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변태의 전설 - 참혹한 발보온 실험 보고서-

    의경80기 / 2013-11-08 16:50 / Hit : 3830 본문+댓글추천 : 0

    제가 추위를 많이 탑니다.

    하루 종일 ‘쓰레빠’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직업인지라 특히 겨울엔 발이 시려 환장하지요.

    월척에서 올라온 발 보온 관련하여 어느 회원님이 올린 글을 본 다음 날,

    실험 정신이 투철한 저는 당장 실행에 옮깁니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월척 ‘사용기 강좌 팁’에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는 계획도 세웁니다.

    실험 첫 째 날

    양말 속에 신문지를 접어서 깔아봅니다.

    맨 양말 보다는 따스한 느낌이 들지만 실내가 아닌 야전에서 밤낚시에 도전할 만큼은 아니란

    결론을 내립니다.

    실험 둘 째 날

    이번엔 집사람 몰래 여성용품을 훔쳐 양말 속에 넣어 봅니다.

    신문지 보다는 효과가 더 좋은 듯합니다.

    뽀송뽀송하고 폭신한 느낌도 좋을 뿐더러

    괜시리 묘한 기분이 발바닥에서부터 다리를 타고 올라오며 후끈한 기분이 듭니다.

    다음 노지 낚시 도전 때는 양말 속에 여성용품과 신문지를 다 넣어 보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일과를 마칩니다.

    방송에서는 내일 외부에서 손님이 오시는 관계로 대청소를 실시 한다는 방송이 나옵니다.

    우선 각자 청소 구역을 정해준 다음 책임감이 투철하고 늘 솔선수범하는 저는 아이들과 바닥

    물청소를 합니다.

    그런데 넘쳐나는 힘을 제어 못하는 어떤 멍청한 청춘이

    물걸레질에 정신없는 제 발에 양동이 물을 ‘촤악’ 뿌립니다.

    순간 정적.

    당사자는 물론 모든 아이들이 얼음이 되어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추이를 지켜봅니다.

    아이들을 괴롭히던 동네 깡패들과 20대 1일로 맞짱을 뜬 ‘20대 1의 전설’ 이며 엉덩이 뿔난

    녀석들에게는 ‘귀신 잡는 킬러’ 로 소문이 자자한 저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겁니다.

    하지만

    나름 대인배이자 군 시절 사선을 넘나들며 특수임무(의경 시절 경찰서 담넘어 술사오기)를 했던 저는

    심호흡 한 번 하고나서 아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의 반전을 보여줍니다.

    “아그들아! 샘이 소싯적에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시절 얘기를 한 적 있지야?”

    임무 중 개인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뭐라 했다냐?

    그 때 이 어색한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듯이 눈치 빠른 한 녀석이 차렷 자세로 대답합니다.

    “넵! 손과 발의 동상예방에 만전을 기해야하고 발이 젖은 경우 양말을 벗어 말리고 발의 습기

    를 신속히 제거해야한다 그러셨습니다.”

    “넌 수업 중에 졸지는 않았구나잉, 이럴 때는 재빨리 양말을 벗어 물을 짠 후 마른 수건으로

    발의 물기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동상예방의 관건이 되는거다잉. 알겄냐?

    그러면서 저는 의연하게 의자에 앉아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양말을 벗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온 동네 청소 농땡이

    꾼들이 심심하던 차에 좋은 구경거리 생겼다고 여자애들 남자애들 삼삼오오 모여 저의 대단치

    도 않은 양말짜기 시범을 보려고 창가에 까치발을 들고 구경하느라 난리가 납니다.

    저는 수많은 어린양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뽀다구가 나야 관용과 용서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며 또 하나의 전설이 되는 겁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물에 젖은 양말 짜는 모습도 멋지게 보여야 하는 겁니다.

    먼저 왼쪽!

    발을 천천히 들어 오른 쪽 허벅지에 올린 후 양말을 벗는 순간.

    무언가 하얀 걸레 같은 것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집니다.

    그 때서야 이 전설에게 무언가 치명적이고 쪽 팔리는 상황이 다가 온 것임을 직감 합니다만

    딱히 어린양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고 귓불부터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물에 젖은 그놈은 누가 보더라도 난 바로 그겁니다 하고 멋지게 바닥에

    철썩 소리를 내며 양학선처럼 양팔을 벌리고 난이도 10점의 착지에 성공 한 거지요.

    먼저 창가에 구경하던 어린양들이 저게 뭐야? 하며 웅성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꺄악 소리를 지르는 놈,

    손가락으로 눈만 가리는 시늉을 하며 덩달아 소리를 지르는 놈,

    볼 풍선을 한 채 입을 틀어막고 이 상황을 다른 반에 고자질하러 가는 놈,

    영문도 모르는 채 새로 구경 오는 놈,

    서로 사태를 파악하겠다고 밀치다가 넘어지는 놈,

    등등으로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기대와, 실험 결과를 월척 회원님들에게 공개해보겠다던

    야심찬 계획은 참으로 엉뚱하고 민망하고 참혹한 결과를 낳고야 말았네요.

    전설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든 겁니다.

    퇴근 하려니 흙비 내려 뿌연 제차 앞면 유리창에 먼지 낙서로 선명하게 이렇게 쓰여져 있더군요.

    ‘변태의 전설’

    실험의 교훈 : 물건은 원래의 용도대로만 사용하자. ㅠㅠ

    ㈜꿀갈비 13-11-08 16:57
    변태~~
    아산붕어 13-11-08 17:03
    ㅋㅋㅋ
    붕어와춤을 13-11-08 17:06
    79기 까지는 전통 있었는데 ㅎㅎ

    여튼 재미나게 보고 갑니다. 푸하하하하

    80기부터 전설로 불러드립죠
    새벽출조 13-11-08 17:07
    글 잘보고 갑니다

    잼있습니더

    근데 울집에는 길쭉하고 동그란개 실같은것도 달려 있던데..그걸로는..
    미소짓다™ 13-11-08 17:20
    출소님 그거 다이나마이트 입니다
    거기 끝에 실이 도화선이니...

    화기엄금하세요
    晝주茶다夜야娑싸 13-11-08 17:21
    생활의 지혜...

    물을 흠뻑 빨아들인 거시기를, 냉동실에 얼려서 아이스팩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풀소리바람소리 13-11-08 17:27
    ㅎㅎ 기막힌 레전드로 거듭나신걸 축하드림돠~
    소요 13-11-08 17:31
    ㅋㅋㅋ 아 방심하는 순간 터졌습니다

    덕분에 오후에 실컷 웃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피터™ 13-11-08 17:37
    어머머~ 옵빠! @@"
    風流 13-11-08 19:08
    커피 뿜엇습니다~~하하
    달랑무™ 13-11-08 19:40
    이곳 자게판에도 전설의 변태가 있습니다..

    언제 진검승부 기대합니다ㅎㅎㅎ
    새벽출조 13-11-08 21:02
    무시도 있습니다
    읍어요 13-11-08 22:26
    ㅎㅎ 그냥 웃지요
    ㅎㅎㅎ
    키큰붕어 13-11-08 22:39
    ㅋㅋ...웃습니다...ㅋㅎㅋㅎ...
    의경80기 13-11-08 23:37
    현재 어린양들이 각 종 sns를 통하여 제가 왜 발바닥에 여성용품을 붙이고 나니는지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놓고 '변태의 전설' 이란 대화방까지 만들어 분석에 열심이란 얘기를 반장이 고자질 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떻게 들었는지 졸업한 놈들이 쌤 취향이 변한거냐는 등의 질문을 해대며 카톡질을 해대는지라 핸폰도 꺼두었습니다. 이 파장 정도면 내일 쯤은 현직교사가 페티시즘 도착증세 어쩌구하는 기사가 네이버에 뜰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월척 회원님들만이 저의 오명을 벗겨주실 수 있겠지요. 저는 이순간 하나님보다 월척교를 더 믿사옵니다. 그런데 내일 아침 혹시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오면 정장을 해야 할까요?
    붕어와춤을 13-11-09 03:33
    낚시복으로 갈이입어시옵소서



    2024 Mobile Wolch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