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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말뚝찌

    물가에선나무 / 2010-04-30 16:31 / Hit : 4727 본문+댓글추천 : 0


    ntower_freebd04271282.jpg


    터 잡고 살고 있는 산자락 꼭데기에
    우뚝하니 자리 잡은 탑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 하여 남산타워.

    출 퇴근 길이며
    산책길에 노상 보는 터라
    가끔은 존재마저 잊고 지내기도 할 만큼 익숙합니다.

    짬낚시 잔챙이 조사가
    2박3일 장박 조행에 말뚝찌와 씨름하다 돌아오던 날부터
    그 탑이 찌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보면 늘씬한 떡밥찌.
    가까이 보면 듬직한 대물찌.

    맑은 날은 우아하게 내릴 듯.
    안개 낀 날은 장중하게 솟을 듯.

    중증도 이런 중증이 없다 싶으면서도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습니다.

    새벽안개를 뚫고 슬그머니 올라
    챔질하면 무엇이 딸려올까?

    온갖 도시의 풍경이 줄줄이 엮여 나오며
    상상은 더욱 즐거워집니다.




    요즘 수초가 자라날 때를 대비해서
    채비를 바꾸는 중입니다.

    튼실한 엉덩이가 낮게 내려앉은 여인네 뒷태 같은 대물찌를
    만지작거리다 늦은 밤 잠들었습니다.





    파랗게 자라난 갈대 사이로 멋진 포인트가 형성된
    소류지의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집니다.

    새벽안개가 피어나고
    현실과 몽환사이를 오갑니다.

    안개 속 보일 듯 보이지 않던
    찌가 천천히 솟아오릅니다.

    칠흑 같았던 지난 밤 보다
    더 깊은 적막이 흐르고.

    숨을 멈추고
    물속 녀석의 몸짓을 상상합니다.

    몸을 세우고
    뒷걸음질 치고
    멈칫 거리다
    돌아서고.

    찌는 거짓말처럼
    물속 녀석의 동작에 맞춰
    오르고
    내리고
    멈칫거립니다.

    온전히 드러난 모습
    늘 보던 그 산위 우뚝한 찌를 닮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챔질.

    ‘딱’

    헛챔질에 이어
    자누7 의자 손잡이에
    오른쪽 팔꿈치가 부딪혔습니다.

    “.........”

    눈물이 찔끔 나는 아픔을 뒤로하고
    다시 포인트에 찌를 세우려 해보지만
    자욱한 안개 속 한 치 앞도 볼 수 없습니다.




    아침.
    배웅하던 아내가 어디 부딪힌 적도 없는데
    관자놀이가 아프다고 합니다.

    모른 척 서둘러 출근길에 나섭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의 말뚝찌는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권형 10-04-30 16:44
    남산 타워가 "말뚝찌"라 표현이 멋집니다.

    그러고 보니 "찌" 같습니다.ㅎ

    남산 밑 영화 골목 "충무로"가 제 고향입니다.

    지금 기억이 나는건 어려서 남산에 오르니 그 때 한창 "팔각정"을 짓던데...

    가족끼리 "케이블 카" 타고 남산에 오른지가 20여년이 지난것 같습니다.

    남산 밑"이태원"에선 야간에 더욱 잘 보이겠죠...

    간만에 "남산타워" 구경합니다.^^
    스퐁이 10-04-30 17:13
    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저거 5짜물면 찌올림이.......음..........우주선??ㅎㅎㅎ

    슝~~슝~~
    약붕어 10-04-30 18:23
    물가에선나무님이야

    멋진 찌올림도보고챔질까지도 했건만

    옆에서 세상모르게 자고있던 마눌님은

    뭔 죄라예ㅎ

    늘 안전운행하시고
    건강하세요
    ★투투★ 10-04-30 18:28
    남산 타워의 멋진 비유입니다..
    스퐁이님 말씀처럼 우주선.ㅋㅋㅋ
    까망붕어 10-04-30 21:31
    ㅎㅎㅎ 중증일때 집사람 조심하셔야죠...
    관자놀이가 빗맞아서 망정이지...큰~~~일나실뻔....

    차타고 가시다가 라디오 켯을때 안테나가 수욱 올라오면..움찔..할때도 있답니다..ㅋㅋㅋㅋ
    카미사마 10-05-01 01:47
    늘 우리 낚시인 들은 그렇지요...
    낚시와 이어지는 일상.... 그속에 우리의조행이 있지요...
    만선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출조길을 연상하지요... 꾼 들의 환상...재미 있어요..ㅎ...
    관광붕어 10-05-01 12:20
    표현력이 지대롭니다.ㅎㅎ

    공감하고 갑니다.

    밤새 꽝치고, 뻘건 눈으로 자판칩니다.ㅎ
    붕어와춤을 10-05-01 20:38
    저도 가끔 잠꼬대를 방자한 구타를 합니다.

    울마눌 모릅니다. 절대루
    콜롬보 10-05-02 00:22
    물가에선나무님! 반갑습니다.
    그상황이 눈에 선합니다. 그만하시기 다행입니다. *^^*
    봄봄 10-05-02 09:39
    물가에선나무님의
    처음에 제가 읽은글에 놀랐으면서도
    그글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하였드니 역시 문재가 대단하네요
    앞으로 좋은 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아침에 멋진 낚시단상으로 눈요기 잘 하고
    갑니다
    부들지기 10-05-02 17:02
    나무님 글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말뚝찌라고 해서 뭔가 했네요~~
    잘 보고 갑니다.
    풍류지 10-05-05 12:54
    원자 케미인가요?

    어두워지면 자동으로 밝아지네요...ㅋ

    어제 날밤 꼬박새면서 말뚝찌만 지겹도록 보고 왔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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