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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 글입니다

    붕어는내친구 / 2012-03-08 07:53 / Hit : 1393 본문+댓글추천 : 0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달랑무 12-03-08 07:59
    아놔~~~아침부터 찌~~~ㅇ 하게...

    따뜻한 마음 쓰심에 감동먹고 출근합니다!!!!!
    알렉산더 12-03-08 08:03
    아~~~놔~~~
    아침부터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요

    무심코 읽었다가 감동묵고
    그냥 갈 수 없어 한글자 남깁니다

    정말 좋은 일 하셨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전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묵호사랑 12-03-08 08:04
    감동이네요... 이런분들이 많아야할텐데....
    남평 12-03-08 08:06
    아~
    뭐러고 표현을 해야하나요~~~
    정말로 짠한 ~~~
    좋은대~~~
    진짜 좋은대~~~~
    뭐러 표현할 어휘가 생각이 안나네여~~~~ 뭉클~~~~~
    잠깐만 12-03-08 08:25
    오늘 아침 안먹고 출근했는데...
    이글 읽고 나니 배 안고프네요
    배부릅니다 ㅎㅎ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4짜혹부리 12-03-08 08:29
    어우~~진짜 글 읽는 내내 슬쩍 눈물이 고이네요..

    아 어쩜 부부 내외가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고우신지..

    감동 * 10000000000000000배 받고 갑니다.

    정말 잘 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알차게 보내게 될것 같습니다.
    ponza 12-03-08 08:49


    왠지

    오늘은 너무 행복한 날인것 같습니다 ^&^
    이화골붕어 12-03-08 08:49
    지난번 한번 올랏던 글인데 다시 읽어도
    감동과 짠한 마음이.....
    우리 회원님들 중에도 정말 어려우신 분들이 많죠...모두 힘내시길~~^__^
    무뉘만조사 12-03-08 08:56
    왠지 오늘하루는 하루온종일 기분이 좋을것 같습니다.

    가슴이 짠하네요.

    붕어는 내친구님 짱!
    전북김제꾼 12-03-08 09:09
    아침부터 , 감동입니다

    훈훈합니다.

    오늘하루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붕애성아 12-03-08 09:23
    오늘은 아주 좋은 일만 있을꺼 같습니다.

    감동입니다.

    감동~

    근데?

    왜?

    코끝이 시큰거리지?
    뽀대나는붕어 12-03-08 09:30
    아~짠하네요...!!!
    왼지모르게 가슴뿌듯하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찡~합니다

    행복한하루 되세요 ^__^
    금호강 12-03-08 09:30
    딸래미 둘 키우는 저는
    더욱 가슴에 와 닿네요.

    참으로 아름다우신 부부입니다.

    저... 감동먹었습니다.
    붕어와춤을 12-03-08 09:46
    아 감동입니다.

    사실 저도 칠곡 살거덩요 ㅎㅎ

    세상 아런맘을 가진분들만 산다면~~~~~~~~~~~살맛나겠죠
    촌붕애 12-03-08 10:20
    마음이 짠 하네요.

    힘들다 해도 아직은 우리곁에 가슴이 따뜻한 많은 분들이 계시네요.

    열심히 삽시다.
    맥스웰 12-03-08 10:50
    눈에 물고이네요 제가다 고맙네요....복받으실겁니다
    야월백수 12-03-08 17:32
    복 많이받으세요

    자격이있는 두분이시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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