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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하는 미늘(유혹)7

    입질!기다림. / 2002-12-30 20:10 / Hit : 4628 본문+댓글추천 : 0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하여,
    월척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집안 두루 편안하시며,
    만사 형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입질!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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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내 동물적 본능에 의한 챔질의 순간을 벗어날 수가 없다.
     묵직하게 걸린 느낌이 대를 타고 뇌에 전달되고 있었다.
     어이쿠 이놈이 방향을 돌린다.
     세운 대를 움켜잡고 제압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내가 이기는 방법은 무조건 이놈이 하늘을 보게 해야 한다.
     대를 세우고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이놈의 강렬한 저항이 구름 낀 하늘을 몇 번 보더니 앙탈의 힘이 약해져 오는걸 느끼고 있었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구름 낀 컴컴한 어둠 속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마에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뜰채를 들고 머리 부분부터 넣으면서 낚싯대를 100도 각도로 뒤로 넘기니 초릿대는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이놈은 뜰채 속에서도 요동을 치고 있었지만 벌써 세상구경을 하고 있었다.
     낚싯대를 옆으로 뉘이고 타월로 붕어의 눈을 가린 채 바늘을 빼고 있는데 랜턴 불빛이 수면과 내 앞을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밝은 초점이 뜰채 쪽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얼굴에 직접 닿지 않은 빛이지만 어둠 속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뒤돌아보니, 낮에 잉어를 구입한다던 그 여자였다.
     어둠 속에서 먼저 말을 붙여 왔다.
     "안녕하세요?"
     "예."
     대답을 하면서 돌아보니 어둠 속에 나타난 여자의 손에는 작은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바늘을 뺀 붕어를 나무막대기 자에 맞추어 보니 40㎝에 굵게 그어진 눈금보다는 4∼5㎝ 작은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수면 위에 조용히 놓아주었다.
     불빛 아래 수면이 일렁거리면서 꼬리로 물을 튀기고는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직 천수를 다할 때는 아니다. 가거라. 너의 열린 세상으로......"
     "아니, 어두운 밤에 웬일이세요?"
     "낮에는 너무 미안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의 내용은 짐작하면서도 묻지를 않았다.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예."
     몇 번의 입질에 커피를 태워 마실 시간은 벌써 지나 있었지만 저녁이라는 요식행위는 마쳤다는 생각 때문에 시장끼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낮에 그렇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하늘은 시커먼 구름 덩어리로 가득했다.
     "그게 무엇입니까?"
     나의 물음에 여자는 투명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저녁 식사가 변변치 않을 것 같아 야참을 좀 만들어 왔어요."
     빗방울은 후드득거리며 굵어지고 밤에는 소나기가 쏟아질 모양이다.
     "비가 오는데 텐트 속으로 조금 피하세요."
    말을 하고 난 뒤, 낚싯대를 걷어 올려 바늘을 뒷꽂이에 걸쳐놓고 수면에 손을 담가 씻었다.
     여자는 내가 하는 동작을 지켜보면서, 비를 맞으며 랜턴 불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어깨에 걸친 타월로 손을 닦으며 언덕 위로 올라갔다.
     "어두운 밤에 혼자 오셨어요?"
     아무 말이 없었다.
     텐트 앞에 신발을 벗고 내가 먼저 들어갈 동안 여자는 빗방울 아래 밖에 서 있었다.
     텐트 천장 위에 배터리로 불을 밝히는 꼬마전등의 스위치를 눌렀다. 보자기를 먼저 텐트 속으로 넣고 난 뒤, 여자는 텐트 입구에 앉아 있었다.
     텐트 바닥은 스티로폼을 두껍게 깔아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였고, 지붕은 여름철이라 이중 방수막을 쳐 두고 있었다.
     빗방울이 텐트의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4∼5인용 텐트이기 때문에 공간이 그리 협소하지는 않았다.
     꼬마전등의 낮은 촉광으로 실내는 안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그녀는 텐트 입구에서 보자기를 풀고 있었다.
     찬합에는 유부밥과 복숭아, 소주 두 병과 장조림이 들어 있었다.
     소형 아이스박스가 식탁을 대용하고, 그녀가 차린 밥상은 오랜만에 타인이 차려서 받아보는 진수성찬이었고, 손꼽아 기다리다가 소풍 온 아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같이 좀 드시지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유부밥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말을 건넸다.  저녁을 먹고 왔다는 대답을 한 그녀는 종이컵에다가 소주를 따르고 있었다.
     컴컴한 텐트 속에서 두 사람은 아주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연인 같은 기분이 되었으며, 떨어지는 빗방울과 산 속의 텐트에서 같이 마시는 소주의 취기에서 묘한 동질성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
     "잉어로 약재를 만들었습니까?"
     망설이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미소를 짓다가 쿡쿡 웃음을 웃었다.
     "왜요?"
     "선생님이 주신 잉어를 들고 가다가 아버님 병환이 노환이고 꼭 그 약재를 사용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물에 풀어 주었습니다. 그게 꼭 사람을 기만했다는 생각에 사과를 할 겸......"
     "아하, 그랬군요?"
     "부군께서 같이 안 오시고?"
     "저녁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갔습니다. ㅇㅇ공항까지 태워다 주고......"
     산 속 저수지의 컴컴한 텐트 속에 남녀 둘이서 몇 잔의 소주가 들어가자 약간의 취기가 스멀거리며 위장의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먹다 남은 유부밥과 복숭아를 텐트 옆으로 치우고 달랑 소주병과 장조림만 놓고 식탁을 술상으로 변화시켰다.
     그녀는 나의 빈 잔에 다시금 소주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의 빈 잔에 다시 내가 술을 채우기 위해 고개를 내밀고 보니 아직 바닥에 약간 남은 것 같아 다시 술병을 놓는데, 그녀는 남은 잔을 들어 비우고 난 뒤 빈 잔을 내 앞으로 들어 보였다.
     벌써 소주는 한 병을 마시고 남은 한 병의 뚜껑을 따고 난 뒤 그녀의 잔에다 반쯤 채웠다.
     그녀의 목에 걸린 목걸이와 종이컵을 쥐고 있는 손가락에는 반지가 어둠 속에서 유혹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탈퇴한회원 02-12-31 01:13
    흐미~~~
    난 몰러~~
    낚쑤가 무서버지기 시작했시유~~~^^;;
    근데 입질!기다림님. 2편은 언제 방송하남요??^^
    한때 딴따라 02-12-31 11:42
    입질 기다림님!
    오랫만에 글 올려주셨네요.
    다가올 계미년에는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자주 뵙고 싶은 맘에,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십사 욕심 부려봅니다.
    애간장 태우게 하지 말고 빨리 뒷글 올려 주세요..^^
    입질!기다림. 02-12-31 11:55
    다사다난했던 임오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망태기님! 한때 딴따라님!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하여 항상 건강하시고
    집안 두루 편안하시며, 다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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