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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서기.. (수요일의 시)

    쏠라이클립스 / 2020-07-08 01:36 / Hit : 2174 본문+댓글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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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랜만에 책장에서 눈에 띄어 살펴봅니다..

    1987년..

    군인이었는데 서점엔 갔었나 봅니다..

    그 시절 청춘이라면 애인이 있건 없건 많은 편지에 인용하고 또

    대화에도 소환했던 소재였던걸로 기억됩니다..

    그때의 청춘은 이미 사라졌으나 그때의 가슴을 기억하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홀로서기  - 서정윤 -

     

                   ㅡ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산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 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건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럼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ㅡ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닭집아저씨 20-07-08 01:53
    제 책꽂이에도 한권 꽂혀있네요
    그 당시에는 정말 감수성이 풍부해서 이런 시를 읽으면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지금도 영화의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이 쏟아집니다 갱년기인가 봅니다 ㅋ
    매복한땅콩498 20-07-08 05:24
    열심히사랑하려고여중생제자성추행을하다ㅡ
    모든걸 암놈과숫놈으로보는감수성많은시인에찬사ㅡ
    아이스티오 20-07-08 06:36
    “시” 를 보니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쏠라이님 감사 합니다,
    두바늘채비 20-07-08 08:09
    홀로서기,
    스트레스 ~
    검단꽁지 20-07-08 09:35
    서정적이시네요 자꾸 얼굴하고 매치가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수달행님한마리만 20-07-08 10:17
    1987년이라.. 제가 태어난 해네요 ^^
    노지사랑™ 20-07-08 11:42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이 구절이 와 닿네요.
    요즘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지요.
    나 자신부터 많은 반성을 하며,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미어켗 20-07-08 14:45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일 지라도......

    가슴이 먹먹 하내요......
    매복한땅콩498 20-07-08 18:04
    쓰레기ㅡ
    홀로서니 여중생제자 젖가슴을만지다 ㅡ
    초율 20-07-08 19:58
    아흐..
    고삼때네요..
    일일찻집하고..시화전하고..
    그러면서..놀던때가..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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