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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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 계곡지에서 겪은 이야기

    독존교 / 2022-07-18 15:15 / Hit : 13144 본문+댓글추천 : 6

    안녕하십니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40대 중반의 아재입니다.

    낚시를 하며 겪은 이야기가 몇가지 되는데 그중 한가지 이야기를 하고자합니다.

    저는 20대 초반 직장 형님으로부터 민물낚시를 배우고 그해부터 낚시에 빠져하루 하루의 삶이 낚시 그 자체였습니다.

    월급날엔 장비 구입하고 주말에는 당연히 낚시를 하죠. 평일에는 구석 구석 저수지 탐색도하고요.

    경북 지방에 살면서 주변지역 저수지는 거의 다 가본듯합니다.

     

    몇 해가 가면서  이제는 미치게되요. ㅋ. 제가 생각할때도 미친거 맞아요 ㅋ

    회사에 병가로 쉬면서 낚시도가고 연차도 다땡겨쓰고.. 이젠 돈도없구요.

    특히나 혼자 그렇게 다녔으니 돈도 많이 썼겠죠.ㅜㅜ

     

    낚시를 가도 사람들 많은곳은 잘안가요.. 혼자만의 시간이 좋아서..

    조용한 저수지에 풀벌레 . 개구리 . 수많은 별빛이 좋았습니다.

     

    자리가 없다면 밤이 깊어도 자리를 만듭니다. 풀숲에 뛰어들어 길을 내고 장비도 옮기고 셋팅이 끝나면 찌를 달아던져요. 근데 수심이 20센티도 안나와요. 이런 바보같은 짓도 화가나지만 추억이라 생각하고 웃고 넘겨요.

    무덤가는 특히 너무 조용하고 사람도 없어서 나만의 낚시 자리였구요.

    무섭다라는 단어가 뭔지? 겁이라는 단어가 뭔지 아시나요?

    전 몰랐습니다. (아직도 많은 꾼님들도 모르실듯)

     

    그러다 30대 중반쯤  결혼을 하게됩니다. 낚시를 버릴만큼 콩깍지가 씌입니다. ㅠㅠ ( 아 ~ 눈물납니다)

     

    아내가 낚시를 정말 싫어합니다. 어릴때 안좋은 기억이 있대요.

    (자기 말로는 어릴때 장인어른과 낚시 갔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비바람 돌풍에 파라솔을 잡고 있디가 파라솔과 같이 공중에 붕떠서 물어 빠져 트라우마가 있다고 ㅋㅋ 어이가 없지만 믿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낚시가 열정이 조금씩 조금씩 눈녹듯 사라지더라고요.

    하지만 장비만큼은 어떻게 하지못해 항상 트렁크에 가득 실려있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나는 갈꺼야.. 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거든요.

    마침 처가에 갈일이 생겼고 혹시라도 몰라 처갓집 근처 저수지는 미리 지도로 저수지 위치를 머리속에 저장했습니다. 그때는 네비가 없어서 항상 지도로 많이 보던때였거든요. 특히 저수지 위치같은건 제가 길치지만 참 잘외었습니다 ㅋ

    금요일  출발 하고 월요일까지 놀다 오기로했고 혹시 중간에 시간이 나면 바로 갈 궁리를 했습니다.

    처갓집은 경북 윗지방이고 지도상 몇군데 봐두긴 했지만 낚시가 안되는 곳일수도 있어 졸라게 긴장이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 때가 찾아옵니다.

    처형과 집사람이 볼일이 있어서 제차를 좀 쓰자는 거였어요. 집사람은 면허가 없어서 처형이 운전을 한다고 올때까지 집에 있어라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나 낚시갈께.. 이렇게 말하니 ㅋㅋ 왠일로 가라는 겁니다 . 입이 막 귀에 걸리죠.

    그람 내가 낚시할 장소에 가서 내만 떨궈주고 볼일보고 태우러오라고 합의를 봤습니다. ㅋㅋ

    오후 2시쯤 출발했고 낚시 시간은 대략 3~4시간 . 밤낚시가 좋지만 이것 또한 어디랴. 그간 낚시를 못간지 2년은 된듯하니 ㅠㅠ 감격에 설렘에 눈물이 날라고 하더라고요.

    일단 1순위로 꼽은 곳으로 운전을 하여간곳은 처가로부터 25분쯤 떨어진곳으로 생각보다 길이 좋지 않았습니다.

    민가(축사)가 있는곳으로부터 농로를 타고 10분쯤 살살 가서 또 오르막 비포장기로 5분쯤 올라가니 제방이 보이고 차를 경우 1대 돌릴수있는 공터가 나오더군요. 차에 내려 잠시 둘러보니 낚시 흔적이 한두군데 있고 작지만 분위기가 있는곳이라 이곳저곳 이동하여 시간을 허비 할 바에 이곳에서 하자 싶어 장비를 꺼내고 겨우 차를 돌려 조심히 갔다오라며 처형에게 운전대를 내주었습니다.  내려가는 차를 잠시 보고 자리를 잡기전 다시한번 둘러보니 오래된 지렁이통만 있고 최근에 낚시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물이 좀빠져서 자리가 애매하긴 해도 두자리정도 나오는데 상류는 진입이 안되고 제방도 안되고 맞은편은 산이고 주차 공터에서 산쪽으로 가는 오솔길은 풀이 우거져있고 흙만 살짝보여 사람의 흔적보다는 산짐승길처럼 보였습니다.

    공터에서 20미터 떨어진 오솔길 밑에 자리를 잡고 7대정도 대를 깔았습니다.

    마름이 듬성듬성 있고 수심도 제법 깊어서 대박날예감도 들었고 물가에 새우도 많이 보였습니다.

    새우채집망도 던지고 차에서 오래 숙성된(?) 옥수수 캔을따보니 생각보다 구수한게 딱 좋았습니다.

    오후4시쯤부터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었고 그동안 몸속에 응어리진 스트레스와 삶의 여유 .. 물가에  피는 구름과자의 맛이 진짜 달콤했습니다.

    계곡지답게 한번씩 오는 입질에 붕어의 손맛도 좋고 찌올림도 이뻤습니다

    찰라의 순간에 저녁이 오더라고요. 출발할때 한다는 전화가 올까봐 조마조마 안절부절.. 

    어둠이 내려 어둑어둑 할쯤..

    뭐지 뭐지 뒷골이 서늘한거시.. 뒤가 쌔해 돌아보다 놀라 자빠질뻔했습니다.

    하얀 모시 옷에 지게를 맨 어르신이 제뒤에서 산으로가는 오솔길쪽으로 천천히 가시는데 진짜 악. "놀래라"소리를 치며 심장을 쓰다듬었고 아무생각없이 자리에 앉아 낚시를 했습니다.

    저녁이 깊어가는데 핸폰밧데리도 간당간당하고 전화도 잘터지도 않아서 겨우 뚝방에가서 집사람한테 전화하니 처형과 술을 좀 마셨다고 운전할사람이 없다고 좋아하는 낚시 밤새하라는 겁니다.  내일 아침에 갈께 이러면서 끈는데 한편으로 좋고 한편으로 더 준비해서 올걸 아쉽더라구요.

    이제 밤낚시에 돌입합니다.

    3대를 더피고 채집망에 새우도 끼우고 . 찌높이도 진짜 딱 일정하게 셋팅하고 오래된 캐미라 새걸로 다시 키우고 바쁘게 밤을 맞이 했고 간간히 오는 입질에 나오는 붕어는 8치가 안되도 오랫만이라 진짜 재밋더라구요.

     

    오로지 낚시에만 집중하다가 잠시 구름과자를 먹으면서 주위를 보니 온통 새까만 어둠에 정면 산도 시커멓고 이렇게 혼자 있는데도 별 무서운게 없더라구요.

    11시 반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공기가 서늘한거시 등골이 오싹오싹하고 뒷골이 쌔하더라고요 . 머지 머지 .. 하는데 저녁에 본 어르신 생각이 드는겁니다.

    아니 산으로 가셔서 내려오셨나. 얼굴도 본듯하지만 기억도없고 저벅저벅 발소리도 없이 어딜가신걸까. 오로지 모시옷과 지게만 생각나고 온갖 생각이 나더라구요. 산에 고라니 소리도 고함치듯 들리고 정면 산에서는 낙엽밟는 소리도 부시럭 거리는데 .. 이거 차도 없고 미치겠더라구요.

     

    그때마침 또 찌에 입질이 오고 찌를 쭉 끌고가는데 챔질을 하니 붕어의 저항이 아닌 묵직한 통나무가 같은데 대를 당기더라고요.

    솔직히 쫄아서 댕길까 말까.. 이게 뭘까 생각좀하고 힘껏 땡겼습니다.

    그렇게 물가로 나오는데..  솥 뚜껑만한 자리더군요. ㅋㅋ

    살면서 이렇게 큰자라는 처음 봤습니다. 

    바로 방생하고.. 안숨의 숨도 좀 고랐지만 아직 서늘함은 남아 있더군요.

    참 시간은 더럽게 안가요 . 낚시 집중은 커녕 빨리 동트기만 기다리면 관세음보살을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4시간 하루는 걸린듯 길게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새벽 동이 트니 이제 좀 살만하더라구요.

    구름과자 작살나게 폈습니다. 폐 썩을뻔 했습니다.

    아침에 몸도 풀겸 쓰레기를 줍고있는데 포터가 한대 올라오더니 밤낚시 했니껴 카데요. 예.. 그런데요.

    밤낚시 하지 마라면서 바로 내리 가삐데요. 

    뭐 좀 물어보기도 전에 가삐노.. 하면서 하루 밤 낚시를 마무리 했습니다.

     

     ※ 긴글 인데. 감흥도 없고요.

     

    즐낚 안낚 하십시오

     


    삼척동자 22-07-18 20:22
    좀기대했는데요~~^^

    쪼매 싱겁게 끝난것이 아쉽습니다

    이왕이면 마지막에 ~~밤낚시하지마세여

    왜요~~

    여그 물귀신 처녀구신 구미호 등등 다나오니

    밤낚시에 이번달만 3명 귀신에 홀려 사경을 헤메고있다고~~(요정도 살을좀 부처주시지 그랬어요~~^^)
    실바람 22-07-20 15:34
    지나간 좋은 기억을 추억으로 갖고 계시네요..
    님이 말한 그러한 자리가 있다면 몇개월이라도
    낚시 하고 싶네요.

    낚시는 중독 인가 봅니다.
    일주일에 한번만 안해도
    우울증 증세 옵니다.

    조과 필요없이 깨끗한 물가에서 낚싯대만
    이라도 담가놓고 몇개월 있었으면 하네요.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르노 22-07-21 07:18
    이거 분명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어제 밤에 첫줄 읽다가 일부러 안보고 오늘 출근해서 아침에 읽었더니...

    그냥...어제 밤에 봤어도 될걸 그랬내유.....ㅎㅎ
    붕어와춤을 22-07-23 10:36
    뒷얘기 있을것 같은데~~~~~~~

    여운을 두는 글 솜씨! 추천입니다.
    요술펜 22-07-27 09:56
    2%...아니 20% 부족해요......ㅎㅎㅎㅎㅎ
    물내음과붕어 22-08-02 08:04
    아~쪼끔 이야기가 부족해요^^.
    도리도리까꿍 22-08-02 10:06
    정말 재밋게 정독했는데
    20%부족한 느낌...맞는거 같습니다 ㅎㅎ
    여울사랑 22-08-02 10:27
    잘 읽고 갑니다
    물먹은물고기 22-08-02 11:05
    아~~
    마지막이~~~
    떡붕어2 22-08-02 13:51
    2 탄 나올거 같은데요
    야설어록 22-08-02 14:46
    우째 냄새가..1부로 끝나는 애기가아니듯 왠지 연속극 꼭 궁굼하게 딱! 다음회차 기달리게 하는 전형적인 드라마네요 ㅎ2부 있는거죠? ㅋ 기달여봅니다ㅋ
    hkas79 22-08-02 17:38
    끝내기 한방이 아쉽운 스토리 입니다만..
    2부가 있지 않을까요
    스틸붕어 22-08-03 12:46
    저도 혼자만에 낚시 를 좋아라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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