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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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한 맞짱

    어유당 / 2009-05-04 18:50 / Hit : 7065 본문+댓글추천 : 0

    1_essay06393664.jpg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주말 오후 잔 비 맞으며 무리해서 공 쫓던 나는
    일요일 아침 늦도록 쑤시는 삭신을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게으름이 잔뜩 묻은 내 귓가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허겁한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젯밤에 "월롱지(月弄池)"에서4짜가 나왔다네...
    잘만 쪼우면 월척 한 두수는 기본이고
    4짜 얼굴도 구경할 수 있다더구만...
    요즈음 며칠간 연짱으로 쏟아진 모양일세!"

    본래 허풍 센 친구라는 걸 알면서도
    대물에 귀 얇은 나는 또 짐을 꾸리고 말았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빗속을 뚫고 30여분을 달려
    예의 저수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세시.
    극성 꾼 몇 사람의 파라솔이 비바람에 펄럭이고 있었고
    우리는 습성대로 수선스러움을 피해
    조금 힘들어도 약간의 땀방울을 대가로
    한적한 중상류 산아래 또아리를 틀었습니다.

    가끔씩 쏟아지는 빗줄기가 청승맞기도 했지만
    보랏빛 습기 머금은 저수지의 분위기는
    첫 투(投)를 하는 내 대 끝에 대물에의 꿈을 걸어주었습니다.
    참붕어 잡아 꿰어 수초 옆으로 바싹 붙여
    좌우로 두 대씩 네대를 벌려놓고
    가운데 빈 공간은 두 칸 반대에 콩알 달아 넣었습니다.

    2_essay06402148.jpg

    입질은 역시 콩알이 빨랐습니다.
    예쁘게 솟던 찌가 달고 나온 놈은 여덟 치는 됨직한 누런 토종붕어.
    잘 생긴 녀석의 좌우로 헤집던 저항만큼
    내 대물에의 꿈도 한껏 부풀어 갔습니다.
    그리고 잔챙이 몇 마리...
    무료해질 무렵 떡밥을 메달아 놓은 찌가 급박하게 물 속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살치 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볍게 대 끝을 땡겨 봅니다.
    "어렵쇼?"
    대 끝이 세워지지가 않습니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 팔에 힘을 주어보지만
    생각보다 강한 힘이 대 끝을 물 속으로 쿡쿡 쳐 박습니다.
    불쑥 머리 속에서 친구가 날 꼬득였던
    4짜라는 단어가 맴을 돌면서 불안해 집니다,
    보통 힘으로 잡아끄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대의 탄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녀석의 머리를 돌려보려고 애쓰며
    어떻게든 수초틈새로 파고드는 것을 막기 위해 대를 쳐듭니다.
    "잡아내야 한다!"
    줄이 울고 대가 부러질 듯 한
    긴박한 줄다리기가 얼마쯤이나 계속 되었을까?
    힘의 기울기에 부담을 느꼈는지
    물 속의 녀석이 돌아서며 뛰어 올랐습니다.
    "이게 뭐야?"
    가물치였습니다.
    "제길 헐!"
    머리 속에서 4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녀석도 힘이 빠졌는지 몇 번의 실랑이 후에 저항을 포기한 체 끌려나왔습니다.
    크긴 엄청 컷습니다.
    녀석의 몸 둥이 위에 뼘을 대 보았습니다.
    세 뼘이 다 되었습니다.
    "아! 콩알 물고 나오는 철없는 가물치야,
    한 뼘이 모자라도 좋으니 네가 붕어 였었드라면 얼마나 좋았겠니!"
    쓴웃음을 짓고 맙니다,

    아기와 바람은 밤이면 잔다고 했습니다.
    고요와 어둠 속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친구와 난 4짜를 기다렸습니다.
    상념과 희망을 찌불에 끼워놓고 새벽 세시 반까지...
    그러나 참붕어 물고 아홉치 붕어 두수만 더 올라왔을 뿐,
    쏟아진다던 월척도 운 좋으면 구경할 수 있다던 4짜 붕어도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3_essay06404588.jpg


    그렇습니다.
    그것은 희망이었습니다.
    하룻밤 쪼움으로 쉽게 잡혀버리는 대물 붕어라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무지개처럼,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안타까움이
    대물을 향하는 우리 꾼 들이 물가를 찿는 이유중 하나 일거라는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돌아오는 길에 뚝 위에 서서 어두운 저수지를 바라보며
    저 속에는 "오짜붕어가 살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중얼거림이
    꾼의 희망을 말하는 것 같아
    비를 맞으며 대물을 노렸던 하룻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조행 이었습니다.


    어느해 여름의 조행일기를
    어유당(魚有堂) 올림

    소요 09-05-04 19:01
    어유당님 글 기다렸습니다

    항상 수필같은글..오늘도 잘읽고 갑니다

    더워지는날씨...안출하십시요..
    心不如心山 09-05-04 20:13
    글 잘보았습니다
    꿈과 희망은 크면 클수록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철없는 가물치덕분에 긴장좀 하셨겠습니다
    떡밥먹고 나온 가물치 정말 철없네요
    강촌사는붕어 09-05-04 21:27
    가물치가 떡밥을 먹은것이아니라 떡밥을먹을라던 치어를 가물치가 먹으려다
    걸렸다고보면 될듯합니다.

    제목이 엉뚱한 맞짱이라 궁금했는데 가물치였네요
    어우당님 글잘보고갑니다.

    항상건강하시고 다음글을 기다립니다.
    잠못자는악동 09-05-05 06:59
    물치 이녀석 떡밥을...
    붕애물고 있는 것을 이넘이 덥석한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면도날 09-05-05 10:10
    낚시는 희망이고 끝없는 바램 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 꽝을 쳐도 내일 다시 갈수 있는것 입니다.
    대찬붕어 09-05-05 10:51
    여유당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앞으로 자주오셔서 글재주없는 제게

    읽는 즐거움 이라도 좀주세요

    내내 건강하시고 낚시로 인해

    행복 하십시요
    낚시가자 09-05-05 14:30
    가물치가 난 더조은데 왜? 가물치 사진은 업나요?
    춘추낚시 09-05-06 12:49
    오랜만에 어유당님의 조행기에

    오래도록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쿠마 09-05-06 13:31
    어유당님 붕순이얼굴 죽입니다 워리는못하셨지만
    운치있게 비오는속에서낚시...
    어유당님 잘보고갑니다 언제나 안출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물로간산적 09-05-09 00:05
    어유당님

    그간의 안부가 궁금 했었는데 오랜만의 글을 대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일면식 없는 제가 안부를 여쭙기도 뭣하고 해서 마냥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덕분에 또한번 아름다운 글에 취해봅니다
    이칠 09-05-10 00:26
    붕어가 아주 참합니다.

    가물이가 어유당님께 손맛을 안겨 주었네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달랑두개 09-05-10 08:23
    이쁘다 부럽다 저는어복이없는지 ..꽝 .꽝
    좋은글그림보고갑니다..
    완붕 09-05-10 09:58
    안부 인사 드립니다...........
    어복이 09-05-10 16:16
    잘보았습니다..^^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황금붕어7 09-05-10 18:52
    조행기 잘 봤습니다~~~~
    붕어또한 잘생겼네요~~~
    잠깐바리 09-05-10 21:04
    즐감하고 갑니다.ㅎ~
    누런붕어 09-05-10 22:31
    비오는날 붕어낚시 기대가 되는여행

    아름다운 붕어 손맛은 보셧네요

    화보 잘보구갑니다 .............^^*
    김부장님 09-05-11 18:26
    가물치 손맛 죽이지요 붕어떼 깔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大物野人 09-05-13 15:49
    붕어 좋내요 안출하세요
    붕어나라헛돈 09-05-15 19:07
    좋은글 그림 잘 보고 갑니다^^
    꼬랑꾼 09-05-16 04:44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맑아 지는것 같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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