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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시리즈(소복한 귀신을 잡아라 2부)

    안동어뱅이 / 2002-08-14 09:55 / Hit : 4762 본문+댓글추천 : 0

    흰 소복은 초소 앞에 오더니 내가 있는 것을 아는지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며 노려보는데 달빛을 등진 산발한 여인의 모습에 나는 그만 고함 한번 지르지 못하고 기절을 하고 말았다.

    누군가 흔드는 소리에 눈을 뜨니 어둠 속에는 교대 나온 병사의 얼굴이 보였다. "귀... 귀신이" 한마디 신음을 하고는 또 기절을 하였다. 그 병사가 나를 업고 부대로 돌아왔다. 소대장과 내무반장이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넋빠진 나를 붙잡고 묻기에 사실대로 이야기를 더덤드덤 했더니, 소대장은 내 머리를 만져보고는, "뭘 잘못 먹었어?' 하고는 돌아가고, 내무반장은 고개를 기웃거리면서 심각하게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그 날 나는 환자 마냥 내무반에 누워 있었다.

    문제는 그 날 밤에 일어났다. 그 초소에서 그 시간에 보초를 서던 초병이 똑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장난이 아님을 인식한 중대장이 회의를 소집하고 그 결과 다음날은 소대장과 내무반장이 같이 보초를 서도록 하였다.
    소대장은 권총을 차고, 내무반장은 소총을 들고 그 초소에서 보초를 서게 되었다. 물론 총알을 장전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자정이 지나고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 소복을 입은 귀신이 나타나서는 초소를 향해 괴이한 웃음을 웃고는 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소대장과 김병장은 초소를 나와서 가만히 귀신을 뒤쫓아갔다. 귀신은 얼마간 산 속을 가더니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부근에는 주인 없는 무덤이 많이 있다. 주인들이 찾아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귀신은 무언가를 꺼내서 쿵쿵 자르더니 달빛에 비쳐보고는 치마 속에 감추고 숲 속 길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계속 귀신을 뒤따랐다.
    한시간의 가량 숲 속을 헤매던 귀신은 마을로 들어가더니 어떤 폐 가옥으로 들어가서 대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집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고 대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가 발로 대문을 차고 하니 안에서 아리따운 여자목소리가, "누구세요?"하고 물었다. 대문을 열라고 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대문을 열고 나온 여인은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30대 후반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두 사람이 군화를 신은 채 방안을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막무가내로 여인을 끌고 부대로 돌아와 여인은 심문했다. 여인은 서울에 사는데 최근에 몸이 아파 요양 차 와서 빈집을 수리해서 산다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서울로 간다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서 간첩이 아니라고 항변을 하는 여인을 두고 무어라 할말이 없다. 또 그 초소 앞으로는 민간인 다닐 수 없으니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하니 어찌하는 수가 없다.

    중대장은 오분대기조를 데리고 여인을 앞세워 그 집으로 갔다. 집안을 샅샅이 뒤졌건만 간단한 살림도구와 몇 가지 옷이 있을 뿐 이상한 것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부엌에는 취사를 한 흔적이 있고 한 쪽에는 낙엽 등 불소시게가 있었는데, 소대장이 그 속에서 사람의 무릎 뼈 두 개를 찾아냈다.
    여인은 울음 터트리며 자백을 했다.
    남편이 원양어선을 탔는데 그만 매독에 걸려 아무리 치료를 해도 되지 않고 죽게 되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오래된 무덤에서 사람의 뼈를 구해서 불에 태워 먹으면 낫는다는 것이고, 주인 없는 무덤이 전방에 많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는 것이다. 두 개면 충분하니 오늘은 서울로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대장이 헌병대로 보고를 하고 지서로 통보를 했지만 처벌 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묘지를 훼손하면 묘지주인이 고소를 해야만 처벌이 가능한데 주인 없는 묘지이고, 고소인이 없으면 경범죄에 해당하고 절차가 복잡하니 그냥 보내주라는 것이다.

    사실 묘지를 훼손하고 민통선 부근을 들어 온 것이 잘못이지만, 남편을 살리기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노력한 여자의 마음이 열녀라 할만하다 하여 그냥 보내 주었다.
    중대장은 사단 화장터에 부탁을 해서 인골을 잘 태우고 분쇄기에 넣어 분말을 만들어 항아리에 넣어서 여인에게 주었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면서 돌아갔지만 그녀의 남편이 인골을 먹고 병이 나았는지는 모른다.
    지금의 의학이 발달하고 606호도 나왔으니 그런 여인이 없을 것이다. END




    붕어사랑 02-08-14 10:07
    휴~진짜 귀신인줄 알았네요. 재미난걸 다음에 또 부탁 합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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