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와이프와 애들 둘 해외로 떠나고,
초반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을 잊기 위한 핑계로 매주 낚시에 몰두하였습니다.
장비도 하나 둘 늘고 전국 구석구석 흙바닥 돌아다니다 보니
보다 본격적이고 편하게 즐기기 위해 저렴한 사륜차를 하나 질렀습니다.
퇴근해서 내 외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리하거나 직접 부품사서 갈며 놀았고,
나름 괜찮은 성능과 생각보다 넉넉한 내부 공간에 매우 만족했지요.
24만 키로 된 차였지만, 포항, 여수, 고성, 철원, 태안 등 동서남북 잘 달려주었습니다.
연비도 10키로 가까이 나왔구요.
지난주, 아산권 출조 끝나고 귀가 중 오성면 부근 국도에서 덜커덩 소리가 났고,
심한 흔들림과 엔진 소음(덜커덕 소리와 쇠 긁히는 소리 등) 이 발생,
집까지 50키로 살살 와보려다 타는 냄새가 나서 공터에 정차하고 보니 엔진 과열이 심하더군요.
주변 공업사는 문 연 곳이 없고 견인을 부르니 차가 엑셀을 밟으면 시동이 꺼질 정도가 되었어요.
결국 50키로를 견인해 집 근처 단골 카센터에 차를 대고, 사장님께 월욜날 봐달라 전화했습니다.
![ff38626a-ad87-430c-be75-fc9187a5c8f4.jpg](https://cdn.wolchuck.co.kr/data/thumb/freebd/970px_thumb_ff38626a-ad87-430c-be75-fc9187a5c8f4.jpg)
그런데, 어제 월요일 사장님께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비보를 듣고,
이곳 저곳 알아보다 결국 폐차장 예약하고,
저녁에 칼퇴근해 카센터 찾아가 차 가득한 짐을 세시간 동안 빼고 정리하고,
몇 번이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집으로 옮겨 여느때와 같이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요일에 오성에서 집으로 올때 조심 조심히 모셔오던 기사님과는 달리,
개 목줄 달려가는 것처럼 실려간 모습을 보니 또 한번 처량하네요.
친했던 친구가 멀리 떠난 것처럼 마음 한편이 허전합니다.
지금껏 다른 녀석들과의 몇 번의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가족들 떠난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낚시를 함께한 기분좋은 추억 때문일지...
"이제 그만 다니고 연말이면 돌아올 가족들 맞이할 준비해야지.."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남아 외로울 때 옆에 있어준 친구와도 같았던 나의 애마.
1년 반 넘게 2만키로 전국 구석구석 나와 함께 달리고,
주말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 몸을 뉘게 했던 고마운 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족 에피소드에 바보같은 나의 눈물도 보았던 녀석.
배터리 방전 한번 없이 말썽 없고 묵묵했던 너.
참 고마웠다.
잘 가거라 나의 애마여.
내 추억의 나날에 벗과도 같았던 너와 함께라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