대와 집단의 개체수는 어느 정도일까?

    -해뜰 때와 해질 때의 반짝 조황은 수온의 변화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한 낮의 밑밥은 밤이 되면 그 효력이 50% 이상 감소한다. 그러므로 애써 떡밥투여에 전력하지 말고 차라리 붕어의 경계요소를 줄여주는데 노력하라. 밑밥은 그 다음에 천천히 투여해도 늦지 않다.

    -여건이 훌륭하다면 한 낮의 말뚝 찌에 조바심 낼 것 없다. 밤이 되면 붕어는 접근할 것이다. 그 때를 준비하자.

    -떡밥만 마시고 바늘은 뱉어 버리는 여유를 주어서는 붕어 얼굴보기 어렵다.

    -언제나 변함없는 것은 새벽 장이 짭짤하다는 사실이다. 늦잠을 잦다는 건 밤새 헛고생했다는 말과 같다.
     

     

    밤낚시

    붕어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어둠은 대물조차 연안 가까이 접근케 하는 여건을 조성한다. 그 반면에 소리와 진동, 빛에 대한 붕어의 반응은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또는 이 이유 때문에 아직 잔챙이 터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분명 중급자다.

    붕어는 준야행성인 만큼 어둠이 짙게 깔리는 야밤을 틈타 연안 가까이 접근을 시도한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초저녁 무렵 활발하던 입질이 시간이 흘러 깊은 밤에는 거짓말처럼 끊어져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수온의 변화에서 해답에 접근해 보자.

    여름 밤낚시 포인트는 수심이 깊은 곳을 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는 얕은 곳일수록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다. 이런 곳은 섭씨 20도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붕어는 적정수온을 찾아 깊은 곳으로 모인다.

    수심 10m의 저수지에서 수면의 온도가 섭씨 25도, 5m 깊이에서 20도, 바닥의 온도가 10도라고 가정하자. 붕어는 당연히 5m 내외의 수심대에 머문다. 즉, 이 때 붕어가 느끼는 적온대는 수심 5m 안팎에 형성된다.


    밤의 변화에 반응하자


    그러나 붕어는 아주 깊은 바닥에 붙어사는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는 5m 깊이의 중층에 떠있는 것이 아니라 수심 5m권의 바닥에 있다. 그런데 이 적온대는 외기의 변화에 따라 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물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렇게 봤을 때 한 여름 붕어의 적온대는 처음에 저수지 중심부에 자리하다가 시간이 흘러 새벽이 되면 기슭 쪽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햇살이 뜨거워지면 다시 그 적온대는 수심 깊은 중심부로 후퇴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즉, 밤사이 어느 시간대에는 낚싯대 가까이 붕어가 접근해 있다고 짐작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황을 면치 못했다면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 제2 제3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으면, 최소한 그 노력을 하고자 한다면 그 낙시꾼은 이미 중급자다.


    기법이 아닌 방법의 차이

    불러올 것인가, 좇아갈 것인가


    유독 밤낚시를 즐겨 평일에도 시간만 나면 가까운 곳으로 밤낚시를 가자고 오후 늦게 전화를 하는 친구가 있었다.

    수 십 년 조력에 그 흔한 랜턴 하나 없이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척척 낚시준비를 하는 그 친구는 역시 밤낚시에 관한 한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는 출조를 함께 하기엔 남들이 부담스러운 취향을 갖고있기에 대부분 혼자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 친구가 출조를 권하면 망설여진다.

    그 친구의 취향은 밤낚시만 가면 어김없이 술을 가져와서 마시는 것이다.

    한 두 잔일지라도 술에 취하면 밤낚시의 고즈넉한 운치는 사라지고 공연히 들뜬 기분에 흥취만 잔잔한 수면을 일렁이게 하여 주위의 눈총을 받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친구의 조과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가 없었으니, 가히 자유로운 고수의 경지라하여 어색함이 없었다.

    술은 싫어도 기술이 탐이 나서 장소와 시간이 맞아떨어지면 내가 그 친구와 동행을 한 적이 있다. 단, 술은 당신 혼자만 마시라는 조건을 달고.

    이렇게 동행을 하면서 살펴보니 그 친구에게는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지금부터 그 친구의 다른점을 한가지씩 필자와 비교해가면서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수초가 있거나 걸림이 많을 것 같은 곳에는 아예 낚싯대 한 대만 편다. 밑걸림이 없거나 수초가 없는 깨끗한 바닥이라면 같은 길이로 두 대를 펼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장소에 상관없이 길이가 각각 다른 네 대의 낚싯대를 편다. 그곳이 수초로 절어 있는데도 그리 하기에 내가 물었더니 '남는 케미가 아까워서'라고 말하고는 그만이다.

    나는 밑밥이 한 곳에 집중되도록 투척하지만 이 친구는 각각의 낚싯대마다 같은 양의 밑밥을 집중시킨다.

    나는 입질이 시작되면 밑밥질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콩알 떡밥낚시로 전환하지만 이 친구는 입질이 붙는 낚싯대가 만약 긴 대(4)라면(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장 먼 곳부터 4, 3, 2, 1로 표기함) 가장 가까운 쪽의 짧은 대(1)의 밑밥을 늘리면서 중간 위치의 대(3)로 입질을 유도한다.

    나는 집어가 확인되면 한 대를 걷고 타율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반면, 이 친구는 여전히 가장 짧은 대의 밑밥 투입량을 더 늘이면서 (4)에서 (3)으로 입질을 확산시켜 나간다.

    이 대목에서 입질대비 포획 성공의 타율은 내가 월등히 높다(이 때 나의 단 한 대의 낚싯대 길이는 (3)이다).

    한 동안 이 친구의 (4)번과 (3)번 위치의 낚싯대에서 교차적으로 입질이 왕성해지면 이 친구는 (4)번대를 내버려두고 (3)번과 (2)번대에 집중한다. 이 즈음에서부터는 이 친구의 (2)번대에도 입질이 붙기 시작하고 그는 미련 없이 (4)번 대를 걷어버린다.

    입질이 (3)번대에 집중되면 드디어 친구의 타율이 나의 타율과 비슷해진다. 그러나 이내 이 친구는 (3)번대 마저 걷어버린다. (2)번대에서 입질이 제대로 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 친구의 최종 목표인 (1)번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나의 주력대 (3)은 입질이 점점 쇠잔해지고, 친구의 (1)번대 찌가 솟아오르기 시작할 때쯤에는 나도 별 수 없이 친구의 (1)번대와 같은 길이의 짧은 대를 꺼낸다.

    그러나 이 친구는 그 (2)번대 마저 가방에 넣어버리는데, 이 때의 전장은 이미 일방적인 친구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잔칫상 부스러기 먹을 수 있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혹시라도 이 부분에서 '그렇다면 당신의 (2)번과 (3)번대로 역전을 시키면 되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초보자이시다.

    이럴 경우를 두고 속된 말로 '남의 잔치상 밑에 엎드려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받아먹는 꼴'이 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구는 술을 홀짝 홀짝 마셔가면서 세상사 온갖 이야기를 다 해댄다. 그리고는 연신 붕어를 걸어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 순간부터는 나는 친구의 이야기가 듣기 싫어진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독자라면 중급자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친구가 했던 것처럼 따라해 보자고 노력한 적이 없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쯤은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겠지만 나 역시 아직은 초보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다.

    낚시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은 낚시에 접근하는 각자의 해법이 다르다는 것이며,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므로 애써 스타일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응용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보다 즐거운 낚시를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게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면 한 가지다.

    내가 지금껏 짧은 대로 시작하여 긴 대로 붕어를 좇아가는 낚시를 했다면, 그 친구는 먼 곳의 붕어를 자신이 가장 다루기 좋은 최단 거리까지 불러 들인다는 점이다. 속된 말로 그 친구는 고수였고, 필자는 하수였던 셈이다.


     

    깊은 밤 물가에서 하고 싶은 말


    -밤사이 폭발적인 입질도 날이 밝으면서 끊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대물은 충분한 탐색시간을 갖기 때문에 성급히 결정지어서는 손해다.

    -한밤중 붕순이가 그리워 물 속 용궁으로 가고 싶다면, 술을 많이 마시면 가능한 경우가 있다.

    -한밤의 돌팔매질은 바로 불빛이다. 미끼를 다루기 위해, 바늘을 빼내기 위해 사소한 동작마다 불빛이 필요하다면 아직도 초보자다.

    -낚싯대와 낚싯대 사이의 간격을 넓혀라. 동시에 제압할 수 없는 낚싯대가 있다면 그 낚싯대의 수만큼 잃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욕심을 굽히지 못한다면 역시 초보자 수준이다.

    -어둠 속에서 손맛을 즐긴다는 것은 이제부터 말뚝을 감상하겠다는 결단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밤낚시 자체를 마감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첨벙대지 말 것).

    -지극히 작고, 절제된 동작과 눈을 감고서도 미끼를 달고, 원하는 지점에 가장 작은 소리만으로 입수시킬 수 있어야 입질 끊김을 방지할 수 있다.

    -달빛이 하늘 중앙에 이르면 잠시 눈을 붙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한밤중의 공백기는 한낮의 뜸함과는 다르다. 가끔은 대물의 접근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느낌을 뒷덜미를 스치는 밤바람만으로도 예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프로다.

    -턱진 곳의 짧은 대를 주목하라. 또 낮과는 달리 애써 수초대에 바싹 붙이지 않아도 좋다.

    -긴 대에 잔챙이가 이어지면 짧은 대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야만 한다. 스스로.

    -밤낚시에 가장 나쁜 장소는 등뒤로 차가 다니는 길가다. 소리는 수면에 굴절되어 물 속까지 미치는 파장이 어느 정도는 줄어든다. 그러나 진동은 마치 지진과 같아서 십리 밖으로 대물을 쫓아 버린다.

    -붕어가 떡밥과 함께 바늘을 꼭꼭 씹어 먹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가끔 있는 초저녁 만찬에 내가 빠져서는 곤란하다. 만찬 후 모두 깊은 잠에 들 수도 있으니까.
     

     


    * 황기택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6-10 10:54)

    물이슬 15-08-20 13:08
    잘보았습니다.
    시작하는 사람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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