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쓰는 편지
우리 언제나 함께가던 자리
진달래 피어 흐드러지던 봄날
소낙비 내리던 여름밤
낙엽이 지던 가을날에도
당신과 나는 언제나 함께 있었지요
가슴속에 간직해 온
따뜻한 사랑의 온기로
한 잔의 커피와 술잔을 나누면서
기나긴 밤
칸델라 불빛에 날아들어
스스로 몸을 태우는
날벌레들을 바라보며
부끄러운 욕심
부질없는 애착을 지우고
미끼 달아 강물위에 던지면
그만한 바램의 크기로
걸려 오던 물고기
새벽녘 물안개 위를 날던 새들이
왜 그리 정겨웠는지
당신은 지금도 기억하십니까
지나간 날들처럼
오늘밤에도
강물 위엔 달이 뜨고
먼 산속 밤뻐꾸기 우는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물결로
흘러가 버린 당신
거품 뿐인 이세상 떠나면
저 강물처럼 처연하게
흐를 수 있는지요
자유로울 수 있는지요
그리운 마음 적어
물위에 띄웁니다.
1987년 5월.봄.
금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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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5월의 금강은 아름다웠습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 있는 금강의 합수머리,비단결같은 물길은 봄햇살을 담고 산굽이를 돌아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지요.
나는 저물녘에 아카시아 향기가 떠도는 강가에 앉아 당시로 부터 2년전 5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북한강,남한강,임진강,금강,소양강...
중학교 때부터 개인택시를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참 다양한곳으로 낚시를 다녔습니다.
이북 실향민인 아버지는 외로움이 깊으셨는데 풀 길없는 망향의 그리움을 당신의 자식들을 데리고 낚시다니시는걸로 달래곤하셨어요.
꽃이 피고 비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던 물가에서 아버지와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
대학에 들어가고 부터는 술도 한잔씩 따라주시곤 했는데 호젓한 강가에서 아버지와 기울이던 술잔은 그 정감이 각별해서 36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가슴한켠에 따뜻한 불씨처럼 남아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처럼 5월의 봄날에 아내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꼭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하룻밤 묵어가면서 강변의 백사장과 숲길을 거닐어 보고 얕은 여울물에 발도 담구며 저기 산굽이를 유유히 돌아나가는 비단결 금강을 오래오래 바라보렵니다.
올 여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