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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라 나의 친구

    붕어레오 / 2021-11-23 17:58 / Hit : 8815 본문+댓글추천 : 17

    2년 전 와이프와 애들 둘 해외로 떠나고,

    초반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을 잊기 위한 핑계로 매주 낚시에 몰두하였습니다.

    장비도 하나 둘 늘고 전국 구석구석 흙바닥 돌아다니다 보니

    보다 본격적이고 편하게 즐기기 위해 저렴한 사륜차를 하나 질렀습니다.

    퇴근해서 내 외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수리하거나 직접 부품사서 갈며 놀았고,

    나름 괜찮은 성능과 생각보다 넉넉한 내부 공간에 매우 만족했지요.

    24만 키로 된 차였지만, 포항, 여수, 고성, 철원, 태안 등 동서남북 잘 달려주었습니다. 

    연비도 10키로 가까이 나왔구요.

     

    지난주, 아산권 출조 끝나고 귀가 중 오성면 부근 국도에서 덜커덩 소리가 났고,

    심한 흔들림과 엔진 소음(덜커덕 소리와 쇠 긁히는 소리 등) 이 발생,

    집까지 50키로 살살 와보려다 타는 냄새가 나서 공터에 정차하고 보니 엔진 과열이 심하더군요.

    주변 공업사는 문 연 곳이 없고 견인을 부르니 차가 엑셀을 밟으면 시동이 꺼질 정도가 되었어요.

    결국 50키로를 견인해 집 근처 단골 카센터에 차를 대고, 사장님께 월욜날 봐달라 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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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제 월요일 사장님께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비보를 듣고,

    이곳 저곳 알아보다 결국 폐차장 예약하고,

    저녁에 칼퇴근해 카센터 찾아가 차 가득한 짐을 세시간 동안 빼고 정리하고,

    몇 번이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집으로 옮겨 여느때와 같이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요일에 오성에서 집으로 올때 조심 조심히 모셔오던 기사님과는 달리,

    개 목줄 달려가는 것처럼 실려간 모습을 보니 또 한번 처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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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했던 친구가 멀리 떠난 것처럼 마음 한편이 허전합니다.

    지금껏 다른 녀석들과의 몇 번의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가족들 떠난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낚시를 함께한 기분좋은 추억 때문일지...

    "이제 그만 다니고 연말이면 돌아올 가족들 맞이할 준비해야지.." 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 남아 외로울 때 옆에 있어준 친구와도 같았던 나의 애마.

    1년 반 넘게 2만키로 전국 구석구석 나와 함께 달리고,

    주말 항상 내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내 몸을 뉘게 했던 고마운 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족 에피소드에 바보같은 나의 눈물도 보았던 녀석.

    배터리 방전 한번 없이 말썽 없고 묵묵했던 너.

    참 고마웠다.

     

    잘 가거라 나의 애마여.

    내 추억의 나날에 벗과도 같았던 너와 함께라서 즐거웠다.


    야생쵸이 21-11-23 18:06
    고철에서 멋진 새차가되어 돌아올겁니다
    도편수 21-11-23 18:17
    같은 경험이 있어 님의 그 마음이 헤아려지네요.
    부산사는사짜 21-11-23 18:24
    은근 눈물 납니다
    맨날꽝이고 21-11-23 18:33
    괜히 짠하네요
    힘내세요
    오지랖퍼 21-11-23 18:36
    힘내세요~~ 새로운 차량 영입하면 금방 잊어요
    거제도밤선비 21-11-23 18:44
    아!!! 감수성 터집니다;;;
    노지사랑™ 21-11-23 18:51
    저도 9월에 보내고 10월에 새차 받으니 잊어지더군요.
    18년동안 함께 한 녀석 이었는데 잊혀지는건 금방이네요. ㅡ.,ㅡ
    이박사™ 21-11-23 19:00
    월척장으로 장례를 치렀어야 했는데요.
    대물도사™ 21-11-23 19:09
    새차 출고되면 기분좀 나아지실겁니다
    샘이깊은물 21-11-23 19:13
    노지사랑님과 만나셔서 약주 한 잔 드시지요~~~
    오늘도꽝이네 21-11-23 19:15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것이
    인생이라고 하더군요.
    넘 슬퍼하지 마세요.
    또다른 만남이 있겠지요
    도브 21-11-23 19:22
    저도 낚시용 차를 따로 이용중인데 헤어질때 먼가..가슴이 허할것같아요
    잡어대장♡ 21-11-23 19:28
    이박사님 월척장으로 웃고갑니다~ㅋㅋ
    ♡제리♡ 21-11-23 19:31
    훌훌 털어버리시고~
    ㅋ또 새로운 칭구 하나 생기겠쥬~^^
    살모사 21-11-23 20:02
    저도 갤로퍼이노베이션 중고사서 14년 낚시차 폐차할때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마음 이해가 갑니다
    하드락 21-11-23 20:13
    보냈으니

    들여야죠.
    구미짜치조사 21-11-23 20:29
    뭔가 마음 한켠이 찌릿하네요.. 정든 친구보내듯 차도 오래타면 애착이가죠.. 더 좋은걸로 입양 해서 또 열심히 낚으러다니시지요!!
    어심전심 21-11-23 20:37
    아..진짜..ㅜ.ㅜ..
    무유 21-11-23 20:39
    짠해지네요

    좋은차 만나시고

    즐거운 낚시 하시길
    솔뫼™ 21-11-23 20:57
    짠하네요~ 부디 좋은곳으로 갈겁니다
    ♡규민빠♡ 21-11-23 21:09
    몇년전
    우리 마눌님도
    자기가 타던차
    끌고 가니까 울더라고요 ..ㅠㅠ
    어서 빨리 좋은 친구 만나시길요 ..
    흑묘 21-11-23 21:17
    괜히 짠해지네요..
    콩나물해장 21-11-23 21:51
    붕붕이가 갔군요

    새 붕붕이가 그자리를 대신하며
    기존에없던 편의기능 익히느라 금새 잊혀질겁니다.
    슴범아빠 21-11-23 22:02
    마음이 잔합니다 ᆢ 새로운 애마 구해서 다시달리세요ᆢ
    여울사랑 21-11-23 22:30
    저 역시 20년 타던 애마

    안녕 하고

    새로운 신상 곁에 두고 있습니다
    대전꽝대표 21-11-23 22:31
    조금은마음을 알것같네요 저도 올해새차한대뽑고
    낚시몆번다니다 안되겠다싶어 중고로낚시차사륜 한대 구입해서 여름부터 최근까지 잘타고 다니는데 희안하게 새차보다 더정이가대요 ㅎㅎ
    낚시의귀신 21-11-23 22:41
    저도 몇 달 전에 그동안 타던 현대 트라제가 노후 5등급 차량이라 해서 폐차를 시켰어요.
    폐차장에 직접 끌고 가서 폐차를 시키는데 마음이 참 착찹하더군요.
    폐차장 사장한테
    "마음이 참 안 좋네요" 했더니
    사장님이 그러십니다.
    "여기 와서 울고가는 사람들 많아요. 특히 여자들이 그래요.
    제가 정성스럽게 모실테니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초율 21-11-24 00:23
    아웅..
    타던차 보낼때..다들 그러시구나..
    도닥도닥!
    ..저도..96년식 그레이스 이년전까지 낚시차로 쓰다 보냈지요..
    파리조사 21-11-24 00:34
    21년 애지중지 탓던 카스타 ㅠㅜ
    잠자리및 뒷공간이 넘 좋앗는데
    견인되가는 뒷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적이
    있읍니다..
    지금도 1박 낚시 할때마다 그립습니다
    글루텐환상배합 21-11-24 00:43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마련이지요

    저는 16년동안 같이한 애마가 있습니다 ~
    물론 5등급차량이라서 폐차와 매연저감장치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했고, 아직까지는 쌩쌩하기에
    후자를 택했습니다 ~
    20년 넘을것같습니다 ^^ ㅎ
    윤호아빠76 21-11-24 02:09
    08년 2월식 흰둥이 윈스톰 익스트림 2륜 풀옵션 타고 다니고 있습니다.
    22만 키로 동안 큰 고장없이 잘 달려주고 엔진 상태가 좋아~
    세달전 하체 180만원 들여 올수리 하였네요.
    딱 5년만 더 타보자. 함께 해줄꺼지 라고 한번씩 핸들잡고 말해줍니다.
    저도 언젠간 그 날이 오겠죠 ㅠㅠ
    전주맨발 21-11-24 09:13
    괜히 짠하네요
    쓰레기봉투 21-11-24 10:21
    저도 앆던 차 멍쩡한데 그놈에 미세먼지 조기 페차 햇네요
    다름 아끼던 차인대 렉카 기사님 망치로 남바 네려 치고 견인 쿵 가슴 이 아팠던 기억
    붕어레오 21-11-24 10:50
    아직도 자꾸 한숨이 나오고 그러네요 ㅎㅎ
    가족이 돌아오면 차를 하나 사긴 하겠지만,
    그놈처럼 오직 나만의,,, 낚시 전용차가 될 수는 없겠지요.
    앞으로 다시 낚시 전용차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댓글 주신 모든 분들... 많이 공감해 주시고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
    강마을 21-11-24 17:53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다른 애마에 정을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돌쇠 21-11-25 06:39
    힘내십시요!! 몇놈 보내본 저도 공감합니다^^;;
    붕어레오 21-11-25 14:15
    강마을 님 머슴돌쇠 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척 님들 덕분에 힘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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