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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서 2

    ™피터 / 2018-05-23 14:42 / Hit : 4856 본문+댓글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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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치를 하다 거울을 보던 사내가 멈칫 칫솔질을 멈추지.
    거울 속에 서 있는 아버지를 보았기 때문이지.
    사내가 칫솔을 입에 문 채 눈을 껌벅거리지.
    서늘한, 혹은 싸늘한 눈빛을 가진 반백의 중년이 거울 속에 서 있지.
    사내는 자신이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소름 돋아 추워진 사내가 몸을 웅크린 채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지.
    ㅡ 당신은 늘 얼음처럼 차가웠어요.
    ㅡ 당신은 저를 늘 그렇게 바라봤어요.
    ㅡ 서늘하게, 혹은 싸늘하게.
    ㅡ 아들의 유치찬란이 그렇게 못마땅했었나요?
    ㅡ 그래 놓고는 홀연 사라져버려요?
    ㅡ 나를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거울 속의 서늘한 눈빛을 보던 사내가 소리 없이 웃지.
    서늘했던 눈빛이 아이의 장난기와 순진함으로 바뀌기 시작하지.
    ㅡ 이 눈빛과 이 표정 어때요?
    ㅡ 저는 타인을 대할 땐 늘 이래요.
    ㅡ 아버지처럼 비정하긴 싫어서요.
    ㅡ 그런데요. 젠장, 그런데요.
    ㅡ 혼자일 때면 제가 얼음 같아요. 늘 차가워요.
    ㅡ 저를 타자의 눈으로 비정하게 바라봐요.
    ㅡ 아버지가 저를 바라봤던 것처럼.




    웅크렸던 사내가 바로 서서 아버지를 마주 보지.
    서늘했던 아버지가 아들과 마주 보며 웃고 있지.
    칫솔을 입에 문 채 사내가 아버지에게 웅얼대지.
    ㅡ 고백할게요.
    ㅡ 애증이라 말했지만, 사실 애정이에요.
    ㅡ 스스로 우주의 고아라고 말했지만...
    ㅡ 저는 늘 아버지의 아들이었어요.
    ㅡ 이대로 조금만 더 살다가요...




    사내가 울먹이기 시작하자 아버지도 따라 울먹이지.




    ㅡ 아버지가 떠났던 그 나이가 되면 우리 만나요.
    ㅡ 그때는 우리 서로 따뜻하게 서로의 등을 토닥여봐요.
    ㅡ 우리 그때는,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고백도 해봐요.
    ㅡ 조금만 더 있다...




    화장실 문을 노크하던 안해가 사내에게 말하지.
    ㅡ 안 나오고 뭐 해요?
    ㅡ 어~. 나간다.
    ㅡ 낚시 갔다 왔으면 빨래하고 설거지는 해야지.
    ㅡ 아~ 알따고 ! 띠... ㅡ,.ㅡ''

    도톨 18-05-23 14:51
    청소도 해야지요.
    감사해유♬♪♩ 18-05-23 14:53
    응가 오래하믄 병 생겨유.ㅎ
    대꼬쟁이 18-05-23 14:59
    피터님.
    뚜디리 맞았죠~~~^.^
    하드락 18-05-23 15:41
    https://youtu.be/KcTmbjGXAd8

    고 신해철의 아버지와 나
    낚시아빠 18-05-23 15:48
    화장실 거울은 안깨졌나요?

    잠깐(?3초)만 바라봐두 빠직하던데요^^

    아버지는 나의 자화상이죠 ^^
    이대포울산75 18-05-23 16:28
    밤낚 하고온뒤 다음날엔
    마눌이 시키는거 다 해야됩니다.
    그게 정상인거죠..^^
    저두 밥 빨래..설겆이 다합니다..
    그래야 다음주말에도....보내주잖아요.ㅎㅎ
    이박사™ 18-05-23 16:47
    여든 잡수신 아버질 전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더 많습니다.ㅠ
    쩐댚 18-05-23 17:01
    청소도 하고, 저녁밥까지 차려야지요...
    작은찌 18-05-23 19:09
    아버지 가신 연세가 저보다 어린데요ㅠ
    ponza 18-05-23 19:21
    화장실이 유일한 안락하고
    포근한 피난처인가봅니다
    엄처시하에서도
    화장실상념에 잠기는걸보니께 ㅋㅋ
    ™효천 18-05-23 21:24
    가끔 동네어르신들이 절 보고
    네 애비랑 어찌 그리 닮았냐 하십니다.

    가끔 동네 아낙들이 절 보고
    네 아들은 어찌 너랑 닮았냐 하십니다.

    자식은 애비를 닮나 봅니다.


    그래도 전 아버님의 무뚝한 성품은
    닮고 싶지 않네요.
    잡아보이머하노 18-05-23 22:20
    사모님께 혼나시고 화장실에 숨어 울고 계신 그림이구마요. 힛힛..
    검정과하얀붕어 18-05-24 05:10
    언제나 그리운 분이죠 ^^

    형수님 살살 다뤄주세요 ^^
    그림자™ 18-05-24 07:05
    세상에는 공짜가없다 그죠?ㅎㅎ
    열심히 가사도우미하셔서 말년에는 편안하게 즐기시기를~~
    붕어와춤을 18-05-24 07:44
    울산 화장실에 겅울도 있습니까?

    좋은 동네 사십니다.
    메가피쉬 18-05-24 17:36
    아들한테 정겹게 잘 해야 하는데.....
    잘 해주면 그걸 이용하려드니
    당채 잘 해줄 기회를 주지를 않네요
    소풍 18-05-24 17:51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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