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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사장의 조행 일기

    inlander / 2019-11-13 13:11 / Hit : 4646 본문+댓글추천 : 0

     오늘은 아침 일찍 작년 이맘때쯤 4짜 붕어를 짬낚시로 잡았던 장소를 향했다.
    포인트가 길가에서 가까워 장비 운반이 편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가을 정취를 즐기며 낚시 준비 완료.

    한 삼십분쯤 지났을까... 어떤 한 분이 가까이 오더니 "사장님! 입질 옵니까?"라고 말을 건넨다.
    "낚시대 편지 얼마 안돼요." 그냥 간다. 평생 사장 한번 못해본 나로서는 기분이 좋았다.

    "사장님, 입질 옵니까?" 지니가던 사람들마다 물어 본다. 그들도 사장인가 보다.
    졸지에 사장되고나니 어깨가 올라간다.

    일곱번째에 세사람이 다가온다. 두사람은 사장인가 보다. 정중하게 물어본다.
    그리고 한 분에게 "회장님, 저 위로 가시죠!"라 말한다. 그러자 그 회장이란 분이
    다가와 미끼를 뭐를 쓰냐, 수심은 어떠냐 하며 거의 반말로 물어 본다.
    나이로 보면 회장보다 내가 더 많은 것 같은데... 하기야 사장 위가 회장이니....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평일에 중소기업체 사장단들이 모두 낚시터로 출근하나보다.
    큰 기업체 회장도 직접 저렇게 다니는 것 보면 분명 경기가 좋을 때를 기다리나 보다.

    낚시에 집중 할만 하면 사장들이 나타나 "입질 와요?"라고 물어본다.
    타칭 나도 사장이니 무시할 수도 없어 일일이 대꾸한다.

    열일곱번째 사장이 등장한다. 엄청 예의바른 사장 같다.
    입질 얘기는 끄내지도 않는다. 조용히 옆에 쪼그려 앉아 찌만 바라다 본다.
    나도 사장이니 어깨에 힘주고 조용히 말 건넨다. "입질이 전혀 없네요."
    그 사장님이 먼저 물어본다. 여기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물어봐서 귀찮지 않냐고..
    글구 자기 비법을 알려준다. 가급적 접근이 어려운 곳에 가서 눈에 안띄게 낚시한다고...
    그래도 다가와 물어보면 붕어를 잡던 못잡던간에 무조건 못잡았다고 하신단다.
    그 사장님이 가고난 뒤 어느것이 옳은 일인지 깊이 생각해 본다.
    조용히 물에 떠있는 찌를 보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입질 옵니까?"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린다.
    흘끗 뒤돌아보니 젊은 사람이 차에서

    유리창에 고개를 내밀고 물어본다.
    열여덜번째 사장이다.
    대답하려 했지만 목도 아프고 귀찮아졌다. 대꾸를 하지 않고 찌를 응시했다.
    "입질 오냐고오!" 이번엔 반말이다.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조같은.. 씨앗 팔아! 귀한 묵을 쳐먹었나?" 흥분하여 외쳐댄다.
    그래도 대꾸가 없자, 사람에게 무시를 하나 준다나 뭐라나 소리질러댄다.
    갑자기 사장되고나니 남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장들이 갑질 하나보다.
    그러더니 차가 부웅-- 하고 굉음을 내며 사라진다.

    그제사 깨달았다. 안하무인격으로 외쳐대는 저 분은 분명 대재벌의 총수임에 틀림없다.
    내가 아침에 묵을 쳐먹은 사실까지 알 정도의 정보력이면 내가 가짜 사장인 것도 분명 알고 있을거다.
    "조같은 씨앗 팔아!"라고 외쳐대는 것 보면 종자관련 대기업 총수일 것이다.

    에구 가짜 사장 해먹기 힘들다.
    입질 한 번 못보고 오늘도 짐을쌋다.
    다음엔 아무도 없는 곳에가서 아무것도 못잡아도 마음 편히 있다가 와야것다.


    노지사랑™ 19-11-13 13:18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그 조같은 씨앗파는 재벌총수도 가을걷이가 끝나 요즘 불경기인가 봅니다...^^
    거기는대물 19-11-13 13:37
    느낌이 있는 출조일지입니다
    하드락 19-11-13 13:52
    사장 아님

    푯말 추천!!
    갈대붕어 19-11-13 13:53
    낚시가서 모르는 분에게 조황 물러보지않습니다. 저에게 물어봐도 저는 될수있음 애기 않합니다.
    답을 들을려고 꾸역꾸역 말시키는분 잴 싫어요.
    낚시와서 입질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할건지 참으로 딱합니다.
    붕어웬수 19-11-13 14:05
    재미있게 읽었네요
    자주 올려 주시길^^*
    漁水仙 19-11-13 14:18
    내공이 깊으신 고수님 글 을 읽고 한참 웃어봅니다.....
    자주 들르세요~~~^^
    WATCHER 19-11-13 15:25
    배터질뻔했습니다 ㄱㅅㄱㅅ
    retaxi 19-11-13 15:30
    앞으로 안 그럴게요`~
    조심 하겠슴니다.~~ ^^

    가끔 들러 재미있는 글 올려 주십시요~!
    일칠일 19-11-13 16:07
    자게에서 순위권안에 드는
    시사와 위트가 넘치는
    훌륭한 필력을 지니셨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대물도사™ 19-11-13 16:34
    필력이 대단하네요

    결국 꾼들없는 조용한곳으로 출조하는게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덜받습니다^^
    Deer63114 19-11-13 17:08
    ㅎㅎㅎㅎㅎ 재미있습니다.
    원당조사 19-11-13 17:21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귀찮아도 텐트치고 있습니다.
    일단 안보이니 잘 안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대답안하면 그냥들 가더라고요.
    SORENTO00 19-11-13 17:57
    "입질 없습니다. 조과를 묻지마세요 ㅠㅠ" 라고 낚시자리 뒤에다가 걸어두시면 됩니다 ㅎ

    한참을 웃고 갑니다
    주단6424 19-11-13 19:27
    글을 차암~맛깔나게 쓰시네요,~
    공감합니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겠습니다,~^
    임자 19-11-13 20:39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대책없는붕어 19-11-13 21:31
    고생하셨습니다.

    소문난곳보다 인적 드문곳을 저역시 좋아하기 땜시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채비하자 19-11-14 06:40
    그 입드러운 종자는 종묘사 사장 아들 같습니다.사장님들 아들은 잘못키우면 그렇게되니 타칭 가짜사장님이 너그러이 봐주는센스가 돋보이십니다. 아들 잘못키우는 종묘사 사장보다 가짜사장님이 더 낳지요.
    ™피터 19-11-14 08:46
    참 맛있는 글입니다.

    자주 보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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