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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어있는 福을 찾습니다."~~

    아부지와함께 / 2013-02-20 13:19 / Hit : 1399 본문+댓글추천 : 0

    가끔 출퇴근 길에 네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봅니다.
    ~~~~~~ "치매 노인을 찾습니다. "~~~~~~


    1. 총각, 우리 딸 예쁜데...

    십여 년 전, 장사할 때의 일입니다.
    가게 문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목걸이 명찰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순간 치매 노인이라 직감했습니다.
    "할매, 집이 어디라예?"
    "조짜 조다. 요서 가깝다."
    사는 동네도 모르시는 것 같아 일단 가게로 모시고,
    목에 걸린 전화번호로 연락을 드리니 어디 못 가시게 붙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배고프다 하시길래 옆집 분식점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시켜 드렸더니
    청산유수처럼 말문을 여십니다.
    "총각, 우리 딸 예쁜데 소개시켜 주까?"
    ( 마흔 중반의 머리 희끗희끗한 저에게 총각이라니요? )
    그러면서 딸 자랑과 함께 별별 이야기를 하십니다.

    얼마후 허겁지겁 달려온 딸과 사위로 보이는 택시기사,
    "아이고, 엄마는 집에 있으라카이 와 또 나와가지고..."
    그리고는 죄지은 사람처럼 도망치듯 할매를 모시고 갔습니다.

    인사치레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하는
    것이 도리인데…. 하면서도 한두 번 겪었을 일이 아니었을 것이고, 일하다 말고
    정신없이 찾으러 왔을 것을 생각해 보니 그 아픔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2.친구야, 마누라 업고 댕기라!

    친구 根이의 아버님께서는 근 7년을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당신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애씀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특히 친구의 아내는 시어른 수발을 눈물을 삼키며 참아냈습니다.
    어떨 때는 며느리도 몰라보고, 방금 식사하셨는데 밥 안 준다고 보채시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언제 사라지시는지 시장도 제대로 못 가고,
    용변도 제대로 가리시지 못하는 시어른의 수발을 묵묵히 감내하였습니다.

    가끔 두 부부 만나 얘기하면 친구 아내는 복받친 울음만 울었지요.
    얼마나 힘 들었을까? 얼마나 참고 견디었을까?

    "친구야, 니는 마누라 업고 댕기야 한데이,
    다른 여자 같았으면 벌써 도망갔데이"


    3. 착한 친구를 왜 그리 빨리 데려가시는지...

    저에게 하루의 소중한 선물을 주고 떠난 東이는 치매에 걸리신 장모님을 모셨지요.
    딸 부자인 처가에서 형제와 사위들은 장모님 모시기를 꺼렸으나
    東이는 자기 어머님 모시듯 정성을 다하여 모셨습니다.
    가끔 딸은 잘 몰라 하나 사위는 곧잘 알아보며 東이의 말을 제일 잘 들었지요.
    부부가 장사하면서 교대로 모셨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 만나 얘기하면 짜증은 커녕 웃으면서 얘기를 들려줍니다.
    "자꾸 보채면 쫌 머라 칸다. 그라먼 내보고 아저씨 밉다 칸데이, 허~허..."

    그러던 東이가 암에 걸리자 더 이상 모실 수 없어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자식도 마다하는 치매든 장모님을 모신 착한 친구였는데,
    그런 착한 친구를 왜 그리 일찍 데려갔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더군요.


    4. 숨어있는 福을 찾아주세요.

    두 친구는 법이 없이도 살만큼 정직하게 살아왔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착한 녀석들인데, 하는 일들이 왜 그리 풀리지 않고 시련들이 앞을 가로막는지...
    깨끗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福이 넘쳐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네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이야 겪을 수 있다지만,
    풍족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인 압박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저 하늘에 제 마음의 현수막을 걸어봅니다.

    ~~~~~~"숨어 있는 복을 찾습니다."~~~~~~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을 주세요!"

    그림자™ 13-02-20 14:15
    의미있는 글...
    잘보았습니다..

    그렇게 착하디착한분들은 하늘에서 잘살고 계실겁니다.!
    달랑무™ 13-02-20 14:19
    아~~~숨어있다 걸맀네..

    제가 울 집에선 '복땡이'입니다~^^
    소풍 13-02-20 14:35
    작년 대구에서 친구를 교통 사고로 보냈습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착하디 착한 녀석.

    부모님 한분은 암, 한분은 치매..
    마눌, 그리고 중학교 갓 들어 가는 아들 둘 남겨 두고..

    친구 보내고 돌아 오는 내내 이 생각 했습니다.

    "어디 좀 뚝 떨어지는 복 이라도 없냐고.."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물☆참붕어 13-02-20 17:22
    6년동안 병마와 씨름하시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어린시절에 보고 자라서
    힘든거 이해합니다
    주변분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큰힘이 됩니다
    항상 좋은말씀 감사드려요....현우아부지........
    정원 13-02-20 18:07
    읽을수록 마음 절절하게
    아파오지만....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더 잘해드려야 겠습니다!!
    정근1 13-02-20 23:08
    인과는 역연하다 하였으니,

    다음생엔 그 친구분들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아부지와함께 13-02-21 08:53
    ♥ 그림자님
    ♥ 달랑무님
    ♥ 소풍님
    ♥ 대물참붕어님
    ♥ 정원님
    ♥ 정근님
    ♥ 다녀가신 모든 분

    님들께도 그 福이 주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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