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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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시 한 편 올립니다.

    무지개붕어 / 2006-09-30 15:35 / Hit : 6038 본문+댓글추천 : 0

    이 가을에, 추억을 더듬으며 부끄럽지만 자작시 한 편 올려 드립니다.



    제목: <밤낚시> (1989. 10)(부제: 충주댐에 낚시를 갔다가)




    헤아릴 길 없는 물그림자

    노을 속 울림으로 서먹 다가올 때

    소슬한 내면은 보이지 않는 미끼가 되어 현기처럼 출렁이고




    수줍게 고개 묻는 백로의 빛깔 저 편

    한 줌의 추억들은 한기 배인 소름을 털며

    갈 데 없는 계절의 꿈만 재촉한다






    이 밤을 아느냐?

    끈기 없는 길목에서

    오가는 길손처럼 덤비지 말고

    이제 진정 적막 속의 까만 밤을 안단 말이냐?




    한 포기 풀도 구실은 제 구실이며

    산과 물이 섞인 듯 섞이진 않고

    억겁의 조화를 이루는데






    이미 버리기로 한 미련만을

    새삼스레 낚진 않느냐?




    안개가 걷힐 무렵

    먼 데 잉어는 뛰어 오른다.





    안녕하세요? 무지개붕어 인사드립니다.^^
    위의 졸시는 1989년 10월, 제가 군입대 하기 직전에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함께 충주댐에 2박 3일간 낚시를 다녀온 후 끄적거려 본,
    부끄러운 자작시입니다.
    위의 시는 낚시를 소재로 한 저의 유일한 시인 동시에 낚시여행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담긴 시이기도 합니다.

    부끄러운 졸시지만, 나름대로는 의미있게 아끼는 시인지라 가을의 감흥에 젖은 핑계로 감히 여러분께 공개하고 맙니다.^^
    (누군가에게 제 자작시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떨리네요.^^)

    그 때 당시 저는 입대날짜를 받아 놓은 상태였고, 아버지께선 몸이 편찮으셔서 일을 쉬고 계실 때였는데요.
    (그 때는 참 고민도 많았고(지금도 많지만^^), 입대를 앞두고 집안 사정이나 여러가지로 마음이 착잡했었지요.)

    낚시는 어땠냐구요?
    ㅋㅋ 말이 낚시지, 사실 고생만 진탕 했던 기억이 납니다.^^(엄청 춥고, 피곤하고 배 고팠던 기억이...^^)
    하지만, 지나고 나니 즐거운 추억입니다.^^

    충주댐에서는 2박 3일간 고기 한 마리도 못 낚았구요. ㅋㅋ
    난생 처음 아버지와 함께 했던 단 둘만의 여행이었고, 기대에 차서 큰맘 먹고 간 낚시가 2박 3일 동안 꽝이라니...실망도 좀 했죠.^^
    결국 아쉬움에 충북 괴산의 어느 소류지에 들렀는데, 다행히 지렁이와 떡밥으로 잔챙이 붕어 한 열댓 마리 낚아
    제 인생에 있어 최고로 맛있는 붕어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준비해 간 양념을 결국은 버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어릴 때의 추억이 이젠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걸 보니, 저도 이젠 나이가 드나 봅니다.^^

    끝으로, 저는 포토샵도 다룰 줄 모르고 별 달리 꾸밀 줄도 몰라, 허연 바탕에 까망 글씨로만....ㅋㅋㅋ(양해 바랍니다.^^)
    그럼, 이 좋은 가을의 분위기 맘껏 누리시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라면서,

    무지개붕어 올림^^

    수심50전 06-10-01 23:53
    '안개가 걷힐 무렵

    먼 데 잉어는 뛰어 오른다.'~~

    몇 번을 헤아려 보아도
    참으로 좋습니다.

    시를 모르지만, 아는것 같은 느낌으로
    잘 감상했네요.

    님의 가슴 속에 묻어 두셨던 소중한 글...
    그 향수를 함께 한 시간에 고마움을 전하며......
    무지개붕어 06-10-10 11:10
    수심50전님,
    저도 시를 모르지만, 그 시절 그냥 아는 것 같은 느낌으로 썼답니다.^^

    아무튼 좋은 느낌으로 읽어 주셨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럼, 또 뵙겠구요.
    언제나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충주호후산리낚시 06-10-16 16:39
    지난 글이지만 보시면 새록새록 생각이 나시겠지요?
    자작시란 님이 숨기시면 아무도 모를 님만의 생각에 불과 하지요.
    이제 용기를 내시어 월척 님들에게 공개도 하셧으니 월척님들의 시 이기도 하답니다.
    더 많은 시를 공개하시어 우리님들의 사랑을 받아 보세요 ?
    님의시를 또 새겨보며~~~고맙습니다.
    용기에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
    하늘피쉬 06-10-24 23:14
    충주... 낚시의 메카... 경북권만큼이나....
    좋은 시 이제서야..보네요....
    충주댐 근처에 낚시한적이 있습니다............
    낚시를 하는데..... 사냥꾼 아저씨가 등장........
    공기총 소리가 나고.... 나의 앞을 허겁지겁 놀라 도망가는 고라니를 지켜만 보았지요......
    .
    사냥꾼 曰 : 아저씨..미안한데요... 고라니 못봤어요??
    본인 : ( 이런 꽤심한 속으로 생각하면서.. ) 반대쪽을 지시... 저쪽으로 갔어요....
    .
    그때 기억이 나네요.... * ^ - ^ * º▶´″"`°³
    http://user.chollian.net/~ksm9000/pop1/pop1-9.asf" autostart="true" hidden="true" loop="-1" volume="0">
    무지개붕어 06-10-25 12:52
    충주호후산리낚시님, 인삿글이 너무 늦어버려 죄송합니다.
    근데, 후산리님은 직접 낚시터를 운영하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리고, 못난 제 글을 이쁘게만 봐 주시니 감사드릴 뿐입니다.
    공개적으로 드러낼 만큼 훌륭하진 않지만 제가 낚시와 관련해 지은 것이라 낚시 사이트에 한번 올려 본 것이랍니다.
    거기다 용기까지 붇돋아 주시니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구요.
    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서, 잘 쓰진 못했지만 제가 아끼는 자작시들 위주로 가끔 올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후산리 가면 저 반겨 주실랑가요?^^ 항상 건강하십시오.^^

    하늘피쉬님, 감사합니다.^^
    근데, 위에 올리신 글은 어디서 많이 듣고 보던 이야기 같습니다. 동화책 어디에선가 읽은 것도 같은....^^
    아마 님께서도 충주 쪽에서의 낚시에 얽힌 사연과 추억이 많으신가 봅니다요.
    또 뵙겠구요. 시 읽어 주시고 리플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

    무지개붕어 올림^^
    이이사 08-03-26 14:35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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