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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오늘…

    아부지와함께 / 2013-02-18 00:11 / Hit : 1751 본문+댓글추천 : 0

    오늘은 한 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용돈 받는 날.
    오늘이 더욱더 기다려진 까닭은 수학여행 준비로 용돈을
    좀 더 넉넉히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3만원. 참고서 사랴, 학용품 사랴.
    정말 3만원 가지고 무얼 하라는 건지. 그리고 또 모레가 수학여행인데.
    나는 용돈을 적게 주는 엄마에게 화풀이하고 집을 나섰다.

    수학여행인데... 평소에 쓰던 가방 가져가기도 민망하고...
    신발도 새로 사고 싶었는데...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교실에 도착했다. 내 속을 긁기라도 하듯 내 짝꿍이 용돈 넉넉히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나 오늘 수학여행 때 가져갈 거 사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

    한창 신 나게 아이쇼핑을 즐기고 있을 때 마침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괜히 화가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30분 후 다시 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핸드폰을 꺼버리고 베터리까지 빼버렸다.
    그리고 신 나게 돌아다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괜히 화를 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신발도 그렇게 낡은 것은 아니었고
    가방은 옆집 언니에게서 빌릴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지…’

    집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참! 엄마가 오늘 일 나가는 날이었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관대로 텔레비전을 켰다.

    드라마가 나와야 할 시간에 뉴스가 나왔다.
    뉴스 속보였다.
    이게 웬일인가.
    내가 자주 타는 대구 지하철에 불이 난 것이다.
    어떤 남자가 지하철에 불을 냈다.
    순식간에 불이 붙어 많은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엄마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텔레비전에서는
    지하철 참사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만 이어지고 있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리고, 꺼버렸던 핸드폰을 다시 켰다.

    문자 다섯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도 두통이나 있었다.
    엄마가 보낸 첫 번째 문자를 열었다.

    "용돈 넉넉히 못 줘서 미안해. 쇼핑센터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중이야.
    신발하고 가방 샀어."
    나는 첫 번째 문자를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두 번째 문자를 열었다.

    "미안하다. 가방이랑 신발 못 전하겠어. 돈까스도 해주려고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한다..."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어머니를 잃은 어느 소녀의 이야기 (용돈 받는 날)


    그날 통화 한 내용과 문자...

    오빠..
    오빠...
    오빠..
    사랑해...
    (결혼 1년된 신혼부부의 통화내용)

    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30대 남자의 마지막 전화)

    불이 났는데 문이 안열려요..
    숨을 못쉬겠어요..
    여보사랑해. 우리애들 보고싶어..
    (김인옥씨가 남편 이홍원씨에게)

    엄마! 지하철 불이났어! 나 어떻해..
    영아! 정신 차려야돼!
    엄마 숨을 못쉬겠어..
    영아..영아..
    숨이차서 전화를 못하겠어 엄마...
    영아..제발 엄마 얼굴을 떠올려봐.
    엄마. 사랑해..
    (전화가 끊겼다.)

    오빠없어도밥꼬박꼬
    박챙겨먹고 부모님
    말씀 잘듣고...알겠냐
    ㅋㅋㅋ 그리고 기다리
    지마 나안간다
    2003.02.18. 10.40AM
    김XX

    -여보 내가당신을 만난거 단한번도 후회해본적없어요 사랑해요
    -아빠 지하철에서 불이났는데 나갈수가없어요
    -나지켜준다며 얼릉와 자기야 너무힘들어
    -엄마 너무뜨거워 나어떻게
    -엄마 미안해 더버틸수없을거같다
    -여보 사랑해 하늘에서 지켜볼께
    -사랑해 우리아들 엄마가 미안해
    -공부열심히 하고 착하게 커야해 아빠가미안해
    -불길이 점점커지고있어 나죽고싶지않아 제발 나좀구해줘
    -조금만 더살고 싶은데 그럴수없을거같아
    -오늘아침에 화내고 나와서 미안해 진심이아니었어 자기야 사랑해 영원히
    -사랑해요 엄마 정말 이말 하고싶었어요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슬픔에 잠기게 한 대구 지하철 참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희생된 분들의 명복과 가족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쌍마™ 13-02-18 00:21
    그시간 구사일생을 보낸 사람입니다.....

    반월당 웨딩샾에 바로 전 전철을 타고

    결혼 앨범 찿으러 가는 길이였네요

    9분늦게 승차했다면 저두 있었지요
    꼬앙 13-02-18 00:31
    아이구나!! 정말 현실 속의 내용들이기에 더 마음을 아려 오게 하네요..

    메스컴에서만 전해들은 내용을 다시금 되새김질 하니 정말 마음이 아려 오네요..
    정근1 13-02-18 00:3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형 13-02-18 00:39
    오늘 TV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참사의 소식을 일깨워주더군요.

    당시 TV화면에서 보이던 그 참상...


    오늘 남은 가족들의 눈물을 보니 안타갑더라구요.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ponza 13-02-18 02:42
    가슴 아픈 사건이었네요
    그 당시 일시 귀국해서 얼마안되서 일어난 걸로 기억됩니다
    두번다신 있어나선 아니되겠죠

    고인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
    시장붕어 13-02-18 05:36
    안타까운 일이었죠
    당시에 제 군대선임 아시는분도 해당되셔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일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달랑무™ 13-02-18 07:44
    에효..ㅜ
    이박사2 13-02-18 08:13
    오늘이었군요.
    그림자™ 13-02-18 08:40
    그날을 잊어버리면 안되죠!

    막상 나의아픔이 아니지만,
    한다리건너면 모든이의 아픔들...

    그날의교훈,아픔,슬픔들...

    다시한번,삼가고인들의 명복을빕니다▶◀
    소풍 13-02-18 09:48
    슬퍼내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36세손 13-02-18 10:05
    벌써 십년이나 되었군요.
    많은 사람들이
    생이별을 해야 했던 그 아수라장....

    그닥 길지 않은 삶,
    누구에게라도
    섭섭하지 않은 마무리를 해야겠어요.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비맞은대나무2 13-02-18 10:37
    살면서 절대 일어나야 하지 말아야할

    사건이라 생각입니다
    대물☆참붕어 13-02-18 14:05
    제주변에는 연관되신분들이 다행이 없습니다
    하지만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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