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국영수에 약한 낚시꾼(기다림의 미학, 겸손의 미덕)

    관광붕어 / 2010-05-18 12:34 / Hit : 4587 본문+댓글추천 : 0

    학교는 꼬박꼬박 결석없이 잘 댕깁니다.
    몸이 좀 안좋아도 결석하면 안된다는 의무감에...
    교문에 들어서면, 국기게양대를 향해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앞에..."를 읊조리며,
    오늘 치를 중간고사 준비를 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한 맘보다는 아는문제보다, 모르는 문제가 더 많아
    기분이 씁쓸해집니다.
    우리반1등은 수학문제 하나를 실수로 틀렸다고 투덜거립니다.
    나는 답못쓴게 더 많은데...닝미 ㅜㅜ
    뒤통수를 한대 갈기고싶지만 나보다 쌈도 더 잘하니 그러지도 못합니다.
    들리는 소문에 학교수업은 대충하고, 집에서 쪽집게 과외를 한답니다.
    책가방에 책도 몇권 안넣어 다닙니다.
    나는 교과서며, 참고서며 터질듯한 가방을 메고,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오르막길을
    낑낑대며 오릅니다.
    언제부턴가 숨도 많이차고, 아침먹은거 되새김질 할정도로 교문까지가 힘들어집니다.

    동네에, 작년부터 4짜붕어를 연타석으로 잡은 조우가 있습니다.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그냥 조우라 하겠습니다.
    출조때마다, 35이상은 거의 한수씩은 하고옵니다.
    어떤날은 38을잡고도, 투덜거립니다. 4짜가 안된다고..닝미 ㅜㅜ

    오늘도 1박의 낚시를 마치고, 집보다는 낚시점으로 먼저갑니다.
    몇몇 조우들이 출조를 마치고 하나둘 모여듭니다.
    00조우회 정출, 최대어7치...그것도 밤새말뚝후 아침에 지렁이에...ㅎㅎ
    재밌는 1박의 얘기를 나눌쯤, 예의 그4짜조우가 삐꾸통을 들고 들어옵니다.
    또 한마리 한것 같습니다.
    얼핏봐도 4짜 가까이 되는것 같습니다.

    커피한잔 빼서 우리와 같이 앉습니다.
    그의 밤새 무용담이 쏟아져 나옵니다.
    여기까진 들어줄만 합니다.
    채비는 우리와다른 , 요즘 뜨고 있는 가벼운 옥시시채비...일반노지는 잘 안갑니다.
    오직, 배스터...
    입담을 그렇게 자랑하고도, 또 쏟아냅니다.
    "그키 큰가방메고 다니면서 올해 월척 구경은 했나? 나는 이제 4짜안되면 월척이라 소리 안한다. 넘사시러버서..."
    얘기를 듣던 조우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뜹니다.
    딱히, 시간이 많은 나는 그냥 자리를 지키며 담배만 피워됩니다.
    또, 이어집니다.
    채비는 어쩌고 저쩌고, 자리선정은 어쩌고 저쩌고...
    "니는 매번 붕어없는데만 가니, 붕어구경을 못하지, 맨날 캠핑만 댕겨서 되겠나?"
    슬슬 부애를 지릅니다.
    .
    .
    .
    .
    할말은 없고, 들어주기만 할려니 입에 냄새만 날것같고,
    해서 한마디하고, 나도 자리를 뜹니다.

    "니는 4짜 마이잡아서 서울대 가라. 나는 8치만 잡고 지방에 OO대 갈테이...XX놈아!"

    집으로 오는 아침길에, 멀리서 아카시아향기가 느껴집니다.
    '나는 낚시가면 쓰레기도 잘 챙기오는데, 글마는 개꾼인데도 와그리 어복이 많겠노?ㅜㅜ'
    '나도 이참에 채비를 바까서 글마 함 따라댕기봐?' 닝미ㅜㅜ

    집에오니 마눌이 그럽니다."또 한마리도 못잡았나보네? 그쵸?"
    "그래, 좋은밤과 좋은저수지를 벗삼고 왔다. 밥도! 묵고 한숨자게."
    ...눈을 감으면, 어젯밤 그 소류지가, 찌가...아른거립니다.ㅎㅎ

    -항상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한 낚시 하세요.

    대구동생 10-05-18 13:09
    관광붕어님 참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옥수수내림에 4짜라... 진정한 붕어낚시는 바닥아니겠습니까? 험한길 고생해서 멋진찌불감상하며 만난 대물이 진정한 대물입니다.
    고수일수록 말이 없고 조과를 크게 자랑하지않습니다. 제가 제일듣기 싫어하는소리가 채비가 어쩌고 저쩌고 다른사람채비가 잘못되었다는 소리입니다. 처음부터 내림만 배운사람이 무식할 정도로 굵은 원줄과 바늘을 보면 기겁하겠지요~

    그렇다고 내림이 잘못된건 아니겠지요 아주 훌륭한 채비법임에 틀림없는 사실아닙니까? 얍샵한...채비...
    옥내림낚시의 기초는 겸손이란걸 다시 한번더 글로써 공감하고 갑니다.

    다음출조때 멋진 붕어를 기원합니다.
    낚시와상처 10-05-18 14:21
    염장..

    짬낚시 가면 안면 있으신 내림낚시하시는 분을 거의 뵙는데

    바닥낚시와 내림낚시의 민감한 채비

    계속 낚아내시는데... 매번 속으로 중층 배우려고 사둔 대 다음엔 가지고 와야지

    하는 생각을 옆에서 염장 지를때 마다 하지만..

    그래도 슬슬~ 솟아 오르는 찌맛이 더 좋더군요.
    풍류조사 10-05-18 15:17
    하하하,,,

    관광님 덕분에 오랫만에 크게 웃습니다,,,

    좋은밤과 좋은저수지를 벗삼고 왔다 밥도 먹고!!!!

    관광을 즐기시고 오셨네요,,,

    관광과 풍류,,,,

    그 염장 지르는분 보다는 낚시생명이 오랠것 같습니다,,,

    관광붕어님 힘내세요,,,아자 아자 아자 ~~~~~~~~~~~~~~~~~~~~~~~~~~~~~~^^&
    한강붕어 10-05-18 15:24
    그래도 낚시의 묘미는 잡는것이지요 .
    다음엔 작은 붕어라도 찌올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붕애엉아 10-05-18 15:27
    밥도, 묵고 한숨자~ 퍽!

    마눌 주먹날라옵니다.

    관광붕어님!

    대단하십니다.

    쪼매 지둘리시면 그 조우라는 분

    님께서 안드로메다로 관광 보내실 겁니다.

    화팅하시고, 한숨 푹 주무셔요.
    잠못자는악동 10-05-18 18:03
    정말이지 어쩌다 한번 올려주는 찌맛이
    낚시의 미학이 아닐런지요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대물친구 10-05-18 18:28
    관광붕어님..
    님은 죄송한데..아직!~~ㅎㅎ

    $4짜$5짜가 중요한거 아니고..내가 사랑하는 낚시 즐기면 그만..ㅎㅎ
    낚시하며 무용담이나 크기가 중요하면 나도 하면 되죠^^~!!~
    제꿈은 전국에 무명소류지 관광 다니는게 꿈입니다!~
    님이 저에게 꿈이죠..ㅎㅎㅎ
    붕어와춤을 10-05-18 19:14
    관광붕어님 반가버요

    낚시 기다림의 미학이라 했습니다.

    기다려 보자구요 찌에서 새싹 날때 까지만요~~~~~~~~~~~~
    비익조 10-05-18 19:23
    내림이든.중충이든 바닦이든 낚시란..낚는 재미 찌보는 재미..
    기다림의재미..캠핑의재미..ㅎㅎ좋은 취미 입니다...
    자랑하고 약올리고...
    그건 그 사람 인격에 문제가 있는거지요~~~ㅎㅎ
    같이 단니지 마세요~~~스트레스 받아요~~ㅋ
    물가에선나무 10-05-19 09:43
    서로 즐기는 방식이 다른거죠.

    인정하고
    자신의 방법대로 즐기면 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 번 시즌
    무월조졸의 변명입니다. ^^;;
    뿌꾸리 10-05-19 23:08
    제가 생각하기로는 각자의 채비로 즐기는낚시가 가장 좋을것같습니다.
    소소리 10-06-02 15:03
    참 재미있게 글을 쓰시네요.ㅎㅎㅎ



    2024 Mobile Wolchuck