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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천상 낚시꾼이다. 너, 나한테 낚여볼 텨??

    무심코 / 2016-05-24 10:11 / Hit : 2435 본문+댓글추천 : 0

    궁민학교를 졸업하고 까까머리에 깜장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모든 것들이 새로웠고 어색했고 심쿵~~) 하고 그랬다
    조가비들과 같이 혼숙을 하는 학교라서 모든 게 촌놈 티가 났나 보다

    처음으로 아이큐 검사를 했다
    나는 99점. 우리 반에서 최고점은 반장을 맡은 홍길ㅇ의 140점.....
    녀석은 늘 수재소릴 들으며 담임선생(여성)의 이쁨을 독차지했다
    나는 독이 바짝 오른 가을 까치살모사처럼 늘 꼭지에 열이 오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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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상고에 진학했다
    얄궂은 운명인지 녀석도 대전상고에 수석입학을 했다
    여전히 녀석은 잘나갔고 여학생들 인기도 독차지했다
    난, 잘나지도.....못나지도 않은......그저 독기룰 감추고 녀석을 예의주시 하기만 했다

    알아보니 녀석은 가난했다
    지독히도 가난해서 임상옥처럼 상업으로 성공하고자 상고를 택했다고 했다
    녀석은 대상에서도 3년 내내 반장을 맡고 잘나갔다
    난 놈은 난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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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은 고려대에 차석으로 입학했고 나는 배낭메고 떠도는 길가메시가 되었다
    하루 일하면 2`~3일 유랑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다 장안사라는 작은 암자에 잠시 몸을 의탁할 때 불무도를 배웠다
    그러다 정식으로 머리깍고 먹물 옷을 입어 불제자가 되었다

    불무도를 배우는 건 힘들었어도 재미가 있었다
    불경을 배우고 암송하는 건 짜증이 낫고 졸음만 쏱아졌다

    새벽녂이면 발기찬 놈을 부여잡고 신음하며 탁탁탁을 하는 날들이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한 짐승으로 길들여지고 있었다

    스물 다섯살 되던 해....
    더는 참지 못하고 간밤에 써둔 글을 새벽에 주지스님 방문틈으로 밀어넣고 산을 내려왔다

    - 파계장 -

    주지스님.
    더는 못참겠습니다
    저잣거리로 내려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나이다
    성공하여 돌아오겟습니다
    (無心 합장 _()_)

    다시 전국을 떠돌아댕기며 때론 노숙을 하며 살아갔다
    정의감에 불타서 깡패들과 맞싸움도 수십번은 했다
    얼굴과 턱에 칼침도 맞고 그랬다
    두렵진 않았다 돌멩이도 씹어먹던 젊은 날의 혈기와 불무도만 믿었으니까....

    39살 되던 해, 대둔산 태고사.....
    고타마 오신 날이었다 태고사는 신도들로 인산인해였다
    불공을 드리고 하산할 때, 우연찮게도 녀석이 나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녀석 --> 너, 길ㅇㅇ이 아니냐?
    나 --> 어? 넌......홍ㅇㅇ??
    녀석 --> 그래, 나다. 반갑다 임마...
    나 --> 어...그래, 넌 얼굴이 그대로다
    녀석 --> ㅎㅎ그래 너도 그대로다 태고사에 다녀오는 길이냐/
    나 --> 그래 너도?

    녀석은 개독에 빠질 줄 알았는데 독실한 불자였다
    그 점은 맘에 들었다
    산 밑 벡숙집에 들어서 회포를 풀었다
    녀석은 술이 들어갈때마다 비밀 한 개씩 풀었는데 사기꾼에게 당해서 전 재산을 날렸다고 했다
    아이큐 140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부인과는 이혼하고 하나 있는 딸도 애엄마가 데리고 있다고 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날들이라고 했다
    수재소릴 들으며 똑똑했던 놈이 비루한 몰골로 소주잔만 연신 드립다 들이키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살리기로 했다
    이것도 다 인연이로다 나무관세음......_()_

    나 --> 너, 재기하고 싶냐?
    녀석 --> 별거 다해봤다 몸부림칠 정도로 말야.....머리가 수재면 뭐하냐, 빽도 없고 연줄도 없는 놈은
    이 나라에선 죽어도 안되더라
    나 --> 지/럴말고 확실히만 말해라 재기하고 싶냐? 더는 안 묻겟다
    녀석 --> 재기하고야 싶지...아니, 하고 싶다 근데......
    나 --> 됐다. 일어나라. 함께 갈곳이 있다

    나는 그 길로 녀석을 장안사에 쳐박았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던 나는 老스님께 짐 하나를 맡기곤 줄행랑쳤다
    그리곤 주말마다 녀석을 몰래 불러내서 근처 저수지에서 낚시를 가르쳤다
    그렇게 3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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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는 수재지만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소릴 들으면 욱 하는 성질이 있던 녀석은
    화기를 많이 누그러뜨리고 온화한 성품으로 변해 있었다
    불경공부도 도움이 됐지만 낚시가 녀석을 변화시킨 일등공신이었다
    난 녀석을 피리들만 득시글거리는 맹탕지에 앉아서 낚시를 하라고 했으니까...

    진정한 인내심을 베운 녀석은 고타마가 남기신 말씀들로 중무장하고 낚시로 배운 인내라는
    갑옷을 입고 자신에게 사기친 놈에게 되사기를 쳐서 빼앗긴 것들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이혼했던 부인과 다시 합치고 지금도 대전에서 중견기업인으로 잘 쳐먹고 살고 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도 살리는 낚시라는 행위는 참으로 위대하구나 !!
    그러면 나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더뇨??

    나는 여전히 방랑 김삿갓........이 아니라 방랑 길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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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낚시꾼의 기도 =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하루 왼종일 찌만 바라보게 해주세효

    부는 바람에 여자사람 분내가 맡아져도
    하루 왼종일 찌만 바라보는 망부석이게 해주세효

    식욕, 색욕, 물욕, 몽땅 버리고
    파란물처럼 맑은 의식의 세계에서 뛰노는 붕어이게 하소서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내가 늙은 붕어되어 용궁에서 유영하는 영원이게 하소서 !!

    현지인™ 16-05-24 14:35
    무싱코님 1년반여만에 월척지에 들어오니
    역시 변한게 하나도 없군요
    떠드는 사람은 항상?떠들고(칠판에 이름적어!)
    물어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내용을 물어보고
    토론하고싶은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색깔을 내비추는군요

    근데. . . 오늘 먼일 있으셨나요?
    아니면 비온다고 김치에 먹걸리? . . .
    여튼 다시오니 좋군요>_<
    첫월 16-05-24 17:35
    똥꼬는 안녕하십니까?

    언능 쾌차하십시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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