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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유행가에 "사노라면 "구절이 있더이다 ..

    은둔자2 / 2010-07-25 02:46 / Hit : 3707 본문+댓글추천 : 0

    방학 인데도 제대로 쉬지못하고 학교에 가있던 아들녀석이 집에 왔습니다
    커다란 방한화를 선물이라며 내놓길레 애초 몰랐던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좋아라 해줬습니다
    이미 녀석의 계획을 알고있었음에도 뿌듯한 마음이 가슴속에 가득찹니다
    내자식이지만 참 잘 컷다 싶습니다
    좀 유하다 싶어 불만도 없지 않았지만 연세드신 어른들 만나뵙고 돌아설때
    녀석의 이벤트는 언제나 꼭 안아주기 입니다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보는 부모인데도 같이 소파에 앉아 텔리비젼을 보다가도
    일부러 아빠팔을 끌어 베고 눕는 참 정많은 아이 ...

    저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늘 부모와는 멀리 떨어지려했고 어린시절도 스스로 험한 길만 택해 걸어왔다 싶습니다
    너무 일찍 부모곁을 떠나왔으니 그덕분에 그또래 아이들이면 응당 갖을만한 응석한번 부리질 못했습니다
    내아들이 분명한 녀석의 따뜻함이 .그발랄함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렇게 바르게 커준 아이가 내 아이여서 . 그리고 저아이가 밝게 커나갈수 있도록 부모역활을 할수있어서
    되려 고맙습니다

    살다보면 내뜻.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내삶에 관여되어지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모 .형제 ...
    다행히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면 더할나위 없지만 부모 형제라도 꼭 좋은 관계만 있는건 아닙니다
    서로 가를수 없는 연이기에 바르지 않으면 업이 되어 어린나무가 꺽여자라듯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들 멀쩡한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지만 한꺼풀 벗은채 얘기해보면
    상처 한가지쯤 감추지 않은 사람 드뭅니다
    무슨 연유로든 늘 살가워야할 내부모와 반목하고 형제와 이산하고
    그무게로 늘 스스로를 괴롭히며 사는 짐작보다 많은 사람들 ..
    고백컨데 제게도 그중 하나정도의 사연은 있었답니다
    그 멍애로 늘 자학하며 살아오기도 .사람들을 외면하며 살아오기도 했었답니다
    좀더 크게 나를 펼칠수 있었던것을 늘 스스로 꺽어버리며 말입니다
    마침내 마흔을 넘겨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
    전 이렇게 표현합니다
    화해하고 용서하고 보듬어 마침내 응어리를 풀어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랍니다
    이제 겨우 안사실 ...내가 그리 살지 않아도 됐을것을
    내가 그리 아파하지 않아도 그만이었을것을 ...
    마흔이 넘은 지금껏 내 어깨를 짓누르던 화두는 내주변이 아닌 바로 나였던것
    겨우 그것을 알았을 뿐이지만 마음은 이제 편안해졌습니다

    아직 젊은 후배님들
    혹 어깨위에 평생을 얹고 살아야 할 무엇이 있는지요
    그 무거운 짐이 부모이든 형제이든 가만 내려놔 보십시요
    그리 놔버려도 아무것도 누구도 변해지진 않지만 적어도 그 놔버림으로 후배님이 펼칠 세상이 커질겁니다
    있는대로 인정하고 생긴대로 받아들이고 털어내야 비로소 가벼워집니다

    나쁜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랍니다
    젊은날 미숙한 탓에 사람에게 다치고 있는걸 내어준 덕에 배반을 안았더래도
    그실패가 훗날 고마울 때가 있는법입니다
    내게 남과 다른 상처가 자라고 살아온 동안 멍애였을지라도
    남에게 없는 멍애덕에 남보다 훨씬 강해졌다면 그멍애가 나쁜것만은 아니랍니다

    10여년전 다 내어줬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강한 모습으로 ..
    가끔은 진정으로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진저리 치게 겪게 해준 그였지만 그가 나를 배반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겁니다

    사노라면 ..
    미움도 별거 아니랍니다
    내 마음이 가볍도록 노력하면 말입니다
    비온다싶어 밤열두시에 물가에 나가 앉았다 돌아와서 글을 쓰고있습니다
    수로를 타고 빗물이 몰려 내려가면 상류 육초자리에 붕어들까싶어 갔더니 일곱치 한마리 나왔답니다
    마릿수 볼욕심에 비맞으며 청승떨다 돌아와 잠이 오질않으니 쓸데없는 넋두리를 해봅니다
    자다 소변마려 일어난 아들녀석이 똥강아지 문대듯 얼굴에 부비고 안고 뽀뽀하고 갑니다
    아빠 잘자요 ....
    내새끼 지만 저리 살갑게 굴줄아는 녀석이 참 좋습니다

    이제 담배한대 피우고 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낚시가려고 지렁이를 네통이나 사두고 참붕어망도 넣어뒀답니다
    그래봐야 낮 뜨거운 햇볕에 쫒겨 들어오겠지만요
    안녕히 주무십시요 ...

    붕어와춤을 10-07-25 06:01
    반가버요 은둔자님!

    부모 자식 관계 참 어렵고도 쉬운 사이죠.

    든든한 아드님 두셔 행복하시겠습니다. 저희 집안은 사대부집안이라 이런 살가움은 없습니다.

    거리가 좀 있는 관계죠.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여튼 화목한 가정 이루십시오.

    아버지 보내고 생각해 봅니다. 내자식이 내 떠날때 어떤 생각을 하려나~~~~~~~~~~~~~하구요
    권형 10-07-25 07:50
    통상(?) 딸들은 아빠와 친하다하고

    아들들은 엄마와 친하다는것이 정설(?)인줄 알았는데

    "은둔자"님의 부자는 부러울 정도로 살갑게 지내시는군요...

    저도 두놈들이 있지만 선친께 "말없는이 점잖은것이 미덕"이다 라고 듣고 배운 탓인지

    어려서부터 멀찍이(?)서 바라볼뿐 그다지 살갑게...글쎄요?? 기억이...

    젊으신 월님들 "은둔자"님같이 스킨쉽을 하며 자녀들과 친해지십시요.
    송애 10-07-25 07:55
    내려놓으라고 내려놓아집니까.?
    세월이 말하는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물가 나들이 하시면 이쁜 붕어 찌맛 항거석 보고 오이소오~~~~
    못안에달 10-07-26 11:18
    아~~~~~~~~~~~

    어려워...어려워...

    아직 어려서 인가...

    은둔자님...행복하십시요....
    또철이아빠 10-07-26 13:40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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